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이유

아이루다 2018. 12. 10. 08:58

 

사람들은 매일처럼 말을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한다. 더해서 말만 많은 것이 아니라 글도 많이 쓴다. 요즘은 문자 대화가 아주 일반화 되어있으니까 그렇다. 이렇게 사람들이 매일 만들어 내는 말과 글을 모두 종이에 기록하려고 하다면 일년도 채 안돼서 지구를 꽉 채울 수 있는 양의 책이 만들어 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말과 글들에는 어느 집 남편이 아내 몰래 지난 6개월간 바람을 피우다가 걸린 이야기부터 내년 국제 유가 흐름이 어떻게 되는 것에 대한 보고서까지, 그 주제와 내용도 제각각이고 각자 중요도도 다르며 그것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범위들도 무척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말이나 글들은 성냥불처럼 금세 다 타서 사라지고 또 어떤 말이나 글들은 그나마 모닥불처럼 오래 버티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너 자신을 알라', '원수를 사랑하라' 등과 같이 아주 특별한 말들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구히 보존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말들을 하고 그렇게 많은 글들은 남기는 것일까? 아마도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재미 있으려고,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려고, 억울해서 하소연하려고, 잘 몰라서 물어보려고, 최종 결정을 하기 위해서, 현재 상황을 파악하려고, 상대가 숨기려고 하는 것을 알아내려고, 누군가의 뒷담화를 하려고, 사기를 치려고,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고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 말을 한다.

 

이것들 말고도 엄청나게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이유들은 결국 단 하나의 목적으로 수렴이 된다. 그것은 바로 말하는 당사자의 '행복' 이다.

 

어제 해 먹었던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하고 있는 아줌마도,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가지고 토론하고 있는 국회의원도,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말하고 있는 법정 내의 변호사도, 온라인 상에서 서로 댓글로 끝없이 옳고 그름을 따지고 있는 익명의 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금세 사라져버리고 마는 일상의 대화나, 사라지지만 기록에는 남아 있는 SNS에 올리는 글들이나, 상대성 이론과 같이 인류사의 한 획을 그을만한 내용을 담은 논문 모두가 당사자의 행복을 위해서 말하고 쓰여졌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약간 특이한 형태의 글이 있다. 그것은 바로 별로 행복해 보이지도 않고, 아니 오히려 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빠지는 말이나 글이다.

 

사람들이 논쟁을 할 때가 그렇다. 특히 일상 속의 논쟁들이 그렇다. 그것이 회사의 내년 목표나, 법정에서 죄의 유무를 가리는 것이나, 어떤 환자의 병에 대해서 진단하는 것도 아닌, 그저 단순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딱히 결론도 없는 논쟁들이 바로 그 주역이다.

 

재미도 없고, 지루하기도 하고, 보통은 화를 내기 쉬운, 그런 말과 글들이 있다는 점은, 모든 말과 글이 당사자의 행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대전제를 벗어나 버리고 만다.

 

그나마 일상 속에 말은 옆에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듣게 되어서 반응을 하는 것일 수 있지만, 인터넷 상에서 일어나는 수 많은 댓글 전쟁은 딱히 힘들게 읽지 않으면 신경 쓸 필요가 없음에도 그렇다.

 

더군다나 그런 글들은 표현이 너무 과격해서 행복이 아니라 오히려 불행하려고 쓰는 글 같아 보인다남에게 최대한 상처를 입히거나과도한 비난을 섞거나, 욕과 패드립이 난무하는 곳이 바로 인터넷 상에서 나타나는 글들의 특징이니까 말이다.

 

전혀 얼굴 한번 본적도 없는 사람을 상대로 해서 그런 과격한 글을 쓴다고 해서 자신이 딱히 더 행복해질 것 같지도 않은데, 온라인 상에서는 그런 글들이 매일같이 수 없이 많이 쌓인다.

 

읽다 보면 도대체 자신이 행복하려고 쓴 글이라기 보다는 상대를 얼마나 더 불행하게 만들까를 최대한 고민하면서 쓴 글 같은 것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글들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누군가를 설득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자신이 믿는 진실을 자신이 아는 사실, 즉 팩트를 기반으로 해서 최대한 논리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각자만의 논리와 논리가, 사실과 사실과, 추정과 추정이 강하게 충돌하는 공간이 바로 인터넷 상의 수 많은 SNS, 커뮤니티 사이트, 뉴스 댓글란 등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토록 과격한 표현들이 난무할까? 실제로 얼굴을 맞대면 전혀 나오지 않을 표현들이 너무도 쉽게 나온다. 욕은 그나마 점잖은 표현일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패드립, 인격모독, XX충과 같은 혐오의 표현들이 그야말로 넘쳐나고 있다.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서로 얼굴을 볼 일이 없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얼굴을 보고 그런 말을 했다가는 정말로 칼부림 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심지어는 너무 화가 나서 상대방이 사는 곳을 찾아간 사례도 있을 정도이니 그럴만 하다.

 

물론 비록 과격하긴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서 다양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긴 하다. 그리고 그것을 읽고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또 다른 사실들을 근거로 반박을 한다. 그래서 첨예한 대립이 자주 발생하는 정치, 종교, 성별, 지역, 세대, 직업 등에 관한 각자만의 입장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수 많은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결국 옳음과 옳음이 충돌하고, 선과 선이 충돌하고, 최선과 최선이 충돌하고, 합리성과 합리성이 충돌하고, 대의와 대의가 충돌하고추정과 추정이 충돌하고사실과 사실이 충돌하고, 예측과 예측이 충돌하고 있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바라보자. 표면에 보이는 대로 정말로 그런 것들이 강하게 충돌하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을 해봐야 하는 이유는 제대로 깊게 살펴보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에 그렇다. , 당장 표면적으로 보기엔 각자의 입장이 충돌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기신뢰 부족이다. ,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을 스스로도 믿지 못해서 그렇게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으니 자꾸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하는 것이다. 자기 편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최대한 우호적인 자기 편을 끌어 들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니 그런 표현들이 나가는 것이다.

 


원래 설득을 하려면 부드럽게 말해야 한다. 당연하다. 같은 말도 욕을 하면서 하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처음부터 설득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부족한 신뢰를 주변의 반응을 통해 채우려고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런 글들을 쓴다고 해서 딱히 이득이 될만한 것도 없는데 그리 거품을 물고 싸운다. 그렇다고 상대가 설득되는 것도 아니고 늘 그렇게 싸우다가 끝나고 마는데도 그렇다.

 

최초에 상대가 한 말이 자신의 불확실한 믿음에 자극을 주어서 그런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원래 처음부터 무엇인가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남이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아니, 귀에 들어오긴 하지만 바로 허공에서 사라지고 만다.

 

달이 네모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딱히 말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누군가 그런 주장을 심각하고 한다면 그냥 머리가 좀 이상한 사람이라고 취급하면 끝이다. 그런 사람과 왜 싸우려고 하겠는가?

 

그나마 자기 확신이 있음에도 남에게 말을 하거나 글을 남기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바로 그것을 통해서 명확한 이득을 얻을 수 있을 때 그렇다, 명예, , 권력 등을 취할 수 있으니까 그러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왜 그런 수고스러움을 감당하려고 할 것인가?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것도 모두 일종의 감정 낭비에너지 낭비인데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평온함을 선호한다. 또한 불필요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런 행동을 해서 시간 낭비, 감정 낭비, 에너지 낭비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목적이 바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믿는 것을 최대한 그럴 듯하게 설명해서 동의를 얻은 후, 결국 자신이 가진 불확실성을 줄여 불안함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처음부터 절대적으로 확신을 가진 자는 남을 설득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당연히 논리적으로 합당하게 말을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스스로도 신뢰가 부족하기에 주변 사람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든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얻고 공감을 받으려고 애쓴다.

 

진정으로 확신을 가진 자가 말을 한다면 그것은 그저 말로 끝난다. 어떤 숨겨진 이유나 목적도 없는 것이다그럼에도 말을 하는 이유는 자기 확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좋은 것을 타인에 대한 관대함으로써 베풀어 주는 것이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사랑이나 자비라는 말로 칭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말을 듣고도 스스로 확신을 가지지 못한 자들은 그들이 한 말들을 되풀이 하면서 스스로 최면을 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니기에 틈만 나면 남들을 설득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반론을 펴고, 자신이 믿는 사실을 근거로 주장을 한다. 심지어는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선별해서 기억하려 든다.

 

그나마 그래서 돈이라도 벌면 이해를 한다. 하지만 왜 돈도 벌지 못하면서 스스로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진정으로 남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면, 그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곳에서 가서 봉사 활동이나 하는데 쓰는 것이 훨씬 더 나아 보이는데 말이다.

 

사람은 그 누구도 전적으로 타인의 행복을 위해서는 살지는 못한다. 그저 타인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만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나마 가장 이타적인 관계로 알려진 부모 자식도 마찬가지다. 부모도 자신이 행복하기에 자식에게 잘하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불행하다면 자식에게라도 잘할 수 없다.

 

결국 자기 확신이 부족해서 남들을 설득하려는 사람들 역시도 결국엔 행복이 목적이긴 하다. 단지 그렇게 해서는 행복이란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불안함을 줄인다는 것이 바로 행복이니까 그렇다. 주변 사람들을 설득해서 동의를 얻어 낼 경우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 있으니 당연히 그렇게 된다. 그리고 그 목적 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을 하고 글을 남겨서 남을 설득하려는 사람들은 자신이 옳기에 그러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자신이 믿고 있는 진실을 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자신의 말과 글은 사실과 진실을 근거로 논리적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내 행복을 위해서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착각이다. 사람들이 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말과 글은 그저 상대의 말과 글에 의해서 자극된 나쁜 감정에서 시작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일단 감정이 들면 어떤 식으로든 없애야 하기 때문에 말과 글이 시작된다.

 

, 누군가의 말이 어떤 식으로든 감정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그런 반응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지나가다 본 TV 속 연예인들의 대화는 거의 자극이 되지 않기에 아무런 감정적 반응을 불러오지 않는다. 그냥 쟤들은 떠들고 있구나 하고 만다. 그리고 금세 잊는다.

 

하지만 옆에 있는 누군가의 말이 자신을 깊숙이 찔러오면 아주 강렬한 반응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그 감정이 부정적이면 부정적일수록 강렬하게 그것을 반박하고 싶은 욕구가 치민다. 그냥 있으면 너무 기분이 나빠진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말이 진실이 되고 자신이 믿는 것이 거짓이 될까 봐 그렇다. 그러니 죽어라고 반박해야 한다.

 

최초엔 그저 두려움이었다하지만 반박하려면 그것이 두려움으로 인해서 그런 것이면 안 된다. 그것은 그저 감정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스스로 최면을 건다아니, 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빠져 있다. 그래서 자신이 상대의 말에 반박하려는 것은 두려움이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라고 굳게 믿고 살아간다그렇게 사람들은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착각한 채 논리적으로 대화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시작은 그저 감정일 뿐이다.

 

어떤 감정도 생겨나지 않으면 아무런 영향도 없이 스쳐 지나갈 뿐이다.

 

인간의 사회는 공동체이다. 그래서 공동체 다수가 믿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어떤 가치들이 최대한 남에게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하면 할수록 축구 경기장이 다수가 생겨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유리한 가치들이 최대한 사회 속에서 잘 인정되길 바란다.

 

그것이 바로 모든 말과 글의 본질이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그것을 알더라도 어쩔 수 없다. 살아야 하니 최대한 이기적으로 굴 수 밖에 없다. 단지 그 이기적 행위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을 것이다.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는 선수들처럼 말이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금메달을 따지만, 그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분이 좋아질 수 있으니 나름대로 좋은 것이다. 단지 그 사람으로 인해서 메달을 딸 기회를 놓친 사람들의 불행은 어느 정도라도 챙겨줄 수 있는 여유로움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자신의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의 목적은 결코 정의, 옳음, 도덕, 상식, 진실과 같은, 일반적으로 선한 쪽에 속해 있는 것에 있지 않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그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그러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목표를 가진 것이라도 말이다.

 

인간은 자신의 행복을 반하는 행동은 절대로 할 수 없다. 심지어 인류를 위해서 스스로 목슴을 내놓더라도 말이다.

 

이 점만 잊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의 말과 글에 그나마 덜 자극이 될 것이다. 덜 반박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엔 점점 더 말수가 줄어들 것이다.

 

그나마 말을 한다면 그저 주변을 행복하게 해주는 농담이나 하고 살아갈 것이다. 괜한 참견이나 오지랖부리는 말은 훨씬 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 대부분의 시간을 침묵 속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이때가 바로 자기신뢰가 극대화 되었을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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