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사람들의 계산법 - 2

아이루다 2019. 11. 20. 08:46

 



::지루함을 처리하는 법::

 

 

 

만약에 이 세상이 두려움만 해결하면 끝이었다면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참 행복할지도 모른다. 당장 눈 앞에 닥친 일들만 처리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그냥 마음 편히 놀면 된다.

 

문제는 '편히 노는 것'이 안 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편히 노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난이도로만 보면 최상급의 일이다. 그래서 한 사람을 어딘가에 가두어 놓고 하루 세끼 다 주고, 잠잘 곳을 줘도 당사자가 그 안에서 한 달을 버티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뭔가 어려워? 나는 쉽게 할 수 있는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라. 그러려면 뭔가 시간을 소모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TV나 스마트 폰, 컴퓨터, 책 정도는 있어야 가능하다는 뜻이다아무 것도 없이 혼자서 하루 종일 지내는 일은 정말로 힘든 일이다.

 

지루해서 견딜 수가 없어서 그렇다.

 

지루함은 현재 닥친 두려움을 어느 정도 해결 한 후에 남는 시간에 미래에 닥칠 두려움을 해결해야 한다는 일종의 심리적 압박감이다. 두려움에 비해서 좋은 점은 당장 해결해야 할 것도 아니고 또한 명시적으로 뭔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면에 나쁜 점은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완벽한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고 나면 잠깐 괜찮았다가 금세 또 지루해지는 것을 반복한다.

 

지루함은 기본적으로 잉여 생산물에 인해서 시간이 남기 때문에 생겨나기 시작한 감정이다. 그래서 그 시간을 그냥 소모를 하든, 뭔가를 하면서 자기 계발을 하든, 신나게 즐기든 상관없이 시간만 보낼 수 있다면 해결이 되긴 한다.

 

하지만 매일 TV를 보는 등의 그리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은 채 지루함을 처리해버리면 어쩔 수 없이 쌓인 지루함이 삶을 억누르게 된다. , 우울증에 걸리거나 혹은 삶의 활력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렇게나 다루기 힘든 지루함을 해결하는 데에도 또 다시 인간관계가 등장을 한다. 생각해 봐라. 사람과 노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재미없던 게임도 경쟁을 하면 즐거워지고, 아이들은 아무런 놀이기구도 없이 매일 모여서 몇 시간씩 신나게 놀 수 있다.

 

더해서 이미 재미있는 것도 함께 하면 훨씬 더 재미있어 진다. 밥을 먹는 것도, 여행을 하는 것도, 영화를 보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운동을 할 때도 누군가 함께 하면 할수록 더욱 더 재미가 있다. 물론 재미있게 놀기 위해서는 적당한 상대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 어려움은 있긴 하다.

 

그래도 다들 최소한 한두 명 정도의 마음에 맞는 친구를 가지고 있는 편이며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삶이 많이 풍요로워진다. 특히 과거처럼 딱히 혼자 놀기가 수월하지 않았던 시기에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과거엔 두려움 때문에도 관계가 필요했고 지루함 때문에라도 친구가 더 필요했다. 부지런한 개미는 두려움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친구가 될 수 있고, 게으른 베짱이는 딱히 할 일이 없는 겨울 내내 즐거운 연주를 해주기 때문에 지루함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는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과거엔 인간관계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하지만 이 견고한 아성이 깨진 것은 역시나 또한 문명의 발달 덕분이다. 그것은 바로 혼자 놀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때문이다.

 

과거엔 그나마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은 먹고 사는 일을 제외하고는 공부, 독서, 사색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공부는 그리 행복한 일도 아니고 읽을 책도 터무니 없이 부족했을 것이다. 사색은 지금도 그렇듯이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결국 다들 친구와 노는 것 이외에 남는 시간을 보낼 방법이 그리 마땅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하면서 그 흐름이 서서히 바뀐다.

 

과거 영화의 등장은 그 서막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얼마든지 혼자서 볼 수 있으며 즐겁기도 하다. 출판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혼자 놀기의 중간 보스 급인 TV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관계는 여전히 그 가치를 유지했다. 영화를 혼자 보는 것이 그리 흔한 현상도 아니었고 TV도 집안에 한대 정도밖에 없어서 결국 가족들과 합의를 했어야 했다. 특히 집안의 권력자들, 보통은 아빠나 엄마의 채널에 대한 고유한 선택권 때문에 아이들은 TV가 있다고 해서 마냥 즐길 수는 없었다.

 

그런데 또 한번 급변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바로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이다. 게임과 채팅 그리고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들의 발달이 이뤄진 것이다미래엔 그 항목들이 바뀌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수 많은 게임, 카톡, 페북, 인스타그램트위터, 유튜브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놀이터에 아이들이 놀러 나오지 않기 시작한 시기가 대충 PC방 문화가 보급되고 그로 인해서 게임을 많이 즐기기 시작한 시기와 엇비슷하게 겹칠 것이다. 물론 더해서 학원을 보내는 교육 붐을 일으키면서 결국 하나 둘씩 나오지 않던 놀이터는 점점 더 텅텅 비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최종 보스가 나왔다. 바로 스마트폰의 보급이다. 그래서 요즘은 식당에서도 말이 없고, 심지어 서로 말하려고 만나는 커피숍에서도 자신의 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초등학교의 쉬는 시간은 다들 폰으로 혼자 노느라 오히려 수업시간보다 더 조용하다는 말도 있을 정도이다.

 

더해서 과거엔 보통 같이 했었던 많은 것들인 먹는 것, 여행하는 것, 술 마시는 일들도 혼자서 하는 문화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물론 정확히 말하면 무엇을 하든 진짜로 혼자 하는 것은 없다. 게임을 해도 온라인으로 다른 사람들과 협력이나 경쟁을 하고 있고, 혼자서 밥을 먹거나, 여행을 하거나술을 마시는 중에도 각종 SNS를 통해 끝없이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관계는 지루함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필수적인 것은 아닌 것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의 계산법들::

 

두려움과 지루함 그리고 문명의 발달에 따른 돈의 등장과 혼자 놀기에 적합한 도구들의 발달은 서로 복잡하게 얽히면서 과거에 단순하게 인간관계 하나만으로 다 처리가 되던 시기와는 달리 계산법 자체가 매우 복잡하게 변했다.

 

지금부터 단순하게 그 유형들을 분리해 보자. 그리고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조금이라도 될 것이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계산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들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과거형: 과거처럼 여전히 관계만을 통해 두려움과 지루함을 다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래서 모든 것을 관계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하고 늘 '순수한 관계' 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신의나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배신과 이기적인 성향을 싫어한다.

 

하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과도한 종속으로 인해서 자신이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들을 다 가족처럼 여기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로 인해서 주변 사람들은 부담을 느낄 수도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가족과 친구가 분리되며 당연히 가족이 우선이 되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상처를 입힐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자주 배신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어서 결국엔 참지 못하고 사람들과 멀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도 있다.

 

1-1. 성공한 경우: 몇몇의 사람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으며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1-2. 실패한 경우: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으로 인해 상처받아서 스스로 고립된 후 평생 동안 외롭고 쓸쓸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2. 일반형: 두려움은 가족과 같은 관계를 통해서, 지루함은 돈과 인간관계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이 된다. 자신이 아플 때와 같은 불행은 가족을 통해서 대비를 하고 재미나 즐거움은 다양한 취미생활들과 그것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맺어지게 되는 인간관계들로 충족한다.

 

철칙은 언제나 가족이 우선이며 재미와 즐거움을 위해 맺는 관계들은 주로 행복한 관점에서만 유지가 된다. 그러니까 자신이 불행한 처지가 될 경우에 관계가 끊어지고 또한 상대가 불행한 처지가 되어도 관계가 끊어지곤 한다. 그리고 그 불행은 보통 돈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 관계 그 자체가 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관계도 끊어지는 것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이런 성향은 아주 일반적인 사회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3. 지루함 우선형: 일반적으로 관계는 기본적으로 두려움을 해결하는 목적이 더 강하다. 그런데 특정한 어떤 사람들은 관계로부터 자신을 증명 받으려고 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인다결국 두려움을 해결해주는 가족보다도 오히려 친구가 더 우선인 사람들이 되고 만다.

 

이런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보통 두려움에 대해 둔하다. 둔하다는 표현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두려움을 느낄 상황이 적다는 뜻이 되거나 혹은 그냥 정말로 둔해서 다른 사람들은 두려워할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향을 가졌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아무튼 대부분의 상황에서 가족보다 친구를 더 우선시 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본인은 늘 신뢰나 의리 등을 말하지만 사실은 관계 속에서 자신을 증명 받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서 그런 것이다. 그러니까 관계 속에서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인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이 된다.

 

밖에서는 많은 사람들과 아주 잘 어울리고 화통하고 성격 좋고 돈 잘 쓰는 사람으로 통하지만 집에서는 게으르고 말도 없고 신경질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다. 밖에서 잘하는 만큼 지쳐서 집안에서는 꼼짝도 안 하려고 하고 그래서 결국 집안에서만큼은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니 그런 식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4. 두려움 우선형: 지루함 우선형과는 정반대의 성향으로 보통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눈치가 없고 딱히 능력도 없으며 그래서 관계 속에서 존재감이 무척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주변에 딱히 나쁜 사람은 아닌데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이 된다.

 

어려서부터 은따를 당하거나 심한 경우 왕따를 당할 수도 있으며 그로 인해서 혼자 노는 것이 아주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관계는 가족과 함께 몇몇의 소수의 몇 사람만으로 이뤄지며 지루함은 혼자서 노는 것으로 해결하고 두려움만 가족이나 소수의 친구들을 통해 해결을 한다.

 

4-1. 혼자 놀기를 잘할 경우: 혼자 노는 것을 아주 잘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지루함을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귀찮게 여기는 성향을 보인다. 그래서 일부로 혼자 먹고, 혼자 여행하고, 혼자 쇼핑을 한다.

 

4-2 혼자 놀기를 못할 경우: 혼자 못 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은데 그것이 잘 안되어서 행복한 삶을 살기가 힘들다. 그러다가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데 혼자 놀기를 잘하는 사람을 보게 되면 그들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오래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되면 결국 가진 에너지는 바닥으로 떨어져서 아무런 의욕도 욕망도 없는, 바짝 마른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다.

 

많지는 않지만 주변에 가끔 보이는 사람들이다. 삶의 의욕이 떨어지고 있거나 없어도 거의 표가 나질 않으며 주어진 여유분의 시간을 그저 TV를 보거나 SNS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는데 쓰면서 살아간다.

 

5. 언제나 돈 우선 형: 두려움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관계보다는 돈으로 정한 유형이다. 그래서 모든 관계를 이득과 손해의 입장에서 본다. 그래서 나에게 이득이 되면 관계를 유지하고 손해를 본다 싶으면 끊는다. 쉽게 말해서 모든 관계를 사업자적 입장에서 보는 것이다.

 

여기에 속한 사람들은 다양하고 많은 관계를 맺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관계망이 넓어질수록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족과의 관계조차도 돈으로 환산해서 보기도 한다.

 

여기에 속한 사람들이 잘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관계를 쉽게 맺고 끊는 능력인데, 그 능력으로 인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넓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주소록에는 수백에서 수천 명의 연락처가 있고, 채팅 창에는 1초마다 새로운 글들이 올라올 수도 있다.

 

사업이나 장사를 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높으며 타고난 능력이 좋을 경우 정치를 할 수도 있다.

 

1번인 기본형에 속한 사람들이 주로 배신을 당하고 상처를 입는다면 여기에 속한 사람들은 반대로 배신을 하고 상처를 입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속한 사람들 때문에 1번에 속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잦은 상처를 입고는 2번인 일반형으로 변하게 되기도 한다.

 

5-1. 자기 성향을 잘 숨길 수 있을 경우: 사람들은 대부분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상대가 너무 돈의 이득을 추구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돈만 추구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게 되면 관계는커녕 오히려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자신의 목적을 잘 숨길 수 있어야 많은 사람들과 넓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려면 무엇보다 머리가 좋아야 한다.

 

5-2. 자기 성향을 잘 숨길 수 없는 경우: 자기 딴에는 숨긴다고 숨기지만 잔머리 굴리는 것이 뻔히 보이는 유형이다. 그래서 결국 사소한 이득에 목숨 걸다가 많은 관계가 끊기고 최종적으로는 자신과 비슷한 무리에 속해서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이득을 얻는 행복과 작은 이득을 잃는 불행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6. 돈 집착형: 모든 것을 오직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두려움도 지루함도 다 돈으로만 해결하려고 한다특이하게도 지루함은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 두려움만 해결한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의 놀부, 서양의 스크루지와 같은 유형의 사람들이 여기에 속하며 돈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가족조차도 그것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오직 돈을 버는 것만이 유일한 낙이며 돈만 보고 있어서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돈을 버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끝없이 돈을 벌고, 번 돈을 바라보는 것으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인생의 말년이 되면 주변에 남은 친구도 심지어 가족도 없는 사람이 되고 말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렇게 살면 그리 행복한 말년을 보낼 수는 없다.

 

7. 종교형: 타고난 두려움과 지루함을, 특히 두려움을 신에게 맡기는 유형이다. 그래서 주로 종교인이 되며 결국 동일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는 삶을 살아간다.

 

더해서 돈도 자연스럽게 벌 수 있다결국 처음에 두려움 때문에 선택한 삶이 관계와 돈을 동시에 가져다 준 것이다. 그래서 나중엔 그 스스로 자신이 두려움 때문에 신을 믿게 되었다는 사실 조차 잊어먹고 만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성공하면 할수록 점점 자신이 신이 되어간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럴수록 점점 더 많은 추종자들이 생겨나며 그로 인해서 관계가 넓어진다. 더해서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나중엔 아예 새로운 종파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8. 초월형: 7번과 비슷하긴 한데 조금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두려움을 신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 그 자체를 스스로 이해하고 넘어서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래서 운이 좋다면 진짜로 초월하기도 한다.

 

생과 사를 초월하게 되면서 모든 사람들이 타고난 두려움과 지루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에 그 어떤 관계도 돈도 필요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아주 드문 경우로 생겨나며 이런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각자' 혹은 '깨달은 자'라고 한다.

 

9. 자멸형: 삶의 어떤 시기에 감당하기 힘든 두려움 앞에 선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운이 나쁘게 극복하지 못하고 눌려 버리고 말았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완전히 망가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망가지는 단계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삶이 두려움과 지루함으로만 가득 한 경우이다. 관계를 맺는 것도 돈을 버는 것도 다 잘되지 않는 경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으로 그 누구도 쉽게 탈출할 수 없는 구렁텅이이다.

 

10. 급 변화형: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유형 중에서 어떤 계기로 인간과 그 관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거대 기업을 이뤘지만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올랐지만 모든 것을 버린 채 은둔의 삶을 사는 사람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가족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아서 기부나 봉사활동 등을 하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 * *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고유한 계산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그야말로 각자만의 계산법이다. 몰론 그 계산법이 도둑질과 같이 사회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친다면 참견을 해야 하지만 그냥 단순히 자신과 생각이 다른 것이라면 그것을 강제로 바꾸려고 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는 친구가 가장 중요하고, 누군가는 가족이 가장 중요하고, 누군가는 성공이 가장 중요하고, 누군가는 돈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가지게 된 계산법을 기준으로 상대방을 평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계산법들은 '틀린 것' 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다른 것' 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계산법이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면 피하는 것이지 비난할 것이 아니다. 스님에게 왜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냐고 따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할 수 있을 때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계산법 차이로 인해 타인을 비난하면 비난할수록 그 비난이 자신에게 올 수 있음을 우리는 다들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남을 향한 손가락질을 멈춰야 자신을 향한 손가락질을 잊고 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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