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삶에 관한 모든 것

아이루다 2018. 6. 30. 07:34

 

사람에 관한 모든 것의 시작은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최초의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에너지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물론 두려움 자체가 에너지는 아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없앨 방법을 찾고, 그것으로부터 영구적인 해방을 꿈꿀 때 에너지가 생겨난다. 두려움이 강렬할수록 더욱 더 강한 에너지가 생겨난다.

 

에너지는 고갈될 일이 없다. 두려움이 매일 생겨나기 때문이다그래서 사람들은 매일 두려움과 싸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닥쳐 올 두려움을 미리 해결해 두고 싶어한다그렇게 지금의 두려움을 해결하고 닥쳐 올 두려움을 대비하는 모든 것그 모두를 합치면 바로 삶이 된다.

 

운이 좋다면 잠시 두려움이 희미해질 때도 있다. 특히 먹고 살 일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게 되면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하지만 그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처음엔 그것이 좋다. 평생 자신을 괴롭히던 먹고 살 걱정으로부터 해방되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상태로 잠시만 지속되어도 삶이 곧 지겹고 우울한 어떤 것이 되고 만다두려움이 없기에 에너지가 생겨나지 않아서 그렇다.

 

그래서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이제 오히려 두려움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온 힘을 다해서 오르기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산에 도전한다.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스포츠를 즐긴다.


두려움은 이런 식으로 실제적으로 존재하거나 혹은 허구로써 존재한다. 하지만 아예 없을 수는 없다. 만약 아무런 두려움이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삶은 더 이상 삶이라고 부를 수 없는 어떤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이렇듯 두려움은 인간에 관한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그야말로 삶 그 자체인 것이다.

 

두려움은 크게 현재의 두려움과 미래의 두려움두 가지로 나뉜다. 그리고 평소에 주로 어떤 두려움을 감당하면서 사느냐에 따라서 삶은 전혀 다른 형태를 띈다.

 

현재의 두려움은 당장 처리해야 할 것들에 관련되어 있다. 당장 오늘 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는 것들이다. 그래서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며, 억지로 하게 되는 것들이다. 씻는 것, 회사에 가는 것, 보기 싫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것, 청소를 하는 것, 출퇴근 버스를 타는 것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미래의 두려움은 하고 싶은 일에 관련되어 있다. 당장 하지 않아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이다. 그래서 꼭 할 필요도 없는 일이며, 하고 싶기에 하는 일인 것이다. 게임을 하는 것, 배우는 것, 취미 생활, 아르바이트, 여행, 책 읽기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 된다.

 

이런 것들은 매우 다양하고 사람마다 편차가 크다. 그런데 공통적인 것은 있다. 그것은 바로 무엇을 하든지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익숙하면서도 불편한 감정이 찾아온다는 점이다. 바로 지루함이다.


 

지루함이란 자신의 남는 시간을 미래를 위해서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인해서 생겨나는 감정이다. 혹은 시간이 없어서 매일 현재의 두려움만을 처리하는데 급급해서 미래를 위해 아무런 대비를 하고 있지 않을 때 경험하는 감정이다.

 

그래서 지루함은 돈이 많아서 하루 종일 노는 사람이나 하루 종일 오늘 밥벌이를 하느라 미래를 위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지루함은 기본적으로 불편한 감정이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지루함을 해결하는 동안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진다. 그 내용이 어떻게 채워지든 간에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지루함을 해결했다면 그것은 마치 미래에 닥칠 두려움을 능동적으로 미리 해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이렇게 행복이란 감정들이 만들어 진다. 행복이란 현재의 두려움을 모두 해결하고 남은 시간에 미래에 닥칠 두려움을 미리 대비하고 있을 때 생겨나는 감정이다. 단지 그 대비라는 것 자체가 매우 개인적인 영역이라서 타인의 행복이 잘 이해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언제나 남은 시간은 반드시 미래를 대비하는데 쓸 필요는 없다. 무엇을 하든 그 시간 자체를 잊고 소비할 수만 있다면 그것도 행복의 일부이다. 그런 행동들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시간을 잊는 것이다. 즉, 무엇을 하든 시간을 잊을 수 있을 정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면 바로 행복이 된다.


주어진 시간 동안 미래를 위해 자신만의 대비를 하고 있거나, 그 시간을 잊을만큼 집중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하는 것, 이것이 바로 행복의 진정한 정체이다. 그러니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일단 현재의 두려움 정도는 어느 정도 처리해 놔야 한다. 그래야 여유 시간이 생기고 지루함이 생겨나며, 그 지루함을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행복이 생겨나니까 말이다.

  

물론 사람들 중에서 오직 오늘의 두려움만을 해결하고 사는 경우는 별로 없다. 동물들 조차도 며칠 후 먹을 것을 챙겨놓고 사는데, 훨씬 더 머리가 좋은 인간이 그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틈만 나면 미래를 대비하려고 한다. 하다못해 보험이라도 하나 들어놓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과연 어떤 기준에서 미래를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까?

 

정해진 답은 없다그렇지만 그것에 관한 공통적인 규칙은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쌓은 경험과 지식을 통해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제대로 된 답인지 여부는 전혀 다른 문제이지만 말이다.

 

그 대상은 주로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  부족한 것이 대상이 된다. 부족하지만 뭔가 노력을 하면 그것을 채울 수 있어 보이는 것들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몸이 약하면 건강을, 외모가 좋지 못하면 외모를, 돈이 부족하면 돈을, 관계가 별로 없으면 관계를, 사회적 영향력이 부족하면 권력을, 가족이 없으면 가정을 꾸리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 해결책은 처음부터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현재 시점에 무엇인가가 다른 것들에 비해서 부족하다면 그것은 자신의 단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노력을 하더라도 결국 미래에도 역시나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몸이 약한 사람은 평생 약할 가능성이 높고, 돈이 없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돈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친구가 별로 없는 사람들은 계속 관계를 잘 맺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영향력이 부족한 사람은 권력을 손에 쥐기가 쉽지 않다.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또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시점에서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이 도대체 정말로 도움이 될지는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오늘 운동을 한다고 해서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매일 산에 오르다가는 크게 굴러서 많이 다칠 수도 있다.


 

마지막 문제도 있다. 그것은 바로 미래의 두려움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할수록 그 과정이 무척 힘들다는 점이다.

 

공부, 운동, 자격증 시험 등등,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은 경쟁이 심하고 과정 자체도 쉽지 않다. 그와는 달리 여행, 영화 관람, 취미 생활 등은 명백하게 미래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새로운 것들을 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나라도 더 늘린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미래의 두려움에 대비를 하고 있다고 믿어질 수 있다.

 

준비를 해도 제대로 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점, 설령 제대로 했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점, 그리고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 이 세 가지 문제점들로 인해서 사람들은 조금 다른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남는 시간을 그저 재미있고 즐겁게 보내는 방법이다. 주어진 시간을 무엇인가에 집중해서 보내는 방법이다. 공부를 하기 보다는 친구들과 놀고, 운동을 하기 보다는 맛난 것을 먹으로 다니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남는 시간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뉘어서 쓴다. 하나는 미래에 도움이 될만한 것을 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그냥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이다. 그런데 그냥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쪽이 훨씬 더 끌린다.

 

그러자 힘들게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런 상황이 좀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그것은 마치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와 같다. 개미는 겨울을 대비해서 열심히 일하는데 베짱이는 놀기만 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개미들이 보이게 베짱이 좋아 보일 리가 없다.

 

그래서 결국 개미 쪽에 속한 사람들은 행복 자체를 나누어 생각하기 시작했다.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는 것들은 고급 행복, 그렇지 못하고 그저 시간을 즐겁게만 보내려는 것을 저급 행복이라고 정의하기 시작했다. 책을 보고, 글을 쓰고, 수준 높은 문화 생활을 하는 것은 고급 행복이고, 그저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만화책이나 보고, 게임을 하는 것은 저급 행복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이때 문제는 겨울이 결국 오지 않았을 때 생겨난다고급 행복을 추구하던 사람들은 도대체 언제쯤 쉴 수 있을까더군다나 막상 겨울이 와도 이야기는 별로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일만 하고 살던 개미들은 겨울이 오자 할 일이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 지루해진 것이다. 그러니 개미들이 베짱이의 공연을 보러 가기 시작한다. 그러자 베짱이는 겨울에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자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할지 길을 잃었다. 열심히 미래를 대비를 하자니 미래에 어떻게 될지를 모르고, 그렇다고 해서 베짱이처럼 그냥 놀자니 끝없이 불안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세 번째 길을 만들어 내었다. 그것은 바로 회피와 모방이다.

 

몸이 건강하지 않을 때 정상적이라면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데, 정신의 중요함을 알려주는 책을 읽는다. 돈이 없으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돈이 삶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를 즐겨 듣는다. 그런 얘기들을 들을 때면 당장은 기분이 좋아진다.

 

그나마 이런 것들은 정신적으로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싶으나 그것이 불가능한 사람들은 게임이나 SNS와 같은 가상 공간 내에서 그것을 실현하려고 애쓴다. 그 안에서는 현실의 진짜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스스로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마치 영향력을 가진 듯 싶다. 그리고 그것을 느낄 때마다 행복하다고 느낀다.

 

이것이 바로 무엇인가에 중독이 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돈이 없는 것이 두려운 사람은 돈을 벌기 보다 오히려 돈이 많아 보이길 원한다무리해서 명품백을 가지고 다니고, 기회가 되면 비싼 먹거리를 찾아 다닌다. 그러다 보면 순간적으로는 행복하지만 결국엔 자신이 가진 두려움만 더욱 더 크게 만든 꼴이 된다. 삶이 우울해지고 부정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미래의 두려움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서 결국 엉뚱한 대안을 찾아서 집착하는 것, 이것을 우리는 욕망이라고 부른다. 욕망은 희망이나 소망과 별로 다를 것은 없지만, 과도하거나 불필요할 수 있다는 부정적 의미를 품고 있다.

 


그럼에도 욕망은 미래의 두려움을 해결해놓고자 하는 각자만의 욕구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그것이 엉뚱하거나 잘못된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그래서 욕망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하지만 욕망은 결코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는 것도, 그렇다고 마음 푹 놓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이도 저도 하지 못해서 중간에 걸쳐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욕망에 관해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처음부터 그 시작이 회피와 모방으로 시작된 욕망이 충족된 결과가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미래는 기본적으로 미 확정된 상태이기에 그렇다. ,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미래가 대충 어떤 식으로 흘러가게 될지 확률적으로만 예상할 뿐, 그것이 어떻게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게 될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또한 그러니 그렇게나 다양한 욕망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불확정적인 미래를 위한 각자만의 해법이니까 그럴 수 밖에 없다. 부족한 것도 다르고, 그 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도 다르며, 두려움과 싸울 수 있는 방법론들도 천차만별이다. 그러니 욕망은 그토록 다양해지고 만다.

 

어떤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미래의 두려움을 모두 대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은 권력으로, 어떤 사람은 명예로 대비한다. 그렇게 믿는 사람들의 숫자는 매우 많다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진정한 힘은 돈, 권력, 명예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나 다양한 경험이나 지식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과 만나고, 여행을 떠나고, 책을 읽는다.

 

이렇듯 돈, 권력,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사람, 여행, 책을 추구하는 사람은 마치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원리는 똑같다. 단지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에 있어서 서로 다른 답을 찾은 것뿐이다. 또한 모두 욕망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이 찾은 답만이 정답이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자신이 미래의 두려움에 대해서 제대로 대비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과 노력과 돈을 쏟아 부었는데 그것이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이 아니어야 하기 때문이다. 큰 돈을 들여서 캠핑카를 사거나, 비싼 카메라를 사거나, 명품백을 샀는데 그것이 쓸데없다면 얼마나 불행하게 느끼겠는가?

 

그래서 두려움이 큰 사람일수록 자기 선택에 대한 주장이 강해진다. 자신이 선택한 미래에 대한 해결책이 반드시 옳다고 주장하고 주변에도 강요를 한다. 그러니 매우 단단해 보이고 전혀 흔들림이 없이 확고부동해 보이지만, 결국 그런 외적 모습은 그 사람이 매우 커다란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줄 뿐이다.

 

진정으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오히려 그 어떤 확신도 없어 보여야 정상이다.

 

결국 사람들에게 생긴 잉여 시간은 크게 세 가지로 처리가 된다. 하나는 적극적으로 미래를 대비하면서 사는 방식, 또 하나는 그냥 단순하게 남는 시간을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는 방식, 마지막 하나는 자신만의 해결책을 욕망으로 삼아서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단순히 놀거나 욕망을 채우면서 사는 삶만 살게 되면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잘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적으로 한 것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 영화를 본다고 해서, 친구들과 즐겁게 논다고 해서,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낚시를 했다고 해서, 바둑을 뒀다고 해서 미래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그런 것들은 공부, 운동 등과 같이 거의 고정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교묘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그저 재미있게 노는 것이나 자신이 욕망의 대상으로 삼은 것들에 대해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다.

 

사람들은 즐거운 것이나 자신이 추구하는 욕망에 많은 시간, , 노력을 투자함으로써 그 자체를 고급화 시켰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놓치지 않는 기업들은 앞다퉈서 브랜드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즐기는 어떤 것들은 비싼 브랜드화된 제품들과 혼합되어서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된다. 비싼 등산복, 비싼 자전거, 비싼 낚시 도구, 비싼 카메라, 비싼 가방, 비싼 여행지, 비싼 자동차가 나왔다.

 


이런 상황이 되자, 미래의 두려움을 대비하기 위해서 하는 일들과 재미와 욕망을 추구하는 것 사이의 경계가 매우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단적으로 말하면, 열심히 운동을 하는 것과 맛집을 찾아 다니는 것의 차이가 사라진 것이다. 오히려 맛집을 찾아 다니는 것이 더욱 더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해지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사람들은 이제 자신들은 처음부터 재미있고 즐거운 일을 하기 위해서 살아간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신이 뭔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고자 할 때 그것이 원래는 두려움 때문에 시작되었음 까맣게 잊고 말았다.

 

최종적으로 이제는 두려움 때문에 에너지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에 에너지가 생긴다고 믿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개인적으로 의미를 가지고 가치화 되었다.

 

비싸게 주고 산 제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이 방문한 외국의 도시에 의미를 부여한다. 자신에게 감동을 준 영화나 드라마에 의미를 부여하고, 공감을 느낀 책에 의미를 부여한다. 낚시에 의미를 부여하고먹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바둑을 두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동창회 모임에 나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정치적 관심을 갖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축구에서 보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삶의 진정한 가치라는 개념에 수렴이 된다.

 

원래는 그저 미래의 두려움을 대비하려고 시작된 일이 결국엔 삶의 진정한 가치로 최종 변환된 것이다. 이런 변환 중에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왜곡이 일어난 것일까?

 

하지만 결국 그런 왜곡은 자기 착각일 수 밖에 없다여행을 한다고, 비산 제품을 산다고, 맛집을 찾아 다닌다고 해서 실제로 미래의 두려움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모든 종류의 욕망, 가치, 의미, 목적은 그저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각자만의 해결책일 뿐이다. 아무리 그것이 범 인류적인 가치를 지녔다고 해도 말이다.

 

그렇지만 가치와 의미에 완전히 함몰된 사람들은 이제는 오히려 자신의 본질이 두려움임을 잊고 말았다. 그래서 현재는 각자가 자신의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서 사는 존재가 아니라, 어떤 가치나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라고 믿고 살아가게 되었다. , 죽지 않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고 믿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착각의 수준이 아니다. 진짜로 그렇게 믿고 산다. 그래서 가치나 의미를 위해서 죽을 수도 있고, 행복하지 못하면 죽는 것이 낫다고 느낀다. 너무 착각이 심해져서 이제는 진실처럼 되고 만 것이다.

 

여기까지가 현대인들의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결론이다.

 

그런데 이 착각은 이제는 오히려 미래의 두려움을 대비하는 일에 방해를 하기 시작한다. 두려움으로 생겨난 에너지를 두려움과 싸우기 위해서 써야 하는데, 엉뚱하게 가치나 의미를 부여하는데 사용하거나 뭔가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써 버리고 만다.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운동 열심히 하고, 벌 수 있는 한 열심히 돈을 벌면서 살면 되는데, 뭔가 삶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기웃거리고, 가치 있는 일을 해내려고 노력하고, 끝없이 재미있고 즐거운 일을 찾아 다닌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제대로 얻지 못하면 희망을 잃고 우울해지고 만다.

 

결국엔 모든 에너지가 두려움에서 나온다는 것을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모든 욕망과 가치 추구는 결국 자기 착각에 불과하다.

 

인간은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다.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도 목적이 아니다. 인간의 삶은 원래 자신의 두려움과 최선을 다해서 싸우면서 사는 것이었다비록 그 끝이 죽음이라는 명백한 종말이 있더라도 그 앞에서 두려움을 온몸으로 마주하면서 좌절하지도 않고 도망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그것이 삶이어야 한다.

 

삶은 많은 돈을 모으거나 강한 권력을 잡는 것 등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들은 그저 두려움에 대한 수 많은 안전한 해결책 중 하나일 뿐이다.

 

삶은 당당함이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두려움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비겁할 수도 있고, 언젠가는 도망치는 날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결국엔 다시 나와서 그런 자신의 모습조차도 인정하면서 고개를 들고 앞을 똑바로 바라봐야 하는 존재이어야 한다.

 

그것이 더 나은 삶이라서도 아니고, 그것이 더 가치가 있어서도 아니고, 그것이 더 멋져 보여서도 아니다. 그저 이미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라면 그 앞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얼마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은 마지막 승부에서 독일을 이겼다. 다들 예상치 못한 승리였다. 비록 16강은 좌절되었지만, 사람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것은 이겨서 보낸 박수가 아니다. 그것은 그 경기에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 대한 경의의 박수이다.

 

그러니 다들 알고 있는 것이다. 이기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고 당당하기를 바란다는 점을 말이다. 비록 두렵고 어려운 승부이지만, 그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피하지 않으며 당당하길 바란 것이다.

 

자신의 삶에 그래야 한다.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두려움 앞에서 후회 없는 멋진 승부를 보여주길 바라는 것이다.

 

진짜로 소중한 자신이라면, 단 한번 사는 기회만 주어졌다면, 그것은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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