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에세이

1. 일개미 #3470

아이루다 2018. 10. 8. 08:06

 

유난히 뜨겁던 여름이 끝나가던 어느 날, 개미굴 앞에 커다란 매미 한 마리가 떨어졌다. 여름 내내 근처 나무에서 꽤나 시끄럽게 울어대던 수 많은 매미들 중 한 마리가 자신의 삶을 다 하고는 떨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장소가 우연히 개미 굴 앞이었다.

 

언제나 굴 입구에서 망을 보던 개미는 매미가 떨어지자마자 즉시 내부로 전갈을 보냈다드디어 그때가 시작되었다고 말이다이 일은 매년 여름이 끝나갈 때마다 벌어지는 일이었으며모든 개미들이 열심히 기다려 온 그 날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와 같은 사건이기도 했다

 

개미들은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하게 자신들의 식량창고를 채울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다.

 

망꾼 개미가 보낸 소식은 개미굴 안에서 쉬고 있던 일개미들 사이에 빠르게 퍼졌다. 그리고 그들은 그 즉시 모든 행위를 중단한 채 재빠르게 굴을 통과해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서 아주 효율적으로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앞턱이 유난히 발달해서 자르는 것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잘개미들은 그 누구보다도 앞서서 매미의 몸통에 도착한 후, 그 위로 올라섰다같은 미자로 끝나더라도 매미의 몸은 개미의 몸에 비해서 월등하게 크니 일단 최대한 자잘하게 자라는 일이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올라가자 마자 즉시 빠르게 사체를 절단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잘린 부위들은 끝없이 밑으로 떨어져 내렸고, 밑에 대기 중이었던 운송개미들은 그것들을 하나씩을 물고 개미굴로 들어가서 식량 창고를 향했다.

 

매미의 몸은 개미의 몸에 비해서 많이 컸지만, 다수가 공동 작업을 한 덕분에 겨우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매미는 완전히 분해되어서 창고에 쌓이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한 일이었다.

 

그 후 매미는 끝없이 떨어졌고, 개미들은 거의 쉴 틈이 없이 매미의 사체를 분해해서 식량 창고로 옮기는 일을 했다.

 

올해 처음 태어난 일개미 #3470 평범한 몸을 타고났기에 운송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몇 주 동안 매미 사체의 한 조각을 물어서 식량창고까지 옮기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올해 봄에 태어났기에 이 일을 처음 겪는 상황이었지만, 사실 이 시기가 오기 전부터 그보다 한 해 먼저 태어난 선배 개미들로부터 이 일에 대해서 귀가 닳도록 들어 왔었다. 매년 여름이 끝날 시기가 되면 주변 나무에서 매미들이 엄청나게 떨어지고, 그것은 신이 축복이라고 말이다.

 

선배 개미들은 이 시기를 '풍요의 시절' 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리고 일개미 #3470는 처음 매미가 떨어진 사건이 지난 지 일주일 정도 지나자 그들이 왜 그렇게 부르는지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거리 상의 문제만 있을 뿐, 매일같이 그런 매미의 시체가 떨어졌고, 유일한 경쟁자는 바로 자신들과 같이 근처에서 터를 잡은 개미들이었다. 그래도 그 무엇보다 사체를 먼저 발견하고, 그곳에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가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매미의 숫자는 풍족했기에 늦게 도착한 개미 무리들은 대개 포기하고 그 자리를 뜨기도 했지만, 간혹 잘개미들 사이에서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된 적은 없었다.

 

그러니 지난 몇 주 동안 일개미 #3470가 한 일은 아주 단순하기 그지 없었다. 어디선가 매미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여섯 개의 다리를 부지런히 놀려서 그곳을 선점한 후, 벌떼처럼 달라 들어서 빠르게 분해해서 그것을 자신들의 굴로 옮기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말이다.

 

개미들 입장에서는 벌떼 같다는 표현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들은 얘기로는 아주 오래 전 개미 총회 때 모였던 많은 개미들 대표들이 이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 것에 대한 여부를 상정한 후, 결국 '관용적'으로 사용되어 왔다는 이유로 계속 사용하기로 결정한 탓에, 그 표현을 쓰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개미들 입장에서는 비록 날개는 없지만, 벌에게 없는 강인한 턱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 그리고 그 무엇보다 강력한 힘으로 무장한 존재라는 개미 자부심이 가득했기에, 그런 사소한 표현상의 문제쯤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다들 생각했다.

 

일개미 #3470는 지난 몇 주간 백 단위가 넘는 매미 시체를 처리해왔기에 이젠 다른 선배 개미들처럼 매미 전문가가 다 되어 있었다. 그래서 매미의 시체에서 어느 부위가 가장 부드러운지, 맛이 있는지, 영양가가 많이 있는지도 알 수 있을 정도였고, 이미 잘게 나눠진 부위만으로 보고도 이것이 매미의 어느 부분에서 떼어 낸 것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그야말로 경험이 쌓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 역시도 내년이 되면 새롭게 태어날 경험이 미숙한 다른 개미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꽤나 멋들어지게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젠 제법 찬바람이 불면서 매미의 시체가 발견되는 일이 현저하게 줄어들 때 쯤, 세 마리 시체가 비슷한 자리에서 발견되는 행운이 닥쳤다. 아마도 마지막까지 시끄럽게 근처 나무에서 울던 녀석들이 드디어 끝이 난 모양이었다.

 

일개미 #3470는 준비를 하고는 누구보다도 재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빠르게 현장에 도착해야 선점을 할 수도 있고, 더해서 가장 좋은 부위를 골라서 옮길 수 있기에 그랬다. 물론 물고 가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맛보게 되는 그 맛을 즐기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 변명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당연히 그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현장에 도착하자 이미 다른 개미들이 서로 줄을 지어서 먼저 좋은 부위를 받으려고 경쟁 중이었다.

 

처음 매미의 시체가 떨어졌을 때는 이미 한 해를 보낸, 경험이 있는 개미들만 그랬지만, 몇 주가 지난 지금은 누구나 그것을 알기에 경쟁은 훨씬 더 치열해져 있었던 것이다. 거기엔 선배 후배가 따로 없었다.

 

일개미 #3470는 기대가 무너지면서 잠시 낙담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비록 맛난 부위를 받을 수는 없지만, 다 같이 열심히 일을 해야 겨울을 날 수 있다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끝없이 반복적으로 들었던 유모 개미와 선배 개미들의 말이 머리 속에 무엇보다도 깊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겨울,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지만 하도 많이 설명을 들어서 추위라는 말만 들어도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할지 상상이 될 정도였다. 그리고 선배 개미들은 겨울에 관련해서 꼭 하고 다니는 말이 있었다.

 

'Winter is Coming', 무슨 뜻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 말만 들으면 괜히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뜨거웠던 여름이 한참 지나서 가을 바람이 꽤나 시원하게 부는 날이기도 했다. 여름 내내 시끄럽게 울던 매미들이 다 사라지고, 이제 마지막 남은 매미마저 이렇게 최후를 맞이한 상황이기에 다른 작은 풀벌레 소리들이 더욱 또렷하게 들렸다.

 

대기는 안정적이었고 선선했으며 피부는 적당히 건조하고 적당히 습했다. 특히 더듬이에서 전달되어 오는 촉감은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었다.

 

일개미 #3470는 그 순간 자신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시 일을 멈추고 가만히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눈에 평소처럼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다른 개미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모습은 바로 자신 그 자체였다다들 좋은 부위를 받으려고, 빨리 굴 안으로 옮기려고 정말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일개미 #3470는 그 순간 자신을 제 삼자의 눈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문득 일개미 #3470의 머리 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저들은 왜 저렇게 행동하고 있을까? 아니, 나는 왜 저렇게 행동해왔을까?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든 일개미 #3470는 자신이 해야 하는 일조차 까맣게 잊은 채, 그 생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그의 상념을 깨운 것은 옆에서 들린 낯선 목소리였다.

 

"제길, 너무 늦었네. 오늘은 글렀군."

 

일개미 #3470는 그 목소리로 인해서 생각에서 빠져 나온 후 자연스럽게 옆을 바라 보았다. 거기엔 몇 번 본 적이 있는 선배 개미 하나가 자신처럼 이미 분해가 거의 끝난 매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네요."

 

일개미 #3470가 무의식적으로 맞장구를 치자, 그제서야 상대는 그의 존재를 인식한 듯 고개를 돌렸다.

 

"너도 늦었냐?"

 

"그렇다고 해야죠."

 

"이제 거의 끝물인데, 올해는 이것으로 끝인가 보다. 그렇겠지?"

 

상대는 빠르게 포기를 하면서 자신의 동의를 구했다그리고 그 순간 일개미 #3470는 그가 일개미 #2999임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일개미 #3470 입에서는 상대가 기대하던 반응 대신에 갑작스러운 질문이 튀어 나왔다.

 

"우리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죠?"

 

일개미 #2999는 상대의 입에서 자신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말이 튀어 나오자 잠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답을 했다.

 

"그야 당연히 식량 창고를 가득 채워야 하니까 그렇지. 설마 이 설명을 처음 듣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 듣긴 했죠. 그런데 왜 식량 창고를 가득 채워야 해요?"

 

"당연히 겨울이 오고 있으니까 그렇지.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것을 처음 들어보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그런 질문들을 하는 거지?"

 

일개미 #2999는 일개미 #3470의 궁금증이 귀찮은 듯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럴 만 했다. 그리 재미가 없는 주제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왜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데요?"

 

이번 질문에는 일개미 #2999가 즉시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긋이 이제는 흔적만 남은 매미 분해 현장을 바라보기만 했다. 일개미 #3470가 보기에 아마도 그는 이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질 말지를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난 후, 그는 깊게 한숨을 한번 쉬고는 입을 열었다.

 

"겨울엔 춥기에 밖으로 나갈 수 없어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어서 그렇지. 그나저나 우리가 왜 지금 이 순간에 이런 대화를 하고 있어야 하지? 너 뭔가 문제가 있니?"

 

"아니요. 그냥 갑자기 그런 궁금증이 생겼어요. 그런데 한번 떠오른 질문이 멈추지를 않네요."

 

"그래? 그럼 질문 할거 다 해봐. 기왕 매미 건도 글렀고 하니, 너의 시덥지 않는 질문에 답이나 해주고 하루를 마무리 해야 겠다. 그래도 내가 너보다는 일년은 더 살았으니 그래도 아는 것이 조금이라도 많을 테니까 말이야."

 

"감사해요. 그럼 다른 질문을 할게요. 우리는 왜 겨울을 나야 해요?"

 

"겨울이 나야 내년에도 이렇게 살 수 있으니까. 나를 봐 바. 만약 내가 지난 겨울을 나지 못했으면 지금 너랑 이런 얘기를 하고 있을 수나 있겠니?"

 

"그렇긴 하네요. 그럼 우리는 매년 겨울을 대비하고, 내년에도 살아있고 싶어서 이렇게 일을 하는 것인가요?"

 

"당연하지."

 

"하지만 제가 듣기로 우리들 대부분은 겨울을 세 번 나면 죽는다고 하던데요? 그러면 결국 우리의 삶은 봄, 여름, 가을 열심히 일해서 겨울을 나고, 다음 해가 되면 또 그것을 반복하고, 또 한번 더 반복한 후 끝나는 것이네요."

 

".. 그렇긴 하지."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의미라고?"

 

되 묻는 일개미 #2999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당혹감이 느껴졌다.

 

"그렇잖아요. 결론적으로 보면 같은 일을 삼 년 동안 반복한 후 죽을 운명인데결국 한 해라도 더 살기 위해서 오늘도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요?"

 

질문을 들은 일개미 #2999는 한참 답을 하지 못했다. 침묵의 시간은 길어졌지만, 일개미 #3470는 딱히 상대의 답변을 보채지는 않았다. 질문은 하기는 쉽지만, 그 답을 내기는 쉽지 않는 질문임을 그 역시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만, 한가지 더 중요한 사실이 있어."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일개미 #2999가 드디어 입을 뗐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엔 갑자기 어떤 확신이 느껴졌다.

 

"그것이 뭔데요?"

 

"그것은 바로 지금도 열심히 우리들의 후대들을 낳고 있는 여왕님을 보살피는 것과, 그리고 새로 태어나서 우리들의 미래를 이어나갈 새로운 세대들의 존재를 지키고 키워야 하는 일이지."

 

", 그렇군요. 여왕님을 보살펴드리는 일이 있죠. 그리고 그래야 저의 후배 개미들도 태어날 수 있으니까요."

 

"당연하지. 그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야."

 

"그러면 여왕님은 우리들과는 달리 영원히 사는 존재인가요?"

 

".. 그것은 나도 몰라. 하지만 나의 전 세대, 그리고 그 전 세대, 그리고 그 전 세대에도 여왕님은 계속 여왕님이었어. 그리고 아마도 내가 죽은 후에도 한참 그렇겠지. 하지만 언제까지 그것이 계속될지는 나로서는 알 수가 없네."

 

"그렇군요."

 

이번엔 일개미 #3470의 침묵이 길어졌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지금 방금 자신이 들은 답이 결국 최종 결론이 될 수는 없음을 말이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여왕님을 통해 태어나는 우리들은 결국 같은 운명이 아닌가요? 태어나서 여왕님을 보살피고후대를 열심히 키우고, 그렇게 세 번의 겨울을 보내고 나면 결국 죽는 것이요. 전 세대도 그렇고 후 세대도 그렇겠죠?"

 

"그렇긴 하지."

 

"그러면 결국 그것 역시도 겨울을 반복적으로 보내는 것과 무슨 차이죠? 제 생각엔 별로 차이가 없어서 보이는데 말이에요."

 

"너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 그런 것이 뭐가 중요하니? 그냥 우리는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열심히 일해서 할 일을 하고, 겨울은 힘드니까 굴 안에서 지내고, 그리고 그렇게 세 번 겨울을 보내고 나면 할 일을 다한 존재로써 사라지면 되는 거지."

 

일개미 #2999는 자신이 나름대로 합당한 답을 내놓았다고 생각한 듯 확신이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개미 #3470의 혼란스러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이요. 그냥 오늘 갑자기 제가 살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것이 저를 혼란스럽게 해요."

 

"그렇다면.. 그것을 해결할 좋은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뭔데요?"

 

일개미 #3470는 상대의 말에 크게 마음이 쏠렸다.

 

"여왕님을 직접 만나는 일이지. 그리고 만나서 물어 보는 거야. 우리가 왜 태어나고, 왜 죽는지, 그리고 그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이야."

 

".."

 

일개미 #3470로서는 생각도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여왕님을 만난다니 말이다. 그래도 그 말에 머리 속이 반짝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랬다. 태어나서 딱 한 번 본 것이 전부인 여왕님이지만, 그녀를 만나면 뭔가 그럴듯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겨났다.

 

"저를 만나 주실까요?"

 

"만날 이유가 있다면, 만나주신다고 들었어. 단지 너의 질문이 '만날 이유'가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 아무튼 건투를 빌어. 나는 이만."

 

일개미 #2999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은 다 해줬다는 듯 홀가분한 태도로 그 자리를 떴다. 하지만 남은 일개미 #3470가 그 자리를 뜬 것은 해가 뉘엿뉘엿 서쪽 하늘로 지고 어스름이 몰려오면서 기온이 뚝 떨어질 때였다. 체온 관리가 안 되는 개미로서는 추울 때 밖에 있는 것은 자살 행위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기에, 갑자기 추위가 느껴지자 두려움으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모든 생각이 멈춰졌다. 그리고 그는 최대한 빠르게 자신의 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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