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당신이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아이루다 2020. 11. 3. 08:50


당신은 사람입니다. 제가 당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지만, 그것만큼은 확실합니다.

 

당신은 사람이기 때문에 반드시, 또한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산 속에서 홀로 사는 것처럼 보이는 자연인들 조차도 타인들과 최소한의 접촉은 있어야 합니다. 약초가 아무리 몸에 좋아도 약초만으로는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팔아야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정말로 혼자 사는 사람이 있다면, 배가 난파 되어 무인도에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살거나, 다른 사람들이 다 죽어서 혼자 사는 경우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당신이 그런 환경에 놓였을 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매일같이 가족, 친구, 지인, 동창, 회사 사람, 옆 가게 사장님, 동네 사람, 아이 친구의 부모, 종교 모임, 다양한 취미 모임, 마트나 식당 직원, 택배 기사 등등 수 많은 종류의 사람들과 만나며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만남들을 잘 처리하고 있는지 아니면 어떤 어려움들을 느끼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어떤 식으로든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것으로 인해 얼마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잘 대하거나, 잘 지내거나, 별 다른 스트레스를 안 받고 있는 듯 보이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어느 정도 부러움을 느끼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마음 한 구석에 '나는 왜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이렇게 서투를까?' 라는 의문이 떠오르기도 할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딱히 못난 것도 아니고, 어떤 문제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쁜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평소에 다른 사람들에게 과할 정도로 친절하게 대하기도 하는 편인데, 왜 정작 자신은 다른 사람들처럼 편하게 타인을 대하지 못하는지에 대해서 답답함을 느낄 것입니다.

 

이미 충분히 친해진 사람들과 대하는 것은 아무런 부담이 없지만, 학교나 직장을 옮겨서 처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나,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스치듯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나, 어느 정도 알고 지냈더라도 단 둘이 만 있으면 딱히 할 얘기가 떠오르지 않아서 어색하다 못해 불편하고 싫은 감정까지도 느낄 것입니다.

 

그래도 그런 성향이 어릴 때는 수줍음이 많다거나, 얘가 얌전하다든가 등등의 평가로 대충 넘어갑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면 그런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데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래서 궁금해집니다.

 

도대체 나는 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이토록 피곤할까? 그래서 그것에 관해서 찾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리 어렵지 않게 답을 알 수 있지요. 그것이 바로 자신이 '내성적인 성격'을 타고 났다는 점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좋기도 하지만 그만큼이나 피곤하기도 한, 운이 나쁠 때는 좋은 것은 하나도 없고 오직 피곤하기만 한, 그래서 집에서 혼자 있을 때가 제일 편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제일 행복한 것은 아닌 사람, 그래서 결국 마음 잘 맞는 친구를 만났을 때가 가장 행복하긴 하지만 정작 그렇게 지내는 친구의 숫자는 별로 없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바로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것과는 반대로 반대로 끝없이 낯선 사람들과 만나고, 쉽게 친해지고, 쉽게 잊고, 쉽게 대하고, 쉽게 말하고, 쉽게 웃고, 쉽게 다가가고, 쉽게 멀어지는 사람들이 존재함도 알게 됩니다. 그들이 바로 외향적인 사람들이지요.

 

그래서 사람이 가진 성격은 크게 내성적인 성격과 외향적인 성격으로 나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만남에 있어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을 내성적인 성격을 기지고 태어나서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다고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이해는 이후 삶에서 자신을 꽤나 편하게 만들어 줍니다. 적어도 억지로 불편한 타인들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것이 진짜 이유일까요? 내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이 힘든 이유가 단지 내가 내성적인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그렇다면 낯선 사람들과 쉽게 잘 어울리면서 지내는 사람들처럼 보이는 사람은 모두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것일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누가 봐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들 중에서도 내성적인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또한 반대로 친구가 별로 없이 거의 많은 시간을 혼자 지내는 사람들 중에서도 외향적인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사실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의 차이는 타고난 성향이 내성적이냐, 외향적이냐의 문제로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성향적 차이는 단지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것은 바로 관계를 얼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린 문제입니다. 또한 더해서 그 중요도만큼이나 관계를 잘 다룰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무엇인가가 중요하다면 그것을 잘해내야 합니다. 그래야 불안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중요하지 않다면 그리 잘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충 해도 됩니다.

 

공부가 중요하기에 공부를 잘해야 합니다. 강물에 물수제비를 던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기에 잘하면 좋지만 못해도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잘난 척 한번 못하면 됩니다.

 

우리가 천 원짜리 제품을 샀을 때 그것을 대하는 태도와 천만 원짜리 제품을 샀을 때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다릅니다. 천 원짜리는 포장지를 뜯을 때도 대충 뜯을 것이며, 사실 처음부터 포장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처음 사용할 때도 그다지 주의 깊게 조심하지 않고 마치 예전부터 써왔던 것처럼 그렇게 쓸 것입니다.

 

하지만 천만 원짜리 제품을 샀을 때는 다릅니다. 포장을 뜯을 때부터 조심하게 되고, 포장도 엄청나게 안전하게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계속 사용해 왔더라도 매 순간 그 제품을 처음 대하 듯 그렇게 조심스럽게 대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차나 스마트폰 같은 것을 사고 난 후 일주일 이내에 어떤 사고로 인해 망가지는 일이 일어나면 그렇게 속상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칫솔을 쓰다가 일주일 만에 부러진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는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을 대할 때 긴장을 합니다. 잘 해내고 싶어서 그런 것이죠. 하지만 잘 해내지 못하면 그것만큼 실망스러운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과거 실패 경험으로 인해서 과도하게 긴장을 하게 되면 오히려 잘 할 것도 못하는 일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래서 그렇게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을 망치게 됩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너무 긴장을 해서 배탈이 난다든지, 새로 산 제품을 너무 조심스럽게 다루다가 오히려 망가뜨려 먹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적당한 긴장은 실수를 막아주는 좋은 역할을 하지만, 너무 과한 긴장은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과한 긴장을 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그 대상에 대한 중요도가 너무도 높고 자신이 그것을 실패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아무리 강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인생이 결정될 수 있는 일을 앞두고는 크게 긴장을 하게 됩니다. 단지 그 긴장에 스스로 먹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함으로써 좋은 쪽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런저런 문제들을 느낀다면 그것은 바로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인간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인간관계를 잘 맺을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당신보다 별로 매력이 없는 사람들이 당신보다도 훨씬 더 쉽게 타인과의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들은 관계가 당신만큼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가난하고, 반대로 돈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부자인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좀 이상하죠.

 

하지만 돈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돈은 원한다고 해서 누구나 다 얻을 수는 없기 때문이죠. 또한 돈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해서 가난하게 사는 것도 아닙니다.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복권을 샀다가 당첨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돈이 너무 중요한 사람은 복권을 사는 돈도 아까워합니다. 그러니 복권에 당첨될 가능성이 없지요.

 

당신이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진짜 이유는, 당신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 한 가지를 더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당신을 크게 긴장시킵니다. 그로 인해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에 서투르게 만듭니다.

 

당신은 관계에서 '진지함'을 원합니다. 그것이 당신이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진짜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진지함에 그리 관심이 없는 보통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 힘든 것입니다.

 

관계는 가벼울수록 쉽게 맺을 수 있는데 너무 무거운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지함을 원하는 당신은 상대가 그 진지함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오랜 시간 살펴봐야 합니다. 결국 쉽게 맺어지지도 않고, 한번 제대로 맺어지면 쉽게 분리되지도 않습니다.

 

아마도 당신은 자신의 그런 성향이 매우 좋은 것이라고 여기고 있을 것입니다. 넓고 얉은 관계들을 맺고 사는 것보다도 좁고 깊은 관계를 맺고 사는 삶이 더 나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많은 연구 결과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으니 당신은 나름대로 자신이 더 낫다고 여길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넓고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 가장 좋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당신이 가장 바라는 것은 그것입니다. 당신은 많은 사람들과 진지하게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해내기엔 당신이 능력이 부족합니다.

 

결국 당신이 느끼는 중요도만큼 당신의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 생겨난 불안함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쉽게 잘 지내는 사람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관계를 맺습니다. 행복 중에서도 주로 즐거움과 재미를 위해서 그리고 좋은 정보나 취업자리 소개와 같은 실제적인 이득이 주요 목적이지요.

 

그런데 당신과 같은 사람들은 그것에 하나를 더 원합니다. 그것은 바로 충만함이죠. 보통 사람들이 관계에서 원하는 것 이외에도 슬픔과 기쁨을 나누고 힘듦을 함꼐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원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모든 사람들이 가족과도 같은 관계가 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그것을 끝없이 원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관계에 있어서 무게감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그 무게감이 바로 관계를 망치는 주범이 되고 맙니다.

 

하나는 상대가 느끼는 중압감입니다. 너무 관계를 무겁게 해놔서, 다른 말로 하면 너무 진지해서 상대가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당신이 좋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약간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재미있고 즐겁기 위해서 만났는데 자꾸 그 이상을 원하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당신의 엉덩이를 무겁게 만듭니다. 다른 말로 해서 의리가 넘치는 사람이지만, 그로 인해서 관계에 너무 집착을 합니다. 그로 인해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이 힘듭니다. 과거의 관계를 계속 지키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신은 상대가 자신에게 소홀해지는 것도 싫지만, 자신이 상대에게 소홀해지는 것도 싫습니다. 그러니 계속 기존 관계에 대한 의리를 지키려고 합니다.

 

결국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만 원짜리 제품을 대하듯 대하지만, 당신은 상대를 일억짜리 제품을 대하듯 대합니다. 이 부조화로 인해 당신이 상처받게 됩니다. 당신이 관계에 있어서 서툰 사람으로 보이게 만듭니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당신은 결코 서툴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관계에 유난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좀 더 진지한 것이죠.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관계 속에서 충만함은 원했습니다. 드라마를 보는데 재미있고 즐거우면서도 따뜻함과 감동이 있기를 원했습니다. 사실 다들 그것을 좋아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재미있고 즐겁기만 해도 기꺼이 그 드라마를 봅니다. 하지만 당신은 재미있고 즐겁기만 하다는 이유로는 드라마를 보지 못합니다. 당신에게는 반드시 따뜻함과 감동이 있어야 합니다.

 

당신은 관계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관계를 망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는 내성적이라서 그렇다고 믿고 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과 그냥 아무런 애기나 나누면 되는데 너무 많은 생각을 합니다. 상대가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생각하느라 오히려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합니다. 어떤 주제로 얘기를 시작했다가도 조금만 상대가 관심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금세 입을 닫습니다. 과도한 배려심을 가지고 대합니다. 과도하게 상대방의 표정을 살핍니다.

 

그러다가 잠시 침묵 속에 있으면 그것만큼 불편한 것도 없습니다. 머리 속에는 계속 어떤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이 듭니다. 관계가 중요하니까, 그 관계를 망치면 안되니까, 좋은 대화를 나누면서 기분 좋게 만남이 마무리 되어야 하니까, 그렇게 됩니다. 그리고는 결국 아무런 말도 못하고 끝이 납니다. 그러니 낯선 사람과 있게 되면 빨리 그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최고입니다. 당신은 그 순간 참 과묵한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이미 친해진 친구를 만나게 되면 당신은 순식간에 바뀝니다. 당신은 금세 수다쟁이가 되어서 아까 있었던 불편한 만남에 대해서 말합니다. 그리고 그 한 순간 한 순간을 모두 기억해냅니다. 긴장을 하고 신경을 썼기 때문에 부정적 감정들이 생겼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어떨까요? 그 상대도 그 순간을 기억할까요? 아닙니다. 그 사람은 금세 잊고 맙니다.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이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서 잠시 누군가와 불편한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머릿속에 남질 않습니다. 그래서 그 시간이 지나 친구를 만나게 되면 금세 그 친구와의 대화 속으로 빠집니다. 그리고 당신을 만났다는 기억조차 사라지고 맙니다.

 

그런데 그 후 당신이 그 상대를 다시 만났을 때는, 당신의 머릿속에는 이미 '불편한 사람' 이란 정의가 내려진 후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기억조차 사라졌기 때문에 마치 당신을 처음 만나 듯 아무런 선입견 없이 대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당신과 상대방의 차이입니다. 당신은 너무 진지해서 상대를 계속 기억하지만, 상대는 만날 때마다 새롭게 당신을 다시 기억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그런 태도는 오히려 당신을 상처 입힐 것입니다. 매번 기억이 초기화 되는 상대는 이미 했던 얘기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고, 당신이 한 말도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상대를 무신경한 사람이라고 최종 결론 내릴 것입니다.

 

그 상대는 당신을 전혀 특별한 존재로 대접하지 않을 것이며, 진지함을 원했던 당신은 결국 상처를 입고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쓸 것입니다. 이것은 상대는 즐거움과 재미만 얻으면 되는데 당신은 거기에 더해서 따뜻함과 감동을 추가적으로 더 원했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입니다.

 

결국 당신만 상처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살펴봤듯이 그 상처는 모두 스스로 불러들인 것입니다. 관계를 너무 중요하게 여겨서 그것에 종속적으로 되어 버린 것입니다. 관계를 적당히 이용하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관계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고는 거기에 집착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서 생겨난 문제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왜 그렇게 관계를 중요하게 여길까요? 왜 그렇게 관계를 망칠 만큼 집착하고 있을까요?

 

답은 단순합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이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결코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오직 관계 속에서 살 때 인간으로써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계산식도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관계만이 유일한 해결 수단이 아닙니다. 요즘 시대엔 관계를 충분히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이 생겼습니다.

 

그것이 바로 '돈' 입니다.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관계도 중요하지만 돈도 그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오히려 돈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돈은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얻게 해주는 유일한 대체수단입니다. 심지어 돈은 관계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도 얻을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물론 당신도 역시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에게 돈이 중요한 이유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다른 많은 사람들은 돈이 그 이상으로 훨씬 중요합니다.

 

돈이 있어야 여행도 가고, 영화도 보고, 맛난 것도 먹고, 비싼 명품도 사고, 좋은 차을 타고 좋은 집에서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신도 그것을 바라긴 하지요. 하지만 그것이 관계의 중요성을 넘어 설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영화를 보고 싶지 않으며, 누군가를 힘들게 하면서까지 명품을 사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유럽을 가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마음에 맞는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이 좋아서 유럽을 가고 싶습니다. 재미난 영화를 보는 것도 영화를 보고 싶기도 하지만 누군가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영화를 보고 싶습니다. 맛난 것을 먹는 것 그 자체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즐거운 담소를 나누면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당신에게 있어서 관계는 모든 것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하지만 당신과 달리 많은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관계를 통해서는 단순하게 즐거움과 재미만 느끼면 됩니다. 그 이상이 되면 진지한 게 아니라 질척거린다고 느낍니다.

 

 

왜 유난히 당신만 그런 사람일까요? 왜 다른 사람들은 당신 같지 않을까요?

 

실망하지는 마세요.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 것은 원래 그들이 그런 사람들이어서가 아닙니다. 그들도 원래는 당신과 비슷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관계 속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상처를 입고 그렇게 된 것입니다.  자주 상처를 입으니까 돈을 대안으로 삼은 것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돈이 최고라고 착각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다들 돈이 최고인 듯 구니까 자신도 모르게 따라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누군가 여행을 갔다고 하면 누구와 갔는지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멀리, 얼마나 오래, 얼마나 멋진 곳을, 얼마나 맛난 것을 먹었는지 만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것들이 그들을 행복하게 해줄까요?

 

마음이 정말 잘 맞는 친구와 떠난 당일치기 여행과 잘 맞지 않는 사람들과 한 달간 유럽 여행 중에서 무엇이 더 행복할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SNS상에서는 유럽여행이 더 행복해 보입니다. 그래서 행복하고 싶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관계가 아닌 돈이 필요하지요.

 

아마도 당신도 점점 더 변해갈 것입니다. 관계보다는 돈을 더 우선시 하는 사람으로 변해 갈 것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변해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잊지는 마세요. 당신은 관계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은 친구가 소중했던 사람입니다. 당신은 맛난 것을 먹는 것보다, 좋은 것을 보는 것보다, 비싼 호텔방에 머무는 것보다, 희귀한 경험을 하는 것보다 그저 친구들과 만나 웃고 떠드는 것이 훨씬 더 행복했던 사람입니다.

 

당신이 가졌던 관계에 대한 진지함은 다른 많은 사람들이 원하던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그것을 버리게 된 것은 당신과 마찬가지로 상처를 입어서 그렇습니다. 아파서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돈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런 시절이 한참 지속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당신이 스스로의 본질을 잊지 않는다면, 미래의 어느 날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너무도 오랫동안 다른 사람이 내민 손을 잡아 보지 않아서, 내밀어도 잡을 줄을 모르는 사람들 투성이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다가 보면 언젠가 당신의 손을 잡아 줄 사람들이 몇몇은 생겨날 것입니다.

 

그들이 당신의 곁에 있어 줄 것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잊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당신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들도 역시 사람입니다. 모든 것이 변해도 그 사실만큼은 절대로 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