어떤 바램 살면서 딱히 신을 믿어 본 적도 없고, 그래서 구체적으로 기도를 해 본적도 없다. 단지 인생을 크게 뒤흔들 수 있는 몇 번의 고비에서 나도 모르게 무엇인가를 바래본 적이 있었다. 그것이 달밤에 깨끗한 정화수를 떠 놓고 진심으로 빌던 우리 어머니들의 마음일 수도, 자신이 믿는 종교의.. 소소한 이야기들 2015.06.30
회자정리 며칠 전 옥수수를 심었다. 밭에 심은 것은 아니고, 모종판에 심었다. 처음 해보는 시도이다. 올해는 작년과 다르게 옥수수를 거의 씨로 심었는데, 봄에 심은 씨들은 잘 자랐으나, 요즘 심은 씨들은 잘 발아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심은 자리를 파보니, 개미들이 씨를 먹고 있었다. 봄철 밭.. 소소한 이야기들 2015.06.18
짧은 이별의 순간 몇 달 전 지인의 가족과 어울려서 만난 적이 있다. 우리들은 보통 사람들의 만남처럼 같이 점심을 먹고, 그 후엔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그 지인은 조금 늦게 결혼을 해서, 이제 만 삼 년이 되가는 아이가 한 명 있다. 아이는 처음엔 낯을 가려서 우리를 어려워했다. 그러나 한두 시간쯤 지.. 소소한 이야기들 2015.04.13
혼자 살아가기 어제는 하루 종일 봄을 부르는 비가 내렸다. 서울에 있었다면 좋으면서도 좀 귀찮은 비였겠지만, 이곳 영월에서 내리는 비는 내 작은 감성을 한껏 적셔준다. 특히 지붕에 내린 비가 배수관을 따라 흐른 후, 밑으로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는 일정한 리듬감을 주면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 그.. 소소한 이야기들 2015.03.19
12월 20일 마감산 산행 원래는 산행을 하고 싶다기 보다는, 온천에 가고 싶어서 겸사 겸사 계획한 여정이었다. 뭐랄까? 이런 종류의 여정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산행 - 온천 - 맛있는 먹거리 순으로 진행된 이번 산행은 예상밖에 추가된 한 가지 요소에 의해서 그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그것은 바로 제법 내린.. 소소한 이야기들 2014.12.21
잡문 10시가 되기 전 어김없이 눈이 감기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새벽 6시도 되기 전에 눈이 떠진다. 하지가 지난 지 겨우 한달 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눈을 뜬 시간에 창 밖은 어둡다. 아마도 5시도 채 안된 듯 하다. 어제 밤에 평소보다도 더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일까? 가끔은 대학생 시절의 그.. 소소한 이야기들 2014.07.23
기억의 궁전 오늘 글은 내 기억의 궁전을 뒤져서 내 자신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하고 싶다. 간만에 그나마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이 될 듯 하다. '폰 노이만' 이란 사람이 있었다. 유명하기도 하고 유명하지 않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이 사람에 대해서 대학시절 내가 택한 전공 덕분에 처.. 소소한 이야기들 2014.04.25
마천동민 꽤나 그럴듯한 이유로 이 송파구의 끝자락 그리고 하남시에 바로 붙은 마천동에 이사온지가 벌써 만 6년이 넘어가고 있다. 나는 뭐 지금까지 일명 부촌에서 살아본 기억이 별로 없어서 부자동네로 소문난 송파구이지만 전혀 송파구스럽지 않은 이 동네가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낮고 조.. 소소한 이야기들 2014.03.24
바보야, 좋은 것은 남기는 것이 아니라 담아 두는 거야 혹시 이른 아침에 길을 걷다가 간밤에 맺힌 이슬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것 본 적 있어? 따뜻한 햇살이 금새 그들의 흔적을 지워버릴 테지만 그래도 한 동안은 그렇게 예쁜게 반짝이거든. 간밤에 비가 온 후 아침에 걷는 길에서 흙내음을 맡아 본 적이 있어? 그래.. 대도시에 사는 우리들.. 소소한 이야기들 2014.03.20
눈이 내린 바다 지난 금요일 개인적인 예정이 없었던 바다를 가게 되었다. 유진이가 갑자기 바다를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서해와 동해 중에서 동해를 골랐다. 나는 얼마 전 동해에 꽤나 많은 눈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 걱정도 되었지만 또한 마음 속으로는 그 엄청.. 소소한 이야기들 201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