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아이루다 2019. 7. 19. 05:56



누가 너를 잡초라고 부르더냐.

자기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너를 그리 부르더냐.

너는 그냥 그 자리에서 태어나 자랐을 뿐인데, 그곳이 자기 밭이라고 그렇게 말하더냐.

그래서 누구는 채소고, 누구는 풀이고, 누구는 잡초더냐.

 


이보쇼 시인양반. 혹시 잡초 뽑아봤소?

힘껏 잡아 뜯어 봐야 뿌리는 굳건하고 하루만 지나도 도로 나는, 그 잡초 말이오.

봄부터 비료치고, 땅 뒤집어 만든 땅에 허락도 없이 뿌리를 내리고 자란, 그 잡초 말이오.

고구마 잘 키워 가을에 거둬 아들 녀석 입학금에 딸내미 옷 한 벌이라도 사주고 싶은 그 마음을,

당신은 아시오?

농담이오. 나 혼자 살고 있소.

나도 그리 차별하고 싶지 않소. 나도 외로워서 함께 잘 지내고 싶소.

하지만 그리 멀리서 보니 잡초와 고구마가 다 그리 똑같이 보이는 것이오.

그러지 말고 가까이 오소. 그래야 제대로 보일 것이오.

그리 말하는 얄미운 입이지만 가을에 거둔 잘 익은 고구마 한 입이라도 멕이면 그리 맛있다고 하면서 그 맛을 예찬을 하는 것이 당신 마음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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