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물처럼 산다는 것은.

아이루다 2020. 6. 1. 10:02

 

옛날을 살았던 현자들은 삶의 무게로 인해서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표현 방식은 좀 달랐어도 결국엔 같은 말을 해주곤 했다. 그것은 바로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 지고 나서 괴로움을 겪고 있던 짐을 이제는 좀 내려 놓으라는 것' 이다. 그리고 이 말은 결국 '순리를 따르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의미한다.

 

순리라는 말은 무엇인가를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물이 흐르면 떠내려가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날라가는 것이다.

 

삶의 매 순간은 각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으며, 그것을 붙잡고 힘들어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고 그것을 놓치고 억울해 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운 좋게 잘 붙잡아서 마치 삶을 의지적으로 잘 살고 있는 듯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자기 자신도 그들처럼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으며 그렇게 살지 못하면 삶이 실패한 것인 냥 여기게 된다.

 

그렇게 욕망이 만들어지고 타인에 의해서 증폭되고 나면 자신이 이미 가진 것들은 너무도 당연한 권리가 되고 운 없게 갖지 못한 것들은 괴로울 만큼 억울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세상 자체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데 그저 내 마음이 외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갖지 못한 것은 그저 인연이 닿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을, 가진 것은 당연하고 갖지 못한 것은 반드시 가져야 하며 갖지 못하면 억울하고 분하면 불행한 삶이 되고 만다. 물론 그 불행이 노력의 씨앗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해서 다 가질 수도 없고 노력하지 않아도 가질 수 있는 경우도 흔하게 일어난다. 삶은 생각보다 우리 개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운 좋게 좋은 흐름이, 누군가는 운 나쁘게 나쁜 흐름이 주어진다.

 

그렇다면 운이 나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 그것을 해결할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

 

결국 답은 하나뿐이다. 문제를 만든 자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니까 결국 각자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그것을 위해서 현자들이 조언을 해준다. 내려 놓으라고 한다. 순리를 따라서 살아가라고 한다. 그렇지 못하면 불행할 수 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한다. 받아들임만 있다면 언제든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들 말처럼 사는 것이 힘들긴 하다. 하지만 맞는 말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니 그들의 말처럼 살아보려고 해야 한다. 붙잡지 말고 말리지 말고 오면 오고 가면 가도록 두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살려고 해보면 도대체 삶이 무엇인가 싶다. 다 내려놓고 나니 욕망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런 욕망도 없으니 삶의 의지도 없다. 무엇인가를 이룰 필요도 없고, 무엇인가를 가지려고 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 것도 남는 것도 없다. 불행하지는 않을지 모르겠지만 행복하기도 힘들다.

 

불편한 감정이 싫어서 감정 자체를 없앴더니 좋은 감정도 생겨나지 않는다. 로봇이 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삶은 더 이상 봄철에 피어나는 새싹 같지가 않다. 오히려 죽은 자의 모습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과연 현자들의 말 대로 사는 것이 제대로 된 길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불행을 피하고 나니 행복도 사라져버렸다. 그렇다면 차라리 불행을 경험하더라도 원래대로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

 

불행을 최소화 시키고 최대한 행복 하려고 사는 삶, 그것이 좀 더 나은 방향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방법은 원래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 결국 또 다시 불행의 늪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운 좋게 작은 불행과 큰 행복을 경험하고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운이 나빠서 큰 불행과 작은 행복을 경험하고 살 수도 있게 된다.

 

원래대로 살기도, 현자들이 말하는 삶을 살기도 그렇다. 결국 삶에 관한 본질적 답은 없는 것일까?

 

정말로 다행히도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물을 바라보면 된다. 원래 물은 순리대로 사는 삶의 흔한 예가 되는 존재이다. 물의 흐름을 따르는 것은 순리이고 그 반대로 물을 거슬러 오르는 것은 역리이다. 흐름에 따르는 삶은 편하고 평화롭지만 거스르는 삶은 힘들고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물처럼 사는 것은 앞에서 말했던 '아무런 욕망도 없는 삶'의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삶이 더 이상 삶이 아닌 것이 되고 만다.

 

그런데 그것이 다가 아니다. 한가지 놓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물도 분명히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력에 따라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만 하는 물이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을까?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있다. 그것은 바로 낮은 곳으로 흐르려고 하는 욕구이다.

 

자연법칙 상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당연한데 왜 낮은 곳을 흐르는 것이 욕망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삶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태도이다.

 

우리가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반드시 뭔가를 다 내려놓을 필요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내려놓으려고 하는 마음이다. 물이 낮은 곳으로 끝없이 흘러내려가듯이 우리들도 그렇게 살면 된다.

 

물은 바다에 도착한 후 더 이상 흘러내려가지 않는다. 바다가 물의 최종 목적지이다. 하지만 물이 언제 바다에 도착하게 될지는 모른다. 중간에 햇빛으로 인해 수증기가 되어 구름이 될 수도 있고 웅덩이에 모여서 한참을 막혀 있을 수도 있다. 심지어 지하수가 되어 수백 만년 동안 지하에서만 있을 수도 있다.

 

물이 바다에 도착하는 것은 언제일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무엇인가를 정말로 다 내려놓는 날이 언제일지도 모른다. 살아 생전에 절대로 이루지 못할 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물이 끝없이 낮은 곳을 향하듯 우리도 물처럼 끝없이 우리들 자신을 비우려고 하면 된다.

 

바다에 도착하는 것은 그 모든 과정의 결과일 뿐이다. 처음부터 목표가 아니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은 결과일 뿐이다. 그러니까 순리를 따르는 삶을 사는 것은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결과일 뿐 목적지가 돼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저 매일 조금이라도 내면을 덜 시끄럽게 하려고 할 뿐이다.

 

내려놓은 삶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은 삶을 향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설령 죽는 그 순간조차 남은 욕망이 있었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삶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

 

우리가 매일 욕망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려고 하는 것도 결국엔 순리이다. 살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생명체가 살고자 하는 것은 순리이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가 죽음에 이르는 것도 순리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 순간 수 많은 욕망에 뒤 덮인 상태에서 살아가더라도 단 한가지만 잊지 않으면 된다.

 

그 모든 것은 그저 '내가 살고 싶어서' 생긴 것이란 것이다. 살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서 욕망, 희망, 소망, 배려, 도움, 기여 등등 많은 단어들을 통해 서로 다른듯 정의하더라도 결국 모두 단 한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거기엔 살고 싶다는 것 이외에 그 어떤 의미도 그 어떤 가치도 없다. 공부를 하든, 남을 돕든, 인류적인 업적을 내놓든, 수 많은 명성을 얻든, 대단한 일을 성취하든,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내놓든 상관없이 그저 우리는 '살고 싶어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 것이다.

 

그 유일한 진실만 잊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우리의 욕망은 늘 빠르게 한계점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게 끝이 난다. 옷을 춥지 않으려고 입으면 되고, 집을 잠을 자려고 소유하면 된다. 살기 위해서 먹으면 되고, 즐겁기 위해서 사람을 만나면 된다. 조금만 더 나아가 옷을 어느 정도 예쁘게 입으려고 하고, 잠을 좀 더 편하게 자려고 하고, 맛난 것을 먹으려고 하고, 작은 이득을 얻기 위해서 사람을 만나도 된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얻는 행복과 그것으로 인해 짊어져야 할 무게에 대한 비교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힘들다면 그냥 버리면 된다.

 

물이 흐르면 버티다가 힘들면 손을 놓으면 된다. 바람이 불면 날라가지 않으려고 노력하다가 힘들면 놓으면 된다. 하지만 그 손을 놓는 순간이 죽음이라면 절대로 놓아서는 안된다. 무조건 아무리 힘들어도 최선을 다해서 버텨야 한다. 생명체가 자신의 생명을 두고 적당히 타협하거나 쉽게 포기하거나 맥없이 물러나서는 안된다. 그런 쉬운 포기도 역시 순리를 따르지 못하는 삶이다. 물이 우연히 도착한 웅덩이가 편하다고 해서 흐를 수 있는데도 흐르지 않으려고 하는 것 또한 욕망이다.

 

처음엔 당연히 잘 안되겠지만 방향성만 갖는다면 언젠가를 비슷해질 수 있다. 그 방향성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저 방향성만 가질 뿐이고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이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0) 2020.06.15
인간이란 생명체  (0) 2020.06.09
상처는 정말로 받는 것일까?  (0) 2020.04.22
집착을 넘어서  (0) 2020.04.18
코로나 19를 바라보며  (0) 2020.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