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에세이

김두삼씨 이야기 - 8

아이루다 2020. 1. 28. 09:12

 

 

8. 김두삼씨와의 첫만남

 

다음 아침엔 바둑업체에서 나온 직원이 흠집이 바둑판을 수거하기 위해서 집을 방문했다. 그는 문제가 생긴 바둑판을 잠시 살펴보더니 오일 정도면 충분히 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끼어들어서는 수리기간을 늘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천천히 열흘쯤 걸리도록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직원은 아주머니의 부탁을 즉시 거절했다. 그는 마치 대본을 읽는 사람처럼,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고객의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것이 회사의 기본철학이라서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일부로 수리 기간을 늘릴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직원이 우리의 부탁을 거절하고 있는 것에는 회사 철학 같은 것과는 아무런 상관없어 보였다. 이유 말고 아마도 우리들을 믿을 없어서 그런 했다. 원래 사람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법이다. 그래서 우리가 내일 어떤 말을 할지 모르니 그가 우리를 경계하는 했다. 그나마 그것이 의심이 아닌 조심 정도의 수준이니 다행이었다. 그래서 아주머니가 건넨 맛난 쿠키와 따뜻한 덕분에 쉽게 해결되었다. 그는 아주머니가 아이들 가져다주라고 건낸 커다란 쿠키 봉지를 들고는 열흘 후에 뵙겠다고 하면서 밝게 웃으면서 떠나갔다.

 

오후가 되자 나는 드디어 김회장과 마주해야 하는 운명의 시간 앞에 서게 되었다. 없었다면 첫날 겪어야 일을 바둑이라는 복병 덕분에 이렇게 일이나 지나서 하게 것이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나는 아주머니의 조언에 따라서 최대한 말끔하게 차려 입고 김회장에게 첫인사를 하러 갔다. 아마도 아무 것도 모른 이곳에 김회장을 만났다면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갈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전혀 다르다. 그때는 그냥 왔었고, 그래서 그냥 수도 있었다. 그러니 김회장과의 만남이 틀어져서 내가 쫓겨나더라도 그냥 체념하듯 떠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삼일 동안 이곳에 있으면서 내가 바뀌었다. 나는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싶어졌다. 바둑이라는 문제로 인해서 오히려 그렇게 되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이곳에 있고 싶다는 욕망은 한층 강해졌다. 그래서 여자를 만나는 것도 아닌데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주머니가 앞에 서고 내가 뒤를 따랐다. 그녀는 김회장의 방문 앞에 서서 노크를 했다. 그리고 잠시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천천히 뒤를 따라 들어갔다. 이곳에 처음 보게 김회장의 방은 밖에서 대충 예상했던 크기보다 훨씬 컸다. 아마도 일반 방보다 높은 천정 때문에 더욱 그래 보이는 했다. 방의 천정은 거실만큼은 아니지만 최소 배는 되어 보였다. 그리고 천정은 거실처럼 나무로 처리가 되어 있었다. 밑으로 이어진 벽면엔 하얀 벽지가 발라져 있는데, 깨끗한 느낌이 드는 것이 벽지를 새로 바른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했다. 예상컨데 아마도 장씨 아저씨의 솜씨일 듯싶었다. 방의 창은 방향으로 있었는데 한쪽 창가 쪽에서 따뜻한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11월이 코앞인 시기의 낮게 드리워진 오후의 햇살은 전체를 따뜻한 느낌이 들게 해주고 있는 중이었다.

 

방안에 있는 가구 중에서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한쪽 구석에 멋들어지게 자리를 잡고 있는 진한 갈색의 커다란 스피커들이었다. 비록 내가 음향기기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이지만 크기만으로도 고가의 가격일 것이란 짐작될 만큼 커다란 스피커였다. 만약 저걸로 음악을 크게 틀면 전체가 들썩들썩할 같았다. 그리고 옆으로 두꺼운 높이를 가진, 내가 그런 브랜드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뭔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오디오 시스템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가장 밑으로는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카세트 테이프를 넣을 있는 장치가 보였고, 위로 CD플레이어인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가장 위쪽으로는 눈에 보기에도 LP 플레이어처럼 보이는 장치가 위치해 있었다. CD조차 이미 한물이 시대이니 보기 힘든 조합이었다.

 

 

옆으로는 커다란 책장이 있었는데, 보통 책장이 아니라 바로 LP판과 CD 모아 두는 그런 곳이었다. 눈에 보기에도 엄청 많아 보여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것일까? 아니, 그것보다 저렇게 많은 것을 모으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무래도 김회장이란 사람, 음악에 조예가 무척 깊은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너무도 정리가 되어 있어서 마치 인테리어로만 역할을 하는 듯도 느낌도 났다. 그렇다면 한때 즐기던 취미였던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돈도 아니면서 많은 LP, CD 그리고 비싸 보이는 오디오 시스템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대편 벽엔 진짜 책장이 있었는데 안에는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대충 보기에도 제목들이 소설과 같은 것들이 아니라 김회장이 관심이 많다는 역사나 시사 그리고 경제와 철학 등에 관련된 것들로 보였다.

 

전체를 훑던 시선은 한쪽 벽면에 위치한 침대 위의 앉아있는 사람에게 다다르자 갑작스럽게 고정되었다. 내가 딱히 어떤 선입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전혀 모르고 봐도 뭔가 까다로움이 느껴지는 사람, 바로 김회장이었다. 그는 나를 소개하고 있는 아주머니의 말에 전혀 어떤 표정 변화도 없이 그저 나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그런 시선이 불편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해도 그냥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이름이 이성범임을 밝혔다. 하지만 김회장은 이름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보였다. 나는 뭔가 어색함을 느끼면서 불편해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오게 사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몸에서 냄새가 나는 내용은 뺐다.

 

, 사실 당연하지만 딱히 관심을 끌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래도 김회장은 고개를 위아래로 살짝 흔들면서 처음으로 반응을 했다. 작은 움직임이지만 덕분에 긴장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그제야 나는 비로소 김회장이란 사람을 자세히 바라볼 있었다. 내가 듣기로 그는 분명히 58년생이었다. 그러면 현재 60 초반의 나이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이 들어 보였다. 아마도 몹쓸 병으로 인해서 그런지, 아니면 염색을 전혀 하지 않아서 하얗게 머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얼굴엔 제법 깊은 주름이 많아서 그의 삶이 그리 녹록하지 않았음도 또한 대충 짐작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많이 먹으면 각자가 가졌던 외모가 고유한 개성을 잃으면서 '늙음'이라는 공통된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할아버지들이나 할머니들이 그렇게 다들 비슷해 보이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김회장은 이미 단계까지 초입에 들어선 보였다. 도대체 삶을 어떻게 살아왔기에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저리 빨리 늙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자니까 몸에 좋은 것도 많이 먹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이어졌다. 마음 한구석이 괜히 답답해졌다. 그런데 순간 나는 내가 느끼고 있는 답답함이 그저 김회장의 턱없이 빨리 늙은 외모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답답함은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묵직한 공기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순간 나는 방에 있는 창문들을 활짝 열고 싶다는 충동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내가 느끼는 답답함이 결코 안의 공기를 환기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가 아님을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공기 중에 숨겨져 있는 어떤 특이한 냄새 때문이었다. 내가 집에 처음 도착한 날부터 느꼈던 강한 향초의 냄새 속에 숨겨진 정체 모를 꼬리꼬리한 냄새의 근원지가 바로 방에서 출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를 뵈러 요양원에 갔을 맡았던 냄새,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느낌이 비슷했다. 그것은 김회장의 외모와 겹쳐지면서 고독과 죽음의 냄새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그래서 아주머니는 냄새를 지우려고 매일 그렇게 강한 향초를 피우고 있는 했다. 다행스럽게도 덕분에 몸에서 나고 있는 비릿한 냄새도 같이 묻히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방에서 시작되어 전체로 퍼져나가는 정체모를 냄새에 대해서 내가 감사라도 해야 형편이었다.

 

"그래, 바둑은 얼마나 두고?" 김회장의 첫마디는 예상처럼 바둑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순간 나는 즉시 현실로 되돌아왔다. 외모가 워낙 나이를 먹어 보여서 그런지 목소리가 오히려 젊게 느껴졌다. 나는 일단 그렇게 두는 편은 아니라고 최대한 겸손하게 대답을 했다. 그러자 김회장은 갑자기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면서 내가 지금 겸손을 떠는 건지, 진짜로 실력이 없는 것인지를 알아 봐야겠다고 했다. 해석하면 지금 당장 바둑을 준비를 하라는 뜻이었다.

 

사람을 처음 보자마자 자신이 좋아하는 바둑부터 두려고 하다니, 이미 들어서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긴 했지만 정말로 성격 급하고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는 사람 같았다. "회장님, 그런데 지난번에 바둑판에 문제가 생겨서 오전에 수리를 하러 보냈어요. 그래서 지금은 바둑을 없는 상황입니다." 아주머니는 내가 며칠간 들어 중에서 가장 공손한 어투로 대답했다. "뭐라고?" 순간 김회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순간적으로 얼굴마저 붉어졌다. "지난번에 말씀 드렸잖아요. 선반 위에 놓은 꽃병이 떨어져서 깨지면서 밑에 있던 바둑판에 흠집이 났다고요. 그래서 오늘 어쩔 없이 수리를 보냈습니다.아주머니는 김회장의 그런 감정 변화에 익숙해져 있는 별다른 동요 없이 차분히 대꾸했다. 그러자 회장은 자신에게 언제 그런 말을 했냐고 언성을 높였다. 순간 너무 확신 있게 말해서 전후 사정을 아는 나조차도 김회장이 정말로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정도였다. " 때문에 어제 회장님이 장씨를 많이 혼내셨어요. 그리고 제가 듣기로 요즘 회장님이 드시는 약이 독해서 기억력이 문제가 있을 있다고 지난 검진 방문했던 정박사가 주의를 줬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회장님이 어제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여전히 차분한 아주머니의 설명에 김회장은 인상을 잔뜩 쓰면서 잡히지 않는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는 했다. "최대한 빨리 수리를 달라고 부탁했으니까 조만간 좋아하시는 바둑을 두실 있을 것이에요." 아주머니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약간 곤란한 표정으로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 대놓고 거짓말을 하려니 약간 기분이 그런 했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김회장은 여전히 아무런 생각이 나는 했다. 그래도 자신의 기억력이 그리 믿을만한 것이 아닌 것을 아는 이상 우기지는 않았다. 그는 당장 바둑을 없다는 점을 알고는 나에게 관심을 잃은 심드렁한 표정이 되어서는 시선을 쪽으로 옮겼다. 그렇게 잠시 있다가 갑자기 책을 들고는 읽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나에게 이젠 나가자고 눈치를 줬다. 부담이 가면서도 뭔가 흥미로운 김회장과의 만남이었다.

 

"그런데 제가 공식적으로 간병인이 되면 해야 하는 거죠?" 나는 김회장과의 만남 이후로 이제야 처음으로 내가 이곳에 진짜 역할에 대해 물을 있었다. 그것에 대해 신경을 있을 만큼의 작은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나저나 아파 보이긴 했지만 딱히 간병인이 필요할 정도의 환자 같지는 않았던 김회장의 모습을 보고 났더니 실제로 내가 간병인으로써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가 조금 궁금증이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질문에 먼저 반응해준 것은 장씨 아저씨였다. 그는 평소처럼 이런저런 쓸데없는 말들을 뒤섞어서 많이 했지만 결국 그의 말을 종합해보니 내가 간병인으로써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개뿐이었다. 하나는 바로 지금껏 장씨 아저씨가 대신 오던, 김회장에게 매끼 식사를 챙기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아주머니가 준비를 해준 식판을 가져다주고, 먹고 나면 다시 식판을 내어 오면 되는 일이었다. 그때마다 김회장의 얼굴을 봐야 하는 부담스러움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식사를 따로 하세요?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내가 묻자 아주머니는 뭔가 설명하기 힘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김회장은 자신이나 장씨와 같이 밥을 먹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물었다. 도대체 그러냐고 했다. 아주머니는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자신들과 어울리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같다고 했다. 평생 기업의 회장으로써 살아온 사람이라서 살림만 하면서 지낸 자신이나 쓰는 일만 장씨와는 서로 너무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 같이 지내기가 힘들 것이라고 했다. 나는 말이 이해가 가면서도 가지 않았다. 아무리 왕년에 회장이었다고 해도 결국엔 사람 아닌가? 회사에서나 회장이지 이곳에서는 그저 환자일 뿐이었다.

 

그것 말고도 내가 해야 하는 다른 하나는 식사 약을 챙겨 먹이는 일이었다. 나중엔 상황에 따라서는 급하게 주사를 놔야 일도 있을 있다고 했다. 내가 그건 불법 의료행위가 아니냐고 묻자, 아주머니는 이런 시골에서는 급할 어쩔 없는 일이라고 했다. 대신 나중에 여기에 오는 간호사에게 따로 교육을 받아 놓아야 한다고 했다. 아무튼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장씨 아저씨는 식사를 챙기는 일은 오늘까지는 자신이 테니까 내일부터는 내가 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간병을 가장 성가신 하나가 바로 가끔 김회장의 몸에 일부 마비가 오면서 침대에서 큰일을 치루는 경우가 있다고 하면서 혀를 찼다. 지금까지는 두어 있을 만큼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때는 김회장을 욕실까지 옮겨서 씻기고 침구류도 세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일어나지도 않는 일에 대해서 생각만으로도 속이 불편해졌다. 사실 정말 제대로 간병인이라면 그런 일을 해야 정상적이긴 하겠지만, 나는 아직 자신을 간병인으로써의 역할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 받아들인다고 해서 똥을 사람을 처리하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질 같지는 않았다. 장씨 아저씨는 머릿속에서 남자를 씻기고 있는 상상을 하고 있던 표정을 보더니 웃으며 자신도 같이 도와줄 테니까 그리 걱정하지 말라고 나를 위로해줬다.

 

"그건 장씨도 못하잖아?" 장씨 아저씨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으며 대꾸했다. 그리고는 시선을 나에게 옮겨서 장씨는 늙고 힘이 없어서 힘든데 나는 젊고 덩치도 좋으니 일을 잘할 것이라고 말해줬다. 분명히 위로는 위로이지만 그리 위로가 되는 말은 아니었다. 다른 일을 몰라도 그런 일을 잘하는 사람은 별로 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도 장씨가 잘하는 것은 있지아주머니는 조금 다른 얘기를 했다. 그것은 바로 그때 제일 힘든 일이 사실은 남이 냄새를 참는 것인데, 장씨는 이상하게도 냄새에 대해서는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순간 장씨 아저씨가 정말로 후각기관에 어떤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있었다. 몸에서 나는 냄새는 그나마 앞에서는 참는 척할 있겠지만, 그런 똥냄새를 사람이 없을 때조차 예의상 참을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나를 보통사람 대하듯 대하는 사람 중에서 장씨 아저씨에 대한 미스터리는 이렇게 해결이 되었지만 아주머니는 도대체 어떻게 몸의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하는 대할까? 음식을 잘하는 것을 보면 냄새에 대해서도 남들보다 민감할 텐데... 단순히 아주머니의 표정만 보면 그녀 역시도 어떤 냄새도 맡지 못하는 착각이 정도였다.

 

"그럼 나머지 시간에 해야 해요?" 들어보니 간병인으로써 역할은 생각보다 일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남는 시간이 걱정이 정도였다. 지금은 바둑에 관한 특수한 상황이라서 시간적 여유가 없지만 앞으로는 익숙해지고 나면 뭔가 달라질 것이다. 질문에 장씨 아저씨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표정으로 보아서 아무래도 뭔가가 있는 같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냐고 캐물었다. 장씨 아저씨는 딱히 어떤 일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더니 손을 들어서 거실 한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내가 손의 끝을 따라가자 거기엔 은색 종이 하나 매달려 있었다. "저짝에 하나 보이지? 종에 연결된 끈의 끄트머리가 회장님 방에 침실로 연결되어 있는 , 종이 울리면 무조건 5 안에 회장님 방으로 가야 . 조금이라도 늦으면 난리도 아녀." 장씨 아저씨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파악하기 힘든 장난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하지만 일단 농담 같지는 않았다. 걸려 있는 종도 너무 그럴 했고, 시선으로 종에 이어진 끈을 따라가다 보니 정말로 끝이 김회장의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서 밖에 있을 때는 종소리를 듣지 못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럴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장씨 아저씨는 그건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하듯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자주 없는 일이고, 만약 그럴 경우엔 자신이 보통 집안에 있으니까 말해주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종을 보고 어떻게 부담이 되질 않겠는가? 나는 순간만큼은 종의 존재가 발목에 채워진 족쇄처럼 느껴졌다. 그대로 종이 울리면 화장실에서 똥을 싸다가도 끊고 나오고 샤워를 하려고 비누칠을 하다가도 잽싸게 씻고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저런 종을 두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예전에 집이 넓어서 방에서 크게 불러도 예전 간병인들이 듣는 경우가 있어서 그랬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그럼 전화기를 쓰면 되지, 요즘 누가 무식하게 무슨 파블로프의 개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저런 식으로 장치를 했나 싶었다. 그런데 순간 옆에 있던 장씨 아저씨가 저것이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자랑했다. 방금 생각했던 무식한 사람이 바로 옆에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냥 썩소를 날리며 대단하다고 해주었다. 그리고 나중엔 종을 없애고 전화를 쓰거나 그것조차 힘들다고 하면 무전기를 사다가 쓰는 방식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굳이 저를 간병인이라고 칭하죠? 간병 일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다른 일들이 많은 같은데나는 사실 답을 이미 대략 알면서 그냥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 말이... 그런데 아마도 회장님의 마지막 자존심 같은 것이 아닐까?자존심이란 표현을 듣자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 하나가 하고 지나갔다. 하루 종일 혼자 있어야 하는 김회장은 지금 많은 시간을 같이 시간을 보낼 친구가 필요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구를 주고 사는 것이 자존심 상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김회장도 결국 서울에서 그렇게 혼자 살고 있었던 나하고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사람이었다. 집을 관리해주는 사람과 때가 되면 밥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을 , 나와 똑같이 외로운 것이다. 그도 나처럼 넘쳐나는 시간을 함께 친구가 없었다.

 

김회장과 나의 차이는 단지 돈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돈이 많았다면 친구들이 여전히 곁에 있었을까? 몸에서 나는 심한 냄새를 견디면서 그들은 앞에서 웃음을 보였을까? 겪어 보지 못했으니 없지만 그럴 같기도 했다. 특히 많은 돈을 주면 줄수록 많은 사람들이 그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때문에 곁에 있는 사람들을 과연 친구라고 있을까? 내가 가진 돈으로, 내가 주는 돈으로 옆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지금처럼 비어 버린 나의 내면을 채울 있을까? 그런 가식적인 인간관계를 통해서 안의 공허함과 허무함을 달랠 있을까? , 운이 좋게도 상대가 돈뿐만이 아니라 나까지 좋아한다면 그럴 수도 있을 같았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그것을 구분할 있을까? 단순히 생각해도 돈을 계속 주고 있는 , 때문에 지금 옆에서 웃고 있는지, 정말로 내가 좋아서 옆에서 웃고 있는지 구분할 방법이 없다. 돈을 주지 않을 때만 유일하게 확인 있지만, 그렇게 되면 아마도 그들은 떠날 것이다. 지금 당장 나부터 그럴 테니까. 아무리 나를 좋아한다고 말한다고 해도 처음부터 돈이 필요해서 옆에 있는 사람들은 돈을 없다면 떠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분명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김회장이 나보다 딱히 나아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젊어서 그렇게 나보다는 돈도 많이 벌고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그렇게 상황은 나보다 확실히 낫긴 하다. 하지만 결국 다를 것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일은 나와 김회장만 겪는 일도 아니었다? 시기만 다를 ,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그토록 원하던 장수를 누린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었다. 젊은 시절엔 누구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살아갈 있다. 하지만 나이를 먹게 되면 세상과 이어진 끈들이 하나 둘씩 끊어지면서 결국엔 고립되고 만다. 원래 늙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육체의 노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아직 늙지는 않았지만 이미 삶이 늙은 사람의 그것과 비슷했기에 점에 대해서 안다.

 

늙어가는 것이 가장 슬픈 이유는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이다. 다들 젊은 시절엔 존재만으로도 빛이 난다. 젊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고,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단지 젊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하고만 어울리기에 다들 빛이 나서 그것을 그리 대단한 것으로 보지 않을 뿐이다. 반대로 늙었다는 것은 추해지는 것이고, 사람들은 추한 것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나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추한 것이라서 그토록 젊은 나이에 잊혀버린 것이다. 결국 나는 남들이 후에나 겪을 일을 미리 겪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엔 늙게 되는 인간이란 존재는 어쩌면 외로움이란 숙명을 지고 태어난 것이 아닌 것인가 싶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긴 하다. 결국 다들 그렇게 외로워할 것이면서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지를 못할까? 김회장 역시도 조금만 너그러워지면 지금이라도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살아갈 있을 것이다. 바로 옆에 있는 장씨 아저씨부터 그렇다. 그가 비록 김회장이 원하는 만큼의 대화능력을 갖추진 못했어도 관리에 대한 이야기나 땡구와 고라니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쯤은 얼마든지 즐겁게 대화를 있는 사람이다. 아주머니는 더욱 그래 보인다. 몸이 아플 때는 모르겠지만, 멀쩡할 때라면 식판으로 혼자 밥을 먹지 않고 밖으로 나와 식탁에서 함께 어울리면서 식사를 하는 것이 훨씬 나을 텐데 저렇게 스스로 벽을 치고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 김회장이 가지고 있는 자존심이라는 단단한 벽은 도대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내가 가지고 있던 종이 짝처럼 얇은 벽은 이미 무너졌음에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런데 회장님은 도대체 무슨 병에 걸린 건가요?" 계속 생각하다보니 머리가 너무 복잡해져서 화제를 돌렸다. 질문에 장씨 아저씨가 김회장의 뇌에 종양이 생겼다고 대답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뇌에 종양이라면 결국 암의 일종이 아닌가? 김회장이 암이라면 있는 날이 그리 멀지 않는 상태임이 분명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끼어들어서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내가 오해한다고 하면서 장씨를 나무랐다. 그러고 나서 다시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다. 종양은 종양인데, 악성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좁쌀만한 크기의 아주 작은 알갱이들이 안에서 많이 생겨난 상태여서 문제라고 했다. 종양은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결국 뇌의 이곳저곳을 압박하면서 여러 가지 합병증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어떨 때는 언어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말을 어눌하게 하기도 하고, 아까 설명했듯이 부분적으로 마비가 생겨서 제때 화장실을 시기를 놓치기도 하고, 조금 전엔 약의 부작용이라고 둘러댔지만 어제 있었던 바둑판이 깨진 것을 기억하는 못하는 것처럼 최근에 있었던 일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다지 심각한 수준은 아닌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조금씩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하면서 걱정도 했다. 나는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냐고 물었다.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작은 종양이 생긴 부위가 일단 뇌라서 제거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만약 다른 부위라면 넓게라도 절개를 하는 시도라도 있지만, 뇌를 절개하게 되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 없으니 그냥 두고 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니 그저 최대한 그런 종양들이 생겨나지 않게 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했다. 그러니까 김회장이 걸린 병은 아주 심각하지는 않지만 일종의 불치병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인 딱히 통증도 없고 일상생활에도 많은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단지 가끔 일어나는 문제들, 그러니까 언어능력 문제, 지각능력 문제, 기억능력 문제 등으로 인해서 회사경영과 같은 복잡한 일은 없는 상태라서 결국 재작년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라고 했다. 그제야 나는 김회장이 정확히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 대충이라도 이해 있었다. 그는 나와 비슷하게 겉으로는 멀쩡한 정상인 같지만 결코 제대로는 정상인은 없는 상태, 바로 그것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오래..?" 나는 생각 없이 질문을 하려다가 나도 놀라서 말을 멈췄다. 그런데도 아주머니는 질문을 이해한 표정에 살짝 곤란함이 스쳤다. "나도 모르지. 사실 아무도 몰라. 회장님의 주치의인 정박사조차도 모르겠다고 했고. 운이 좋다면 앞으로도 수십 년을 수도 있고 나쁘면 년도 힘들지도..." 아주머니는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나는 순간에 각각의 상황에 가지 기분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만약 수십 년을 산다면, 그것도 지금보다 점점 나빠지는 상태로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재앙이 것이다. 심각한 기억력 감퇴와 잦은 마비가 반복된다면 이상 사람이라고 부를 있는 존재가 아닐 것이다. 내가 그런 환자를 어떻게 감당할 있을까? 그래도 김회장이 오래 살면 좋은 점은 분명히 있다. 그만큼 내가 이곳에서 오래 머물 있으니까. 수십 동안 여기에서 일할 있다면 내가 늙어 죽을 때까지 먹고는 있는 돈은 모을 있을 것이다. 삶이 질적으로는 어떻게 되든 적어도 양적으로만 보면 그렇다. 반면에 김회장이 정도만 살다가 죽으면 오랜 시간 힘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후에 나는 무엇을 해서 먹고 있을까? 나에게 있어서 김회장은 오래 사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그렇지 않은 것이 좋을까?

 

"인명은 재천이라고 했는데, 지금부터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말아." 아주머니는 표정에서 뭔가를 읽은 말해주었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아주머니의 말을 들으니 사람의 목숨을 두고 앞날의 손익만 계산하고 있었던 자신이 뭔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뭔가 변명이라도 하려고 했으나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주머니의 미소를 보고는 들어가고 말았다. 그녀는 내가 뭐라고 하든 간에 이미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알고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나이가 주는 연륜의 힘일까? 나는 갑자기 아주머니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겼다. 짧은 시간을 봤지만 동안 보여준 언행으로 보아 이런 시골집에서 밥이나 하면서 살만한 사람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딜 가도 같은 음식 솜씨를 지닌 아주머니가 이런 시골집에서 세상과 단절된 환자의 밥이나 챙겨주고 있는 것일까? 김회장이나 나나 그리고 딱히 아는 것이라고는 관리를 하는 것이 전부인 장씨 아저씨라면 몰라도 아주머니만큼은 아직 세상으로부터 잊힐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비록 살아 세월이 쌓인 얼굴이었지만, 과거 삶이 가장 빛나던 젊은 시절엔 어디 가서도 빠지지 않을 외모를 가졌을 같은 사람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분을 이곳에 있게 만들었을까? 나와는 전혀 달라 보이는 아주머니와 세상 사이에 연결된 끈은 그렇게 끊어져버리고 것일까? 궁금하긴 했지만 물어 수는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선을 돌려 장씨 아저씨의 얼굴을 보니 나이가 연륜을 주는 것만은 아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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