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어떤 바램

아이루다 2015. 6. 30. 06:40

 

살면서 딱히 신을 믿어 본 적도 없고, 그래서 구체적으로 기도를 해 본적도 없다. 단지 인생을 크게 뒤흔들 수 있는 몇 번의 고비에서 나도 모르게 무엇인가를 바래본 적이 있었다. 그것이 달밤에 깨끗한 정화수를 떠 놓고 진심으로 빌던 우리 어머니들의 마음일 수도, 자신이 믿는 종교의 절대자를 향한 절박한 기도였을 수도 있다.

 

그 대상이 누군지 상관없이, 우리는 자신의 능력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을 해야 하거나,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할 때, 그런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메말라서 그런지, 나는 살아오면서 구체적으로 죽음을 경험한 일이 거의 없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는 그랬다.

 

가장 가까운 분이었던 할머니는, 내가 세상에 대해서 잘 모를 때 돌아가셨고, 몇 해년 전에 돌아가신 고모는, 살아생전에 교류가 너무 없어서 그냥 덤덤히 넘어갔었다.

 

그리고 1년 반쯤 전에 잠시 키우던 토끼 나루의 죽음을 경험했다. 아마도 나는 이때 처음으로 죽음을 경험한 듯 하다. 나는 지금도 나루가 마지막으로 힘들게 숨을 들이키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런데 이젠 아마도 처음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바라봐야 할 듯 하다. 매형의 수술이 가장 최악의 케이스로 끝났기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수술 중 포기 사태가 일어났다.

 

수술 중 암 세포가 너무 많이 퍼진 것이 확인되어서, 수술 중 한 시간 만에 포기하고는 중단했다고 한다. 몇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역시도 정확히 누군가에게 바란 것은 아니었다. 그냥 마음 속에서 희망했다. 하지만 이제 거의 결론이 나버렸다. 받아 들어야 할 시간이 되었다.

 

가끔 매형의 소식을 전해오는 누나의 말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딴에는 위로를 한답시고 하는데, 그런 내 모습이 한심스럽기도 하다. 도대체 무엇을 말해야 할까?

 

이제 마지막 바램은, 매형이 마지막으로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고통 없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치지만, 남은 시간 동안 누나와 매형이 서로를 좀 더 남길 수 있는 시간이 보내길 바란다. 그리고 누나가 그 삶을 충분히 누리고 떠나는 순간에 매형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예전에 본, 기분 좋은 그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키우던 애완동물들이 먼저 죽으면, 그 주인이 죽어서 천국에 갈 때, 입구에서 마중을 나와 있다는 이야기였다.

 

나와 유진이는 가끔 토끼 나루가 그렇게 있길 바란다.

 

사후세계를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그냥 그랬으면 한다. 그리고 매형도 누나가 먼 여행을 떠날 때, 그곳 입구에 서서 늘 그렇듯, 활짝 웃고 있길 바란다.

 

쓰다 보니, 바라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지금은 그냥 매형이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행복하기만을 바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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