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여행

이상원 미술관

아이루다 2018. 6. 24. 07:00

 

아내의 회사에서 금/토로 워크샵을 간다고 했다. 그런데 토요일 아침 일정이 골프였다. 아내는 골프를 칠 줄도 모르고배우고 싶은 마음도 없는 사람이라서 비슷한 처지의 몇몇 같은 부서의 여직원들과 먼저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문제는 숙소로 정했던 장소였다춘천이었으니까 말이다.

 

처음엔 지하철을 타고 온다고 했다. 가능하다. 경춘선이 지하철로 바뀐 지가 꽤나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워크샵 떠나는 날이 다가오면 올수록 아내는 슬슬 나에게 데리러 올 수 없으냐고 떠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냥 미정의 상태로 있었다.

 

그러다가 아는 분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이상원 미술관" 에 방문한 글을 읽었다. 그리고 그냥 관심이 생겨서 알아보니 우연히 그 장소도 춘천이었다. 순간 토요일 날 아내를 데리러 춘천에 가는 것에 어느 정도 마음이 기울었다. 그리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몇 달 전 홍천에 땅을 보러 갔다가 거기 일하시는 분이 이 미술관에 방문했었던 이야기를 했었다는 기억도 떠올랐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그런 것은 잘 믿지 않지만 흘러가는 데로 사는 순리라면 가능하면 그것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그냥 토요일 아침에 춘천에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아침 7 30분에 출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양고속도로는 가평 휴게소까지 꽉 막혔다. 그래서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아내가 묵은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내를 태우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같은 춘천이지만, 미술관이 있는 곳은 화천 쪽으로 많이 간, 꽤나 북쪽의 춘천이었다. 그래서 거기까지 이동하는 시간만 한 시간이 걸렸다.

 

결국 11시쯤 되어서 미술관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그 규모가 많이 커서 흥미로웠다. 개인이 만든 공간이니 더욱 더 그런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숙소, 공방, 미술관 전시실, 식당, 작은 물 놀이터까지 있었다.

 

차를 주차하고 나니 일하시는 분이 카트로 데려다 준다고 했다. 그런데 그냥 걷기로 했다. 얼마 멀지 않아서 꼭 탈 필요는 없어 보였다. 멀리 내가 이미 사진으로 봤던 본 둥근 건물이 보였다.


미술관까지 오르는 길은 비록 햇살을 뜨거웠지만, 그늘은 시원했다. 중간에 잠시 쉬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천천히 올라갔다.

입구에 도착하니 커다란 사과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그 사과는 내 카메라로 초점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사과만은 절대로 찍을 수 없었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아무튼 그래서 사과 꼭지만 찍었다. 뒤쪽으로 다른 사과가 흐릿하게 나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5층으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 밑으로 내려오면서 관람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상원이란 분이 어떤 그림을 그리는 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분의 이름 앞에 집념이란 말이 왜 붙어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전시된 그림 하나하나가 엄청나게 디테일했다.


경력이 특이한 분이었다. 상업미술에서 시작해서 순수미술 쪽으로 바뀐 분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보통 반대인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로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린 것 같았다. 독특한 화풍이었고, 기존 미술계의 이해할 수 없는 그림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화가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되어 있어서 이해가 편했다. 토요일이었지만, 관람객은 별로 없어서 조용히 그림을 보기에도 좋았다.


한층을 보면 계단을 내려와서 다음 층을 보았다. 전시실 안에서 본 입구의 모습이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전시실이 다 끝나고 2층으로 내려오니 간단히 뭔가 만들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 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먼저 미술관을 스쳐간 사람들이 만든 많은 작품들이 있었다.

 

우리도 하나씩 만들었다.

왼편이 아내가 만든 나무 라는 주제이고, 오른 편이 내가 만든 것인데, 나는 그냥 말장난만 했다. 누가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잘 만들어 진 것들도 있었다. 그리고 실에 메달려 허공에 떠 있었다.

작업 공간의 전체적인 모습이다. 양 옆으로 많은 작품들이 놓여져 있었다.


관람을 끝내고 1층으로 내려오니 차를 팔았다. 그리고 그 옆에 공방에서 만든 듯한 작품을 팔고 있었다. 예뻤다.




다시 입구 쪽으로 내려와 식당으로 갔다. 피자, 파스타 등을 팔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았다. 그냥 서울 시내에서 싸게 먹는 정도 수준이었는데, 장소도 좋고 맛도 좋았다. 거리가 멀어서 그렇지, 그 정도 장소에서 그 정도 식사면 꽤나 괜찮았다.


이 넓은 공간의 주인장이신 이상원님은 아마도 돈을 벌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어떤 기회를 주고 싶었나 보다.


식사를 마친 후, 일정을 잘 마무리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은 사진들]


전시실로 올라가는 길에 찍은 나무.


전시실 안에 나비가 한 머리 들어와서 쉬고 있었다. 사실 쉬고 있었다기 보다는 지쳐 있는 듯 했다.


체험관 벽면에 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형상들.


우주를 주제로 했던 전시물.


식당에 있던 조명. 조명 위로 종이를 이용해서 등을 씌워 놓은 형태였다. 참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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