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에세이

김두삼씨 이야기 - 7

아이루다 2020. 1. 23. 09:57

 

 

7. 하기 싫다면 판을 깨라.

 

장씨 아저씨의 설명에 의하면, 김회장은 오전 시간엔 항상 바둑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리고 점심식사 후에는 산책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나마 날씨가 따뜻할 때이고 요즘 가을 날씨처럼 쌀쌀하면 거의 생략한다고 했다. 그것도 혼자서는 아니고 간병인을 데리고 가야만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김회장이 혼자서 몸을 가누지 못해서 그러냐고 물었다. 사실 간병인이 없다고 해도 장씨 아저씨가 같이 가도 되는 것이 아닌지 궁금했다. 그러자 장씨 아저씨는 한숨을 내쉬고는 대꾸했다. 김회장이 산책을 하는 동안 이런저런 주제들에 대해서 말하는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자신의 능력으로서는 김회장의 대화 상대가 돼주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평생 몸을 쓰는 일만 탓에 머릿속에 것이 없어서 김회장이 하는 말을 거의 이해할 없는 처지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그제야 집의 간병인 조건 중에서 김회장과 대화를 주고받을 만큼의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할 있었다. 거기에다가 바둑을 있어야 하는 조건까지 덧붙이고 나면 도대체 간병인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시간을 같이 보낼 친구와 같은 존재가 필요한 것인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명목은 간병인을 구하는 것이지만, 따져보면 결국엔 넘쳐나는 돈으로 시간을 같이 보낼 친구를 사는 것과 뭐가 다를 바가 있겠는가? 간병인이란 명목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되었을 , 여자나 남자가 나오는 술집에 가서 돈으로 그들의 관심과 칭찬을 사는 것과 그리 다를 것도 없어 보였다. , 그런 돈이라도 무척 아쉬워서 받아야 처지에서 말은 아니겠지만.

 

장씨 아저씨는 나에게 나와는 달리 너는 대학물도 먹었으니 바둑은 둬도 김회장이 좋아하는 대화 주제들, 그러니까 역사나 시사와 같은 주제들에 대한 지식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순간 잠시 움찔하긴 했지만 최대한 티내지 않고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바둑에 관해서 이미 자격미달인 처지에 조건마저 부족하면 된다. 하지만 속으로는 꽤나 찔렸다. 사실 요즘 대학생들은 장씨 아저씨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와 달리 학교 졸업장만 따면 기업에서 데려가 주던 그런 좋은 시절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시절의 학교 잔디밭에서 기타를 치며 막걸리를 마시면서 인생을 논하던 그런 낭만은 팔자 좋던 구세대의 신선놀음에 불과했고 지금의 대학교가 학점을 따고 스펙 관리를 위한, 일종의 고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직업 훈련소가 된지는 이미 오래 전이었다. 그러니 만약 대학생 누군가가 역사나 시사에 대해서 따로 공부를 한다고 해도 그것도 결국엔 취업 준비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장씨 아저씨는 순진하게도 최종 학력이 중졸 밖에 되는 자신과 달리 대학교를 나온 사람은 지식이 많고 똑똑한 아는 했다. 아무튼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추워서 밖에서 산책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당장 그것은 문제가 되지는 않을 했다. 하지만 만약 일이 풀려서 여기에서 계속 지내야 한다면 내년 봄이 오기 전에 나는 역사와 시사에 대해서 따로 공부를 해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먼저 바둑이라는 장애물을 건너야겠지만.

 

따로 산책을 하지 않고 있는 김회장은 요즘엔 오후 시간에 주로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잔다고 했다. 특히 최근에 처방 받은 약이 편인지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많이 잠을 잔다고도 했다. 그나마 김회장의 현재 상황은 나에게만큼은 유리했다. 내가 공식적으로 집의 간병인으로 소개 받기 전까지도 집안을 들락날락해야 하는데, 하루 종일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김회장과 마주칠 일은 거의 없어 보였다.

 

날은 밤늦게까지 연습을 했다. 장씨 아저씨의 도전정신에 절박함이 더해지자 열정이 생겨났고, 그로 인해서 그는 집에 가는 것도 포기하고는 오늘 밤엔 이곳에 남아 연습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오전쯤 되자 정말로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나아졌다. 처음 시작할 성공률이 절반이었다면 하루가 지난 오늘은 거의 80%이상 수준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 일은 무조건 완벽한 성공률을 가져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러니 더욱 부단히 연습을 해야 했다. 하지만 오늘 오후엔 뜻밖의 방문자가 있어서 어쩔 없이 연습이 중단되었다.

 

방문자는 김회장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최이사라는 사람이었다. 장씨 아저씨의 설명에 의하면 최이사라는 사람은 김회장의 최측근이라고 했다. 그래서 최이사는 보통 일주일에 번씩 이곳에 와서 지난 일주일 동안 주요한 회사 업무 내용을 보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의아했다. 내가 알기로는 김회장은 이미 경영권을 모두 넘기고 이곳에 와서 아픈 몸을 요양을 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내가 그것을 궁금해 하자 장씨 아저씨는 근처에 아무도 들을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쪽으로 자신의 입을 가져다 대고는, 말이 맞긴 하지만 김회장님이 여전히 회사의 실세라고 속삭였다. 순간 정작 나는 저렇게 나에게 가깝게 다가오면 몸에서 나는 냄새가 꽤나 심할 텐데 하는 걱정부터 들었다. 하지만 본인은 느낌이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장씨 아저씨가 혹시 후각이 마비된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장씨 아저씨는 이어서 회장님이 여전히 실세인지에 대해서 내가 묻지도 않은 설명을 했다. 그에 말에 따르면 현재 김회장이 가지고 있는 회사 지분은 40% 정도이고 그에게 우호적인 지분이 20% 넘기 때문에 현업에서는 은퇴를 했더라도 사실상 여전히 회사의 오너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것의 의미는 김회장이 여전히 회사의 최대 주주이기에 회사의 월급 사장쯤은 언제든 갈아치울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여서 설명해줬다. 갑자기 장씨 아저씨의 입에서 뭔가 전문적인 용어들이 나와서 낯설긴 했지만 거기까지 듣고 보니 어느 정도 상황이 이해는 되었다. 하지만 이어서 다른 의문이 생겨났다. 지금 현재 사장이 분명히 자신의 아들인데, 결국 자신이 죽으면 모든 것을 물려 아들인데, 앞으로 얼마나 살지 모르는 상황에서 회사 지분을 물려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씨 아저씨는 김회장과 아들인 김사장의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둘은 김회장의 아내, 그러니까 김사장의 엄마가 죽은 후부터 급격히 사이가 나빠져서 지금은 사실상 남남처럼 군다고 했다. 그래서 만약 김회장이 지금처럼 아프지만 않았다면 절대로 경영권을 넘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도 확신했다.

 

듣고 보니 흔한 아침 드라마 소재 같기도 했다. 나는 사람의 갈등이 시작되었는지 물었지만 장씨 아저씨도 이상 깊은 내막은 모르는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다음 초순에 완전히 겨울이 오기 전에 별채 외벽을 새로 칠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나에게 그가 갑자기 페인트에 대해서 말하는지 의아했지만, 듣다 보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여기에 계속 있게 경우 내가 해야 일인 듯싶었다. 나는 간병인으로 여기에 왔지만, 바둑 대국자가 되어야 했고, 대화 상대자도 되어야 했으며, 결국 건물 관리자까지 되어야 하는 처지였던 것이다. 이러하다 나중엔 아주머니에게 요리도 배워야 하는 것일까? 다른 것은 몰라도 그것은 좋을 같았다.

 

최이사라는 인물은 오후에 왔다.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왔는데, 미리 들은 아주머니 설명에 의하면 그는 비어 있는 개의 중에 한곳을 썼던 남상현이란 사람이라고 했다. 그도 장씨 아저씨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아주 가끔은 그곳에서 자고가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들이 도착할 때쯤 2층의 방으로 가서 일단 몸을 숨겼다. 공식적으로 나는 이곳에 오지 않는 사람이어야 해서 그랬다. 그런 밖으로 창문을 통해서 집의 입구 방향을 바라보았다. 10분쯤 지나자 한대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차는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널찍한 공간에 섰다. 그리고 잠시 앞뒤 문이 모두 열리면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들은 익숙한 태도로 건물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너무 멀리 있어서 얼굴을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지만 점점 다가올수록 대략 생김새까지도 파악할 있었다. 판단에 앞에 걷고 있는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고 반쯤 흰머리인 사람이 아마 최이사일 같았다. 그는 멀리에서 보기에도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를 가진 사람이었는데, 은테 안경까지 끼고 있어서 그런지 인상이 꽤나 차가워 보였다. 뒤를 따르는 남상현이라고 짐작되는 인물은 대충 또래 정도로 보였다. 그는 진한 회색 계열의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크고 호리호리한 몸매와 어울려 보였다. 그리고 얼굴 생김새는 평범한 편이었다.

 

그런데 순간 갑자기 남상현으로 판단되는 인물이 내가 있는 창가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마치 내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 깜짝 놀라서 꼼짝도 없었다. 어떻게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것일까? 나를 저렇게 바라보는 것이지? 정말로 나를 보고 있는 것인가?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에는 수많은 의문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답을 얻을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숨는다든가 하는 등의 행동을 하면 안될 같았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상대는 나를 수상하게 여길 것이 뻔했다.

 

그로 인해서 나는 심장이 심하게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자리에서 석상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순간 내가 상대를 정확히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나를 보고는 웃는 느낌이 났다. 그리고 순간 나는 갑자기 몸에 소름이 돋았다. 표정이 정말로 웃는 것이었다면, 사람은 분명히 나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닌 했다. 그의 미소엔 그런 흔한 것과는 다른 뭔가 낯설고 섬뜩한 감각이 느껴졌다. 하지만 당시 나로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전혀 짐작조차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남상현은 나에게서 고정했던 시선을 거둬드렸다는 점이다.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어서 오시라는 장씨 아저씨의 익숙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후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연속으로 들려왔다. 남상현의 예상치 못한 이상한 행동으로 인해 나는 이후 상황이 어떻게 될지 괜히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는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려고 했다. 무엇보다 남상현이란 사람이 2층에 있는 나를 것에 대해서 말을 하는지를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의 대화는 들리지 않았다. 사람은 형식적으로 장씨 아저씨와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김회장의 방으로 들어가서 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이상 아무런 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나는 조금 안심은 되었다. 덕분에 나는 방금 남상현과 눈이 마주친 순간을 다시 떠올릴 여유를 되찾을 있었다.

 

방금 그의 미소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그가 나를 보고 웃었다는 행동에 대한 기억이 , 정작 그의 얼굴이나 그때 그의 표정이 아무런 기억이 나질 않았다.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억지로 떠올리려고 하니 오히려 기억이 나질 않았다. 혹시 너무 평범한 얼굴이어서 그런 것일까? 이해할 없는 일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장씨 아저씨가 문을 밀고 들어와서는 닫았다. 그리고 들키면 어쩌려고 문을 열어놨냐고 낮은 목소리로 구시렁댔다. 하지만 나는 순간만큼은 장씨 아저씨의 질책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궁금증을 시간이 것이 좋았다.

 

우선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뒤에 따라 들어 젊은 사람이 남상현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묻지도 않았는데도 앞에 재수 없게 생긴 사람이 67 양띠 최중구, 최이사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서 사람이 재수가 없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순간 관심사는 최이사가 아닌 남상현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말을 끊고는 다시 물었다. 혹시나 며칠 사이에 남상현에게 나와 관한 이야기를 적이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장씨 아저씨는 갑자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는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하냐고 따졌다. 자신을 어떻게 보고 그런 말을 하냐고 했다. 자신은 입이 한없이 무거운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가 지금껏 장씨 아저씨는 입이 무겁다는 표현은 누구보다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 하나였다. 그럼에도 저렇게 정색하는 것을 보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사실인 했다. 그렇다면 아주머니? 하지만 분은 장씨 아저씨와 달리 제대로 입이 무거운 분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장씨 아저씨처럼 말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아까 그가 2층에 있던 나를 발견하고 웃은 일은 정말로 그저 우연히 일어난 일일까? 시선을 돌리다 우연히 2층을 바라보았고, 거기에 사람이 보이니 그냥 생각 없이 웃은 것일까? 불안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상현을 붙잡고 물어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상대가 나에 대해서 딱히 언급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것을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장씨 아저씨에게 아까 남상현과 눈이 마주친 이야기를 하면서 혹시라도 아까 사람이 윗층에 있는 남자에 대해서 물으면 장씨 아저씨의 조카가 잠시 놀러 있는 것이라고 둘러대라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허접한 핑계였지만 당장은 딱히 떠오르는 좋은 아이디어가 없었다. 장씨 아저씨는 창가에 있었냐고 또다시 구시렁댔지만 결국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김회장의 방에 들어간 사람은 대충 시간 정도 지나서 다시 나왔다. 김회장 방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장씨 아저씨는 재빠르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잠시 약간 소란스럽더니 서로 인사를 하는 말들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서 현관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그들이 밖으로 나가자 다시 창문을 통해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번엔 나가는 길이라서 얼굴은 없었다. 나는 그저 멀어져 가는 뒤통수만 있었는데, 그때 어디선가 갑자기 땡구가 나타나서 그들에게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최이사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자신의 키만 커다란 개를 보고는 잠시 멈칫하더니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빙글빙글 돌고 있는 땡구를 갑자기 발로 찼다. 그렇게 갑자기 한방 얻어맞은 땡구였지만 도망치지도 않고 납작 엎드려서는 여전히 꼬리만 흔들어 댔다. 나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화가 났다. 아니, 사람은 땡구를 발로 차는 것일까?

 

 

그들이 차를 타고 완전히 떠난 나는 1층으로 내려간 내가 장씨 아저씨를 보자마자 처음 꺼낸 말은 남상현이 나의 존재에 대해서 물었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최이사는 땡구를 발로 차는지에 대한 분노 섞인 질문이었다. 그러자 장씨 아저씨는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최이사가 그렇게 땡구를 발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도 멍청한 개새끼가 계속 그렇게 꼬리를 흔들면서 다가간다고 하면서 애먼 땡구를 욕했다. 땡구가 그렇게 당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속이 상한다고 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아주머니가 입을 열었다.

 

아주머니의 설명에 의하면 원래 땡구는 최이사네 집에서 새끼 시절부터 키웠던 개였다고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최이사가 아니라 딸이 키우던 개인데, 작년에 딸이 지방에 있는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집을 떠나야 해서 결국 홀로 남겨진 처지가 되었다고 했다. 결국 아무도 관심이 없는, 그냥 키우기엔 너무나 개를 감당할 없었던 최이사네 부부는 개는 자유롭게 키우는 것이 좋다는 핑계를 대면서 이곳에 개를 버리듯이 두고 것이라고 했다. 땡구는 비록 자신을 여기에 버린 주인이지만 최이사만 보면 발길질을 당하면서도 저리 반가워서 달려간다고 했다. 그리고 주인에게 버림을 받은 땡구가 불쌍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역시도 이야기를 듣자 땡구가 괜히 불쌍하게 느껴졌다. 나와 달리 한없이 행복해 보이는 땡구에게도 그런 아픈 사연이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서울의 최이사네 아파트에서 살아갈 땡구에게는 딸과 집이 자기세상의 전부였을 것이다. 하지만 집의 딸이 떠나게 되고 결국 집에서 쫓겨나 여기에 버려진 순간부터 땡구는 자신이 세상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나는 순간 종의 경계를 넘어서 땡구의 아픔이 공감되었다. 땡구는 집에서 버려진 혼자가 되어 이곳에 있는 것이고, 나는 세상에서 버림을 받고 혼자가 되어 이곳에 있는 것이다. 순간 오래된 의문 하나가 머릿속에 불쑥하고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내가 지난 년간 혼자 살면서 겪은 지독한 외로움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혼자 살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하나가 바로 나는 버리지 못하고 버림을 받은 것일까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홀로 살아갈 없는 것일까? 혼자서는 행복할 없는 것까지는 어쩔 없이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을 불행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일까? 나는 TV 자연인들처럼 그냥 홀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지난 시간 동안 혼자서 방구석에 처박혀서 숱하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 생각을 해도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나는 혼자 살더라도 TV 나오는 자연인들처럼 그런 해맑은 미소를 짓고 싶었다. 하지만 반면에 의심도 들었다. 저들도 나와 똑같이 외롭지만 카메라 앞이니 그것을 숨기기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 역시도 나처럼 내면으로 인해서 감당하기 힘든 외로움 속에서 어쩔 몰라 하면서 허우적대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아니,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들도 나처럼 그랬으면 좋겠다, 제발.

 

" ?" 장씨 아저씨의 참견으로 인해 나는 폭주하던 생각을 겨우 멈출 있었다. 장씨 아저씨는 갑자기 얼굴이 굳어진 나를 보고는 이상한 눈으로 보다가 또다시 최이사를 씹기 시작했다. 장씨 아저씨는 동물 괴롭히는 사람치고 인간성 제대로 사람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나는 잠깐 장씨 아저씨의 말을 끊어야 했다. 잠시 땡구로 인해서 말이 샜지만 내가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기에 그랬다. 나는 남상현이 나에 대해서 회장에게 아무런 언질을 하지 않는 같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장씨 아저씨는 자신도 사람이 왔을 같이 김회장의 방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김회장으로부터 다른 반응이 없는 것을 보니 말을 하지 않은 같다고 했다. 말을 듣자 나는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사이 장씨 아저씨는 금세 다시 최이사 이야기로 되돌아갔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래도 김회장이 최이사에게 속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김회장이 유일한 심복으로 최이사를 믿고 있는 것과 달리 아들인 김사장이 오히려 최이사를 이용해서 자신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회사 지분을 뺏으려고 하는 같다고 했다. 내가 그런 근거가 있냐고 묻자 그는 자신이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했다. 눈이 바로 증거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지만 너무도 진지한 표정의 장씨 아저씨를 보니 아무런 말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그러면 김회장에게 최이사에 대해서 말하지 그러냐고 물었다. 그러자 장씨 아저씨는 자신이 말을 해봐야 김회장은 콧등으로 듣는다고 투덜댔다. 나는 속으로 최이사가 평소에 땡구를 여기에 버리고 발로 찬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이중 첩자라는 결론까지 이어진 장씨 아저씨의 추리 능력을 김회장이 어떻게 생각할지 뻔했지만 그냥 공감을 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가끔 발에 채이더라도 땡구는 여기가 행복할 있는 것이 아닐까? 저렇게 덩치가 개가 좁은 아파트 안에서 살았다는 자체가 불행일 수도 있었다. 과연 땡구는 어디가 나았을까? 그것은 내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최이사의 딸이 떠난 후의 집보다는 여기가 나을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그곳은 불행했을 것이 틀림없고 여기는 행복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불행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데 최이사가 그런 의도를 가졌다고 해서 회장님이 스스로 지분을 내놓겠어? 어쩌면 자신을 세상과 이어주게 만드는 마지막 끈일 수도 있는데 말이야. 지분이라도 없으면 누가 여기를 찾아오겠어. 끈이 끊어진 사람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금세 잊히고 만다고..." 장씨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아주머니가 한마디 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회사 지분에 대한 문제보다 끈이 떨어지면 금세 잊히고 마는 세상인심의 야박함이 오히려 더욱 씁쓸한 것처럼 말했다. 그래, 맞다. 나도 끈이 끊어진 사람이다. 나처럼 끈이 끊어진 연은 잠시 동안은 자유롭게 허공을 날지만 결국엔 땅으로 추락하고 만다. 원래 사람이 추락하지 않고 계속 있으려면 단단히 연결된 끈이 필요하다. 끈은 자유를 억압하는 답답한 족쇄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어딘가로 떠내려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소중한 안전장치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라도 사실을 알기에 다들 그렇게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의 끈을 맺고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사는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시간을 초단위로 쪼개서 인맥을 유지할 있게 도움을 주는 카톡이나 페북 그리고 트위터 같은 앱들은 대단한 일을 해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주머니는 씁쓸한 기분을 털고 싶었던 이제 둘이 떠났으니 연습이나 하라고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은 지금부터 간식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오늘만큼은 연습을 하거나 간식을 먹는 일보다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일이 하나 있었다. 이상 미룰 없는 일이 있어서 그랬다. 나는 잠시 아주머니를 잡아 두고는 주문한 제품이 배송이 오는 시간과 내가 간병인으로 밝혀져야 시점 사이의 문제, 그러니까 내일이 지나고도 앞으로 최소 4 이상의 시간을 어떻게 버텨내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해서 상의했다. 장씨 아저씨는 그냥 계속 숨어 있으면 되지 말을 하냐고 구박부터 했다.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나를 대신해서 다시 차분히 설명을 해줬다. 오사장 회사 계약 건을 성사시키려면 내일까지는 김회장이 간병인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하고, 내용이 김사장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말해줬다. 그제야 장씨 아저씨는 깜짝 놀라며 회장님 성격상 간병인이 왔다고 하면 당장이라도 바둑부터 두려고 텐데 하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모두 잠시 동안 침묵 속에 빠졌다. 그러다가 잠시 아주머니가 입을 떼었다. "내가 어떻게 해볼게. 너무 걱정하지 ." 나는 아주머니의 말에 잠시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입에서는 '어떻게' 라는 말이 나가고 싶었으나 아주머니의 표정을 보니 왠지 그러면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냥 먹은 벙어리처럼 천천히 고개만 위아래로 흔들었다. 하지만 나와 달리 장씨 아저씨는 바로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시간을 있냐고 약간 따지듯 물었다. 분명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바둑을 때는 상대만 필요한 것이 아니지. 반드시 바둑판이 있어야 있지." 아주머니는 짧게 대답하면서 부엌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순간 나와 장씨 아저씨는 서로 멍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아주머니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맞다. 그녀의 말처럼 바둑은 바둑판이 반드시 있어야 있다. 하지만 후로의 어떤 생각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남은 우리 둘은 바보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서로는 서로에게 '너는 저게 무슨 말인지 알겠냐?' 라고 묻고 있었고 다시 서로는 서로에게 '나는 하나도 모르겠다.' 라고 답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연습이나 하죠." 나는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장씨 아저씨는 여전히 뭔가 풀리지 않는 것이 있는 쉽게 아주머니가 사라진 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로 인해서 나는 번이나 반복해서 장씨 아저씨를 채근해야 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자 겨우 다시 연습을 상태로 되돌아 왔다. 뜻밖의 방문자로 인해서 시간을 많이 허비한 탓에 많은 연습은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하루 지난 장씨 아저씨의 실력은 다시 단계 나아졌다. 이대로 가서 제대로 장비를 갖추고 하게 되면 충분히 성공할 있을 것도 같다는 기대도 조금 생겨났다. 어제의 절망이 오늘의 희망으로 되살아나고 있었다. 이제 해결해야 문제는 시간을 버는 일이었다.

 

그나저나 아주머니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리고 아까 , 바둑판이 없으면 바둑을 두지 못한다는 말의 의미는, 그렇다면 집에 있는 바둑판을 부수기라고 하겠다는 것일까? 내가 그것에 대해서 말을 하자 장씨 아저씨는 어처구니없다는 크게 비웃었다. 실제로 바둑판을 보면 입이 벌어져서는 그것을 부수겠다는 말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일단 바둑판의 두께가 엄청나다고도 했다. 10 전에 국내의 바둑판 최고 장인에게 특별히 주문 제작을 해서 만든 제품으로 귀한 비자나무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바둑에 문외한인 나는 비자나무가 귀한 줄도 모르겠고 그래 봐야 바둑판이란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이어진 가격에 대해서 듣고는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가격이 1억이 넘는다고 했다. 나는 순간 정말로 많은 인간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바둑돌을 놓는 바둑판인데, 무슨 1억씩이나 주고 주문 제작을 하는 것일까? 그러면 바둑이 둬지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한참 연습을 잠시 쉬고 있는 동안 누군가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문을 열자 양손에 먹을 것을 잔뜩 아주머니가 들어왔다. 쿠키와 오렌지 주스였다. 셋은 잠시 맛난 간식 시간을 즐겼다. 그리고 어느 정도 먹고 나자 아주머니가 장씨 아저씨를 보고는 말을 했다. "장씨는 회장님한테 한번 가봐야겠어. 찾으셔." 아주머니의 말에 쿠키를 입에 쑤셔 넣고 있는 장씨 아저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속이 과자로 가득 차서 따로 말을 수는 없었지만 눈만 봐도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있었다. 그는 '도대체 나를?' 이라고 하고 있었다.

 

"문제가 하나 생겼어. 거실에 설치해 선반 한쪽이 나사가 빠졌는지 기울어져서 위에 있던 꽃병이 떨어져서 깨졌더라고." 아주머니의 말에 장씨 아저씨는 사색이 되었다. 그는 꽃병이 많이 비싼 거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자신이 시장에서 사온 것인데 그리 비싼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장씨 아저씨는 한숨을 내쉬며 안도를 하고는 회장님이 그런 사소한 일로 자신을 찾는지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가보면 것이라고만 했다. 장씨는 뭔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아주머니를 쳐다보다가 결국 아무런 답을 해주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남은 우리 사람은 계속해서 쿠키와 음료수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30분쯤 지났을까? 밖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활짝 열렷다. 그리고 얼굴이 시뻘게진 장씨 아저씨가 몹시 억울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아주머니를 향해서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횡설수설을 하는 바람에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계속 듣다가 보니 결국 기울어진 선반 문제로 인해서 깨진 꽃병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제야 나는 비싸지도 않은 꽃병이 깨진 것이 크게 문제가 되었는지 이해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기울어진 선반으로 인해 밑으로 떨어진 꽃병이 떨어진 곳에 하필이면 1억을 훌쩍 넘는다는 귀한 바둑판 위였던 것이다. 아무리 튼튼한 나무로 만들었다고 해도 위치 에너지에 따른 중력 법칙에 의해서 꽃병이 깨지면서 바둑판 표면에 꽤나 흠집이 모양이었다. 그런데 장씨 아저씨의 말을 들어보니 바둑판은 원래 거기에 있어서는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주머니에게 하필이면 순간에 바둑판이 거기에 있었느냐를 따졌다. 귀한 물건이라서 평소엔 따로 정해진 속에만 보관되는데, 순간에 거기에 나와 있었는지에 대해서 의심 가득한 태도로 물었다. 아까 아주머니가 말도 있으니 더욱 의심을 하는 보였다. 사실 순간엔 입장에서도 장씨 아저씨의 의심이 나름대로 타당하다는 생각이 정도였다.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기막힌 타이밍이 아닌가? 하지만 아주머니는 태연한 음성으로 비록 바둑판이 비록 죽은 나무로 만든 것이지만 마치 살아있는 나무처럼 주기적으로 신선한 공기 속에서 둬야 한다고 했다. 바둑판을 가져온 장인에게서 직접 들은 말이라고 부연 설명까지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자연스럽게 가끔 바둑을 두면서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는데 이번의 경우엔 마지막 바둑을 둔지가 너무 오래 지나서 어쩔 없이 강제로 신선한 공기를 쐬어 주려고 꺼내 두었다고 덧붙였다.

 

나름 그럴듯한 설명이었지만 장씨 아저씨는 아주머니의 말이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아마도 김회장에게 어지간히 심하게 욕을 먹은 했다. 그는 김회장이 자신에게 읽고 있던 책까지 집어 던지면서 크게 역정을 냈다고 한다.", 성격 어디 가겠어." 아주머니는 장씨 아저씨가 당한 일을 듣고도 여전히 별다른 동요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도로 끝났으면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를 보더니 "이제 됐지?" 라고 말을 했다. 하지만 나는 바둑판이 아예 빠개지거나 없어진 것도 아니고 그냥 단순히 흠집이 수준인데 뭔가 건지 그리고 더해서 화난 장씨 아저씨 입장도 생각해야 해서 딱히 어떤 표정도 지을 없는 처지인지라 그냥 사람을 번갈아가면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장씨 아저씨가 볼멘소리로 김회장이 목숨만큼이나 아끼는 바둑판에 손상이 생겼으니 어쩔 없이 제작한 곳에 보내서 직접 수리를 맡겨야 한다고 했다. 예전에도 한번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그런 식으로 해결했었다고 추가로 설명했다.

 

"대충 일주일 정도 걸릴 거야." 아주머니가 대꾸했다. 그러면서 장씨 아저씨에게 바둑판 수거하러 사람들이 오면 아예 열흘 정도 시간 걸리도록 해달라고 하라고 했다. 그러면 아마도 시간을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시간문제도 해결이 된다고 했다. 듣고 보니 정말로 그랬다. 하지만 장씨 아저씨는 여전히 기분 나빠했다. 어찌되었건 간에 일은 풀렸으니 기분은 나아진 했지만 그는 이제 미리 언질이라도 줬으면 자신이 마음이라도 굳게 먹고 가서 혼나고 왔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고 가서 당하고 왔다고 몹시 억울해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미리 알려줬으면 그렇게 하라고 했겠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그러자 장씨 아저씨는 잠깐 말문이 막히는 듯하더니 그래도 여전히 그건 겨우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목소리 자체는 많이 누그러진 보였다. 화풀이를 해서 화가 풀린 것인지 아니면 자초지종을 듣고 나름대로 납득을 것인지는 없지만 아무튼 이제 평소처럼 돌아온 보였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이번엔 쓸모없는 놈이란 소리를 번이나 들었는지를 물었다. 장씨 아저씨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섯 번이라고 대꾸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그럼 회장님이 그렇게 화가 많이 것은 아니네." 라고 대꾸했다. 나는 둘의 대화가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씨 아저씨 역시 아주머니의 말에 동의하는 마지못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소설,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두삼씨 이야기 - 9  (0) 2020.01.31
김두삼씨 이야기 - 8  (0) 2020.01.28
김두삼씨 이야기 - 6  (0) 2020.01.20
김두삼씨 이야기 - 5  (0) 2020.01.16
김두삼씨 이야기 - 4  (0) 202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