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눈이 내린 바다

아이루다 2014. 2. 24. 10:43

 

지난 금요일 개인적인 예정이 없었던 바다를 가게 되었다. 유진이가 갑자기 바다를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서해와 동해 중에서 동해를 골랐다. 나는 얼마 전 동해에 꽤나 많은 눈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 걱정도 되었지만 또한 마음 속으로는 그 엄청난 눈을 볼 수 있게 됨을 약간 기대를 했다.

 

그리고 금요일 둘이서 동해를 향해 떠났다. 목적지는 동해시에 있는 망상 해수욕장.

 

예전엔 묵호라고 불린 이 지역에 대한 내 개인적인 인연은 바로 내가 태어난 곳이란 점이다. 아버지가 항만청 소속 공무원이셨던 까닭에 아버지는 자주 직장을 옮기셨으며 묵호항에서 약 2년 정도 근무하실 때 나를 낳았다고 한다.

 

나는 그래서 고향은 전북 군산이지만 실제로 태어난 곳은 묵호였다. 이것은 내가 이곳에 갈 때마다 아는 이들에게 말하는 주 레파토리이다.

 

망상 해수욕장은 개인적으로 몇 차례 방문을 했다. 여름에 간적도 한 두번 정도 되고 이번처럼 그냥 뜬금없이 간적도 몇 차례 된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정말 오랜만에 눈이 내린 해변을 구경할 수 있었다. 어쩌면 살아 생전에 또 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끔 이런 풍경은 나를 많이 행복하게 해준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해안가에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파도와 그냥 쌓인 하얀 눈, 그리 맑지는 않았지만 파란 하늘과 깊은 심연의 빛이 보이는 동해의 바다는 묘한 대비와 조화를 이루면서 나의 얼마 있지 않은 감성을 자극했다.

 

우리 둘은 한 동안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동안 이루어진 이 방문에서 나는 거의 500킬로를 운전했다. 돌아오는 길이 꽤나 피곤하긴 했지만 한번쯤 경험을 해도 좋을 여행이라고 기억될 것이다.

 

가끔 산다는 것은 냉정할 정도로 단순한다. 그 많은 생각과 그 많은 경험을 하면서 너무도 복잡해 보이는 사정없이 얽힌 실타래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정작 아무말도 안해주는 이런 풍광은 나에게 '그냥 살어' 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