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감정의 책임 - 2

아이루다 2018. 9. 9. 07:55


[앞에서 계속]


나쁜 감정이 생겨나면, 그 감정 자체는 기분이 나쁘더라도 좋은 감정들처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져야 하는데, 또 다시 경험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그 감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서 스스로 붙잡고 놓지 않아서 결국엔 오래된 상처가 되어 버리고 마는, 이 어리석은 흐름을 끊을 방법은 전혀 없는 없을까?

 

좋은 소식이 있다. 답은 '있다' 이기 때문이다.

 

일단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어떤 나쁜 감정이 생겼을 때 그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실제로는 그 감정 그 자체보다, 그 감정으로 인해서 파생되는 다양한 것들로 인해서 더욱 더 감정이 커다랗게 증폭된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하는 것이다.

 

이미 설명했듯이 반복에 대한 불안함, 책임에 대한 불안함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느낀 나쁜 감정들에 대한 정당성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자신의 잘못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이고 남의 잘못의 비중을 늘리는 짓을 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

 

화가 나면 화가 난 이유를 생각하면서 상대방의 어떤 면이 잘못되었는지 따지려고 할 때 생겨나는 일이다. 짜증이 나도, 열등감이 생겨도, 질투심이 생겨도 모두 마찬가지 일이 일어난다.

 

그나마 그렇게 해서라도 감정이 진정되면 다행이지만 세상 일이 자신의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듯이, 자신이 내 놓은 감정에 대한 판단이 꼭 통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화가 나서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했는데 그것이 통하지 않을 때, 짜증이 나서 상대방의 태도를 따졌는데 주변 사람들은 자신이 더 잘못했다고 지적할 때,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의 부주의인데 결국 내 잘못으로 결론이 날 때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 남는 감정이 바로 '억울함' 이다. 그리고 이 억울함이 바로 상처의 가장 큰 원흉이 된다. 두려움의 진짜 원인인 것이다. 또 다시 어디선가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그런 억울한 상황이 반복되면 자신의 생존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본능적 두려움에 지배되게 된다.

 

어떤 실수를 완전히 자기 잘못으로 저질렀을 때는 이후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많은 노력을 해서 극복하려고 하면 된다. 하지만 만약 그 잘못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한 것이라면 어떨까?

 

중요한 시험에서 떨어졌는데 그것이 머리가 나빠서 그렇거나 혹은 열심히 공부할 능력이 되질 않아서 그랬다면 포기하기가 쉬운데 그것이 만약 누군가가 시험 문제지를 사전에 유출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증명할 수 없는 소문이 떠돈다면 그것을 어떻게 포기하겠는가?

 

다른 시험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다는 보장을 누가 해주겠는가?

 

그래서 사실 사람들이 가장 못 참아 하는 것이 차별이며, 불공정함이다. 그것은 자신이 경험하게 되는 수 많은 나쁜 감정들의 책임이 온전히 자신의 생각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기에 그렇다.

 

물론 진짜로 불공정하거나 특별한 누군가만 혜택을 입는 구조는 반드시 바꿔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단순히 자신이 판단한 결과와 세상이 내린 결론이 다르다고 해서 그것으로 인해서 억울함을 느끼고 평생 그것을 마음 속에 담고 사는 것이 옳은 태도일 수는 없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복수가 바로 그것이다.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자신이 느낀 감정이 결코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에 평생을 소모하는 일이 바로 복수의 진면목이다.

 

그냥 합리적으로 생각해보자. 자신이 느낀 감정이 반복되거나 혹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두려움으로 인해서 생겨난 감정이 생겨난 원인 분석, 이것이 자신의 생각과 달리 다른 결론이 났다고 해서 그것을 '억울함' 이라는 것을 마음 속에 평생 품고 사는 것, 이것이 얼마나 자신에게 이로운 행위일까?

 

더군다나 그 판단의 시작부터 과도하게 남의 탓을 하거나 자신의 탓으로 시작된 것이라면, 그래서 그냥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갈 감정들을 자신이 쥐고는 절대로 놓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현명한 판단일까?

 


좋은 감정들은 그리 쉽게 보내면서 나쁜 감정들은 두려움으로 인해서 놓지 못하고 사는 것이, 그로 인해서 자신의 감정에 대한 정당성을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동조해준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이것에 대해서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다.

 

사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 정당성에 대해서 처음부터 신경 쓸 필요도 없으니까 말이다.

 

왜냐하면 감정은 원래 정당할 필요도, 정당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어떻게 감정이 정당할 수 있는가? 맛난 것을 먹을 때 기분이 좋은 것이 정당한 것과 무슨 상관인가? 기분 나쁜 소리를 들었을 때 느낀 나쁜 감정이 정당한 것과 무슨 상관인가? 감정은 그냥 감정이다. 좋은 감정을 떠올려 보면 그런 감정의 특징은 더욱 더 명확해진다. 오히려 좋은 감정에서는 설령 그 감정이 불법적인 일로 인해서 생겨났을지라도 기분이 좋다는 이유로 넘어가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자신의 돈을 훔쳐 간 사람이 훗날 크게 성공해서 그 돈의 10배를 갚으러 왔다면 이것은 오히려 훈훈한 이야기가 되어서 사람들 사이에서 떠돌기도 한다.

 

그런데 나쁜 감정이 생겨나면 그것의 정당성을 따지고, 자신의 편을 드는 사람을 좋아하고, 자신의 감정을 공감해주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더 화를 내는 일을 반복한다. 그리고는 나쁜 감정에 민감해져서 조금만 기분이 나빠서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질투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마치 언제든지 화를 낼, 질투를 할, 짜증을 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이런 사람들을 이렇게 부른다. '불행한 사람' 이라고 말이다.

 

그저 불안하고 두려워서 그런 것인데, 그것을 스스로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상처로 만들어 내면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그러다 보니 아주 작은 상처에도 크게 반응하여서 더 불안하고 불만이 가득 찬 사람이 되고 만다. 아니면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는 아주 우울하고 불행한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러니 그 무엇보다도 자신이 경험하는 그 어떤 종류의 감정이라고 해도 그냥 흘려 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낄 때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어떻게 증폭시키고 있는지를 스스로 잘 파악해야 한다.

 

,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것이 어느 정도 가능해지면,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낄 때마다 그 감정에 대해서 자신의 책임 소재가 좀 더 명확히 드러나게 된다. , 진짜로 책임져야 할 것들과 책임질 필요가 없는 것들이 훨씬 더 명시적이고 정확하게 나눠지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화를 냈을 때, 그것이 자신의 잘못으로 상대가 화를 낸 것인지, 그 상대가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서 화를 낸 것인지를 제대로 따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면 남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보는 일은 훨씬 쉽기에 그것이 가능해진다.

 

어려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자신이 느낀 감정은 잡히지 않고 스쳐 지나갈 것이다그래서 감정을 붙잡고 과도한 남의 탓이나 과도한 자기 탓을 하는 짓을 멈출 수 있다.

 

그래야 감정이 남지 않고 사라질 것이다. 감정을 일으킨 사건에 대한 기억은 여전하겠지만, 감정 그 자체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행복한 삶을 위한 최고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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