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에세이

김두삼씨 이야기 - 6

아이루다 2020. 1. 20. 08:45

 

 

6. 바둑을 두는 또 다른 방법

 

나는 가장 먼저 국내 유명 쇼핑몰에 접속했다. 계획엔 반드시 필요한 가지 제품이 있어서 찾아봐야 했기에 그랬다. 한참을 찾았다. 그리고 다행히 내가 쓰려는 용도에 맞는 제품들을 찾을 있었다. 하지만 해결해야 문제가 앞으로도 두개나 있었다. 하나는 제품을 구매할 있는 돈이었다. 필요한 제품들이 꽤나 고가여서 내가 지금 가진 돈으로는 없었다. 그래도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 가능할 같았다. 나만큼이나 절실한 오사장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은 문제가 치명적이었다. 내가 사야 하는 제품은 개인데 모두 해외 배송으로만 받아야만 했다. 그렇다면 주문한 제품들이 손까지 도착하려면 최소한 일주일은 걸릴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일주일의 시간을 있을까?

 

일단 해결할 있는 것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다소 이른 시각이긴 했지만 오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계획을 대충 설명했다. 꽤나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 바로 오백만원 정도 보내 있냐고 물었다. 오사장은 잠시 생각해보는 하더니 알겠다고 하면서, 그리고 해보라고 하면서 돈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추가로 보낼 테니 필요한 곳에 쓰라고도 했다. 오사장에게 이번 납품 건에 대한 계약이 정말로 중요하긴 모양이다. 그는 입찰 결과가 나올 날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는데 그전까지는 내가 반드시 이곳에 공식적으로 간병인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돈과 시간 중에서 문제는 나름 쉽게 해결이 됐지만 시간문제는 당장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지금 아무리 고민해봐야 해결할 방법은 없어 보였다. 국내 배송이라면 직접 업체를 찾아가기라도 있지만 해외 배송은 이미 정해진 배송시간을 줄일 수는 없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다른 방법으로 일주일이란 시간을 벌어야 했다.

 

나는 이제 마지막 하나만 확인하면 되었다. 그것은 바로 알파고, 아니 인류의 바둑 능력을 한참 뛰어 넘어서 거의 바둑의 신의 영역에 들어간 알파고 제로의 성능 정도는 아니지만, 국내에 개발되어서 서비스 되고 있는 만한 인공지능이 탑재된 바둑 프로그램을 알아보는 일이었다. 나는 우선적으로 PC용으로 것이냐 아니면 스마트 폰용으로 것이냐를 결정해야 했다. 내가 한다면 스마트 폰용이 편할 있지만, 계획대로 된다면 바둑 프로그램의 화면을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나이가 있는 장씨 아저씨였다. 그러니 아무래도 화면이 PC용으로 구하는 편이 나아보였다.

 

이런 저런 바둑 프로그램을 검색해 봤다. 그리고 생각보다 빠르게 결정할 있었다. 사실 내가 필요로 하는 수준의 괜찮은 인공지능이 탑재된 바둑 프로그램은 그리 많지도 않았기에 선택의 폭도 별로 없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실시간 접속수를 자랑하는 바둑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이 '돌사랑' 이었고 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가 제공하는 인공지능이 꽤나 뛰어나서 최고 난이도로 설정하면 거의 프로 수준이라는 글들이 제법 보였다.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해당 회사의 사이트에 접속해서 회원가입을 하고 일단 내가 원하는 서비스가 제대로 되는지를 확인했다. 그렇게 확인이 끝난 일단 먼저 회원권을 결제했다.

 

내가 우선 준비할 것은 대충 끝났다. 나는 인터넷 뱅킹을 통해서 계좌를 확인했다. 그러자 오사장이 보낸 돈이 들어와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천만 원이었다. 내가 필요하다고 요청한 돈의 배였다. 필요한데 쓰라고 보낸 돈이기도 하지만 나를 대놓고 압박하는 돈이기도 했다. 세상에는 그냥 공짜로 얻을 있는 호의는 없다. 특히나 나처럼 을이 존재에게 베풀어지는 호의가 그렇다.

 

시계를 보자 이미 8시가 넘어 있었다. 나는 대충 씻고 1층으로 내려갔다. 주방엔 아주머니가 이미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주머니는 내가 나타나자 살짝 미소를 지으며 회장님 식사 먼저 챙겨 드린 후에 밥을 차려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어제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뻘쭘하기도 해서 장씨 아저씨는 언제쯤 오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있으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내에 있는 집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출퇴근 하는데 약간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답을 듣고 나자 나는 아주머니는 어디에 살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다시 보니 옷도 어제 입었던 그대로였다. 그것에 대해서 물어볼까 말까 잠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먼저 대답을 해주었다. 자신은 장씨와는 달리 여기에서 살고 있다고, 별채에 자신이 자는 방이 따로 있다고 했다. 김회장의 가족도 아니면서 이런 곳에서 혼자 살고 있는지가 궁금했지만 이상 묻는 것은 실례인 듯싶어서 입을 다물었다. 대화가 끊기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장씨 아저씨가 도착했다. 일단 시끄러운 사람이 하나 오니 분위기가 달라졌다.

 

장씨 아저씨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은 보였다. 그는 싱글벙글 거리면서 식당 안으로 들어왔는데 어제 밤에 오랜만에 미국에 있는 딸이랑 화상통화를 했다고 자랑을 했다. 내가 따님이 미국에 있냐고 묻자, 그는 그때부터 한참 자랑을 했다. 공부를 아주 잘해서 미국 유학에 있다고 했다. 자신은 자식이 둘인데 첫째는 아들로 지금은 커서 국내의 제법 괜찮은 회사를 다니고 있고, 둘째가 딸인데 어려서부터 똑똑해서 미국 유학까지 갔다는 것이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마디 덧붙였다. 그러면 뭐하냐고 했다. 아들네 부부는 찾아오지도 않고 그나마 딸은 미국에 있어서 년에 한번 보기도 힘들다고 했다. 나는 처지는 까맣게 잊고는 순간만큼은 장씨 아저씨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장씨 아저씨는 아주머니의 말에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오히려 웃으면서 아들 녀석 부부야 저희들끼리 사니 문제가 없고, 딸은 알아서 공부 잘하고 있으니 더욱 좋다고 했다. 자신도 아직 팔팔하니 앞으로 20년은 충분히 혼자서 앞가림 있다고 호기롭게 대꾸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그것에 익숙해져 있는 말없이 웃었다.

 

아주머니가 식탁에 아침상을 차려주기 시작했다. 아침은 북엇국이었다. 숟가락으로 떠서 한입 먹어보니 국물이 시원했다. 이제 겨우 번째 얻어먹는 밥이지만 아주머니는 정말로 요리를 잘하시는 같았다. 특히 간이 정말로 맞았다. 나는 국에 밥을 말아서 먹었다. 식사는 끝났고 식탁도 빠르게 치워졌다. 대충 정리가 되자 아주머니가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랍을 열어서는 커피 믹스 개를 꺼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고는 먹겠느냐는 표정으로 흔들었다. 나는 먹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대화가 멈췄고 물끊는 소리만 났다. 물이 끓자 커피 잔에 부어졌다. 우리는 각자 한잔씩을 쥐고 아침 커피 타임을 시작했다. 나는 잠시 사람의 눈치를 보다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대략 설명을 했다.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장씨 아저씨였다.

 

"그러니께 내가 프로그램인가 뭐신가를 보고 마이크로 말을 해달라고?" 장씨 아저씨의 물음에 나는 그것이 바둑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대답했다. "근디 내가 이렇게까정 해야 하는디?" 다시 묻는 장씨 아저씨의 말투에서 당연한 불편함이 느껴졌다. , 충분히 이해는 갔다. 내가 이곳에 있어야 하는 절박함과 장씨 아저씨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물론 내가 이곳에 머무르는 것이 그에게도 나은 일이긴 것이다. 당장 간병인이 없기에 그가 역할을 대신해야 일이 그랬고, 바둑을 두지 못하는 김회장의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피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일종의 일까지 벌일 정도는 아닌 것이다. 그것도 잘할 있는 일도 아니고, 심지어 번도 해본 일도 아니고, 자칫 실수하면 금세 들킬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어렵지도 않겠네, 그냥 하면 되지." 장씨 아저씨가 계속 구시렁대자 갑자기 옆에서 조용히 있던 아주머니가 장씨 아저씨에게 한마디 쏘아붙였다. 나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아주머니의 지원에 깜짝 놀랐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나를 보고 웃고는 말을 덧붙였다. "아니, 청년이 이렇게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 많아. 남자라면 일이 되던 되던 간에 일단 해보고 나서 결정하면 되지. 장씨 그렇게 봤는데, 생각보다 소심하네?" 아주머니의 이어지는 말에 장씨 아저씨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변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의자를 앞쪽으로 당기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대범한 사람인지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해보겠다고?" 반응 없이 듣고 있던 아주머니는 장씨 아저씨의 대범함에 관한 일장연설이 끝나자마자 다시 물었다. 그러자 장씨 아저씨의 얼굴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장씨라면 그럴 알았다고 칭찬해주었다. 그러자 장씨 아저씨는 순간적으로 아차하는 표정이 나타났다. 하지만 나는 모르는 했다. 어떤 식으로든 장씨 아저씨가 계획에 참가해주기로 했으니 지금부터는 더욱 밀어붙여야 했다.

 

잠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자 까마귀들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까마귀들이 점점 멀어져서는 너머로 넘어가서 완전히 사라져 버릴 때쯤이 되자 장씨 아저씨는 다소 진지해진 얼굴로 정말로 계획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나는 그제야 까마귀들로부터 눈을 떼고는 국내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 하나를 예로 들어서 설명해주었다. 예전에 바둑 입단 대회에 참가한 사람이 소형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서 외부에 있는 바둑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가 결국 걸린 사례였다. 물론 그런 대회 같은 경우엔 보는 눈이 많아서 걸릴 가능성이 높지만, 여기는 그저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환자 명을 속이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니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위험요소는 바로 나와 장씨 아저씨였다.

 

내가 세운 계획은 내용 자체는 아주 단순했다. 그것은 우선 내가 구매할 소형 카메라를 통해서 현재 바둑판 상황을 실시간으로 PC 전송해주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번째로 화면을 보고 김회장이 바둑돌을 놓은 자리에 장씨 아저씨는 똑같이 바둑 프로그램 안에 두면 된다. 그러니까 장씨 아저씨는 김회장의 아바타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인 인공지능은 그것에 반응해서 어딘가 돌을 놓을 것이다. 그러면 장씨 아저씨가 좌표를 확인해서 마이크를 통해 나에게 불러주고, 나는 초소형 스피커를 통해 내용을 듣고 그대로 따라서 두면 된다. 그렇게 나는 인공지능의 아바타가 되는 것이다. 결국엔 나와 장씨 아저씨를 매개체로 해서 김회장과 인공지능이 대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계획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일을 나와 장씨 아저씨가 완전히 바둑 초보인데다가 장씨 아저씨는 더해서 컴퓨터를 다루는 것도 매우 서툴렀다. 그러다 보니 만약 칸이라도 잘못된 수를 두거나 중간에 프로그램에 오류가 생기기라도 하면 우리가 그것에 대처할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점이 계획의 가장 위험요소였다.

 

나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 안경 형태로 되어 있는 고성능의 러시아 소형 카메라와 안으로 들어가서는 외부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초소형 무선 송수신 장치를 인터넷으로 주문한 것이다. 그리고 이미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이 탑재된 바둑 프로그램 서비스에 가입도 했다. 이렇게 개를 조합하면 바둑을 전혀 모르더라도 상대와 바둑을 있게 된다. 하지만 다른 일들도 문제가 있었다. 아마도 바둑을 두다가 보면 분명히 바둑에 관한 어떤 대화들이 오고 것이고, 짧은 바둑 실력으로 김회장이란 사람의 말을 제대로 받아주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든 하면 같았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인생은 이상 물러 곳이 없다. 그리고 다행스러운 하나는 제품들이 오기 전에 이미 연습할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스마트 폰의 화상통화 기능을 통해서였다.

 

우리는 커피 잔을 비운 같이 별채로 이동을 했다. 별채 건물엔 아주머니가 쓰는 말고도 개의 방이 있었다. 하나는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운전기사가 가끔 와서 자야 쓰는 방이었고, 다른 하나는 원래 장씨 아저씨가 쓰던 방이었다. 우리는 일단 장씨 아저씨가 쓰던 방으로 들어가서 연습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바둑판에 보이게 맞추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스마트 폰을 부분에 대충 묶었는데, 그러다 보니 내가 침만 꼴깍 삼켜도 화면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렇게 폰이 흔들리게 되면 상대편 화면에서는 프레임 저하와 해상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로 인해서 장씨 아저씨가 화상통화로 연결된 자신의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보고 있더라도 내가 바둑돌을 어디에 새롭게 놓았는지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집중이 필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실전에서는 순간만 놓쳐도 나중에 김회장이 어디에 바둑돌을 놨는지 모를 있었다. 그나마 장씨 아저씨가 바둑 고수라면 제대로 봐도 판을 읽고 있기에 대충 추측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아주 엉뚱한 곳에 돌을 놓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씨 아저씨는 바둑의 ''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결국 오전 동안 시간 넘게 연습을 했지만 최종적으로 얻은 것은 커다란 불안감과 장씨 아저씨의 능력 부족에 대한 확신이었다.

 

"아무래도 되겄는디..." 장씨 아저씨의 목소리에 눈에 띄게 자신감이 줄었다. 스마튼 카메라의 문제점에 더해서 기본적으로 바둑판은 똑같은 패턴이 가로 세로로 19번이나 반복되는, 매우 헷갈리는 형태라는 점이 문제였다. 더군다나 후반으로 갈수록 바둑판 위에 돌이 점점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헷갈림의 난이도는 점점 올라가는 형국이었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에 마지막 방점을 찍은 것은 바로 노안에다가 눈까지 침침해진 장씨 아저씨의 물리적 한계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가 시간 동안 화면을 통해서 위치를 정확히 제대로 파악한 비율은 대략 절반도 되질 못했다. 번의 착점 실패만으로도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올 있는 상황에서 정도의 실수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딱히 어떤 해결책이 없어 보였다. 물론 실제로 장비를 가지고 노트북 모니터를 보면서 하게 되면 훨씬 낫긴 것이다. 당연히 화면의 흔들림도 적고 카메라의 시점이 근처이기 때문에 바둑판 전체가 눈에 들어 것이다. 그러니 내가 머리만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다면 시야 자체의 상황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실수가 일어나지 않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점에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계획을 즉흥적으로 세울 사람의 실수에 대한 부분을 너무 간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장씨 아저씨의 신체적 단점을 너무 젊은 입장에서만 판단했다. 하지만 어쩌랴? 지금 와서 후회를 해봐야 딱히 답도 없는 문제였다.

 

"장씨, 오늘 오후에도 딱히 없지? 그럼 점심 먹고 연습해 . 점점 나아지고 있네." 그래도 우리들 중에서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아주머니였다. 그녀는 장씨 아저씨에게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믿을 없지만 믿고 싶은 칭찬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런 따뜻한 마디가 절망스러운 분위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정도까지 진행되지 않게끔은 해주고 있었다. 덕분에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점심을 맛나게 먹으면 오후엔 잘될지도 몰라. 누군가의 작은 응원, 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가뭄 속의 단비였다. 그래서 결국엔 될지는 몰라도 미리 포기하지는 말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나는 갑자기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와 같은 심정이 되고 말았다. 정말로 최선을 다한다면 졌더라도 후회스럽지 않을 같다는 생각도 어렴풋이 들었다.

 

적어도 순간만큼은 그렇다고 믿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지금껏 몸에서 악취가 난다는 이유로 끝없이 도망쳐 나는 이제는 이상 도망칠 곳도 없는 막다른 길에 몰렸다. 여기에서 밀려나면 이제 끝은 거의 정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무런 희망조차 없다면 그것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쥐꼬리만큼이라도 희망이 있었다. 그러니 정말로 죽을힘을 다해서 버텨야 한다.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였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절박한 순간에 몰린 나는 생애 중에서 가장 긍정적인 상태로 변해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삶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면 그것은 그저 여전히 도망칠 구멍이 있을 때였던 것이 분명했다.

 

"내가 점심은 장씨 좋아하는 칼국수로 해줄게."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은 점심을 준비하러 먼저 테니 우리들은 남아서 연습하라고 하면서 방을 나갔다. 응원에 조금이라도 힘이 우리는 다시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비슷하게 실수를 했지만 분위기가 한결 나아진 것은 분명했다. 장씨 아저씨도 자신의 실수를 조금 자책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개미 눈물만큼의 희망이 생겨났다.

 

 

 

'소설,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두삼씨 이야기 - 8  (0) 2020.01.28
김두삼씨 이야기 - 7  (0) 2020.01.23
김두삼씨 이야기 - 5  (0) 2020.01.16
김두삼씨 이야기 - 4  (0) 2020.01.13
김두삼씨 이야기 - 3  (0) 2020.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