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88

브런치 작가가 되다

그간 몇 차례, 이 블로그에 써 놓은 글들을 책으로 내는 것이 어떤지를 묻는 분들이 있었다. 처음엔 당연히 별 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몇 번 반복되니 그래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글, 내가 말하고 싶은 글은 책으로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대신 이 블로그 글들 중에서 사람들이 그나마 좀 읽어 주는 글들 위주로 편성을 해서 책을 써 볼 생각이 들었다. 나로써는 일종의 타협인 셈이다. 그리고 기왕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열심히 하는 것이 좋다. 글을 써서 출판사에 보낼 생각부터 들었다. 전통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좋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브런치라는 사이트를 생각해 냈다. 작년쯤인가? 아는 지인이 소개를 해줘서 알게 된 '글을..

연말, 새해 그리고 올해

보통 연말이 되면 글 한 편 정도는 쓰는 편이었는데, 올해는 뭔가에 정신이 팔린 듯 2021년이 밝고 벌써 열흘이나 흘렀는데 이제야 생각이 났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꼭 써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기분이다. 2020년이 지나갔다. 다른 사람들처럼 다사다난했던 한 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일들은 있었다. 제일 큰 일은 영월 집을 마무리 한 후 삼 년 만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구한 일이다. 영월 집을 정리하고 한 해는 그냥 쉬고, 그 후 이년 동안 땅과 집을 찾아 댕기다가 작년 3월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집을 구했다. 땅을 찾다 찾다 결국 마음에 드는 땅을 찾지 못해서 그냥 괜찮아 보이는 집을 샀다. 지은 지 15년이나 되어서 낡긴 했지만, 워낙 뼈대를 튼튼하게 잘 지어 놓은 집으로 보였..

바쁜 하루..

오후부터 소나기가 온다고 하더니 3시가 넘어가자 정말로 비가 온다. 비록 아침엔 해가 쨍해서 오랜 늦장마로 인해 한참 보기 힘들었던 햇빛에 말릴 생각으로 널어 놓은 빨래들은 아쉽지만, 비가 오니 하던 것들을 멈추고 그냥 집 안에 들어와서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소파에 누워서 창 밖을 보니 지붕에 떨어진 빗물들이 무리를 지어 한 줄기로 떨어져 내리고 있고, 두 걸음 정도 떨어져 있는 나무에 떨어진 빗방울들은 연속으로 나뭇잎을 치면서 묘한 리듬감을 일으키고 있다. 어떨 땐 하나만, 어떨 땐 둘, 어떨 땐 연속으로 셋이 움직인다. 너무 빨라서 그 잎들을 치고 내려간 빗방울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지만, 나뭇잎의 움직임만으로도 충분히 눈에 보일 듯 하다. 빗소리와 음악 소리는 왜 이렇게 잘 어울리냐고 좋아..

[독서모임 모집]

지금껏 두 번 정도 독서모임을 참석했습니다. 한번은 2년 정도, 다른 한번은 1년 정도 활동했네요. 한번은 너무 잘 맞지 않는 탓에 나왔고 다른 한번은 코로나로 인해 거의 멈춘 상태이기에 나오게 되었네요. 뭐, 물론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지만요. 저는 독서모임에 나가지만 사실은 책보다는 '대화'에 대한 갈증과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기에 나갑니다. 책을 읽는 것은 그것들을 위한 수단일 뿐이죠. 그런데 만남은 자연스럽게 이뤄지지만 대화를 하는 것은 참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독서모임들을 찾아봐도 이미 두 번 스쳐간 독서모임과 그리 다를 것 같지가 않군요. 그래서 새로운 독서모임을 찾는 일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스스로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따로 광고를 올릴 곳이 없어서 제 개인적인 블로그에 글을 ..

텃밭 가꾸기

사실 텃밭이라고 하기엔 좀 큰 규모이다. 총 200평은 될 듯 하니까. 그래서 텃밭이긴 한데 노동의 강도가 좀 있다. 특히 봄철에 처음 밭을 갈고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할 때 그렇다. 몇 년간의 고생과 그리고 몇 년간의 공백 그리고 올해부터 다시 시작한 텃밭에서 나는 가장 먼저 강력한 나의 도우미를 하나 구했다. 바로 관리기이다. 바로 이 녀석이다. 얀마에서 만든 YK300QT이다. 나름 고가인데다가 사놓고도 생전 처음으로 써보는 관리기라서 꽤나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땅을 갈아보니 그리 썩 시원치는 않았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하니 땅이 점점 더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나중에 골과 이랑을 내어보니 제법 그럴 듯 하기도 했다. 꽤나 힘들긴 했지만 노력한 만큼 그 결과가 나오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시간이 흐른다.

다음에 블로그를 만든 때가 2008년이다. 벌써 12년 전 일이다. 그리고 만든 블로그에 글을 제대로 쓰기 시작한 때는 2012년도 1월부터이다. 햇수로만 보면 9년째이다. 뭐가 그리 응어리진 것들이 많았는지, 처음엔 글이 거의 하루에 한 편씩 쓰이곤 했다. 그것도 꽤나 장문으로. 지금은 블로그 기능이 바뀌어서 안 보이는데 예전 다음 블로그엔 월별로 글을 쓴 내역을 보는 기능이 있었다. 대충 봤던 기억이라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초반부에 한달 동안 30편을 넘게 글을 쓴 기록을 본 일이 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참 대단했던 열정이었다. 아니, 불안과 불만과 불행이었다. 원래 열정은 부족함에서 나온다. 노력은 두려움에서 나온다. 행복은 불행에서 나온다. 그래서 충분히 만족하고 사는 사람이 열정적으로 노..

2019년 12월 31일

오늘 아침 눈을 떠보니 새벽 5시 45분이다. 사실 자발적으로 눈을 뜬 것이 아니라 아내가 자고 있는 나를 깨웠다. 그리고 아마도 아내는 한참 전인 5시쯤 깨었을 것이다. 우리 부부는 요즘 대충 5시 반쯤 눈을 뜬다. 아내가 아침마다 회사에서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해서 평균적으로 일어나는 시간이 그렇게 빨라져 버렸다! 딱히 출근할 곳도 없는 내가 아침에 그리 일찍 일어나는 것은, 일단 일찍 자니 일찍 깨는 것이기도 하고, 오늘처럼 일어나기 힘든데도 억지로 일어나는 것은 아침에 출근하는 힘든 아내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려주기 위해서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참 자상한 남편이다. 지난 3년 동안 매일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어제는 아내가 회사 회식이라서 늦게 집에 왔다. 집에 도착한 것이 거의 11시..

김장 담구기

우리 집은 매년 11월 말쯤이 되면 김장을 담근다. 어머니가 주축이 되고 나는 주로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담당하는 형태로 분업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로 일이 분업화 된 것은 최근 몇 년 전부터이다. 그전에는 어머니 혼자 거의 다 준비를 하셨고 나와 누나들 그리고 매형들과 아내는 김장을 담그는 당일 날만 가서 몇 시간 배추에 양념 바르는 일만 했다. 원래 김장은 겨울 내 김치를 담그지 못해서 겨울이 오기 직전에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는 일이다. 그러니 겨울과 봄까지만 먹으면 된다. 하지만 요즘은 김장김치를 거의 1년 내내 먹는다. 특히 잘 익은 오래된 김치는 김치찌개, 김치전, 김치볶음밥, 김치등갈비찜, 김치만두, 삼겹살에 같이 구워먹기까지, 참 쓰임새가 많다. 그래서 우리집도 매년 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