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에세이

김두삼씨 이야기 - 12

아이루다 2020. 2. 9. 07:21

 

 

12. 쫓겨난 자와 떠나온 자

 

그녀는 텃밭에 처음 심은 옥수수의 키가 무릎 정도쯤 왔을 때쯤 이곳에 왔다. 내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는 미국에서 왔다는 선입견 때문인지는 몰라도 뭔가 이국적인 느낌이 났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마도 도착 당일에 입고 있던 때문에 그랬던 같기도 하다.

 

인천공항까지 마중 나갔던 장씨 아저씨의 차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 그녀는 찢어진 청바지와 회색의 배경에 눈에 보기에도 래퍼처럼 보이는, 챙이 반듯한 모자를 쓰고 진한 선글라스에 여기저기 피어싱을 잔뜩 사람의 얼굴이 커다랗게 인쇄된 티를 입고 있었다. 그런 스타일을 입은 사람을 길에서 적은 있지만, 내가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와는 달리 뭔가 자유로울 같은 같은 분위기, 내가 장씨 아저씨의 딸을 처음 소감이었다. 그리고 나와는 달리 세상 걱정 하나 없어 보였다. 삶의 굴곡 없이 자라 원하던 공부를 하기 위해서 미국까지 유학을 떠난 사람, 그녀는 나와는 너무도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도착한 차에서 내린 그녀는 이미 아주머니와는 안면이 있는 사람은 서로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잠시 나에게 시선을 옮긴 그녀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는, 93 닭띠, 이름은 장혜영이라고 소개했다. 눈에 보기에도 힙합과 같은 서양식 음악을 즐길 것처럼 생긴 사람이 그런 식으로 자신을 소개를 하자 나는 뭐가 생뚱맞은 기분을 느껴야 했다. 외국인이 김치를 찢어 먹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나는 그녀가 장씨 아저씨의 딸이란 점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그녀가 미국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자신을 어떤 식으로 소개할 지가 궁금해졌다. 태어난 연도는 그렇다고 치고 도대체 서양인들에게 띠를 어떻게 설명할 있을까? 아이 치킨 에이지라고 말할까? 생각하다 보니 웃기기도 했다.

 

장혜영은 자기소개는 아버지처럼 그런 식으로 했어도 외모만큼은 다행히 장씨 아저씨를 전혀 닮지 않았다. 여자 치고 키도 제법 컸고 특히 모발이 풍성해서 아버지와는 빈약한 머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어디 가서 미녀 소리까지 듣기는 힘들겠지만 서글서글한 눈매에 하얀 피부가 보기에도 좋고 건강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의 피부 톤은 봄철 내내 뙤약볕에서 밭농사를 짓는다고 이미 새까맣게 나와 장씨 아저씨에 대비가 되면서 더욱 하얗게 느껴졌다. 내가 딱히 관상을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딱히 착해 보이지도 그렇다고 해서 나쁜 사람 같지도 않았다.

 

장혜영은 나를 오늘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 나를 편하게 대했다. 하지만 진짜로 놀라운 점은 따로 있었는데, 그녀가 몸에서 나는 냄새에도 거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도 아버지로부터 미리 단단히 언질을 받은 했다. 그러고 보면 장씨 아저씨는 간혹 눈치가 없고 쓸데없는 말이 많아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배려심이 있고 따뜻한 사람은 분명했다. 아무튼 덕분에 나는 한시름 놓을 있었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혜영은 나를 스스럼없이 성범이 오빠라고 불렀다. 그리고 나도 나를 편하게 대해주는 혜영이 부담 없이 느껴졌다. 그런데 우리 둘이 친하게 지낼수록 점점 가재 눈이 되어서 우리를 감시하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은 당연히 장씨 아저씨였다. 장씨 아저씨는 평소엔 아침 8시쯤 도착해서 아침을 같이 먹고, 따로 저녁 약속이 없는 날이면 저녁 8시쯤에 저녁을 먹고 출발했지만, 딸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은 아침 6시에 출근을 하고 10시가 넘어서 퇴근을 했다. 그것도 억지로 가라고 떠밀어야 가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동안 일주일이면 번씩은 있었던 동네 술친구들과의 약속도 잡지 않는 같았다.

 

사실 이해는 갔다. 장씨 아저씨가 아무리 나에게 눈치를 줘도 혜영에게 남다른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나이대가 엇비슷하다는 점도 매우 크게 작용했다. 아주머니와 장씨 아저씨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어쩔 없는 세대 차이가 있었는데, 혜영과는 그것이 별로 없어서 말이 통했다. 특히 좋아하는 가수와 음악, 그리고 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비슷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장씨 아저씨의 눈을 피해서 둘이서 커피를 마시면서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 애기를 하거나 그냥 아무 없이 블루투스 스피커를 스마트 폰에 연결해서 음악을 듣기도 했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나는 어쩔 없이 혜영에 대한 감정이 조금씩 깊어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깊이는 어느 선에서 정확히 막혔다.

 

나는 누구보다도 처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설령 내가 어떤 남다른 감정을 느끼더라도 혜영의 삶과 삶은 전혀 겹치는 영역이 없는 사람이란 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아버지와 내가 같이 일하고 있다는 이유로 인해서 인생의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나와 삶의 궤적이 잠시 겹쳐진 것뿐이다.

 

나와 혜영을 비롯한 세상을 사는 우리 모두는 세상이라는 공간 위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궤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내가 느낀 혜영과 삶은 거의 직선에 가까워서 이렇게 우연히 한번은 겹쳐질 있지만, 겹침이 끝나고 나면 이후 멀어지기만 결코 다시는 가까워질 없는 그런 인연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으로부터 잊혀가고 있는 나와는 반대로 혜영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밝은 빛을 받으며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갈 사람이었다. 그러고 보면 나에게 있어서 혜영은 개울물이 넘쳐서 어쩔 없이 목동과 하루 밤을 보내야 했던 소설 스테파네트 아가씨였다. 그런데 목동처럼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끝내면 좋으련만, 나는 계급사회에 익숙해진 밤하늘에서 가장 가냘프고 빛나는 별이 내려왔다고 표현한 목동의 순수한 마음일 수는 없었다. 그러기엔 나는 너무 오랫동안 평등하고 누구나 동등한 기회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왔다.

 

함께 하는 좋은 시간들과 홀로 커져가는 나만의 감정이 두려워서 남몰래 억지로 억눌러야 하는 나쁜 시간들이 반복되던 어느 날이었다. 하루는 장씨 아저씨가 진입로 근처에 홍수 방지 시설물 설치로 인한 토지 보상 문제로 인해 집의 소유자인 김회장을 대신해서 양평 군청에 다녀와야 하는 일이 생겼다. 장씨 아저씨는 하필 오늘이냐면서 투덜거리며 나갔고 덕분에 나는 오전 시간 내내 혜영과 함께 어울릴 있는 시간을 얻었다. 우리 둘은 커피를 내려서 정원 한쪽에 설치되어 있는 야외 벤치에 앉았다. 5 초인데 햇살은 이미 여름처럼 뜨거웠다. 그래도 그늘이 벤치는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서 기분 좋게 서늘했다. 우리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는 주변 새들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중에서도 노랑턱멥새 수컷이 내는 소리가 가장 돋보였다. 생각에 새들의 노래 대회가 열리면 아마도 일등은 녀석의 몫이 것은 분명하다.

 

"여기는 하루가 빨리 지나가..." 혜영은 지난 2주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빨리 지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도 이유는 달랐지만 거기에 충분히 동의를 했다. "짧지. 아침에 일어나서 잡초 뽑고, 점심 먹고 바둑을 두고 나서 잡초 뽑고, 저녁 먹고 해지기 전까지 잡초 뽑는데 어떻게 하루가 길겠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혜영이 소리를 내면서 맑게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아빠, 그렇지?" 혜영은 처지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나를 살짝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결국 나도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말았다. "그런데 혜영이 너는 공부 잘했었나 ?" 내가 물었다. 그러자 혜영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냐는 잠시 동안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아빠가 제대로 설명을 했구나?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잠시 자신이 공부를 하는 사람처럼 보이냐고 물었다. 공부 잘하는 것을 외모로 판단하긴 힘들지만 아무튼 똘똘해 보이는 사람이긴 했다. 그러니 나는 꿈도 꿔보지 못한 미국 유학을 하고 있는 중이 아닌가? 나는 당연하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대답하는 혜영의 말은 전혀 이외였다. ", 공부를 해서 유학 아냐."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요리 배우러 거야. 그것도 우리나라 전통 요리보다는 서양 요리를 좋아해서 제대로 배워보려고 거지."

 

그저 선입견이었을 것이다. 보통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고 하면 다들 공부 잘해서 갔거나 어학연수의 목적 정도만 생각하게 되니까. 그런데 원래 요리를 배우려면 이탈리아 같은데 가야 하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묻자 혜영은 웃으면서 말도 맞는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은 어느 지역의 특수한 요리가 아닌 서양 요리 전체를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뉴욕에 있는 전문 요리학교에 입학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그렇게 공부했으면 지금쯤이면 요리를 정말로 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순간 혜영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조그맣게 " 년간 열심히 했다면 그랬겠지..." 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건 무슨 소리인가? 머릿속에 빨간 의문 표시가 떴지만 혜영의 표정을 보니 선뜻 그것을 밖으로 꺼낼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한번 떠오른 의문이 그냥 사라질 리도 만무했다. 그런데 혜영은 흘러가는 구름이 예쁘다고 말하거나 멀리에서 어슬렁거리는 땡구를 향해 손을 흔들기만 했다. "그럼 지금은 그만 둔거야?" 결국 참지 못하고 내가 먼저 묻고 말았다. 그런데도 혜영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궁금했지만 대답을 해주질 않아서 답답해하고 있는 동안 커피 옆으로 개미 마리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뒤를 이어서 다른 개미가 지나갔다. 아무래도 근처에 개미굴이 있는 했다.

 

" 사실은 지금까지 미국에 있었던 것도 아냐." 내가 잠시 개미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던 사이에 혜영이 폭탄 발언을 했다. "그게 무슨..." 내가 무슨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혜영은 자신이 지금까지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계속 국내에 머물고 있었다고 말을 이었다.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내가 알기로 매일까지는 아니어도 아주 자주 아버지인 장씨 아저씨와 스카이프를 통해 화상 통화를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사실은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고? 그렇다면 지금까지 계속 아버지를 속이고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실제로 5 유학을 떠나긴 했었지. 그런데 세달 만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빠 몰래 귀국을 했어.혜영은 이야기를 시작으로 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서 담담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비록 그녀는 담담했지만 정작 나는 분위기에 눌려 그저 듣고 있는 것만 겨우 있었다.

 

혜영은 어릴 때부터 먹는 것보다 오히려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했다. 자신이 만든 요리를 엄마와 아빠가 맛있게 먹는 모습이 좋았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친구들에게도 요리를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행복한 사람이었다고 스스로를 표현했다. 처음 하는 요리들도 조리법을 찾아서 제법 해냈고, 그러다 보니 자신이 요리에 꽤나 재능이 있다고 여겼다고 한다. 특히 자신이 잘하는 것이 바로 조리법에서 설명한대로 정확히 해내는 능력이었는데, 사시사철 가장 좋은 식재료를 고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집요함과 그렇게 구한 식재료를 멋지게 손질을 해서 실제 요리로 만들어 내는 능력은 정말로 누구보다 잘했었다고 했다. 그래서 조리법만 제대로 구할 있다면 누가 먹어도 맛나다고 있을 만큼 요리를 만들 있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더해서 한번만 요리를 해도 조리법을 거의 완벽히 외울 있는 능력도 있어서 대학교에 진학 무렵에는 이미 혼자서 김장김치도 담글 있는 수준이 되었다고 했다. 나는 들으면서 혜영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결국 혜영은 자신이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서양 요리들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서 미국 유학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장시간에 걸쳐서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그런데 ?" 거기까지 듣고 나자 나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고 말았다. 분명히 정말로 좋아하기도 하고, 남들보다 훨씬 잘하기도 했던 요리였을 것이다. 그런데 유학을 가서 세달 만에 접고 귀국을 했어야 했는지 의문이었다. 그러자 혜영은 웃으면서 "거기에 가서 처음으로 내가 가진 치명적 단점 하나를 알게 되었거든." 혜영은 잠시 말이 멈췄다. 그러자 답답한 침묵의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흘러갔다.

 

 

"거기에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 내가 선천성 무후각증 환자임을." 혜영을 말을 마치고 나서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나는 혜영의 말을 듣고도 그것이 무슨 뜻이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의아한 눈길로 혜영을 바라보자 "무후각증이라고, 그러니까 냄새를 맡는 사람이란 뜻이야." 그제야 나는 그녀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그리고 갑자기 장씨 아저씨가 생각났다. 그래, 사람도 냄새를 전혀 맡지 못했지. 그래서 나에게서 지독한 냄새가 나도 전혀 모르는 했고. 그렇다면 결국 혜영의 문제는 결국 집안 내력인 것이다.

 

이해는 갔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맞아. 아빠한테 물려받은 유전자의 힘이지. 미국식 교육은 우리나라와는 전혀 달랐어. 거기에서는 내가 한국에서 배웠던 과정처럼 이미 완성된 레시피를 가지고 최대한 그것에 가까운 요리를 만들어 내는 아니더라고. 그저 매번 자신만의 고유한 창작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정이었어. 그래서 나는 모든 요리를 처음부터 스스로 만들어 내야 했지. 하지만 그렇게 되니 내가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하는 것이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되고 말더라고. 동안 내가 요리를 했다고 믿었던 것은 바로 모두 복사에 불과했어. 결국 나는 복사는 누구보다도 잘하지만 스스로 새로운 것을 창작을 없었던 존재였던 거야. 그런데 처음엔 이유를 몰라서 몹시 혼란스러웠어. 아무래도 영어 소통 능력이 부족한 탓으로 여기기도 했지. 그런데 그렇게 달쯤 지나서 나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 보더라고. 코에 어떤 문제가 있냐고. 어떻게 이렇게 이상한 냄새가 나는 요리를 만들 있냐고 물어 봤지. 순간 처음으로 나는 내가 어떤 냄새도 맡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냄새를 한번이라도 맡아 적이 있어야 맡지 못하는 알지. 나는 아예 처음부터 맡아 적이 없으니 나이 먹도록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자체를 몰랐던 거야."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떻게 자신이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사실을 30 가까이 살아오면서 몰랐을까? 그러다가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이 흑백으로만 보이는 사람도 누가 이상하다고 알려줘서 따로 검사를 받지 않으면 평생 자신이 색맹인 모르고 수도 있다. 원래 사람은 자신이 감각하는 세상만을 느낄 있으니까. 그래서 결코 타인의 감각을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대도 나처럼 감각하고 있을 것이란 상상만으로 서로를 대하며 살아간다. 그런데도 그것이 서로 비슷하다. 동안 나를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을 떠올려 보면 그것만큼은 확실하다.

 

"어쩌면 나는 내가 가장 가지 말아야 길을 선택한 사람이었던 거야." 비록 그녀는 꽤나 담담하게 말하고 있긴 했지만 나는 순간 그녀의 깊은 좌절감을 본능적으로 느낄 있었다. 나는 혜영처럼 어떤 분야이든 최고가 되고 싶은 욕망을 가져본 적은 없었지만 신체적 문제로 인해서 겪어야 했던 좌절감은 그녀보다 훨씬 심각했었으니까. 그러고 보면 우리는 웃긴 조합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쪽에서는 몸에서 끝없이 생선 썩은 냄새가 나고, 한쪽은 냄새를 전혀 맡는 병에 걸려 있다니. 아니, 이것도 운명의 인연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운명이나 인연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이기엔 너무 우리 각자의 상태가 너무 조악하지 않은가?

 

혜영은 요리사가 되는 것을 개월 만에 포기했지만 자신에게 기대를 걸고 있던 아빠에게는 차마 포기했다는 말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길로 국내로 들어왔지만 아빠에겐 비밀로 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한국 요리는 있기에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지금껏 계속 고급 한식 전문점에서 일을 해왔다고 했다. 덕분에 돈도 꽤나 많이 벌었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것은 몰라도 아저씨가 매달 많은 돈을 보내고 있는 아냐? 내가 알기로 받은 월급 거의 대부분을 너에게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것을 그만 두게 하려면 그만뒀다는 말을 해야 하잖아." 그랬다. 아빠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속이는 것은 좋은 의도의 거짓말이라고 해도 장씨 아저씨가 매달 받는 월급의 대부분을 딸을 위해 송금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만약에 나중에라도 장씨 아저씨가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허무해할까? 당연한 말에 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빠 말이 맞아.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돈을 때마다 아빠한테 미안했어. 그래서 내가 돈은 하나도 쓰지 않고 따로 모아놨어. 나중에 아빠 노후 자금으로 돌려 드리려고." 하지만 나는 말을 들어도 이미 자리를 잡아버린 어떤 감정 하나가 좀처럼 떨쳐지지 않았다. 설령 장씨 아저씨가 나중에 자신이 보낸 돈을 온전히 되돌려 받는다고 해서 뭔가 달라질까? 나는 마음 켠이 아련했다. 사실상 혜영의 존재가 자신의 삶의 전부인 장씨 아저씨에게 그것은 돈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심장을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와 같을 것이다. "그럼 갑자기 여기는 이곳에 거야?" 내가 묻자 혜영은 크게 한숨을 한번 쉬더니, 이번엔 진짜로 미국으로 것이라고 답했다. "5 동안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그리고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돈을 벌려고 요리만 해왔어. 좌절과 분노의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나는 주방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칭찬을 받는 일류 요리사였지만 자신은 이미 패배하고 미래가 전혀 보이질 않는 그런 요리사였다고 해야겠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혜영은 자신이 다시 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고쳐먹게 , 얼마 경험했던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주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로봇처럼 일을 하고 있던 어느 , 청년이 식당에 와서는 주방까지 직접 자신을 찾아왔다. 그리고 간곡히 가지 부탁을 했다. 자신의 어머니가 지금 너무 아프셔서 앞으로 돌아가실 날이 그리 멀지 않은데, 마지막으로 예전에 이곳에 왔을 먹었던 잡채가 그리 맛있었다고 하면서 한번 다시 먹고 싶어 하신다고 하셨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몸이 불편해서 직접 여기 수는 없는 처지라 혹시라도 포장이 될까 싶어서 왔다고 했다. 원래 혜영이 일했던 곳은 고급 한식 요리 집이라서 보통 다른 가게들과는 달리 아예 포장이 되는 집이었다. 하지만 청년의 표정을 보고 혜영은 부탁을 차마 거절할 없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는 허락을 얻어서 정말로 정성을 다해서 잡채를 만든 포장해서 보내줬다고 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갑자기 가지 생각이 불쑥 떠올랐던 것이다. 옛날 처음 자신이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했던 진짜 이유가.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 싶었어. 하지만 그때 문득 내가 처음에 요리를 좋아했던 이유는 그저 누군가 요리를 맛있게 먹어 주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는 생각이 떠올랐지. 내가 그세 그것을 까맣게 잊어 먹었더라고. 좋아하는 것을 잘하면 좋겠지. 잘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괜찮을 거야. 그런데 좋아하는 것을 못한다고 해서 아예 필요는 없을 같아. 그래서 이제 다시 도전해보려고. 비록 내가 분야에서 최고는 없지만 최선은 다해봐야지. 이제는 혼자 힘으로 유학을 끝낼 있을 정도로 돈도 충분히 벌었고. 그러니 늦기 전에 다시 가보려고." 혜영의 말이 끝나고 나는 잠시 침묵 속에 남겨져 있었다. 우선 그런 결심을 그녀의 모습이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삶이 대비되면서 도대체 나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 물론 예전의 삶에 비하면 이곳에서의 삶은 비교 불가능 정도로 좋았다. 장씨 아저씨와 아주머니 그리고 요즘 가끔 보는 이춘삼씨도 좋았다. 하지만 나는 혜영처럼 번도 운명에 맞서 싸워볼 시도조차 하질 못했다. 미끄러우면 미끄러지고, 쫓기면 도망치고, 누르면 찌그러지고, 찌르면 찔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 그나마 좋게 겨우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나는 갑자기 부끄러웠다. 나에 대한 환멸감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오빠는.. 몸에서 좋은 냄새가 많이 난다며?" 변한 표정을 살핀 혜영이 약간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나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힘들겠다..." 나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번 머릿속에 들어 부정적 생각이 나를 점점 침몰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갑자기 작년 10월의 나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오빠가 세상에서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어?" 나는 혜영이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서 빤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있는 ? 물론 내가 있는 일은 많다. 단지 일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 세상에서 이곳만이 유일하게 나를 받아주는 곳이다.

 

"이런 좋은 곳에서 간병인으로 사는 것도 좋지만, 평생 이곳에서만 수는 없잖아. 솔직히 말해서 김회장이란 사람이 언제 갈지도 모르고. 아빠나 아주머니는 연세가 있으시니 그렇다고 쳐도 오빠는 다르잖아. 아직 한참 젊은데. 그러니까 오빠도 결국 오빠의 삶을 찾아야 같다는 생각이 드네." 당연히 맞는 말이었다. 단지 나는 동안 사실을 알면서도 최대한 외면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나도 그럴 듯한 계획은 있었다. 이곳에서 최대한 오래 일을 해서 스스로 일어설 만큼 돈을 마련한 그때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김회장의 상태를 보면 내가 이곳에 있을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도 않았다. 내가 비록 이춘삼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가 점점 자주 등장한다는 것의 의미는 결국 김회장의 끝이 점점 가까워가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사실 가장 문제는 과연 계획대로 돈을 모았다고 해서 내가 다시 시작할 있는 새로운 따위를 정말로 찾을 있을지에 대한 여부였다. 하고 싶은 일을 잘하는 것은 좋지만, 만약 일을 하는 것을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면 하고 싶어도 없다. 혜영은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것이 좋아서 다시 요리를 배우겠다고 했지만, 나는 내가 뭔가를 하면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뿐이었다. 그러니 혜영과 달리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점이 나와 혜영의 근본적인 차이였다.

 

" 생각에 몸에서 냄새가 나더라도 일하기 괜찮은 , 그러니까 이미 작업 환경에서 냄새가 많이 나는 곳에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같아서." 그래, 나도 예전에 생각해본 일이긴 했다. 하지만 나는 순간 갑자기 화가 났다. 혜영과 비교되는 삶에 대한 부끄러움과, 앞으로 나에게 뻔히 일어날 일에 대한 비겁한 외면, 그리고 이런 촌구석에 눌러 앉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던 한심함이 엉뚱하게 혜영에 대한 분노로 터져 나왔다. 지금은 한심한 꼴이지만 한때 나름 잘났고, 한때 나름 나가던 내가 결국 냄새가 가려질 정도의 그런 더러운 환경에서 그것도 제대로 월급도 받을 가능성이 그런 일이나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네가 안다고 그래? 너야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냄새를 맡는다는 이유로 그냥 포기한다고 해도 그저 다른 일을 선택하면 그만일 있지만 나처럼 몸에서 지독한 냄새가 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야. 너야 싫으면 네가 떠나지만, 나는 사람들로부터 밀려나고 저리 꺼져버렸으면 하는 눈빛을 받는 일이라고." 언성이 높아졌다. 갑작스러운 감정 반응에 당황한 혜영은 얼굴이 굳어지더니 미안하다고 했다. 나에게 상처를 주려고 말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화가 나는 그런 그녀의 말투와 눈빛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혜영은 지금 나를 동정하고 있었다. 한번 치민 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만 갈뿐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여기에 오기 전까지 5 동안 삶이 얼마나 지독하게 힘들었는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 삶이 얼마나 하찮게 느껴졌는지 소리쳤다. 네가 얼마나 그런 삶의 고통을 이해할 있냐고 따졌다. 하지만 그렇게 화를 내는 순간에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것들은 그저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삶에 대한 실망과 짜증의 소리임을. 나는 혜영과는 달리 그저 나에게 주어진 삶을 피하려고 하고 원망하고만 있었을 뿐이다. 나는 나를 이렇게 낳은 부모를 원망하고, 별것도 아닌 냄새 따위로 인해 그런 차가운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을 원망하고, 내게 이런 운명을 안겨 믿지도 않는 신을 원망했다. 그리고 모든 원망은 억울함이 되었다. 나는 내가 이상해진 후로 언제나 원래의 멀쩡했던 나로 돌아가기만을 바랬다. 지금의 나는 절대로 내가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야 했다. 그래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멀쩡한 곳이 있다. 하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접고 누군가를 위해 맛난 요리를 해주고 싶어서 다시 유학을 떠나겠다는 혜영과 비교하면 나는 그저 어리석고 못나고 용기 없는 인간일 뿐이다. 분노가 치솟을수록 자괴감이 몸으로 퍼져나갔다.

 

"지난 시간 동안 가만히 생각해보니 공감이라는 것은 말이야,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결국 남의 감정을 흉내 내는 것이더라고. 그래서 사람들은 뭔가 그럴 듯하게 타인을 공감하면서 아픔을 같이 느낀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타인의 아픔을 보면서 자신의 고통을 되살려 내는 것뿐이지. 결국 공감이 아닌 그저 자신의 고통의 기억이야. 그래서 상대가 지금 정말로 무엇을 느끼는 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그저 자신의 감정 속으로 침전되고 말지. 그러니 다른 누군가를 제대로 공감한다는 것은 아예 처음부터 글러먹은 짓이야. 그래놓고는 그저 감정 반응으로 인해 나타나는 눈물과 웃음으로 공감한다는 표현하지." 혜영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가 오빠를 공감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야. 그래서 나는 그런 시도조차 하려고 하지 않겠어. 그런데 오빠도 가지는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가 오빠의 삶을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듯, 오빠 역시도 삶을 제대로 공감할 없어. 그래서 오빠도 나도 자신이 겪은 절망의 기억을 통해서 상대방이 겪었던 고통의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평가하지 않길 바래. 그러니 방금 말한 오빠가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을 겪었다고 해서 나의 절망이 것도 아니라는 식으로는 표현하는 것은 처음부터 틀린 거야. 손가락이 베였을 누군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우리는 그저 각자 아픈 거야. 누가 아프고, 누가 아픈 건은 아니지."

 

혜영이 차분한 말을 들으면서 나는 갑자기 거짓말처럼 화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다른 의미로 또다시 부끄러웠다. 혜영은 나보다 어린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내가 나이를 헛먹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지난날들의 오랜 좌절과 고통의 시간이 저런 말을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것일까? 그런데 도대체 나는 그런 고통의 시간을 겪고도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을까? 나는 여전히 한계 속에서 갇혀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일까? 나도 혜영처럼 커다랗고 빛나는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비상하고 싶었다. 나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고 싶었다. 이런 시골에서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고 사는 것도 좋지만 삶의 페이지가 이런 식으로 넘어가서 이대로 책이 덮이기를 바라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아직 써지지 않은 책이어야 했다. 그리고 확실한 하나는 나는 아직까지는 뭔가 있는 시간들이 남아 있다. 동안 세상을 원망을 하느라 시간을 써와서 그것을 해야 한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억울함이라는 깊은 굴에 빠져서 한걸음도 미래를 향해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화내서 미안해..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나는 힘이 빠진 음성으로 혜영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혜영은 살짝 웃기만 아무런 말이 없었다. " 동안 내가 무슨 다른 일을 있을지 생각 엄두조차 내질 못했어. 그저 거지같은 세상을 원망하느라 모든 것을 써버렸거든." 나는 혼자 하듯 중얼거렸다. "오빠 잘못이 아니지. 그건 누구나 그랬을 거야. 나도 오빠처럼 되었다면 버티고 자신이 없는걸?" 잘못이 아니다라... 정말로 잘못이 아닌 것인가? 분명히 몸에서 나는 냄새이고, 다들 나를 피하는데 그것이 잘못이 아니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니다. 분명히 잘못은 아니다. 내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책임까지 회피할 수는 없다. 사람들에게 그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냐고 따질 수도 없다. 누구도 말에 동의해주질 않을 것이다. 옆에 있는 혜영도 만약 냄새를 맡을 있었다면 금세라도 멀리 떨어져 있으려고 것이다. 잘못이 아니란 말을 저리 쉽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분명히 나를 위로를 하려고 말이지만 말은 위로가 아닌 오히려 절망으로 닿았다.

 

"내가 비록 그리 오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삶이라는 것이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매일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 내가 아는 그것만이 삶에 관한 유일한 진실이야. 그래서 오빠도 힘들겠지만 앞으로 오빠가 행복한 일을 찾아서 했으면 ." 듣기엔 좋은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이상 혜영이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먼저 일어나겠다고 하고는 천천히 쪽으로 걸어갔다. 오랜 대화 속에서 이미 시간이 훌쩍 흘렀고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은 오후에 바둑을 장씨 아저씨도 없어서 혜영이 역할을 대신 해줘야 했다. 이미 차례 장씨 아저씨가 하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서 미리 점검도 해놔야 했다. 오늘은 그냥 이춘삼씨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바둑을 두든 말든 오후엔 장씨 아저씨가 지시해놓고 텃밭에 고춧대를 고치는 작업도 해야 했다. 그러면 하루해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하루라면 그냥 지우는 편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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