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에세이 64

김두삼씨 이야기 - 1

1. 형식은 내용을 지배한다 이제야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나는 우울함조차 사치였던 날들을 지나는 중이었다. 아주 작은 불운한 사건 하나로 시작된 꼬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커지더니 서른다섯이 될 무렵쯤의 내 삶을 결국 대한민국 상위 1%로 올라서게 했다. 그 기준점이 차라리 가난 같은 것이라면 좋겠지만, 운 나쁘게도 그것은 바로 인간혐오의 순위였다. 그리고는 나는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속절없이 추락하는 주식 그래프도 중간에 잠시나마 반동이 있기 마련인데, 당시 내 삶은 그런 작은 반항조차 한번 하지 못하고 그렇게 맥없게 주저앉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결국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 해주기 마련이라는 말들을 하고 있지만, 나에겐 오히려 시간은 독이 될 뿐이었다. 당시 막 서른이..

소설, 에세이 2020.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