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12월 20일 마감산 산행

아이루다 2014. 12. 21. 08:08

 

원래는 산행을 하고 싶다기 보다는, 온천에 가고 싶어서 겸사 겸사 계획한 여정이었다.

 

뭐랄까? 이런 종류의 여정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산행 - 온천 - 맛있는 먹거리 순으로 진행된 이번 산행은 예상밖에 추가된 한 가지 요소에 의해서 그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그것은 바로 제법 내린 눈이었다.

 

그리 높지 않느 산 그리고 온천을 할 수 있으며 서울에서 많이 멀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가지고 검색을 하다가 여주온천 이란 곳을 찾았다. 그리고 여기엔 마감산이란 특이한 이름을 가진 나지막한 산이 있었다.

 

마감산은 그 높이가 해발 400M 정도 밖에 안되는 듯 했다. 그런데 능선이 워낙 부드럽게 이어져서 시작점에서 정상까지 가는데만 2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래서 왕복하면 5시간. 산행으로써 그리 만만한 시간은 아니었다.

 

그래도 뭐 딱히 정상에 꼭 가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사는 처지는 아니니, 편한 마음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해보니 한 10cm 정도의 눈이 쌓여 있었다. 그래도 아이젠을 준비해서 갔기에 착용을 하고 올라갔다.

 

이번 산행은 두 가지가 참 좋았다. 일단 눈이 온 산을 오르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요즘 날씨가 무척 추워서인지 아니면 산이 워낙 지명도가 없는 것인지 산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이 10명도 안되었다. 전체 산행 시간의 대부분은 눈을 밟는 소리와 우리가 떠드는 소리로만 채워졌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눈이 습해서 계속 아이젠에 달라붙는 현상이었다. 정말로 열 걸음을 더 딛기도 전에 우린 눈을 떼내야 했다. 그래서 급조한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다니게 되었다.

 

산행은 한 3시간 정도로 마무리 했다. 중간 능선쯤에서 포기하고 내려왔다. 힘들어서 보다는, 너무 시간을 지체하면 이후 일정에 무리가 있을 듯 해서 그랬다.

 

내려와서 여주온천에 갔는데, 생각하고는 달리 그냥 동네 목욕탕식의 운영을 하고 있었다. 시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요금도 그렇고 내부에서 노천탕에 남녀가 같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없었다. 노천탕이 있긴 하지만 그냥 남녀가 따로 각자 보낼 수 있는 공간만이 있었다.

 

그래서 수영복까지 야심차게 준비해간 우리는 각자 잠시간을 이별을 하고 남탕과 여탕으로 헤어져 들어갔다. 그리고 한 시간쯤 후에 나왔다.

 

나는 안에 거의 모든 시간을 노천탕에서 몸을 담군채 보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눈이 날려서 은색의 가루가 머리로 떨어지고 목 아래로 잠긴 내 몸은 따뜻한 온천의 물이 감싸주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행복은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라고 했던 그 수 많은 말들이 스쳐 지나갔다.

 

돌아오는 길에는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막국수 집에 들러서 막국수와 매밀전병을 먹었다. 말 그대로 산행, 온천, 맜있는 먹거리 삼박자가 맞춰진 여정이었다.

 

서울집에서 한 80km 거리의 여정이었는데, 가끔 가도 참 좋을 곳이란 기억으로 남았다.

 

등산로 입구 부분이다. 눈이 참 예쁘다.

여기에도 고라니가 사는 듯 굽 발자국이 선명하다.

그냥 겨울 사진처럼 한 장 찍었다.

두 개의 나무가 하나로 합쳐진 듯 나이테가 두 개인 나무가 잘려 있었다. 신기하다.

등산을 오른 산 뿐만 아니라 주변 산이 모두 하얗다. 파란 하늘과 하얀 눈. 참 좋은 조합이다.

쓰러진 채로 자라는 나무 위로 눈이 수북히 덮혀 있다.

오늘 고생한 내 신발과 그 위에 끼어진 아이젠.

산행 중 만나 새. 동고비 같은데, 나무를 쪼고 있었다.

 

운 좋게 딱다구리를 만날 수 있었다. 스냅 사진은 초점이 다 안 맞아서 못쓰게 되었고, 동영상은 제법 잘 찍혔다. 이 딱다구리는 쇠딱다구리라는 고유 명이 있고, 딱다구리들 중 제일 몸 크기가 작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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