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코로나 19를 바라보며

아이루다 2020. 3. 21. 07:44

 

작년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르게 코로나가 퍼진 나라가 됨으로써 한때 많은 나라로부터 중국과 같은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새로운 바이러스가 유럽국가들로 급격하게 퍼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오히려 이제는 세계적인 방역 성공 국가로 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 이 정도 내용은 새로운 것은 전혀 없고 평소 뉴스 좀 보는 분이면 모두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사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현 시점을 기준으로 잘했느냐, 못했느냐, 막아야 했었는가? 아니면 막지 말아야 했었는가? 하는 등의 판단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결국 최종 판단은 지금이 아닌 한참 나중에 이 코로나 태풍이 지나간 후에 내려질 수 밖에 없다. 지금도 여전히 바이러스는 진행형이며 더군다나 폭발 중이기에 이 끝이 어디로 향하고 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것이 진짜 현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상황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거기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으며, 새로운 것도 있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제서야 깨달은 것도 있었다.

 

지구 상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명에 속해서 살고 있다. 문명에 속해 있다는 말은 단순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수 많은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시스템들의 가장 근본적 역할은 바로 '사람들의 안전' 이다.

 

불이 나면 불을 꺼주는 소방 시스템, 도둑이나 강도가 나타나면 피해자를 지켜주는 경찰 시스템, 범죄자를 처벌하는 사법 시스템, 적이 쳐들어 오면 싸워주는 군대 시스템, 아프면 치료를 해주는 의료 시스템, 이런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맞서 싸우는 방역 시스템, 제대로 된 정치인을 뽑아 줄 수 있게 만드는 선거 시스템 등등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시스템들이다. 이 모든 시스템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

 

이런 시스템들은 평소엔 나름대로 잘 돌아간다. 아니, 잘 돌아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큰 위기가 오면 그 안에 숨겨진 문제들이 다 밖으로 드러나버리고 만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병원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사회 속에서 속해서 교육 시스템을 통해 교육을 받고, 사회의 일원이 되어서 일을 하다가 퇴직을 한 후 의료 시스템 안에서 치료를 받으며 살다가 결국 또 다른 시스템인 장례 시스템 안에서 눈을 감는다.

 

그야말로 시스템 안에서 태어나 시스템 안에서 죽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물고기가 물에서 태어나 물에서 죽는 것과 같다. 그러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자신이 속한 시스템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하는 상황 말이다. 그래서 결국 자신이 속해있는 시스템이 언제나 존재할 것이라고 맹신하는 상황까지 놓이게 된다.

 

그것은 마치 물고기가 물에서 태어나 물에서만 살다가 보니 자신이 물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모른 채 죽는 것과 같다.

 

물론 시스템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도 결국 인류가 이뤄 놓은 시스템의 힘으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시스템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약하게 나마 지금 유럽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갑자기 늘어난 환자로 인해서 의료시스템이 마비된 이탈리아에서 나오는 사망자 수와 그리고 매일 늘어가는 감염자 수를 보면 그것이 보인다.

 

시스템이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 수 있고, 무너진 시스템 안에서 우리들 개개인은 전혀 강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무리를 지었기에 강할 뿐, 개인이 강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그저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 안에서 보호를 받고 있기에 이런 듯 지구에서 떵떵거리면서 살아가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스템 안에 속해 있는 것이 너무 익숙해져 있기에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사자를 보고도 귀엽다고 느낀다.




 

아마도 이 코로나19로 인해서 인류는 어느 정도 타격을 받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나 드라마 속 얘기처럼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시스템이 제대로 붕괴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경찰, 의사, 소방대원 들이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삶이 시작될 것이다. 물도 안 나오고, 전기도 끊길 것이며, 약육강식의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까?

 

아니다. 있다. 그리고 그것을 현 시점에서 직접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여주고 있는 공동체 의식이다. 나를 위해서 네가 필요하다는, 인류가 이만큼이나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힘이다. 그 힘이 지금 이 땅에서 발현되고 있다. 처음도 아니다이 공동체의 힘은 과거에 IMF 시절 금 모으기, 태안반도에 일어났던 원유 유출사고 처리, 세월호 사건이 터졌던 시기에 보여줬던 사람들의 자원 봉사 등에서 꾸준히 있어 왔다.

 

물론 대한민국의 공동체 힘은 대한민국 안에서만 유효하다그리고 대한민국의 밖은 어떤 면에서는 배타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민족이 다르고, 상식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이런 공동체 의식을 공유하기란 힘들다. 이런 공동체 의식은 상호 호혜적 이타주의라는 신뢰가 있어야 하기에 그렇다.

 

그런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문명권에 귀감은 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결국 코로나19의 발현은 우리가 믿고 있던 시스템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공동체 의식이 새삼 얼마나 대단한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 문제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각 나라의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부 역시도 표면으로 드러나게 했다.

 

바이러스의 첫 발현지인 중국은 공산주의 체제 안에서 작년부터 번지고 있던 바이러스를 방치함으로써 결국 우한폐렴이란 명칭을 가진 전염병을 그야말로 배양해내고 말았다. 그리고 나서 그들이 한 일은 서울시 인구를 훌쩍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우한이란 대도시를 완전히 봉쇄하는 정책을 폈다.

 

우리나라도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간 사회에 암적으로 퍼져 있던 한 종교단체가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도화선 역할을 하면서 감염자 수가 한때 세계 2위까지 치솟게 만들었다.

 

노약자가 많고 부패한 정치가가 장기적으로 집권했던 이탈리아는 지금 오늘 기준으로 사망자 수가 중국을 추월했고 사망률이 8%를 넘나들고 있다. 유로라는 연합으로 뭉친 유럽국가들은 높은 국민 소득을 기반으로 해서 선진국이란 칭송을 받아 왔지만 지금 현재는 '전 국민 이동 중지 명령'을 내린 프랑스가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설명해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나라가 바로 일본인데, 이 나라 국민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 진실을 알 필요가 없다는, 아주 독특한 생각으로 이 바이러스를 대처하고 있다. 그래서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정서가 정치인들 뿐만이 아니라 많은 국민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국력이 강한 미국도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처음엔 이 바이러스에 대해서 무시를 하더니 요즘 감염자 수가 만 명이 넘어가자 난리가 나고 있다. 우리가 영화 속에서 보던 능력 있어 보이는 CDC는 어디로 사라지고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해서 갈팡질팡하는 '질병센터' 만 눈에 보일 뿐이다. 더군다나 한 번 검사비가 400만원이 넘는다는 그들의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가 눈에 확연히 보일 만큼 드러나고 있는 형편이다.

 

좋은 시절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나쁜 상황에 놓이니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좋은 것이 좋다고 넘겼던 과거의 관행들이 그냥 넘기면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은 자연스럽다. 평화와 안전함은 좋은 것이지만, 그 안에 오래 머물러 있다가 보면 완전히 익숙해져서 나약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니까. 그리고 이런 위기를 통해서 한번씩 각성을 하고, 그 각성의 힘으로 한 단계씩 진보를 해 온 것이 바로 우리 인류였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어디까지 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뭔가를 배울 것이다. 그리고 그 힘으로 앞으로 많은 시간 동안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아무도 그것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또한 문제가 없을 때 예측하고 그것을 고치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쓸데없는 짓이라고 반발하기 마련이다. 아마도 이 코로나19 이후로 지방마다 국립의료원을 짓는 문제가 나름대로 본격화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시간이 한참 흐르면 적자가 나는 국립의료원은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이 나올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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