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밟이 뜨겁던 여름 한 날 갑자기 내린 소나기가 남기고 간 물웅덩이 그 안엔 내린 비가 떠나 온 하늘이 담겨 있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한없이 높게만 느껴졌던 네가,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었지만 내내 무심했던 네가, 그렇게 한없이 오만해 보였던 네가, 지금 내 발 밑에 놓였다 내 오.. 시 2019.08.05
흰머리 젊어서는 그리 희어지려고 선블록에 미백 크림 발라대더니, 나이 먹어 검던 내가 하얗게 되니 그리 사정없이 뽑아서 버리는구나. 너무 그러지 마라. 나도 한 때는 잘나갔다. 젊은 날, 미장원에 가서 잘 꾸미고 나오는 날에는 식당 숟가락에도 나를 비춰보지 않았느냐. 그러니 늙은 나를 너.. 시 2019.07.23
잡초 누가 너를 잡초라고 부르더냐. 자기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너를 그리 부르더냐. 너는 그냥 그 자리에서 태어나 자랐을 뿐인데, 그곳이 자기 밭이라고 그렇게 말하더냐. 그래서 누구는 채소고, 누구는 풀이고, 누구는 잡초더냐. 이보쇼 시인양반. 혹시 잡초 뽑아봤소? 힘껏 잡아 뜯어 .. 시 2019.07.19
나무 봄이 오면 연두색 여린 잎을 피우고, 여름이 오면 진한 초록빛으로 거칠 것 없는 햇빛을 가린다. 그 덕에 나는 잠깐 그늘에 있다. 가을이 오면 노랗게 물들어 눈을 즐겁게 하고, 겨울이 오면 가진 잎을 다 떨구어 드러난 여린 가지들 사이로 부드러운 햇살을 내려 보내준다. 그 덕에 나는 .. 시 2019.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