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대화를 하는 다섯 가지 방법

아이루다 2021. 5. 5. 09:44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언제나 대화를 하게 되어 있다. 그 주제가 다양할 뿐, 사람이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 대화를 하게 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어떤 식으로든 대화가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렇다. 쓸만한 정보를 주고 받을 수도 있고, 자신의 힘든 상황이나 억울함을 공감 받을 수도 있고, 자기 자랑을 할 수도 있고, 어떤 사건에 대한 상호 의견 교환도 가능하고, 설득 등의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에 대한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낼 수도 있다. 그리고 다 떠나서 그냥 대화 자체가 재미가 있는 경우도 많다. , 대화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진다.

 

그래서 대화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많은 사람들과 자주 대화를 하고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어도 거기엔 한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대화를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니, 어떤 사람들은 심각하게 힘들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대화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그로 인해 대화를 할 상대를 찾기 힘들거나, 대화를 할 때 그것이 행복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갈등이나 분쟁으로 번저 불행해지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단순한 질문을 하나 떠올려 보자. 우리는 도대체 왜 대화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을까

 

쉽게 답을 떠올리기가 힘든 질문 중 하나이다. 왜 그럴까? 어려운 질문이긴 하지만 답은 존재한다. 그 이유는 바로 대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대화를 하는 방법이 다양해서 그렇다. 그러니까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화를 하게 되면 결이 어긋나면서 오히려 문제가 생기고 마는 것이다.

 

대화는 원래 박수와 같아서 제대로 맞을 때 경쾌한 소리와 좋은 소리가 나게 되는데 그것이 제대로 잘 되지 않으면 그저 허공에 헛손질하는 느낌이 들면서 힘만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장시간 대화를 하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지치기만 한다.

 

, 그렇다면 지금부터 대화의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차례로 알아보자. 그리고 그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왜 대화를 하는 것이 힘든지, 내가 왜 대화를 하는 것이 불편하지를 이해해보도록 하자.

 

첫 번째, 마음으로 듣고 마음으로 말하는 방식이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감정으로 듣고 감정으로 말하는 경우이다. 주로 여자들이 많이 쓰는 대화 방법이다.

 

누군가 최근에 당한 억울한 일을 말하면 같이 분노해준다. 누군가 기쁜 일을 말하면 축하해준다. 대화를 통해 감정을 주고 받는 경우라서 흔히 공감이라고 칭할 수 있는 대화 방식이다. 그래서 가장 좋은 대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완벽한 착각이다. 공감이 가장 좋은 대화방식이라는 생각이 착각이라는 뜻이 아니라, 이 방법을 공감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착각이라는 뜻이다.

 

이 대화 방식은 상대가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면 그 감정을 복사해서 자신의 안에서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 내는 형태로 진행이 된다. 상대가 당한 억울한 사연을 들으면 자신을 그 상황에 두고 자신이 느낄 감정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감정을 그대로 다시 표출한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상대가 표출한 감정보다 더 격렬하게 나가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상대는 너무도 억울해 하는데 나는 별 다른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심지어 상대가 기쁜 일을 말하면 즐거움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시기와 질투심이 생겨나기도 한다. 상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지도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 대화 방식은 공감이 아닌 감정 복사이다. 하지만 여자들 대부분은 이것을 공감이라고 착각한다.

 

두 번째 머리로 듣고 머리로 말하는 방식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성적으로 듣고, 이성적으로 말하는 경우이다. 주로 남자들이 많이 쓰는 방법이다.

 

누군가 억울한 일을 당한 상황을 설명하면 그 말을 듣고 상대방이 느낄 감정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 자체를 판단한다. 상대가 느낀 억울함이 정말로 그럴 만한 것인지를 자신의 상식과 지식 범주 내에서 생각해보고 그 결과를 말해준다. 이때 상대방이 느끼고 있는 억울함이란 감정은 고려되지 않는다. 오직 이성과 팩트 그리고 논리의 관점에서만 상대가 한 말을 판단한다. 또한 상대가 좋은 일을 말하면 그것을 장점과 단점의 관점에서 평가한다.

 

이런 상황이나 여자와 남자가 대화를 하게 되면 문제가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여자는 마음으로 말하는데 남자는 자꾸 머리로 듣게 되니까 그렇다.

 

하지만 이 역시도 착각이다. 남자들은 자신이 머리로 듣는다는, 그러니까 이성적으로 대화를 한다는 착각만 할 뿐이다. 남자들 역시도 감정을 주고 받는데 단지 이성과 논리라는 형식만 취하고 있다.

 

상대에게 좋은 일이 있어서 그것을 자랑할 때 그것이 자신에게도 이득이 될 것 같으면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설명을 하려고 하고, 반대로 시기나 질투심이 생기면 최대한 단점을 부각시키는 설명을 한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기분이 나쁘면 자신이 기분이 나쁜 이유를 이성적으로 설득하려고만 한다. 자신이 왜 기분이 나쁜지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계속 말이 바뀐다. 어제는 기분이 좋아서 그것이 좋은 이유를 잔뜩 설명해놓고, 오늘은 기분이 나쁘니 그것이 나쁜 이유를 잔뜩 설명한다. 앞뒤가 안 맞고, 상황에 따라서 말이 바뀐다. 또한 그것을 지적하면 그것에 대해서 자신이 그럴 수 밖에 없음을 또한 잔뜩 설명하려고 애쓴다. 그러니 여자들이 보기에 남자들은 자기 유리한대로만 이성적으로 구는 존재로 보이게 된다.

 

 

여자는 감정으로 듣고 말하고, 남자들은 이성으로 듣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여자들은 남자들과 대화를 하다가 화가 나지만 반대로 남자들의 자신이 겪은 문제들을 여자들에게 말할 때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머리로 말하는데 마음으로 들어주니 그것이 그리 좋은 것이다. 남자들에게 같은 말을 하면 자꾸 이성적으로 듣고 그 감정의 적합함과 장단점을 따지고 드는데 여자들은 그냥 듣는다. 그리고 그냥 편을 들어 준다. 그러니 얼마나 편하겠는가? 남자가 여자에게 말을 할 때는 같은 남자들에게 말할 때 필요한 불필요한 상황설명이 필요가 없다. 그냥 '요즘 많이 힘들다' 그러면 끝이다.

 

세 번째는 머리로 듣고 마음으로 말하는 방식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성적으로 듣고 감정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언뜻 듣기엔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 매우 좋지 않은 대화 방법이다. 한마디로 리액션이기 때문이다.

 

이 대화법에는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그 말에 담긴 감정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저 상대가 어떤 반응을 원하지만 고려해서 적당하게 감정적으로 반응을 해준다. 상대가 자랑하듯 말하면 부러워해주고, 화를 내는 것 같으면 적당히 분노해주고, 억울해 하면 편을 들어준다. 상대가 왜 그런 감정들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다. 그저 상대에게 적절한 감정 반응만 해주면 끝이다. 그로 인해서 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거의 기억을 못한다.

 

이 대화는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무관심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 사이보다는 회사와 같은 강제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 곳에서 주로 일어나는 대화이다. 특히 나이 많은 남자들에게 젊은 여자들이 하는 대화가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듣기 지겨워도 흥미 있는 척 들어주고, 관심이 없으면서도 관심 있는 척 들어준다. 물론 그냥 하는 서비스는 아니다. 그렇게 해두면 명절날 상품권이라도 하나 더 받을 수 있다.

 

네 번째는 상대의 말을 아예 듣지 않는 것이다. 머릿속에는 오직 내가 할 말만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상대가 하는 말은 그저 내 말을 언제 시작할 지를 결정하는 목적으로만 듣는다. 그야말로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대화 방식이다. 그러니 당연히 대화 방식 중에서는 최악이다. 사실 대화라고 부를 수도 없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를 많이 먹은 사람일수록 점점 이런 대화방법을 쓴다. 나이가 많으니 대화가 아닌 지시를 한다. 상대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에 맞춰서 훈계를 한다. 그야말로 꼰대의 대화방식이다.

 

다섯 번째로 마음으로 듣고 머리로 말하는 방식이 있다. 그러니까 감정으로 듣고 이성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다섯 가지 방법들 중에서 가장 좋다.

 

상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는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내부에서 재판단하지 않고 상대 감정 그대로 이해를 해준다. 거기에 내 감정을 투여하지 않는다. , 상대방의 감정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상대방이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때부터는 이성이 동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느꼈던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적절한 대응을 한다.

 

상대가 자신이 느낀 감정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면 그 감정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감당하기 힘들어서 괴로워하면 그것을 줄여줄 방안을 조언해준다. 또한 그 사람에게 그런 감정을 초래한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서 설명을 해줌으로써 이해를 통한 감정 조절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쉽게 말해서 심리 전문 상담가들이 하는 대화 방식이다. 물론 제대로 된 경우가 드물긴 하지만.

 

만약에 주변에 이런 대화 방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정말로 복 받은 것이다. 그야말로 공짜로 평생 제대로 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대화 방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소수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의 네 가지 방식으로 대화를 하면서 살아간다.

 

이 대화 방법이 유일하고 진짜 공감이다. 감정으로 듣고 감정으로 말하는 것은 그저 감정 복제일 뿐이고, 이렇게 감정으로 듣고 이성으로 말하는 것이 진짜 공감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만약 이 다섯 가지 방법들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반드시 이 다섯 번째 방식으로 선택해야 한다. 사실상 유일하게 제대로 된 대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대화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제대로 하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인간에 대한 매우 깊은 수준의 이해를 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자칭 심리상담사들조차도 그저 그런 흉내만 내게 된다. 자신이 배운 지식에 함몰이 되어서 머리로 듣고 머리로 말하는 것이다. 상대가 말하는 것을 상대가 말하는 감정 그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배운 지식을 배경으로 듣는다. 듣는 동안 머릿속에 끝없이 배웠던 심리학용어가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그 생각 때문에 제대로 듣지도 못한다.

 

어떻게 해야 이런 대화 방식을 제대로 해 낼 수 있을까어렵지만 단순하다. 또한 습득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가장 먼저 나 자신과의 대화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 무조건 감정적으로 경험한다. 타인은 이성적으로 경험되는 반면 나 자신은 언제나 반드시 감정적으로 경험이 된다는 뜻이다. 이 말은 만약 나와의 대화를 한다면 나는 일단 무조건 감정적으로 듣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면 일단 반은 자동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미 감정으로 듣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정으로는 듣지만 이후 이성적으로 말을 못한다. 대신 최대한 빠르게 자신이 느낀 불편한 감정을 없앨 생각만 한다. 원인에 대해서 따지기 보다는 자신이 느낀 감정이 얼마나 정당한지 설득하려고 하고,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크게 착각한다.

 

하지만 진짜 이성적이라면 자신이 그런 감정을 느낀 원인을 제대로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또 다시 그런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일단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감정으로 들었다면 거기에서 멈추고 오랜 시간 생각을 해봐야 한다. 생겨난 감정을 그냥 있는 그대도 표출하거나해결 방안을 찾거나, 어떻게 하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그 본질에 대해서 오랜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서 그 원인을 정확히 알았다면 그때가 바로 이성적 말하는 순간이 된다. 물론 자기 자신과의 대화라서 따로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다. 글이 바로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니까

 

이런 과정을 오래 반복하게 되면 따로 글을 쓰지 않아도,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어떤 감정이 들어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그 감정의 원인을 파악하려고 하게 된다. 그리고 빠르게 이해가 되고 그 후 사라져 간다. 그리고 이것이 어느 정도 가능해지면 이제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그것이 적용된다.

 

감정으로 듣고 이성으로 말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은 흔들리지 않고 상대방의 감정을 받아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이해를 기반한 대응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때 상대는 자신이 제대로 공감을 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진짜 치유가 된다.

 

가장 좋은 대화 방법이지만 매우 어렵게 얻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 만약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식의 대화 방법을 할 줄 안다면 이 세상은 참 살기 좋을 것이다. 싸울 일도 별로 없고, 갈등도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이런 대화 방법을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