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두려움과 가치

아이루다 2019. 3. 20. 08:04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두려움을 가지는 이유는 살고 싶기에 그렇다.

 

두려움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본능이다. 일반적으로 두려움은 보통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취급되지만, 사실 두려움은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감정이라고 볼 수 있다.

 

토끼가 어떠한 이유로 두려움을 잊게 되면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여우에게 시비를 걸게 될 것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두려움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려움을 그대로 느끼게 되면 오히려 살아가기가 힘들어지고 만다. 두려움은 때로는 망각되거나 극복되어야 계속 살아갈 수 있다. 그래야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서 안전한 집을 떠나 위험한 밖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라면 각자가 가진 두려움에 대해서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방금 언급한 '적절하다' 라는 말의 범위와 수단이 매우 애매한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두려움을 가장 흔하게 극복하는 방법은 바로 욕망을 가지는 것이다. 배가 고프면 밖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 배를 채우고 싶다는 욕망이 안전한 집을 떠나게 만드는 것이다. 짝을 찾기 위해서도 그런 행동을 한다. 그래서 초식동물들조차 짝짓기 시기엔 서로를 죽일 듯이 싸운다.

 

이렇게 일반적으로 동물의 세계에서는 식욕과 성욕, 이 두 가지 본능이 두려움을 극복하게 만들어 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사실 더 이상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에 반해서 인간은 다르다. 인간의 뛰어난 두뇌는 두려움을 대응할 수 있는 세 번째 방법을 생각해내었다. 그것은 바로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이다.

 

흔히 인간이 머리가 좋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미적분 문제를 풀고, 여러 가지 언어를 쉽게 습득하고, 책 한 권을 단 한번 읽고 외우는 그런 것을 의미한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진짜로 인간의 머리가 좋은 점은 바로 자신이 가진 모든 정보를 총 동원해서 미래를 어느 정도까지는 예측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보통 수준의 두뇌 능력만 가졌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실 매일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의 두려움만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닥칠 가능성이 있는 두려움에 대해서 미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당연하게도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일당은 받던 사람이 월급을 받고, 월급을 받던 사람이 연봉을 챙기고, 연봉을 챙기던 사람이 노후 연금을 챙기는 것이다. 만약 이런 노력이 제대로만 되면 평생 돈 걱정은 안하고 살 수 있다.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사람과 평생 돈 걱정 없는 사람의 삶, 이 두 가지 종류의 삶에서 두려움의 크기는 현저하게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돈 문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신체가 늙어가는 것을 알기에 젊은 시절부터 운동을 한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 때 더 이득이 된다는 것도 알기에 끝없이 어울린다. 책을 많이 읽어서 지식을 쌓아야 삶이 좀 더 나아질 수 있기에 책을 읽으려고 한다.

 

물론 이렇게 예측하는 것과 실제로 그것들이 일어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 노후를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다가 40대에 급사해서 죽을 수 있다는 뜻이다. 원래 미래가 가진 특징이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을 보거나, 예언가를 찾아가 구체적인 미래를 알고자 돈을 지불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바로 일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당연하다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가진 두려움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믿는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 그것은 미래에 다가올 두려움을 줄이기 위한 각자만의 계산법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정한 해결책의 목표를 채워갈 때마다 큰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만족감은 목표를 채울 때마다 줄어든 두려움의 크기이며 행복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사실 두려움을 줄인다는 말과 행복하다는 말은 같은 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표현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해결책을 돈으로 낸다그리고 실제로 맞는 답일 가능성도 크다. 경제력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생존수단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돈은 가장 흔한 대응책이다. 하지만 돈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더 이상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해결책들도 등장한다.

 

그래서 권력으로 결론을 낸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끼치는 강력한 영향력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결론을 낸 사람들이다. 특히 권력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기에 오히려 돈보다도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엔 문제가 있다.

 

권력은 상대적으로 가질 수 있기에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다는 점이다. 돈은 각자 어느 정도 가질 수 있지만, 권력은 절대로 나눌 수 없다. 그래서 권력으로 결정을 낸 사람들은 평생 동안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 할 운명이 되고 만다.

 

어떤 사람들은 관계로 해결책을 정한다. 많은 사람들과 잘 지내고 그들과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될 때 자신의 미래가 덜 불안해지는 것이다사실 관계는 인간 사회가 이렇게 발달하기 전까지는 가장 강력한 해결책이었다. 소수가 함께 살던 시절엔 가족이나 동료만큼 중요한 존재가 없기에 그랬다. 하지만 현 시대에는 그 중요성이 많이 떨어지고 요즘은 오히려 홀로 지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편이다.

 

운동으로 해결책을 낸 사람들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열심히 운동을 하면 건강해질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이 튼튼해지게 되면 건강 그 자체도 좋아지지만 또한 누군가와의 육체적 싸움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 스스로 몸을 지키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운동을 통해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일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생존이 관점에서만 보면 돈이야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있으면 되고, 권력은 뭐 있으나 없으나 큰 상관이 없고, 관계도 적당한 수준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신체적 건강만큼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갖춰야 하기에 가장 직관적인 결론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많은 지식으로 해결책을 정한 사람들도 있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에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정보의 양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흔히 말해지는 빅데이터처럼 많은 경험적 지식이 있을 때 미래를 최대한 비슷하게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래를 대비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해야 하는 일이다. 만약 그것을 잘못하면 엉뚱한 일에만 시간과 노력을 쓰다가 허공에 날릴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 정보를 습득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지식을 쌓는 일은 매우 현명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꼭 어떤 해결책이 아니라 두려움 그 자체를 다른 존재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지극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어린 시절엔 부모가 그 대상이고 나중엔 결혼을 하고 남편이나 아내 그리고 자식들에게 기대면서 살아가는 삶을 산다.

 

스스로 감당하기엔 너무 두려움이 크기에 그것의 일부를 상대에게 맡기는 것이다. 좋은 점은 평소에 별다른 노력 없이 두려움을 덜 느끼고 살 수 있다는 점이지만 두려움을 맡긴 상대에게 어떤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삶까지도 같이 흔들린다는 단점도 있다. 그리고 삶이 누군가에게 종속적으로 변하게 되고 혹시라도 그 존재에게 버림을 받게 되면 삶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다른 많은 해결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을 선택한다. 특히 결혼이 그것을 위한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종교로 해결책을 정한 사람들도 있다. 이것도 방금 전 말한 자신의 두려움을 누군가에게 맡기는 방법 중 하나인데, 그 대상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 그 존재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는 않은 신이란 존재라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다.

 

이것은 특정한 신을 믿고, 그 신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는 가정하에 자신의 두려움을 줄이는 방법이다. 더해서 혹시나 죽더라도 그 사후 세계를 믿음으로써 두려움의 강도를 훨씬 줄일 수가 있다. 이것은 실제로 신이 존재하느냐 여부에 상관없이 두려움을 줄여주는 점에 있어서 매우 유효한 선택이다. 또한 상대의 흔들림이 존재하지 않고 버림을 받을 일도 없기에 두려움을 누군가에게 던진다면 사람이 아닌 신이 훨씬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인정받는 것으로 해결책을 낸 사람들도 많다. 사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결론을 낸다. 이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괜찮은 사람, 일 잘하는 사람, 능력 있는 사람, 매력 있는 사람, 재미있는 사람, 인간적인 사람 등과 같은 인정을 받음으로써 생존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는 방법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가능하면 많은 분야를 능숙하게 잘 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이 생존에 필요하냐 여부와 상관없이 뭔가 하기 시작하기만 하면 무조건 최고가 되려고 한다. 친구들끼리 있을 때 누군가 하나 침을 멀리 뱉기를 시작하면 모두 다 최대한 침을 멀리 뱉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사례는 숱하게 많이 일어난다.


이것은 명예나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망 등으로 좀 더 명확하게 나타나며 실제로 그것들을 얻을 수 있을 경우 돈, 권력, 관계 등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

 

특정한 사상을 믿으면서 신념을 통해 해결책을 낸 사람들도 있다. 소수의 사람들이 이런 길을 가는데, 사실 종교로 해결책을 낸 사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그것이 다수의 사람들이 믿는 종교가 아닌 자신만의 특별한 사상을 추구하는 것인데, 아무튼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보면서 사는 방법이다.

 

누구나 도덕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을 통해 해결책을 낸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 누구나에 자기 자신도 속해있기 때문에 그런 사회를 만들 수만 있다면 당연히 스스로의 두려움도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속한 사람들은 공정한 사회, 차별 없는 사회,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 등을 꿈꾸는데, 만약 원하는 대로 이룰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대응책보다도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의 높은 도덕성은 안정성에 큰 도움이 되며 그것은 개인의 삶을 훨씬 더 안전하게 만들어 주기에 그렇다.

 

문제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은 돈을 벌거나 운동을 하는 등의 개인적으로만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것들보다 훨씬 달성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그래서 평생 노력을 해도 제대로 된 성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잘못될 경우 오히려 개인적으로 생존 활동에 반대의 길을 가기가 쉽다. 과거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운 분들이나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한 분들 중에서 일찍 돌아가신 분들도 많다.

 

지금까지 언급한 돈, 권력, 관계, 운동, 지식, 신뢰, 종교, 인정, 신념, 사회 정의 등은 매우 보편적으로 알려진 두려움에 대응하는 해결책이다. 그 외에 야생에서 살아남기 등의 특정한 취미활동을 하거나 구체적으로 핵방공호 시설을 지어서 대비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런 소수의 해결책들은 아주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서 이 세상은 이렇게나 서로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해결책들은 모두 같은 길을 간다. 그것은 바로 해결책의 가치화이다. , 가치라는 말 자체가 가진 의미가 바로 두려움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 혹은 그것이 얼마나 생존에 유리하느냐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돈이 똥에 비해서 가치가 있는 이유는 돈은 생존에 아주 크게 도움을 주지만 똥은 더럽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야 하는 대상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오히려 똥을 돈을 써야만 치울 수 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해결책을 정하고 그것을 가치화 시킨 후 평생 동안 그것을 위해 살아가게 된다. 물론 삶의 과정에서 해결책은 바뀔 수 있다. 젊은 시절엔 관계였다가 나이를 먹으면 돈이나 종교로 바뀔 수도 있으며 평생 인정을 받으려고 살다가 나이를 먹고 나서는 건강이 최고라고 믿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가치를 추구하면서 이룰 때마다 두려움의 크기가 줄어들고 그때마다 큰 행복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운동을 열심히 한 후 각종 신체적 수치들이 좋은 상태로 변했을 때, 통장에 큰 돈이 들어왔을 때, 원하던 자리로 진급을 했을 때, 뜻밖의 좋은 지식을 접했을 때, 종교적으로 황홀한 경험을 했을 떄 등이 바로 행복의 순간이 되며그것을 경험하기 위해서 매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만약 이런 해결책들이 이 정도 수준에서 마무리가 되었다면 삶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매일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가끔 줄어들 때 행복해하며 살아가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행복에 중독되고 만다. , 두려움이 줄어들 때마다 경험할 수 있는 행복을 좀 더 자주 경험하고 싶고, 또한 그것이 자신이 경험할 수 있는 행복들 중에서 가장 강렬하기에 거기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 행복하고 싶은 욕구로 인해서 그 많은 가치들이 필요 이상으로 추구되기 시작한다.

 

돈이나 권력이 생존에 필요한 정도가 아닌 누구보다도 많이 가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게 된다. 운동을 건강해지는 목적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잘하는 것이 목적이 되고 만다. 과도한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거나 삶에서 그다지 필요하지 않는 지식까지도 집착하고 지식이 부족한 사람을 비웃는다.

 

종교적으로 광신도가 되거나 너무 신념이 강해서 다른 모든 것을 배척하는 사람이 될 수 도 있다. 또한 인정을 받는 것에 집착해서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완벽주의자가 되려고 한다. 그리고 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가 자신의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원망이나 혐오감을 가질 수도 있다.

 

이런 문제들만 해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는데 거기에 한가지 증상이 더 붙는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일이다. 흔히 그런 행동을 '자랑' 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그렇게 돈 자랑, 권력 자랑, 건강 자랑, 관계 자랑, 지식 자랑, 잘난 척, 종교 자랑, 신념 자랑을 한다.

 

불필요하게 비싼 제품을 산다. 권력은 휘두른다. 프로 운동선수 능력을 가지려고 하고,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는지 자랑하고, 상대가 궁금해 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틈만 나면 자신의 지식을 떠벌리고, 자신이 믿는 종교를 강권하고, 자신이 가진 신념을 강요한다.

 

사실 자랑 그 자체만도 그냥 어느 정도 인정해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자랑은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그 자랑을 듣는 사람이 불안해지는 증상이다. , 각자 돈과 관계를 추구하던 사람이 만났을 때 한쪽에서 돈을 자랑하게 되면 관계를 해결책으로 정한 사람이 불안해지게 된다. 자꾸 좋은 점을 들으니 그 사람의 해결책이 괜히 더 나아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랑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해결책이 가장 제대로 된 것임을 증명 받고 싶어 하는 것이니 더욱 더 자극적으로 들린다.

 

돈만 있으면 이 세상 모든 두려움을 다 감당할 수 있다는 듯 말하니까 듣고 있다가 보면 괜히 불안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자랑은 하고 싶지만 자랑을 듣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이다. 자랑을 들을수록 자신의 해결책에 의문이 생겨나고 자랑을 할수록 자신의 해결책에 확신이 생기기에 그렇다.

 

, 자랑은 처음부터 자신이 정한 해결책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서 생겨난다. 그리고 그런 불신은 그 해결책이 정말로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남들이 하는 것들을 따라서 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문제들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불안한 사람들은 서로 자랑을 하고 자랑을 듣게 된다. 그렇게 서로를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든다그리고 결국 이 세상은 자신이 추구하는 해결책이 더 옳다고 주장하면서 매일같이 싸우는 곳이 되고 만다.

 

이때 사람들이 주로 쓰는 전략이 바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최대한 높이 추켜올리고 다른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최대한 낮게 깎아 내리는 방법이다. 이 둘은 반드시 동시에 일어나며 열등감과 우월감을 만들어 내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매일 불안함을 생겨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자신이 추구하는 해결책이 다행이 잘 채워지고 있으면 괜찮지만, 어느 순간 운이 나쁘게 조금이라도 생각만큼 잘 채워지지 않으면 그 순간마다 다른 사람들의 해결책이 눈에 들어오기에 그렇다. 그리고 그때마다 혹시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겨나면서 불안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해결책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다. 하지만 다른 해결책을 선택한 사람들이 잘 나가는 모습을 보거나 그들의 자랑을 듣게 되면 점점 더 불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때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방법이 바로 자신과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것이다. 이때 상대방도 비슷한 불안함을 느끼기에 비교적 쉽게 그런 두려움이 공유되면서 신나게 누군가의 가치를 무시하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우월하다는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 떠들고 나면 어느새 두려움이 어느 정도 사라져 있다.

 

이런 행동들이 사람들이 매일 공감이라고 말하면서 하고 있는 일이다. 또한 매일 서로를 비난하면서 싸우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참으로 불필요한 일이다. 최초에 자신이 왜 해결책 자체를 정했는지를 까맣게 잊었기에 생겨난 일이다.

 

사실 자랑은 불안함의 증상이다. 자신이 정한 해결책이 불안하기에 자꾸 남에게 말해서 인정받으려는 것이다. 만약 정말로 스스로 확신이 있다면 그냥 꾸준히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면 된다. 자신의 가치를 자랑할 일도, 남의 가치를 부정할 필요가 없다. 그저 각자가 자신이 정한 답을 찾아가면 된다.

 

그저 그 모든 행위가 미래에 닥칠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목적이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덜 불안하게 살고 싶어서 그랬다. 가치 있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자랑하려고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가치를 추구하는 행복에 중독되고그래도 불안하니 자랑에 빠져든 것이다. 그로 인해서 매일 서로 싸운다. 돈이 중요하다, 건강이 중요하다, 관계가 중요하다, 성공이 중요하다,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이 중요하다, 신념이 중요하다, 종교가 중요하다, 사회 정의가 중요하다고 서로 싸운다.

 

처음엔 그저 조금이라도 덜 불안하게 살고 싶어서 그런 것인데 그렇게 싸우게 되고 말았다. 그래서 만약 지금 이 순간이라도 이 사실에 대한 자각만 할 수 있다면 훨씬 더 부드럽고 현명한 삶을 살 수 있다.

 

적당히 적절하게 다양한 가치 추구를 하면서 살 수 있기에 그렇다. 사실 돈, 관계, 신념, 건강, 권력, 종교, 신뢰사회 정의 등등이 가치의 대상이 된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정말로 잘 준비하면 미래에 닥칠 문제들이 줄어든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준비하고 살면 된다.

 

행복하려고 과도하게 추구할 필요도 없고, 남의 가치를 깎아 내리지 말고, 자랑도 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와 만나 자신과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을 보더라도 그 사람을 비난할 필요도 없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우월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아무리 자신만의 해결책을 통해 가치를 추구해도 사람은 누구나 죽고 만다. 그러니 처음부터 가치는 가상의 개념인 셈이다본질적으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할 때 살아 있는 동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고 더해서 행복할 수 있다. 그러니 추구하지 않는 것보다는 추구하면서 사는 것이 낫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만 해야 한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기에 과도하게 추구하게 되면 반드시 문제가 생겨나게 된다.

 

지금이라도 알았다면 스스로 멈춰야 한다. 그리고 멈출 수 있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다. 그들도 나와 똑같이 두려움에 벌벌 떠는 존재일 뿐이다. 그저 나와는 다른 해결책을 선택한 사람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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