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보내는 마음

아이루다 2015. 7. 29. 08:44

 

어제 그리 덥더니, 오늘 새벽 하늘은 낮고 회색 빛이다. 그리고 지금은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다행이 오늘 하루는 어제보다는 좀 덜 더울 모양이다.

 

나에게 7월 마지막 주인, 이번 주간은 좀 애매한 시간이다. 같이 일하는 분이 여름 휴가를 가서, 집에서 일을 해야 하는 처지이면서, 또한 딱히 해야 할 일도 없다. 그러면서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 지난주에 급하게 만든 테스트 제품이 어디선가 성능 테스트를 하고 있어서, 버그나 추가 요청 사항이 발생하면 그것을 해줘야 한다.

 

한마디로 대기 상태이다. 그래서 어딘가 갈 수도, 갈 마음도 없다.

 

지난 일요일 날 한 번, 어제 한 번 매형이 있는 병원에 다녀왔다. 일요일도 어제도 누나의 요청이 있어서 다녀왔다. 그 전엔 몇 번 가려고 했으나, 누나와 매형이 오지 않았으면 해서 가지 않았는데, 누나가 많이 힘든 모양이다.

 

매형의 항암치료는 포기가 되었다. 도저히 체력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암은 점점 더 번지고 있다. 그래서 요즘 매형이 겪는 통증은 상상하기가 힘들 지경이다.

 

한마디로, 입에서 지속적으로 신음소리가 나고, 손 발이 수시로 떨린다. 도대체 얼마나 아프면 저렇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온갖 진통제를 다 맞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매형의 남은 삶은 길어야 한달 이내가 될 듯 하다. 지금 호스피스 병원을 알아보고 있는데, 호스피스 병원이 원래 그렇다고 한다. 거기는 치료가 아닌, 마지막 가는 길, 편히 가는 병원이다.

 

그것도 자리가 부족해서 대기를 해야 할 상황이다. 어차피 포기하고 갈 것이라면 일찍 가는 것이 좋은데.. 그런 것마저도 경쟁을 해야 하는 세상이다. 하기야 화장터에 들어가는 것도 줄을 서야 한다고 하니.. 과연 우리의 삶에서 언제 경쟁을 하지 않을까?

 

어제 뒷 산에 산책을 가는 중, 이런 저런 생각이 났다. 예전에 읽은 짧은 만화 한편도 기억이 났고, 누나가 얘기해줘서 읽은 아만자 라는 웹툰도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귀에는 슬픈 음악이 흘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죽음이란 것.. 생각보다 많이 슬프다.

 

오늘 천둥이 치며 비가 오는 하늘을 보니, 꼭 오늘 매형이 떠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나는 어제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아예 병원을 떠나지 않으려고 한다. 조카 아이도 그렇다.

 

어제 병원에 있는 도중, 밤에 거의 잠을 못 잔 누나가 쪽 잠을 청한다. 그런데 잠시 있다가 보니.. 몸이 자꾸 떨린다. 누나가 울고 있었다. 나는 해줄 것이 없어서 그냥 손을 잡아 줬다. 그랬더니.. 누나의 몸은 더 떨린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좀 있다가 갑자기 간호사가 들어왔다. 누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옷을 가다듬고 평상시 목소리로 대화를 한다. 누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해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매형이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기게 되면, 누나네 집은 일단 한숨은 돌릴 것이다. 한 달하고 반 정도의 시간 동안 매형의 일로 속이 끓은 누나는 같이 먹을 때, 자신은 말기 암에 걸리면 그냥 주변 다 정리하고 바로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서 죽을 때까지 있겠다고 한다.

 

그것은 매형이 느낄 고통에 대한 공포이며, 그것을 바라봐야 하는 가족의 고통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아마도 나는 그냥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를 바라보려고 노력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적어도 죽음 앞에서라면, 나는 가장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적어도 죽음 앞에서라면 말이다.

 

매형은 지금 거의 먹질 못한다. 물만 조금 마신다. 영양분은 모두 혈액으로 직접 공급되며, 배출되는 것도 인공 항문을 통해 그냥 흘러 나온다. 마치 그냥 흐르는 느낌이다. 어떤 액체들이 몸으로 주입되고, 머물다가 다시 밖으로 빠져 나온다. 멈춤이라는 것이 없다.

 

너무도 깡마른 얼굴과 퉁퉁 부운 발은 묘한 대비를 이루면서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지금으로써는 그냥 빨리 편히 떠나길 바란다. 다행히 누나네 식구들은 모두 기독교를 열심히 믿고 있는 분들이니, 죽음 자체를 그리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어제 매형이 조금 정신이 멀쩡할 때, 누나와 매형이 시체 기증 문제를 논의하는 장면은 나에겐 조금 충격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기증이 안 된다면, 매형은 태워서 수목장을 하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전화기에서 사람들의 연락처 하나하나를 알려주면서, 자신의 죽음을 알릴 사람을 누나에게 전달해줬다.

 

삶은 끝내야 하는 사람으로써는 너무도 차분했다.

 

앞으로 매형이 얼마나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간 떠날 것이고, 또 시간이 흐르고 누나는 다시 웃음을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때 어제 찍은 매형의 퉁퉁 부운 예쁜 발 사진을 보내 줄 것이다.

 

그런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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