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8월을 정리하며

아이루다 2015. 8. 31. 07:41

 

보통 다사다난 했다는 표현은 한 해를 보내면서 쓰곤 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2015 8월이 다사다난했다.

 

개인적으로 여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땀이 많이 나는 편이고, 몸이 끈끈한 느낌을 잘 참지 못한다. 그런데 여름은, 특히 8월의 여름은 매일이 그런 날이다.

 

특히나 열대야가 나타날 상황이 되면, 나는 많이 힘들어 한다.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열대야를 지내기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해서 일하고 있는 장소에도 에어컨의 혜택을 거의 얻을 수 없다. 덕분에 나는 8월 한달 동안 거의 에어컨이 없는 환경에서 지냈다.

 

8월에 시작된 하나의 프로젝트가 스트레스를 좀 많이 준다. 사실, 그것은 일 자체가 아니다. 당연하게도 언제나 사람 스트레스이다. 특히 프로그램 개발 의뢰를 맡아서, 그 일을 해 주고 돈을 받을 때면 담당자의 성격이 무척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담당자의 성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특히나 일정을 모두 자기의 의도대로 정하고 끌고 가려는 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좀 힘들었다.

 

8월의 더위와 그리 달갑지 않는 일을 해야 할 처지가 나를 나름 힘들게 했다.

 

그럼에도 이 두 가지 상황만으로 다사다난 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좀 이상하다. 역시나 8월엔 이젠 고인이 된 매형의 떠남이 있었기에 그런 표현을 쓸 수 있다.

 

죽음, 장례식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절차는 나에게 여러 가지 느낌을 주었고, 내 미래의 삶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 듯 하다. 보통 나는 주변에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잘 흔들리지 않는 편인데, 누군가의 죽음은 그것도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떠나가는 죽음은 남달랐다.

 

아마도 나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내 주변의 사람들을 모두 보낸 후 떠나야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오래 살아야 한다는 뜻인데,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노력하려고 한다.

 

내가 매형의 마지막을 보면서 느낀 가장 큰 것은, 누군가를 남기고 가는 것은 도저히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다 보내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나는 장수에 대한 욕망이 생겼다.

 

그리고 더해서 이번 일을 겪으면서 다소 마른 쌀알처럼 서로 겉돌던 형제들의 관계가 설익은 밥이라도 된 듯, 조금 더 붙었다. 물론 이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시 말라서 쌀알로 되돌아가겠지만, 다들 한번쯤은 같이 붙었던 시절을 기억은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작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남은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욕망과 싸움 중이다. 그것은 바로 돈, 즉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면서 그 끝을 모르는 욕망과의 싸움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계속 지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사실 나는 큰 이변이 없다면, 먹고는 살 수 있다. 생각지도 못한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해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한, 나는 그럴 것이다.

 

특히 앞으로 한 5년 정도만 더 일을 하게 되면, 풍족하게는 못살아도 그냥 먹고는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자꾸 어떤 욕심이 생겨난다. 이것은 잉여로움에 대한 욕망이고, 그냥 오랫동안 내가 가져온 관성과 같은 욕망이다.

 

혹시 나는 어느 정도 자유로워 졌을지도 모른다. 단지 내가 그것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이것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9월이 코 앞이다. 가을은 내가 참 많이 좋아하는 계절이다. 그런데 내가 가을을 좋아하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나는 원래 겨울을 좋아했다. 그런데 시골에 집을 짓고 사니, 가을이 더 좋다. 왜냐하면 시골집의 겨울은 여러 가지 걱정거리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 가을은 더욱 더 많이 기다려진다. 단풍이 든 나무들과 파란 하늘 그리고 오랜만에 맑은 밤하늘 속에서 안드로메다를 찍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형형색색 물든 단풍잎을 찍고, 도시락을 싸서 산행을 갈 것이다. 그것은 이 덥고 다사다난했던 여름을 보낸 나에 대한 작은 보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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