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정체성 그는 이름도 없고, 이상하게 혼자 살고 있고, 늘 퉁명스러운 말투를 쓰고, 뭔가 불만도 많아 보이는 개미였지만, 그래도 아픈 플라테네스를 보살피는 일만큼은 열심히 했다. 그래서 때가 되면 빼먹지 않고 먹을 것을 가져다 주었고, 몸이 잘 회복되고 있는지 자주 살펴봐주었다. 혼자 오래.. 소설, 에세이 2018.11.11
9. Winter is coming "길을 잃은 거니?" 갑자기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린 것은 늙은 병정개미와 헤어지고 난 후 시간이 한참 흘러서 그의 부러진 앞턱이 왼쪽이었는지 아니면 오른쪽이었는지를 기억해내려고 노력하고 있던 때였다. 플라테네스는 순간 걸음을 멈추고는 주변을 바라봤다. 하지만 어디에서 .. 소설, 에세이 2018.11.08
8. 옛날 이야기 "이 과일 처음 먹어 보는데 정말 맛있네요." "그렇지? 그런데 내가 처음으로 이 과일의 맛을 본 때는 바로 세 번째 전투에 참가 했을 때였단다. 그 당시 나는 적의 기습으로 인해 내가 속해있던 부대와 헤어져서는 삼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숲을 헤매고 있었는데..." 점심 식사 이후 .. 소설, 에세이 2018.11.04
7. 용병 개미단 머리 속은 풀리지 않는 의문들로 가득했지만, 가을이 도착한 산과 들은 그 의문들을 가끔은 잊게 만들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아름다웠다. 특히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을이란 계절을 경험하고 있는 플라테네스의 입장에서 초록빛으로 무성하던 산과, 그 초록빛의 근원이 되는 나무들이 매일.. 소설, 에세이 2018.10.31
6.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 "정말로 말을 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금방이라도 뭔가 말할 듯 굴었던 매국이 다시 입을 연 것은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흐른 후였다. 그 사이 플라테네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기다리기만 했다. 무슨 얘기를 할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 전에 매국이 보여준 격렬한 감정 반응을 생.. 소설, 에세이 2018.10.27
5. 홀로 보내는 밤 플라테네스는 바네사의 대화 후 생겨난 새로운 문제에 사로 잡혀서 새벽녘 무렵까지 잠이 들지를 못했지만,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편안한 잠자리로 인해서 짧은 시간만 자고 일어났어도 그다지 피곤하지는 않았다. 그는 무엇인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고 나서 한참 후에야 자신.. 소설, 에세이 2018.10.23
4. 바네사 쥰 바네사 쥰이 데리고 간 곳은 이제는 플라테네스라고 불리게 된 개미 #3470에게 있어서는 한번도 상상도 못해봤을 만큼 크고 멋지게 지어진 집이었다. 플라테네스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 온, 그리고 삶이 전부였던 개미 굴과는 다르게 지하가 아닌 지상에 지어진 그의 집을 보고는 일종의 .. 소설, 에세이 2018.10.19
3. 세상으로 나가다. 딱히 환송식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개미 굴에 있던 다른 개미들은 처음부터 그의 떠남에 대해서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뒷말로 '도대체 쟤는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정도의 정서들만이 공유되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을 것이다. 그것 조차도 조금이라도 관.. 소설, 에세이 2018.10.14
2. 여왕을 만나다 사실 두 번째였다. 일개미 #3470가 여왕님과 만나는 것은 말이다. 하지만 그는 마치 오늘이 마치 처음으로 여왕님을 만나는 날처럼 느껴졌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처음 여왕님을 만난 것은 알에서 깨어난 후 겨우 하루가 지난 후였기에 그랬다. 그 뿐만이 아니라 모든 개미들은 알에서 깨어.. 소설, 에세이 2018.10.11
1. 일개미 #3470 유난히 뜨겁던 여름이 끝나가던 어느 날, 개미굴 앞에 커다란 매미 한 마리가 떨어졌다. 여름 내내 근처 나무에서 꽤나 시끄럽게 울어대던 수 많은 매미들 중 한 마리가 자신의 삶을 다 하고는 떨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장소가 우연히 개미 굴 앞이었다. 언제나 굴 입구에서 망을 보던 .. 소설, 에세이 2018.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