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감정의 원리

아이루다 2018. 3. 26. 08:45

 

일반적으로 사람은 감정의 존재라고 하죠. 이 말이 거의 맞긴 하지만 그렇다고 진실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사람은 이성의 존재라고 하기 보다는 감정의 존재라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죠.

 

사람이 완벽한 감정적 존재는 아니더라도 결코 이성의 존재는 아니에요. 분명히 이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사실 이성은 감정과 동등한 관계라기 보다는 심부름꾼이나 심지어 노예에 가까워요. 그래서 가끔 주인을 대신해서 나설 때도 있지만, 그때 이성은 그저 주인인 감정을 대신 해명하거나 혹은 감정이 원하는 것을 합리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에 머물죠.

 

, 이성은 감정이란 주인에게 철저히 종속적이죠.

 

그래서 사람이란 존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해요. 그리고 이때 사용되는 능력이 바로 이성의 힘이에요. , 이성은 감정의 집사나 노예이긴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는 아주 강력한 잠재력을 가진 존재이기도 해요.

 

그래서 감정이 어떻게 생성되고 어떻게 작용하고 또 어떻게 사라지게 되는지, 그 전체적인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가능해지면서 드디어 감정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독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요. , 무조건적으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살 수 있게 되죠.

 

, 그러면 지금부터 감정을 이해해보도록 하죠.

 

감정의 동작 원리에 대해서 이해를 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알고 있어야 할 두 가지 아주 중요한 사실이 있어요. 이 두 가지는 정말로 중요해요.

 

첫 번째 모든 감정의 원천은 바로 두려움이란 점이에요. 그래서 짜증, 분노신경질, 질투, 열등감, 외로움과 같은 나쁜 감정부터 기쁨, 즐거움, 신남, 흥미로움과 같은 좋은 감정들까지 모든 감정의 두려움으로부터 파생되는 감정이죠.

 

두 번째는 바로 감정들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어떤 한 감정에서 다른 감정으로 변하는 주기는 하루, 반나절, 한 시간 수준이 아니에요. 거의 초 단위의 변화에요.

 

특히 외부 자극이 많은 상황, 즉 복잡한 곳에 있거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그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스스로도 자신이 어떤 감정들을 느끼고 있는지를 알지 못할 정도죠. 그리고 나중엔 그 감정들이 몽땅 하나로 합쳐서 기분으로 느끼게 돼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기에 자신이 현재 그런 기분을 느끼는지 모른 채 그냥 어떤 기분 상태에 놓여 있게 되죠.

 

, 그러면 오늘 여행을 가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 과정을 떠올려 보죠.

 

일단 어디를 갈지 결정해야 해요.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한다고 치죠. 그러면 수 없이 많은 장소들이 검색이 돼요. 그리고 어떤 장소에 대한 글을 볼 때마다 여긴 좋다, 별로이다, 괜찮다, 가볼 만 하다, 꼭 가고 싶다, 사람이 너무 많다, 너무 멀다, 흥미롭다, 그저 그렇다 등등 수 없이 많은 판단의 근거가 되는 감정들이 스쳐 지나가요.

 

장소를 정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갈지 결정해야 하죠. 그런데 이때도 마찬가지에요. 버스를 타고 갈지, 열차를 타고 갈지, 직접 차를 몰고 갈지 결정할 때도 뭔가가 마음 속에 걸리거나, 반대로 끌리죠.

 

입고 갈 옷을 결정할 때도, 나갈 시간을 결정할 때도, 계속 이동 중일 때도, 무엇을 먹을지 결정할 때도 그래요. 이성은 끝없이 정보를 가져오고 감정은 끝없이 그것을 결정해줘요.

 

최종 결론은 바로 자신이 가장 끌리는 장소로, 자신이 가장 편안한 운송 수단을 이용해서 가게 되죠.

 

결국 이것은 자신이 가장 행복한 쪽으로 결론을 내는 과정인 셈이에요. 당연해요. 사람은 언제나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것, 즉 자신이 가장 행복한 일을 하려고 하니까요.

 

현실적으로 늘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감정이 빠르게 변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좀 의아해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어떤 감정이 들면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그 감정 상태에 머무는 경우가 많거든요. 심한 경우엔 며칠에서 몇 달까지도 특정 감정에 빠져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감정이 초단위로 변화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이런 감정의 특징을 이해하려면 감정 자체는 무의지적으로 느껴지는 것이지만, 이미 느껴진 감정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것은 바로 각자의 의지라는 점을 알아야 해요. , 감정은 금세 흘러가서 다른 감정으로 대체될 수 있는데, 사람들은 그 흐름을 억지로 막고는 오는 감정을 쳐내고 붙잡은 감정은 떠나가지 않게 하고 있죠.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눈 앞에 차가 달려오다가 급정지를 하고는 멈춰서요. 그러면 길을 걷던 사람은 깜짝 놀라게 되죠. 그 순간 두려움을 느낀 것이죠. 그리고 그 두려움의 감정은 바로 분노로 변해요. 이때 자신의 정당성이 크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더욱 더 분노가 커지죠.

 

그래서 같은 상황에 놓였더라도인도를 걷다가 놀라면 엄청 화를 내고, 무단 횡단을 하다가 놀라면 그냥 미안하다고 손짓을 하고 지나가게 돼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실제로 사고가 난 것은 아니니 잠시 놀랐더라도 그냥 가면 돼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난 감정을 붙잡아요. 두려움이 크면 클수록 더욱 더 단단히 붙잡죠.

 

그리고는 운전자에게 크게 화를 내요. 두려움이 큰 만큼 더 크게 화를 내죠. 그나마 상대가 사과를 하면 대충 넘어가지만, 상대가 같이 화를 내면 심각한 폭력 사태로 번질 수도 있어요.

 

, 이 상황을 온전히 이성적으로 판단해보도록 하죠.

 

걷던 사람은 비록 깜짝 놀라긴 했지만 실제로 사고가 난 것은 아니에요. , 놀란 것 말고 실제적 손해가 거의 없었어요. 그러니 그 감정을 흘리고 다음 감정으로 대체 시킨 후 그냥 가던 길을 가면 돼요.

 

만약 중요한 거래처 방문이 있는 날 늦잠을 자서 늦게 생긴 직장인이나, 수능 시험을 보는 날 늦은 수험생이나, 아이가 몹시 아파서 데리고 병원에 가는 중인 부모는 그런 사건쯤은 금세 넘길 것이에요. 이미 훨씬 더 큰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그런 놀란 감정 따위는 아예 인식도 하지 못하고 지나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두려움을 없던 사람들은 당연히 놀라고 그래서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는 운전자에게 계속 화를 내요. 그런 식으로 감정을 계속 붙잡죠.

 


그렇다면 질문이 하나 나올 수 있어요. 도대체 왜 그런 분노와 같은 나쁜 감정을 붙잡을까요?

 

거기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아주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런 일이 반복될 수 있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에요. , 이번엔 운 좋게 사고가 나질 않았지만 나중에 이런 조심성 없는 운전자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아주 크게 느껴져요.

 

사실 반복의 두려움은 이 경우 말고도 많은 두려움의 근원이에요. 어떤 일이 정확히 한번으로 끝나면 별 것이 아니지만 그것이 반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두려움과 걱정의 대상이 되죠.

 

사람들이 나쁜 감정을 붙잡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사람은 좋은 감정보다 나쁜 감정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에요. , 같은 수준의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 동시에 느껴졌다면 주로 나쁜 감정을 붙잡아요. 그리고는 좋은 감정은 버림을 받죠.

 

아주 흥겨운 파티에 참석 중이어서 너무도 기분이 좋았던 어떤 사람은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화에 기분이 완전히 나빠지고 말아요. 부모님이 아프다는 전화를 받은 것이죠. , 그런다고 당장 부모님에게 가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마음이 쓰이죠.

 

이때 그 사람은 자신이 즐거워하고 있던 감정을 밀어내고 나쁜 감정으로 채우고는 다시 좋은 감정들이 들어오는 것을 다 쳐내요스스로 파티를 끝낸 것이죠그래서 결국 참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가봐야겠다는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가게 돼요.

 

이런 상황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에요그런데 이 상황을 또 다시 이성적 관점에서 보죠.

 

부모님의 건강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당장 부모님 댁으로 갈 것이 아니라면, 왜 기분이 나빠진 채로 집에 가야 할까요? 그냥 다시 파티 속에서 즐겁게 지내다가 집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기분이 좋아지면 걱정도 좀 덜할 텐데 말이에요.

 

오히려 집에 가서 우울해 있는 것보다 파티장에서 신나게 놀고 가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분이 나빠지면 그냥 그 자리를 떠나길 바래요. , 이미 들어온 나쁜 감정을 꽉 쥐고는 절대로 놓지 않으려고 하죠.

 

물론 이런 종류의 반응은 사람마다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불행의 감정보다 행복의 감정을 더 잘 잡는 사람들을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하고, 반대로 행복의 감정보다 불행의 감정 더 잘 잡는 사람을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하죠.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부정적인 사람이 더 많은 편이에요. 사람의 본질이 두려움이라서 그래요. , 부정적이죠.

 

길을 걷다가 차가 급정차를 해서 놀랐거나, 파티장에서 부모님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어서 기분이 나빠졌더라도 실제로 변화되는 것은 전혀 없어요. 화를 내거나 실망감에 휩싸여서 우울해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뭐가 있겠어요.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해요. 그러니 놀라도 화를 내지 않고 원래 기분을 유지하거나부모님이 아프시다는 말을 들었어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그냥 파티장에서 좀 더 신나게 노는 것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훨씬 더 도움이 되죠.

 

그런데도 자신이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어요. 불안하고 두려우니까 그렇죠.

 

비록 다른 사람들로 인해서 짜증이 났거나, 화가 났거나, 혐오감을 느낄 때마다 자신의 기분도 상해요. 그것이 기분이 나쁘고 불행함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을 본인이 붙잡아요. 어떤 면에서 보면 자신의 불행을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에요.

 

그나마 그런 감정을 붙잡아서 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면 좋아요. 그런 분노는 힘이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짜증만 내고, 화만 내고, 혐오감만 느끼고 말았다면 과연 그 감정들을 붙잡고는 스스로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정말로 현명한 일일까요?

 

무엇인가에 대한 나쁜 감정들을 느끼는 것은 분명히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이에요. 그것이 갑자기 달려든 차로 인해서 놀라서 화를 낸 것처럼 아무리 스스로 명확한 근거가 있더라도 말이죠.

 

그럼에도 반복될까 봐 두려워서 감정을 붙잡아요. 또는 혐오감처럼 상대보다 더 자신이 낫다는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서 그 감정을 붙잡는 경우도 있어요.

 

두려움 때문에 질투심을 붙잡고, 열등감을 붙잡아요. 감정은 끝없이 변해가는데 자신은 하루 종일 한 가지 감정만 붙잡고는 그것을 좀처럼 기분이 좋아지려고 하지 않아요. 그리고는 자신이 오늘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거나 우울하다고 말하죠.

 

아니에요.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 선택한 것이에요. 어떤 이유로 인해서 나쁜 감정을 붙잡고 있기로 결심한 것이죠. 물론 의지적인 것은 아니에요. 결국 그것도 두려워서 잡고 있는 것이니까요.

 

행복하고 싶으세요?

 

그러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나쁜 감정을 자연스럽게 떠나 보내는 연습을 해야 해요. 어떤 자신이 언제나 특정한 감정에 사로잡혀서 다른 감정들이 들어오는 것을 다 쳐내는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해요.

 

기분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죠.

 

이것을 제대로 자각할 수 있다면 정말로 실제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을 제외하는 대부분의 나쁜 감정들은 - 90% 정도의 의미 없는 걱정들 - 그저 흘려 보냄으로써 기분이 나쁜 상태를 회복시킬 수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해요.

 

만약 행복에 대한 요령이 필요하다면, 이것만큼 효과적인 요령도 없을 것이에요.

 

오늘 출근길에 사소한 부딪힘으로 인해서 짜증이 났다면, 그렇지만 그것을 어찌 처리할 방법이 없다면 붙잡지 말고 그냥 떠나보내요.

 

오늘 학교나 회사에서 친구나 동료의 실수로 인해서 신경질이 났지만 그것을 어찌 처리할 방법이 없다면 붙잡지 마시고 떠나보내요.

 

오늘 시어머니에게 연락이 와서 굳이 안해도 되는 말을 해서 화가 났다고 해도 그냥 보내요.


오늘 누군가가 혐오스러웠다고 해도 잡아두지 말고 그냥 보내요. 누가 실망스러워도 그래요. 누가 질투가 나도 그렇고, 누군가에게 열등감을 느꼈더라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면 그냥 떠나보내요.


그런 감정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그저 자신이 붙잡고 있을 뿐임을 깊이 공감하고 인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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