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들

[상담] 친구 문제

아이루다 2019. 7. 16. 05:17

 

은선: 지난번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저는 친구가 많은 편이 아니에요. 그리 활달한 성격도 아니고 그렇다고 또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겨 하는 성향도 아니라서 그런 것 같긴 한데, 아무튼 저의 연락처에 있는 등록되어 있는 사람들 중에서 제가 딱히 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손을 꼽을 정도죠.

 

상담사: 그러시군요. 그런데 오늘은 그 몇 안 되는 친구 문제로 오신 듯 하네요. 제 느낌이 맞나요?

 

은선: , 맞아요. 오늘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바로 친구 문제에요. 친구가 적긴 하지만 다들 오래되었는데, 요즘 따라 저를 좀 힘들게 하는 친구가 하나 있거든요.

 

상담사: , 살다가 보면 그런 때도 있죠. 아무리 오래된 친구라고 해도 어떨 때는 싸울 수도 있으니까요.

 

은선: 차라리 그냥 싸웠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서로 얽힌 것이 풀어지든가 아니면 아예 관계를 끊어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도 저도 상태에서 애매하게 관계가 계속 유지가 되고 있는 것이 문제에요.

 

상담사: 저런.. 안타깝네요. 그런데 그 친구와는 무슨 문제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요?

 

은선: 그게.. 그 문제로 좀 생각을 해봤는데 딱히 떠오르는 문제는 없어요. 그러면서도 그 친구를 보면 뭔가 자꾸 뭔가가 미세하게 어긋나는 느낌이 나요. 그게 몹시 답답해요.

 

상담사: 그럴 때가 있죠. 미세한 상처를 받을 때 그래요. 딱히 명시적으로 떠오르지는 않는데, 가끔 마음 속에서 뭔가가 올라와요. 하지만 다른 감정들에 비해서는 너무 약한 편이라 금세 잊혀져 버리고 말죠. 하지만 그것들이 계속 쌓이게 되면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요. , 이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구나. 그런데 막상 생각해보면 그것들이 쌓인 순간들이 잘 기억나지 않아요. 그래서 혼란만 더 가중될 뿐이죠.

 

은선: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그리고 방금 전 갑자기 생각이 하나 났어요. 저는 그 친구와는 한 달에 최소 한두 번은 보는 사이인데요, 지난 주 약속에 그 친구가 좀 늦게 나왔어요. , 딱히 다음 일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상관이 없었고 또 30분 정도 늦은 것이라서 기다릴 만도 했어요.

 

상담사: 그런데요?

 

은선: ,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저녁을 함께 먹고 차를 마시려고 하는데, 그 친구가 일이 있다고 하면서 가겠다는 거에요. 거의 삼 주 만에 만났는데 겨우 한 시간 남짓 있다가 가겠다는 것이죠. 그것도 30분이나 늦어 놓고는.

 

상담사: .. 원래 두 분이 만나면 보통 밥을 먹고 차를 마시나요?

 

은선: 그렇죠뭐 딱히 사전이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게 시간을 보냈어요. 어떨 때는 점심 먹고, 차 마시고, 다시 또 저녁까지 같이 먹고 헤어진 적도 많아요. 둘이 만나면 그렇게 할 얘기가 많아서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가거든요.

 

상담사: 좋은 친구네요.

 

은선: 좋은 친구였죠.

 

상담사: 과거 형이네요. 아무튼 두 분 사이에 어떤 일이 없었다고 하니, 혹시 은선씨나 그 친구분 개인적인 변화는 없었는지가 궁금하네요.

 

은선: .. 그 친구는 없는 듯 하고 저는 최근에 몇 가지 일들이 있긴 했어요.

 

상담사: 그게 뭔데요?

 

은선: 일단 제일 큰 것은 제가 직장을 옮긴 일이에요. 원래 다녔던 회사가 한 6년 정도 되었는데, 중간에 윗사람이 바뀌면서 업무 스타일이 저랑 많이 달라 꽤나 힘들었어요. 그래서 좀 고생하다가 세 달 전에 회사를 옮길 수 있었죠. , 그렇다고 해서 옮긴 회사가 딱히 더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월급도 비슷하지만 그래도 마음 맞는 사람들이랑 일하니 요즘은 회사 생활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아요.

 

상담사: 또 다른 일들도 있어요?

 

은선: 계속 속 썩이던 남자 친구랑 헤어졌어요. 저를 만나는 동안 다른 여자를 만나기도 했고, 계속 직장을 옮기면서 일년에 반도 채 일을 안하고 놀고, 아무튼 생긴 것은 멀쩡하게 생겼는데 문제가 많은 남자였어요. 그래서 회사 옮기는 시점에 같이 정리해버렸죠. 지금 생각해도 속이 다 시원해요.

 

상담사: 잘하셨네요. 큰 변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변화들이네요.

 

은선: 맞아요.

 

상담사: 하나만 더 물어 볼게요. 예전에는 아까 말씀하신 그 친구분하고 만나면 주로 무슨 얘기했어요?

 

은선: 일단 영화 얘기 많이 했어요. 둘 다 미혼이라서 다른 결혼한 친구들이랑은 대화 주제가 좀 달랐죠. 그리고 여행 얘기도 많이 했었죠. 각자 읽은 책이나 본 미드, 일드 서로 추천도 해주고 그랬었죠.

 

상담사: 긍정적인 대화들이 많이 오고 갔군요. 혹시 부정적인 것들에 대한 대화는 없었어요? 직장 생활이 힘들었고, 남자친구가 속을 썩였으니 그런 얘기들도 좀 했을 텐데요.

 

은선: .. 그렇죠. 예전에는 그 얘기 많이 했어요. 그 친구도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제가 직장에서 겪은 얘기를 해주면 같이 화내고 제 편을 들어줬어요. 그리고 저도 그 친구가 회사에서 당한 일들 말하면 같이 분개해줬고요. 그 친구는 남친이 없어서 남친 얘기는 주로 저만 했는데, 주로 그 친구가 해준 얘기는 사람 고쳐 쓰는 것 아니다, 그랬죠. 그래서 빨리 헤어지라고 했었어요. 그리고 그 친구는 기본적으로 남자라는 존재를 별로 안 좋아했어요. 남자라는 존재는 원래 정신적으로 어린데다가 자기만 알고 온갖 나쁜 짓이란 짓은 다 저지른다고 하면서 꽤나 싫어했죠.그래서 자신은 남자 사귈 마음이 없다고 했어요.

 

상담사: 그러면 지금은 어때요? 지금도 그런 얘기들 해요?

 

은선: 물어보셔서 생각해보니 최근엔 많이 줄었네요. 일단 제가 회사에 어느 정도 만족하니까 회사 뒷담화는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오히려 저는 회사에서 겪은 재미난 얘기를 주로 해요. 그리고 남친이랑은 헤어졌으니까 남자 얘기도 안 하게 되고요.

 

상담사: 혹시 다시 남자를 만날 생각은 없어요?

 

은선: 당연히 있죠. 이번엔 제대로 한번 만나보려고요. 사실 한 명 이미 썸을 타는 사람이 한명 있어요. 새로 옮긴 직장에서 만난 사이인데, 요즘 서로 눈치 보는 중이에요. 저도 그 사람이 마음에 드는데, 그 사람도 제가 마음에 좀 있는 것 같긴 해요.

 

상담사: 정말로 잘됐네요. 직장도 옮기고 남친도 생기겠네요. 잘하면 결혼도 하는 것 아니에요?

 

은선: (웃음) 너무 앞서 가시네요. , 그러면 저도 좋죠.

 

상담사: 그런데 결국 그것이 문제네요.

 

은선: ? 뭐가 문제에요?

 

상담사: 은선씨에게 일어난 좋은 일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일어난 은선씨의 행복, 그것이 바로 문제라고요.

 

은선: 그게 왜 문제에요?

 

상담사: 은선씨. 친구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은선: 두 가지 종류요? 남자 친구? 여자 친구?

 

상담사: (웃음) 그것도 맞네요. 아무튼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하나는 행복할 때 만나는 친구이고 다른 하나는 불행할 때 만나는 친구죠.

 

은선: .. 그냥 행복할 때는 축하를 받고 불행할 때는 위로를 받는 것이 친구 아닌가요?

 

상담사: 그건 아주 좋은 친구고요. 일반적인 경우엔 한쪽으로만 가능해요.

 

은선: 왜 그렇죠?

 

상담사: 슬프지만, 사람이 원래 그래요.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마음을 통한다고 느끼는 것이 사실은 착각일 때가 많거든요. 마치 돈이 많은 사람이 자신을 착하고 자비로운 사람이라고 착각하듯이 그래요. 그저 돈이 많아서 그런 것인데, 원래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것이죠.

 

은선: 그 예시는 잘 이해가 안되네요.

 

상담사: , 그럼 옛날 일을 떠올려보죠. 옛날 회사 다닐 때 밤에 비슷한 불만을 가진 사람들과 모여서 술 한잔씩 하고 그랬죠?

 

은선: , 그랬죠. 그때 모이면 뒷담화 끝내줬어요.

 

상담사: 그렇죠. 그리고 그때 기분이 참 좋아요. 행복하거든요. 공동의 적을 씹는 기분은 이 세상 사람들 누구나 좋아해요. 그래서 그런 시간을 오래 보내고 나면 마치 그 모임 속에 있는 사람들과 통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그들이 친구처럼 친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은선: .. 저는 그렇게까지는 느끼지는 않았지만, 매우 친밀한 느낌까지는 받았어요. 그래서 꽤나 자주 모였던 것 같기도 하네요.

 

상담사: 그렇죠. 그런데 그 사람들 지금도 만나요?

 

은선: .. 아니요. 회사 나온 후로 한번도 안 봤어요.

 

상담사: 그럼 과거에 술자리 같이 할 때 은선씨가 느낀 친밀감은 도대체 뭐였을까요?

 

은선: ,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제 마음과 비슷하기도 하니까 그랬던 것 아닐까요?

 

상담사: 맞아요. 저는 그런 관계를 불행의 친구라고 불러요. 서로 불행한 것을 얘기함으로써 웃고 떠들 수 있는 관계죠. 그런데 그때 누구 하나가 배신을 하고 공동의 적의 편을 들면 어떨까요?

 

은선: 갑분싸가 되겠죠.

 

상담사: , 맞아요. 그런 모임에서는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어요. 그것이 바로 거기에서는 그 누구도 긍정적인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에요거기에서는 상대방을 최대한 잘 씹고 비꼴수록 사람들이 좋아하고, 모임 내의 인기가 높아져요. 하지만 공동의 적인 상태에서 빠져 나오는 순간 더 이상 볼 일이 없죠. 특히 은선씨처럼 직장을 바꾼 후 거기에서 잘 지내게 되면 그 사람들과 만날 때 오히려 위화감을 느낄 수 밖에 없어요. 뭔가 서로 안 맞는 것이죠.

 

은선: .. 그럴 수 있겠네요.

 

상담사: 사람들은 자신이 불행할 때는 불행의 친구에게 끌리고, 행복할 때는 행복의 친구에게 끌려요. 불행할 때는 자신의 불행에 대한 공감을 원하고, 행복할 때는 자신의 행복을 자랑할 상대가 필요하거든요. 그것을 잘 맞추지 못하고 불행한 사람에게 행복을 자랑했다가는 한 소리 듣죠. 불행한 사람들은 불행한 얘기만 듣고 싶어 하거든요. 반대로 행복한 사람에게 불행을 얘기하게 되면 그 사람이 견디지 못하고 떠나요.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한 얘기만 듣고 싶어하거든요.

 

은선: 맞네요. 그래요. 생각해보니 저도 무의식 중에 그랬던 것 같아요.

 

상담사: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나요. 불행해서 불행의 친구와 만나고 있었는데 중간에 어떤 좋은 변화들로 인해서 행복해졌어요. 그래서 행복한 얘기를 하게 되면 상대가 어떻게 나올까요?

 

은선: 별로 안 좋아하겠죠.

 

상담사: 빙고! 지금 은선씨 친구가 바로 딱 그 상태에요. 불행의 친구인데 행복을 말하니 조금씩 깨지는 것이에요.




 

은선: .. 영화나 여행 얘기할 때는 긍정적으로 잘 통하는데요?  그저 회사 얘기랑 남자 얘기를 할 때만 부정적이었는데..

 

상당사: 어쩔 수 없어요. 모든 것이 다 맞아도 정치나 종교적 견해 하나만 달라도 서로 만날 수 없는 것이 사람이에요. 두 분 사이가 아무리 잘 통해도 한쪽은 회사에 대한 불만을, 한쪽은 회사에서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를 얘기하게 되면 틀어지게 되죠. 그뿐만이 아니라 한쪽은 남자에 대해서 나쁜 감정을 주로 표현하는데 반해서, 은선씨는 지금 남자와 썸을 타고 있잖아요.

 

은선: 그럼 그 친구와는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인가요?

 

상담사: 하나 있죠.

 

은선: 뭔데요?

 

상담사: 젊은 두 여자가 매일 남자라는 존재들에 대해서 욕을 했어요. 그런데 그러다가 한 명이 남자 친구가 생기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은선: 선생님 설명에 따르면 둘의 관계는 깨지고 말겠죠.

 

상담사: 맞아요. 그래서 뭘 해야 하냐면, 나머지 친구에게도 남자 친구를 소개시켜 주는 방법을 써야 해요. 그래서 혹시나 잘되면 이제 둘은 남자 욕을 훨씬 덜 하면서 살 거에요. 하지만 또 나중에 결혼을 하고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다시 남편 욕을 주고 받으며 친구를 하게 되겠죠. 그런데 한쪽은 남편이 잘하고, 다른 한 편은 못하게 되면 둘은 결국 관계가 틀어질 수 밖에 없어요.

 

은선: 씁쓸하네요. 불행의 친구라는 것은 결국 한계가 명확하네요.

 

상담사: 불행의 친구만 그런 것이 아니에요. 행복의 친구는 사실 좀 더 해요.

 

은선: ?

 

상담사: 행복의 친구들의 경우엔, 누구 하나가 불행하게 되면 그 사람을 끊어 버려요. 불행이 전염될까 봐 미리 싹을 자르는 것이죠.

 

은선: 아니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돕잖아요.

 

상담사: 처음에만 그렇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복구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돕는데, 정말로 복구 불가능한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싶으면 연락이 자연스럽게 끊겨요. 전화를 하면 늘 바쁘다고 하죠. 사실 은선씨도 친구들 중에서 갑자기 너무 불행해진 친구가 있으면 계속 만나고 싶어요? 얼굴 봐야 마음만 불편한데.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상대가 돈을 빌려달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연락 오는 것이 별로 안 좋죠. 그리고 그 친구 입장도 그래요. 자신이 그런 처지가 된 것이 자존심이 엄청 상하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그쪽에서도 연락을 끊기도 해요.

 

은선: 그렇긴 하네요.

 

상담사: 불행의 친구는 행복해졌을 때 그나마 내가 끊을 수 있지만, 행복의 친구는 내가 불행해지는 순간 강제로 끊겨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더 비참하죠. 불행해졌는데다가 관계도 끊기니까요.

 

은선: 그러네요.

 

상담사: 사람들은 평생 살아가면서 행복과 불행을 반복적으로 경험을 해요.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행복 쪽으로 간 사람들이 있고, 반대로 전체적으로 불행의 쪽으로 간 사람들도 있죠.

 

은선: , 제 주변을 봐도 그런 것 같아요.

 

상담사: 그래서 어떤 친구가 불행의 친구인지 행복의 친구인지 잘 구분이 안 가죠. 하지만 불행했다가 행복해졌거나, 행복했다가 불행해질 때 그것이 구분이 돼요. 그리고 그때 아까 말했던 행복과 불행에 상관없이 내 곁에 있어주는 친구가 눈에 보일 수도 있죠. 그런 친구들을 보통 진짜 친구라고 하는데, 슬프지만 그런 친구는 거의 없어요.

 

은선: 말씀 듣고 생각해보니 저도 없는 것 같네요.

 

상담사: 사람들은 불행의 나락에 떨어진 후 주변 사람들에게 크게 실망을 해요. 평소엔 자신이 잘했는데 정작 자신이 힘든 상황이 되니 다들 외면한다고 말이에요.

 

은선: 그렇죠. 제가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사람들은 그럴 것 같아요.

 

상담사: 하지만 그것은 사실 착각이에요. 그 누구도 불행이 곁에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멀어지는 것이거든요. 쉽게 말해서 둘이 만나서 밥을 먹을 때도 예전엔 서로 한번씩 샀는데 이제는 어려워진 상대가 한번 살 때 두 번 사야 할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또 친구가 기분 나빠할 수도 있으니 계산법이 복잡해지죠. 그러다가 혹시나 두 번 샀는데, 친구가 자격지심으로 날 동정하냐는 말을 하면 그 친구 계속 보고 싶을까요?

 

은선: 안 보고 싶겠죠.

 

상담사: 그래요. 사람들은 누군가 불행해지면 불편해져서 관계를 끊어요. 그런데 그것을 배신으로 느끼는 것이죠.

 

은선: 그래도 배신감으로 느끼는 사람 마음은 어쩔 수 없을 것 같긴 하네요.

 

상담사: 그 말도 맞죠. 그런데 이런 경우는 그나마 사람들이 잘 이해를 해요. 하지만 반대일 때는 혼란스럽죠. 은선씨 경우처럼 말이에요.

 

은선: 불행했다가 행복해진 경우요?

 

상담사: . 자신이 상대방의 불행으로 인해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아주 명시적으로 느끼는데, 자신이 행복해졌을 때 상대가 느끼는 불편함을 인식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은선: , 그래서 제가 그렇게 막연하게 답답함을 느꼈군요.

 

상담사: 맞아요. 사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조차도 못 느끼고 계속 만나기도 해요. 그러다가 결국 어느 날 그 동안 상대의 내면에 쌓인 엄청난 분노가 터지는 날이라도 오면 정말로 별 것 아닌 일로 뜬금없이 관계가 완전히 끊기기도 하죠.

 

은선: .. 그럴 수도 있겠군요.

 

상담사: 그런 면에서 은선씨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어요.

 

은선: 어떤 희망이죠?

 

상담사: 일단 은선씨 본인과 그 친구분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인식은 했잖아요. 그래서 상대를 이해할 수도 있죠. 그러니 최대한 양보를 하세요. 그 친구분은 은선씨에게 일어난 행복한 변화를 아직 감당하지 못해요. 그러니 그쪽 얘기는 최대한 하지 마세요. 그리고 두 분이 잘 통하는 영화, 여행, 드라마 얘기 등을 주로 하세요. 의식적으로 해야 해요.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회사 얘기, 남친 얘기가 나올 수 있거든요.

 

은선: .. 그렇겠네요.

 

상담사: 서로 잘 통하는 얘기 부분에서는 행복의 친구가 유지될 수 있어요. 그러니 그렇게 계속 유지만 하고 있으면 되죠. 그러다가 그 친구분도 좋은 회사로 옮기는 날이 올 수 있고, 남자 친구가 생기는 날도 올 수 있어요. 그러면 그때 다시 그런 얘기를 하면 돼요. 아니, 하기 싫어도 상대가 할 것이에요.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한 얘기를 마음에 담아 두지 못하거든요.

 

은선: (웃음) 그렇군요.

 

상담사: 그때가 되면 두 분은 좀 더 발전된 관계로 나갈 수도 있어요. 그래서 행복과 불행을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될 수도 있죠.

 

은선: 그랬으면 좋겠네요. 제가 참 좋아하는 친구인데..

 

상담사: 좋은 사람을 얻고 싶으면, 스스로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요. 그러니 은선씨가 꾸준히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면 결국 그 친구 분도 얻을 수 있을 것이에요.

 

은선: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해서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상담사: 노력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에요.

 

은선: 덕분에 오늘 마음이 많이 정리가 되었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상담사: , 그래요. 살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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