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책이 나왔다

아이루다 2015. 11. 30. 12:50

 

아마 한 1년 정도 되었을 것이다. 이 블로그에 쓰여진 글 중에 특별한 댓글 하나가 달린 때가 말이다.

 

그것은 바로 한 출판사에서 일하시는 분이, 이 블로그의 글을 책으로 내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보는 내용이었다. 처음 그 댓글을 보고 개인적으로 좀 많이 놀랬다.

 

원래 책을 내보고 싶은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나는 이 블로그 글이 한 10년 정도 쌓였을 때, 10년쯤 후에 시도해보려고 했다. 더해서 꼭 내겠다는 생각도 아니었고, 그냥 막연한 바램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책을 내고 싶다고 해서 내지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내가 이 블로그 글들을 책으로 내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자신이 없어 하는 이유는, 일단 이 블로그를 채운 글들 자체의 부족함이다. 더해서 이 글들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관심 있어 하는 주제와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는 것도 꽤나 크다. 설령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책을 내봐야 읽어줄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더이상 책이 아니다.

 

추가적으로 이 블로그에 적힌 글들의 대부분은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이 아닌, 주로 질책이나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니 과연 누가 이 글들을 기분 좋게 볼 수 있겠는가.

 

물론 요즘도 블로그 통계치를 살펴보면, 몇 십 명 단위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꾸준히 방문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방문한 사람들이 읽은 글들의 대부분의 주제는 천문이나 전원주택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나중에 알았지만, 출판사 사장님도 이 블로그 글 중에서 심리학 카테고리로 분류된 글에 흥미를 느끼셨다고 한다. 하지만 이 블로그의 글들에서 심리학에 대한 내용은 빈약하기 그지없고, 개인적으로도 약간 흥미 위주로만 다뤘을 뿐이다.

 

대부분의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은 '인간과 철학' 카테고리와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에 모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진행되었다. 사실 아마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란 곳에서 매년 5월쯤 진행한다는,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된 행운이 없었다면, 이 책은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튼 이 책은 운 좋게 당선이 된 덕에 '2015년 우수출판콘텐츠' 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올 수 있었다.

 

이제 막 책은 나왔지만 걱정스럽기는 여전하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걱정은 이미 말했듯이 과연 누가 이런 주제의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개인적으로야 책이 나온 것 자체만 해도 좋은 경험이지만, 작은 규모의 출판사 사장님에게는 생업이 걸린 문제이니, 걱정이 좀 된다. 물론 내 걱정과는 달리 이 책에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시진 않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책이 좀 팔렸으면 좋겠다. 지금 현재는 팔릴까 하는 의문과 팔렸으면 하는 희망이 교차하고 있다.

 

일단 아는 지인들에게는 최대한 책을 사라고 우길 생각이다. 그리로 우연히 블로그에 들어왔다가 이 글을 읽을 어떤 분께도 혹시라도 이 블로그 글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다면 기부 차원으로 한 권 사주셨으면 좋겠다.

 

겸손이 아니라, 책이 좋으니 사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이 블로그의 글이나 책의 글들은 모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서 사실 뻔한 내용들이고, 단지 책은 이미 올라와 있는 글들을 좀 더 많이 가다듬고 손질해서 편집한 목록이다.

 

그럼에도 지난 몇 차례에 걸쳐 고생하면서 글들을 정리했던 시간과, 오타를 검증하고, 글 순서와 기타 여러 가지 형태의 구성을 하며 디자인까지를 정성스럽게 해주신 출판사 사장님께 대한 고마움으로 인해 다른 분들에게 뻔뻔하게 책을 좀 사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개인적인 소감을 써보자면, 이미 써진 글들을 정리하는 차원이라서 소설가들처럼 탈고의 고통을 겪은 것은 아니지만, 책을 한 권 출간해보는 경험은 참 좋았다. 아마도 첫 책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리고 막연하지만, 마지막 책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은 책을 낼 때가 아니다. 또한 나중엔 책을 낼 수 있을 때쯤이 되어서는 책을 낼 필요가 없길 바란다.

 

사실 처음 생각은 10년 후쯤 책을 내고 싶다는 욕망을 있었지만, 매년 글을 써가면서 이젠 그게 바뀌었다. 그것은 바로 그런 욕망 자체가 모두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 희망이든 욕망이든 간에 상관없이 그 자체를 최대한 줄이고 싶다는 생각이다.

 

 

 

 

 

지난 주 목요일에는 책이 나온 김에 출판사 사장님과 지인 한 분이 막 출간된 책을 들고 영월에 다녀가셨다. 그리고 지인 분이 영월은 1월의 전달, 12월이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표현이다.

 

이제 하루만 지나면 12월이다. 지난 주는 첫 눈도 왔다. 올해의 마지막 달. 그리고 0월인 12월에 영월에서 따뜻한 벽난로를 쬐면서 2015년을 마무리 해야겠다.

 

책의 이름은 '내가 모르는 나' 이다. 제목을 짓기가 너무 어려워서, 사장님이 결정했다. 그리고 이 책엔 내가 키웠던 두 마리의 동물이 출연한다. 하나는 오래 전 키웠던 고양이 '빙고' 이고, 다른 하나는 2년 전 떠난 '나루' 이다. 빙고에 비해서 나루의 역할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빙고씨와 대화라는 카테고리로 상담사 고양이를 고정적으로 써볼까도 한다. 재미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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