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연말, 새해 그리고 올해

아이루다 2021. 1. 10. 07:05

 

보통 연말이 되면 글 한 편 정도는 쓰는 편이었는데, 올해는 뭔가에 정신이 팔린 듯 2021년이 밝고 벌써 열흘이나 흘렀는데 이제야 생각이 났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꼭 써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기분이다.

 

2020년이 지나갔다. 다른 사람들처럼 다사다난했던 한 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일들은 있었다.

 

제일 큰 일은 영월 집을 마무리 한 후 삼 년 만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구한 일이다. 영월 집을 정리하고 한 해는 그냥 쉬고, 그 후 이년 동안 땅과 집을 찾아 댕기다가 작년 3월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집을 구했다.

 

땅을 찾다 찾다 결국 마음에 드는 땅을 찾지 못해서 그냥 괜찮아 보이는 집을 샀다. 지은 지 15년이나 되어서 낡긴 했지만, 워낙 뼈대를 튼튼하게 잘 지어 놓은 집으로 보였다. 통나무 기둥에 황토벽돌로 지은 이 집은 전 주인이 본인이 직시공을 했다고 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 성격이 보통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이곳은 영월보다 50km정도 가깝다. 그래서 한 시간 반 정도면, 좀 심하게 밟으면 한 시간 십분 정도면 올 수 있다. 집 평수는 조금 더 크다. 44평 정도 되는데, 그것도 세 동으로 이뤄져 있다. 전 주인이 펜션을 하려고 그렇게 지었다고 했다. 관리 면에서는 조금 더 귀찮은 면이 있는데, 살아 보니 손님들 치르기가 좋았다.

 

공간적으로 아예 분리가 되어 있어서 우리도 방문한 분들도 서로 좋았다. 단지 세 동이나 되어서 뭔가 필요한 것을 살 때 마다 세 배로 사야 했다.

 

이제 겨우 작년이 첫 해, 올해가 두 번째 해지만 나는 이곳에서 평생 살 계획이다. 지금은 주말에만 왔다 갔다 하고 있지만, 한 십 년쯤 후에는 완전히 내려와 살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작년에 이곳을 구한 것은 나에겐 큰 일이다.

 

또 하나의 일은 새롭게 한 부부를 만난 일이다. 아는 지인을 통해서 만나게 된 인연인데,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아내와 내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인연이 될 듯도 하다

 

보통 우리가 아는 지인은 나를 통해서나 아내를 통해서 이뤄졌다. 그래서 내가 만날 때 아내가 끼거나, 아내가 만날 때 내가 끼는 형태이다. 이것도 관계이긴 하지만, 우리는 좀 더 깊게 맺어진 관계가 있었으면 했다

 

그것이 바로 부부 대 부부의 만남이다. 하지만 부부 중 한쪽은 괜찮지만 다른 한쪽까지 잘 어울릴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상하게 한쪽은 잘 맞는데 다른 한쪽이 뭔가 삐걱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작년에 우연히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다. 우리처럼 아이가 없고, 나이대도 엇비슷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관계가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지금 느낌으로는 잘 될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작년은 내 삶 중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와 인연이 맺어진 한 해일지도 모른다. 남은 삶을 살 집을 구하고, 남은 삶을 함께 할 사람들과 만났으니까 말이다. 아직은 모르겠지만, 시간이 더 지나보면 조금씩 더 윤곽이 들어날 것이다.

 

세 번째 있었던 일은 신춘문예에 도전한 일이다. 물론 떨어졌다. 그래도 괜찮은 경험 중 하나였다. 올해는 기회가 되면 단편소설을 써볼 생각이다. 적년 경험으로 우리나라에 생각보다 장편소설을 받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력이 부족하다면 물량으로 승부해야 한다. 꾸준히 써서 꾸준히 보낼 생각이다.

 

네 번째 있었던 일은 유튜브 강의를 만드는 일이다. 원래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작년에 어딘가에서 강연을 하기로 했다가 코로나로 인해 취소가 되면서 대안으로 만들기 시작한 영상이다. 지금도 만드는 중이라서 나름 고생을 하고 있는데, 사실 조회수는 거의 없다. 그래도 끝까지 만들어 볼 생각이다.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만들고 있다.

 

이 정도까지가 작년에 나에게 일어난 일인 듯 하다

 

 

우리와 2M 거리를 두고 공존하고 있는 고양이 빈고씨.

올 해는 뭔가 굵직한 일은 없을 듯 하다. 집 수리를 좀 해야 해서 몇 가지 해야 할 일들이 있고, 글을 쓰는 것도 있고, 만들고 있던 유튜브 강연을 마무리 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올 해도 작년처럼 여전히 코로나 영향으로 인해서 뭔가 새로운 것을 하게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나저나 운동을 하긴 해야 하는데, 언제쯤이나 안심하고 운동을 하러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올해 소원으로 코로나의 소멸을 말하는데, 나도 절실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필요하긴 하다.

 

집의 창고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 빈고가 이 추위에 별 탈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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