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64년 생 장순용 눈을 떴다. 아니, 떠졌다. 잠시 비몽사몽간에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혼란스러웠다. 오랜만에 이뤄진 외박, 생각해보니 3년 전 회사를 그만 둔 후 시골에 계신 어머니한테 다녀온 것이 나의 마지막 외박 기록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려니 어제 무리해서 걸었던 몸이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냐면서 비명을 질러댔다. 나는 나도 모르게 끙끙 소리를 내면서 일어나서는 일단 TV부터 켰다. TV는 달갑지 않은 고요함을 깨뜨리는 용도로도 어느 정도 유용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다한 생각들을 멈추는 용도로써 더욱 더 훌륭하게 작동하는 물건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TV를 많이 보면 바보가 된다고들 하지만 아마도 그런 헛소리를 한 사람은 한 번도 혼자되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럴 것이 분명했다. 혼자 밥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