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27

놓치고 있는 것들

최근 많은 화제가 되고 있는 '오징어 게임'이란 드라마가 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하는 생존 게임을 주제로 한 드라마이다. 넷플릭스에서 제작을 해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당연히 스포가 있으니 보실 계획이 있는 분들은 보신 후에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는 분에게 스포를 당해서!) 이 게임에서 참가자들은 다음 게임을 알아내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다음 게임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때 더 유리할 수 있기에, 아니 있다고 믿기에 그렇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 설정이 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최측은 입으로는 끝없이 '공정함'을 외치며 게임을 시키는데, 대부분의 게임이 그것을 얼마나 잘하느냐의 문제로 승부가 결..

나의 이야기 2021.10.05

내 안의 그물

우리는 누구나 마음 속에 그물을 가지고 있다. 이 그물은 실제로 존재하는 물체는 아니지만, 분명히 존재하고는 있다. 우리 안에 그물이 있다는 증거는 확실히 존재한다. 매일 사람들을 만나고 살다가 보면 언제나 '남는 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매일 수 많은 상황에서 수 많은 말들을 듣게 되지만 남는 말들은 매번 비슷하다. 다른 말들은 모두 걸리지 않고 통과된 반면 몇몇의 남는 말들은 늘 비슷하게 걸려서 밤 늦게 자기 직전에 떠오른다. 아침에 아내나 남편이 했던 말들이 걸린다. 누군가 집을 샀다는 말이나, 진급을 했다는 말이나, 주식이 올랐다는 말에 걸린다. 어떤 집 아이가 1등을 했다는 말이나, 어떤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말이나, 영재 고등학교에 들어갔다는 말에 걸린다. 회사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들이 ..

나의 이야기 2021.09.22

맨헌트: 유나바머

넷플릭스에서 방영을 했었고 우연히 누군가 추천해서 보게 되었다. 전혀 몰랐었는데, 미국에서 한 20년 동안 꽤나 유명했던 폭탄 테러범에 관한 드라마였다.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인 셈이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테러범은 아이큐가 167, 하버드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천재다. 그런데 그런 그가 수십 년을 산 속에서 혼자 보내면서 20년간 사람들에게 폭탄 우편물을 보냈다. 몇 명이 그로 인해 죽었고, 수십 명이 다쳤다. 그는 꽁꽁 숨겨진 테러리스트였고 미국 전체를 공포에 빠뜨렸다. FBI는 그를 잡기 위해서 가장 비싼 가격을 치러야 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 느낌은, 만약 그가 끝까지 숨고자 했다면 못 잡았을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믿고 있던 신념을 더 ..

영화와 책 2021.07.28

골디락스

생명 탄생에 대한 학설 중 가장 유명한 이론은 바로 '진화론'이다. 사실상 거의 유일한 과학적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이 이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진화론 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생명체가 어떤 식으로 진화가 되는지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가끔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밤을 아주 잘 까는 귀여운 다람쥐나 꽃에서 꿀을 빨아 먹고 사는 벌새 등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정말로 먹이를 잘 먹을 수 있게 진화를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몹시 신기하기도 하다. 도대체 어떤 원리로 저렇게 딱 맞는 신체기관을 갖게 되었을 지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자연의 신비함을 느낀 것이다. 그런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다..

나의 이야기 2021.07.20

사람을 바꾸는 힘

당신에게 지금 현금 백만 원이 있다. 이 돈을 당신에게서 확실하게 내놓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방법을 써야 당신은 그 돈을 나에게 넘겨줄까? 여러 가지 방법들이 머리 속에서 떠오르지만, 가장 먼저 시도해 볼만한 것은 바로 설득이다. 그 돈을 내놓을만한 그럴듯한 이유를 설명해주고, 당신이 그것에 동의를 한다면 그 돈을 내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제대로 납득시키는 것, 그것도 꽤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돈을 내놓을 만큼 납득시키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다. 사람은 원래 제대로 납득되지 않으면 단돈 10원도 남에게 주기 힘들다. 그래서 두 번째 방법을 떠올려야 한다. 아마도 그것은 그에 합당한 무엇인가를 주는 것이다. 백만 원짜리 가치를 가진 전자제품일 수도 있고,..

인간·사회 2020.06.19

2019년 12월 31일

오늘 아침 눈을 떠보니 새벽 5시 45분이다. 사실 자발적으로 눈을 뜬 것이 아니라 아내가 자고 있는 나를 깨웠다. 그리고 아마도 아내는 한참 전인 5시쯤 깨었을 것이다. 우리 부부는 요즘 대충 5시 반쯤 눈을 뜬다. 아내가 아침마다 회사에서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해서 평균적으로 일어나는 시간이 그렇게 빨라져 버렸다! 딱히 출근할 곳도 없는 내가 아침에 그리 일찍 일어나는 것은, 일단 일찍 자니 일찍 깨는 것이기도 하고, 오늘처럼 일어나기 힘든데도 억지로 일어나는 것은 아침에 출근하는 힘든 아내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려주기 위해서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참 자상한 남편이다. 지난 3년 동안 매일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어제는 아내가 회사 회식이라서 늦게 집에 왔다. 집에 도착한 것이 거의 11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