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바보야, 좋은 것은 남기는 것이 아니라 담아 두는 거야

아이루다 2014. 3. 20. 08:42

 

혹시 이른 아침에 길을 걷다가 간밤에 맺힌 이슬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것 본 적 있어? 따뜻한 햇살이 금새 그들의 흔적을 지워버릴 테지만 그래도 한 동안은 그렇게 예쁜게 반짝이거든.

 

간밤에 비가 온 후 아침에 걷는 길에서 흙내음을 맡아 본 적이 있어? 그래.. 대도시에 사는 우리들은 그런 냄새 참 맡기 힘들긴 해. 그래도 근처 공원에 흙이 있는 곳에 가보면 또 그렇게 어렵지 않게 맡을 수 있어. 대도시라고 해도 꽤나 군데군데 공원이 있거든.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이나 바람이 쎄게 불어서 구름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하늘 구경 해본 적 있어? 그래 이것들은 그래도 하늘이라서.. 우리가 아직 덜 망쳐놔서 그나마 날이 좋은 날엔 볼 수 있는 풍경이지. 그런데 그러면 뭐해. 우리가 고개를 들지 않는걸.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개구리가 우는 소리, 빗 방울이 풀잎을 때리는 소리 그리고 정말 조용할 땐 눈이 내리는 소리도 있어. 그런데 우린 잘 못 듣지.

 

그래도 가끔 여행을 가서 도심에서 멀어지면 운이 좋을 땐 그런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기도 해. 그런데 우린 그런 것을 보면 신기해서 매번 카메라를 들어 그것들을 담아 오지.

 

짧게는 국내 여행을 가도 그렇고, 해외 여행을 가도 남는 것은 사진이라면서 정말로 많은 사진을 찍어서 돌아오곤 해. 그리고 가끔 그것을 보면서 아니 보여주면서 그 시절을 기억하려고 하지.

 

혹시 올림픽 같은 스포츠 행사에서 금메달 받는 선수들 본 적 있어?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을 걸고 단 한가지 목표를 위해서만 살아 온 그 삶이 목표에 다달았을 때 흘리는 눈물을 기억 해?

 

아마도 슬퍼서 우는 것은 아닐 거야. 너무도 기쁘고 행복해서 우는 것일꺼야. 그런데 정작 너는 그렇게 행복해서 울어 본적이 있어? 기억해 봐. 정말로 너무도 행복해서 눈물이 줄줄 흘렀던 기억이 언제인지를. 나는 그게 까마득하네. 언제 있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아.

 

그런데 그렇게 정말로 행복하면 우리는 사진을 찍을 엄두를 안낸다는 것 알아? 막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나 시상대 선 선수들은 사진을 찍히기만 하지. 뭐 그때 셀카를 찍는 선수들도 있으려나.

 

그래, 사람은 원래 정말로 행복하면 아무 생각이 안나. 그리고 그렇게 행복하면 누구에게 얘기하고 싶지도 않고 자랑하고 싶어 하지도 않지. 그냥 행복한 것은 행복할 뿐이야.

 

한 장의 사진이 100의 행복이라면 10장은 비슷한 사진은 각자 더해져서 1000이 되지 않아. 그냥 나눠져서 10씩 될 뿐. 그 많은 사진을 찍어서 남기는 것은 가치를 나누는 것 밖에 안된다는 것, 모르겠어?

 

정말 좋은 것은 그냥 마음 속에 담아 두는 거야. 우린 햇살에 반짝이는 햇살의 눈부심을, 짝을 찾는 새들의 지저귐을, 눈이 내리는 마을의 풍경을 마음처럼 담아 두는 장치를 아직 만들지 못했어. 그런데 아마도 영원히 못 만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

 

왜냐하면 우리의 마음은 그것을 막 각색하거든. 그래서 고생도 오래 지나면 재미난 추억이 되고 행복한 기억은 정말로 행복하게만 남게 되거든.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기계는 너무 정직해. 각색을 할 줄 몰라.

 

정말로 행복해서 눈물을 줄줄 흘려 본 기억이 까마득하다면, 아니 아예 기억조차 없다면 아직도 제대로 행복해 보지 못한 거야. 왜 더 행복할 수 있는데 지금 여기에서 포기하는 거야?

 

어려워서?

 

아니야. 우린 언제 어디서든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어. 단지 우리가 이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아니 구체적으로 말하면 욕망이 그것을 가로막고 있어서 그래.

 

세탁기가 없이 1년을 살아 본 사람은 세탁기를 붙잡고 내가 말한 행복함을 느끼고 펑펑 울 수 있어. 그런데 누가 세탁기 잡고 펑펑 울어 보겠어. 이미 세탁기는 우리에게 당연한 것이 되었으니까 그렇거든.

 

세상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니 그것들로 인해 행복 할 수 없는거야. 그런데 그것들이 그리 당연한 것들인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세상 모든 것이 감사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조금을 못 바꿔서 행복한 눈물을 흘리지 못하고 사는 거지. 그리고 부족하니 사진을 자꾸 찍어. 그것도 부족하니 사람들에게 자꾸 공유 해.

 

행복하게 사는 거..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야. 우리가 더 고민할 것은 정말로 행복하게만 살아도 되는가에 대한 것이어야 해. 그런데 우린 행복도 힘들어 하고 있어.

 

사는 것은 행복한 것야. 행복하기에 사는 것이라고. 행복이 중단되면 우리는 죽어. 죽음은 행복하지 않을 때 찾아오게 되어 있다고. 그러니 사는 모든 이들은 이미 행복한 거야. 단지 그 행복을 스스로 받아 들이지 못할 뿐이지.

 

어떻게 살거야?

 

계속 그렇게 남기기만 하면서 살거야? 그리고 너무 많이 남겨서 대체 언제 무엇을 남겼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그냥 가끔은 그냥 마음 속에 담아만 두고 살면 안될까? 꼭 그렇게 남겨야 직성이 풀리니?

 

누군가에 함께 있다면 그 사람을 보고 그 사람과 말해. 왜 얼굴도 못보고 목소리도 못듣는 스마트 폰에 있는 존재와 어렵게 문자로 대화하니.

 

파랑새는 주변에 있다는 말은 사실이야. 그것은 멀리 여행을 가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스마트 폰 속에 있는 것도 아니야. 물론 그것들도 행복한 이유가 되기도 하지. 중요한 것은 행복을 느끼는 자신의 마음이라고. 행복함은 만족의 결과인데 우리의 만족은 얼마가지 못 해. 그러니 우리는 또 다른 행복을 찾아 나서야 해. 그런데 얼마나 힘드니. 그전 행복도 얻기 힘들었는데 이젠 그것보다 더 큰게 있어야 행복하거든.

 

그렇게 살거야?

 

힘들게 힘들게 노력해서 행복 하나 얻고, 또 시간이 흐르면 더 큰 노력을 해서 행복을 얻고. 너무 힘들지 않어?

 

그냥 지금이라도 마음을 좀 바꾸면 안될까?

 

그래, 생각해 봐. 마음 바꾸기가 그리 쉽겠니. 수 십년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말야. 그래도 너가 좀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게 행복하길 바라고.

 

봄이 오고 있어. 매일 지나는 길에 풀들이 어느새 나 있고 벗꽃의 봉오리는 점점 더 커지네. 수 십년째 반복되는 봄이지만 이번 봄은 또 다른 행복을 주고 있어. 나의 상상은 어느새 벗꽃이 휘날리는 4월의 어느날을 향해 가고 있어. 그때가 되면 나도 이젠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 좀 그만하고 그 꽃비를 그냥 바라보고 싶어.

 

나도 이제 좀 행복하고 싶다고. 너도 그러길 바래.

 

 

 

 

'소소한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억의 궁전  (0) 2014.04.25
마천동민  (0) 2014.03.24
눈이 내린 바다  (0) 2014.02.24
[스크랩] 해고 노동자를 위한 노란봉투 캠페인  (0) 2014.02.21
나루 보내기 연습  (0) 2013.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