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사람들의 계산법 - 1

아이루다 2019. 11. 20. 08:44

 

 

제목으로 쓰여진 사람들의 계산법』이라는 표현은, 사람들이 각자마다 이 세상 속을 살아갈 때 '어떻게 하면 나에게 좀 더 이득이 될 수 있을까'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만약 얻고 싶은 이득이 단순히 돈과 같은 것이라면 계산법 자체가 비교적 쉽겠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진짜 이득은 돈 이상의 것이기에 매우 복잡하게 나타나게 된다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 이득은 바로 자신의 행복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계산법이란 표현은 실제로 각자마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할 수 있을까를 판단하는 방법이라고 다시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다 보니 서로가 서로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큰 혼란스러움을 가져오기도 한다.

 

만약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라면 나름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어떤 행동이 돈을 벌지 잃을지를 판단하는 것도 그 결과가 실제로 돈을 벌었는지 잃었는지 여부도 명확하게 판단되기에 그렇다.  하지만 사람들은 행복을 원하기 때문에 오히려 돈으로만 보면 손해보는 행동까지도 한다. 천원이 더 싸다는 이유로 이동에 두 시간이 걸리고 차비로 2천원이 드는 곳까지 가서 사는 것이다. 제 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도 뻔히 돈 낭비, 시간 낭비이지만 놀랍게도 당사자는 꽤나 만족스러워 한다. 사실 싸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고 남는 시간을 즐겁게 보낼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사람들마다 계산법이 다양한 것은 각자 행복을 느끼는 조건이 달라서 그렇다. 그래서 돈을 버는 것이 행복한 사람,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이 행복한 사람, 취미생활이 행복한 사람, 공연을 보는 것이 행복한 사람, 운동을 하는 것이 행복한 사람, 여행을 하는 것이 행복한 사람, 먹는 것이 행복한 사람, 성공하는 것이 행복한 사람권력을 가지는 것이 행복한 사람, 남을 돕는 것이 행복한 사람, 아이를 키우는 것이 행복한 사람, 천원을 아끼고자 두 시간 걸려서 이동하는 것처럼 단순히 시간을 소비하는 것 자체가 행복한 사람도 있는 법이다.

 

물론 한 사람이 단 하나만의 행복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어떤 한 사람이 돈, 가족, 취미, 여행, 성공, 권력, 기부를 동시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선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때마다 각자만의 우선순위가 존재하게 된다. , 무엇을 해야 자신이 가장 행복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그때 그것을 최종적으로 결정해주는 것이 바로 사람들마다의 계산법이다.

 

그래서 하루라는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졌을 때 가족과 보낼지, 혼자 여행을 떠날지, 집에서 TV를 볼지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백 만원이라는 공돈이 주어졌을 때 사고 싶었던 전자제품을 살지, 가방을 살지, 기부를 할지, 맛난 것을 잔뜩 먹을지, 저축을 할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행복에 관한 계산법은 너무도 다양해서 그것만 써도 몇 권의 책이 나올 수 있는 분량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산법 자체의 원리는 매우 단순한 편이다. 조금 덜 행복한 것보다 더 행복한 것을, 조금 더 불행한 것보다 덜 불행한 것을 선택하면 되니까 말이다. 단지 사람마다 무엇을 더 행복하게 여기는지, 무엇을 더 불행하게 여기는지 여부만 차이가 날 뿐이다.

 

아침에 늦었을 때 택시를 탈 것인가 원래대로 버스를 탈 것인가를 결정할 상황에 놓였다고 해보자.

 

늦어서 눈치를 보는 것이 싫다면 택시를 타고, 돈이 아깝다면 버스를 타게 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점심에 우동을 먹을지 돈까스를 먹을지도 결정해야 한다. 퇴근을 할 때도 몇 시에 나갈지, 저녁은 어떻게 할지, 바로 집에 갈지 친구를 만날지 등등을 선택해야 한다. 너무도 뻔한 일상이 매일 반복되더라도 매 순간 선택을 한다는 것 자체는 차이가 하나도 없다. 단지 일상은 99.99% 확률로 단 하나만을 선택하고 있을 뿐인 상황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래 동안 이용해와서 너무도 당연하고 익숙해진 자신만의 계산법에 대한 확신 때문에 - 확신이 없다면 선택을 하기 힘들다 - 자신과 다른 계산법을 가진 상대를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리고 끝없이 속에서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은 참지 못하고 조언이란 형식을 통해 참견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고, 이렇게 해봐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상대가 그 말을 잘 듣지 않거나 혹은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말하면 다른 사람들 역시도 우리들 자신을 바라보면서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 뻔하다. 과연 이런 누가 그런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그래서 결국 갈등이 일어나고 다툼이 일어난다. 심해지면 관계가 파국을 맞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불상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각자의 계산법이 다른 이유에 대해서 좀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자신이 가진 계산법에 대한 잘못된 확신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계산법이 가진 진짜 의미::

 

계산법은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것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득은 결국 각자가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종류의 행복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먼저 행복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생겨나는지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행복의 발생과정에는 나름대로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생존하고 싶어서' 라는 답을 낼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매 순간 각자마다 고유한 계산법으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는 과정은, 최대한 건강하게 오래 그리고 잘 살고 싶은 본능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지 어떻게 해야 더 오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은 엄청나게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각자마다 자신이 믿는 대로 매일 매 순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그리고 잘 살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을 한다그리고 그것이 극대화 되다 보니 똑같은 만 원짜리라도 구겨지지 않는 지폐를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가 그런 행위를 생존과 연관이 있다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계산법에 관한, 행복에 관한, 생존본능에 관한 커다란 오해가 생겨나고 있는 형편이다. 그것을 깨낼 수 있어야 한다. 오해를 걷어낼 수 있을 때 삶이 진정한 본질을 드러낸다.

 

계산법은 생존본능에 의해서 생겨난다. 그리고 생존본능은 당연히 죽지 않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 놓일 때마다 죽음이 조금이라도 가까워진다는 무의식적 판단이 생기면서 불행의 감정들이 생겨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다들 싫어하는 불안함과 걱정이다. 이런 감정들을 하나로 묶어서 두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이득을 얻어서 생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게 되면 행복의 감정들이 생겨난다. 우리가 다들 좋아하는 기쁨과 즐거움과 재미이다.

 

그래서 삶은 두려움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최대한으로 즐거움과 기쁨을 얻는 것이 되어야 한다. 특히 두려움을 줄이는 일은 너무도 중요한데두려움의 대상도 문제지만 장시간 두려움에 눌려 있게 되면 사람 그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다. 한마디로 미치는 것이다.

 

두려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감기처럼 당장 눈 앞에 해결해야 할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면역력을 높여야 하는 것처럼 미래를 위해 해결해야 할 것들이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당장 해결해야 할 두려움보다는 주로 미래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두려움을 상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일단 눈 앞에 닥친 두려움은 당장 해결해야 한다. 다리가 부러지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암에 걸렸다면 그것을 치료해야 한다. 그때는 그 동안 책임졌던 일들이나 심지어 회사를 다니는 일도 그만둬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건강해져야 하기에 그렇다이런 식으로 현재의 두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단순하다.

 

어떻게든 해결하거나 포기하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하지만 미래에 닥칠 가능성이 있는 두려움은 당장 해봐야 효과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안하고 있기도 애매한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이것은 약하고 자주 잊어버리긴 하지만 틈만 나면 떠오르는 불안함과 걱정을 만들어 낸다. 당장 하면 마음이 불안함이 줄어드는데 귀찮고 다른 더 행복한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로 인해서 좀처럼 해내기가 힘들다.

 

영어 공부를 해야 하거나, 운동을 해야 하거나 등등의 행위가 바로 흔한 예이다. 먹고 사는 일인 취업 등은 보통 즉각적으로 처리되는 반면, 삶을 사는데 아주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 것들은 자꾸 뒤로 밀린다. 그리고 나서 이것들은 미래에 닥칠지도 모를 두려움으로 각자의 내면에 차곡차곡 쌓인다.

 

이런 식으로 미래에 닥칠 두려움이 해결되지 못한 채 시간에 걸쳐서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감정이 하나가 생겨나게 된. 그것을 바로 지루함이라고 부른다. 고통으로 인한 두려움은 현재 심각한 문제가 있으니 당장 해결해야 한다는 신호라면 지루함은 시간이 남을 때마다 미래에 닥칠 수 있는 두려움을 대비해야 한다고 보내오는 신호이다.

 

그나마 지루함이 두려움에 비해서 나은 점은 지루함은 반드시 뭔가를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루함이 느껴질 때 미래를 위해 뭔가를 열심히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그냥 시간 그 자체를 뭔가를 하면서 소비해도 된다. , 열심히 재미있게 놀기만 해도 지루함은 저 멀리 사라진다.

 

지루함은 미래에 닥칠 두려움이기에 반드시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기에 그렇다. 또한 지금 열심히 준비를 해놨다고 해도 그것이 미래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 것이 사실이다.

 

물에 빠져 죽는 것이 싫어서 열심히 수영을 배웠지만, 그 수영을 배운 것 때문에 누군가 빠진 사고 현장에서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사람들을 구하려다가 죽을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의 운명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러 다니다가 차에 치여서 죽을 수도 있는 것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미래는 원래 불투명한 상태이다. 그러니 지금 열심히 그것을 대비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현명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방법들이 더 유효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꼭 영어를 더 잘하거나, 더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 그냥 더 많은 책을 읽어도 되고, 더 많은 여행을 해도 되며, 더 많은 취미생활을 해도 되고,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도 된다. 무엇이든 현재의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졌다고 느낀다면 지루함은 확실히 줄어든다.

 

이 과정을 다르게 표현하면, 두려움을 해결하게 되면 기쁨과 그것에 연관된 감정들이 생겨난다. 평온함, 안도감여유로움, 상쾌함 등이다. 지루함을 해결할 때는 흥분감과 그것에 연관된 감정들이 생겨난다. 그래서 재미즐거움, 신남, 기대감 등이 바로 그것이다.

 

 

 

::두려움을 상대하는 법::

 

여기까지 제대로 이해했다면 사람들의 계산법이 무엇인지 어떤 원리로 행복한 감정들이 생겨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좀 더 본격적으로 사람들마다 어떤 식으로 두려움을 상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누군가가 가지거나, 가지게 될 두려움을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당연히 매 순간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행위를 하는 것이다. 매 순간 이득을 취하다 보면 결국 큰 이득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떤 행동들이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것일까? 참 어려운 문제이다. 지금 당장 이로운 것이 미래에 그렇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지금 당장 손해로 보이는 것이 미래엔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그렇다. 그러니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 오래 전 과거로 돌아가보자. 지금은 세상이 너무 복잡해서 이득과 손해를 계산하는 것이 너무 복잡하니 동굴에 살던 원시 시대로 돌아가보자는 것이다.

 

원시시대를 살던 우리 인간들의 조상들에게 있어서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었을까아마도 지금과 그리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먹고 살 수 있는 먹거리, 위험한 들짐승들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아늑한 동굴, 사냥을 잘 하기 위한 날카로운 창 그리고 동료의 존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했을까? 당연히 먹을 것, 잘 곳이 중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잘 생각해보면 결국 먹을 것을 얻기 위해서 그리고 안전한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조건은 바로 동료였을 것이 분명하다.

 

동료가 있어야 사냥도 하고, 동료가 있어야 그들을 믿고 편히 잘 수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원래 인간은 약했고 포식자이면서도 포식을 당하는 존재였다그러니 만약 혼자 있게 되면 다른 동물에게 잡아 먹히거나, 병에 걸리거나, 다치거나, 다른 인간 무리의 침략으로 인해 포로가 되거나 죽을 가능성도 높았을 것이다.

 

그런데 동료를 모아 무리를 짓게 되면 상황은 전혀 다르게 변한다. 높은 지적 능력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다수의 인간들이 모인 상태는 한 명의 인간과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고 만다. 그래서 결국 인간은 자신의 크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큰 맘모스 사냥을 해도 충분할 만큼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과거 원시인들에게 있어서 신뢰할만한 동료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반대로 무리에서 쫓겨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의미했다. 그러다 보니 그 당시 생존에 대한 계산법은 아주 단순했다. 그것은 바로 그 언제나 무리 속에서 인정을 받고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인간이 여전히 지금도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 그토록 특화가 된 것이 바로 그런 이유였던 것이다. 3천 가지가 넘는 표정을 짓고, 수 많은 비슷한 종류의 감정 표현이 있으며, 다양한 말투와 몸짓 등이 존재한다. 그 모든 것이 타인과의 교류를 위해 발달해 온 것이다. 그래서 자연계에서 인간만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존재는 없다. 오랜 시간 동안 관계 그 자체가 생존이었던 과거 시대를 통해 얻은 능력이다.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는 최대한 가능하면 미소를 짓고, 감사함을 표현하고, 화가 나도 참고, 자신의 당장 손해를 봐도 어느 정도 감당하고, 주변에 나쁜 일이 일어나면 가서 돕고, 좋은 일이 일어나면 축하를 해 줘야 한다지금도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생계가 달린 회사에서 다들 그렇게 산다. 최대한 웃고, 손해라도 감당하고, 귀찮아도 장례식장과 결혼식장에 가고 있다.

 

이제 다시 본격적으로 현재로 돌아와보자. 현재의 관계는 어떤 의미일까? 과거처럼 관계가 모든 것일까? 그래서 여전히 추방이 사형선고를 의미할까?

 

당연히 아니다. 문명이 훨씬 더 발달한 요즘 시대엔 오히려 혼자 사는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추방될 곳도 없다. 이 지구의 거의 대부분의 장소가 인간에 의해서 점유되어 있기에 인간이 없는 장소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은 과거에 존재했던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관계의 절대적 유용성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단지 그 규모가 작아졌을 뿐, 생존에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치는 관계는 여전히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

 

 목적만을 주로 담당하는 관계를 우리는 '가족' 이라고 부른다. , 현대에 있어서 무리의 개념은 사라졌지만 가족의 단위로 관계는 여전히 생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류에게 있어서 여전히 관계가 생존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그러니까 과거 동굴에 살던 원시인들은 관계가 유일한 생존 수단이었지만 요즘 시대엔 한가지 명백한 대안이 생겨났다.

 

그것이 바로 ''이다. 돈은 원래 잉여 생산물의 개념을 통해서 생겨난 것으로 먹고 남아서, 쓰고 남아서 다른 사람들이 가진 다른 물건들과 교환하기 시작하다가 그것이 불편하니 돈이라는 수단으로 발전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하게 시작된 돈이 규모가 커지면서 과거 인간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도움을 돈을 통해서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요즘은 돈이 점점 더 관계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 예전엔 서로간의 신뢰를 통해서 관계를 맺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생존을 보장받았다면 지금은 신뢰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한 사람이 가진 실력과 그 실력에 합당한 지불을 할 수 있는 돈을 얼만큼 많이 가졌느냐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 둘 사이의 차이는 아플 때 머리에 차가운 수건을 올려주고 맛난 죽을 끓여 주는 어머니와 아플 때 병원에 가서 돈을 내고 치료를 받는 과정의 차이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기에 생존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지게 된다.

 

돈이 관계를 대신하는 흐름은 문명의 발달과도 아주 깊은 연관이 있다. , 문명의 발달로 인해서 과거엔 돈으로는 안되던 것들도 점점 더 돈으로도 해결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고 있기에 그렇다.

 

사실 요즘 시대는 돈으로 안 되는 것이 과연 있을까말벗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시대인데 말이다. 가짜이긴 해도 각종 대행을 통해서 친구도 만들고, 가족도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돈의 힘이다. 이런 변화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돈에 중독된 아주 심각한 사회 문제인 냥 말하지만 사실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그저 인간의 문명이 생겨난 이래 돈이 점차적으로 관계를 대신해나가고 있는 커다란 흐름의 일부일 뿐이다.

 

더군다나 돈은 관계에 비해서 확실히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신뢰로 맺어졌다고 믿어지는 관계에서는 배신이 숱하게 일어나지만 돈은 일반적으로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기에 그렇다. 물론 돈은 사기를 당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미래의 도움을 바라고 베푼 선의가 제대로 뒤통수를 치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또한 사기를 당하면 고소라도 할 수 있지만 자신이 자발적으로 남을 도와놓고는 그 사람이 그 도움의 빚을 갚지 않는다고 해서 고소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돈은 딱 돈의 액수만큼만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관계는 상황에 따라서 훨씬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그렇다. 암에 걸렸을 때 계속 아파도 병원에서는 쫓겨나지만 사람들은 보통 자기 가족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보살핀다.

 

아무튼 돈의 출현으로 인해서 사람들의 계산법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과거엔 생존을 위해서는 관계 하나만 고려했으면 되는데 이제 사람들이 점점 돈을 고려해야만 한다그나마 가족은 과거와 비슷하지만 자신의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일은 관계 그 자체보다 오히려 돈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 더욱 더 힘들어졌다.

 

, 관계를 잘 맺어서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돈을 좀 더 잘 벌기 위해서 관계를 맺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변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과거처럼 관계만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고,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고, 돈을 벌기 위해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있고, 관계는 다 필요가 없고 오직 돈만이 중요한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관계와 돈 중에서 어떤 것이 자신에게 더 이득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사람들의 계산법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다양해지고 만 것이다. 더해서 무엇을 얻어야 관계와 돈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론도 매우 다양해졌다.

 

누군가는 권력을 추구한다. 사실 관계와 돈을 모두 동시에 얻는 방법으로 권력만한 것도 없다. 일단 권력을 잡으면 그것을 잃기 전까지는 관계는 튼튼하게 유지가 된다. 그리고 당연히 돈도 따라온다.

 

한 회사의 사장의 자녀가 결혼하게 되면 회사 직원들이 다 오게 된다. 강한 권력을 가질수록 부르는 곳도 많고 어디에 가나 중요한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사실 연예인들은 시청자와 자신의 팬들의 숫자로 인해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돈도 많이 벌고 어딜 가든지 환영을 받을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방법으로 아예 돈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도 있다사업을 해서 크게 성공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많은 돈을 가지게 되면 관계를 맺는 일은 골라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명성을 얻어도 된다. 명성은 보통 부와 인간관계를 맺는 일에 크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관계 그 자체를 추구하는 일도 돈이 될 수도 있다. 수 많은 관계 속에 얽혀있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게 되고, 실제로도 돈을 벌 수 있다.

 

이런 대표적인 방법들 말고도 돈과 관계를 얻는 수 많은 경로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방법들은 각자가 타고난 능력과 주변 환경 그리고 결국 그렇게 해서 결정된 성격에 따라서 수없이 다양한 형태로 분화된다. 그래서 결국 그렇게나 다양한 사람들의 '계산법'이 결정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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