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여행

구룡사 나들이

아이루다 2018. 4. 16. 08:10

 

어쩌다 보니 요즘 자주 절 나들이를 하게 된다.

 

1박을 하는 여행이 아닌 단일치기로 다녀오는 여행이 더 끌리는 탓인지 멀리 떠나기 보다는 2시간 안짝으로 걸리는 조용한 곳에 다녀오고 싶은 욕구로 인해서 그런 것 같다.

 

2시간 이내의 거리라고 해도 요즘 워낙 교통이 발달해서 꽤나 많은 곳에 다녀올 수 있다.

 

서울을 기준으로 서해는 물론 거의 동해 부근까지 다녀올 수 있고, 남쪽으로도 대전 정도까지도 갔다 올 수 있다. 그리고 북쪽으로는 철원, 화천 등의 북쪽 끝까지 다녀올 수도 있다.

 

지난 금요일에 하루 시간을 내서 원주 치악산 입구에 있는 구룡사를 다녀왔다. 신라 시대에 지은 절이라고 하는데, 중간에 이런 저런 일들이 생기면서 아홉 구()자에서 거북 구() 자로 이름을 바꿨다는 절이었다.

 

봄이 느린 곳이었다. 서울에서는 이미 지기 시작한 개나리, 산수유, 목련, 벚꽃이 한참이었고, 많은 나무들이 여전히 새순을 내 놓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연두색의 아름다운 잎들을 피워낼 것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종교는 없지만, 절에 가면 뭔가 느껴지는 고요함이 있다. 그래서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많은 말들이 줄어들면서 뭔가를 조금이라도 더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고즈넉함 속에서 숲 길을 걷는 시간은 참 좋다.


그렇게 내 마음이 말을 멈추면 새들의 소리, 물의 소리, 바람의 소리, 땅의 소리 그리고 가끔 들려오는 다른 사람의 내면의 소리를 경험한다.


무엇을 그토록 바라고 있는지는 몰라도, 절에 있는 모든 부처님 상 앞으로 가서 정성스럽게 기도를 하고 있는 한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저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함께 간 아내에게 새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 봄이 되면 짝을 찾아 노래를 부르고, 여름까지 열심히 자식농사를 지으며, 가을이 되면 겨울을 준비하고, 겨울이 되면 따뜻한 봄이 되기까지 버티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몇 년 되지도 않은 짧은 삶 동안 열심히 많은 자식들을 키워내고도 그 얼굴엔 그 어떤 자부심도 보이지 않고, 그것을 남들 앞에서 생색내지도 않는 새들의 삶 말이다.


인간이 어리석고, 불안하고, 불만이 많고, 탐욕스러워지는 것은 그저 새처럼 열심히 살지 않아서 그런 것뿐임을 또 한번 느끼는 하루였다.

 

앞으로 이곳 저곳 절들을 좀 다녀볼 생각이다. 나중에 여유가 되면 남도에 있는 오래된 절도 좀 다녀보고 싶다.


산 속에 길이 있어서 좋고,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이 있어서 좋고, 새들의 소리가 좋고, 가끔 보는 다람쥐의 귀여움이 있어서 좋다.


* * * 


절로 들어가는 길에 피어 있던 꽃. 이름은 모르겠다.

 

햇살을 받고 바람에 흩날리던 단풍나무 잎들.





곤줄박이.



박새의 뒷태.


계곡에 피어 있던 진달래.


절에 들어가는 길을 따라 흐르고 있던 계곡물.


이름모를 야생화지만, 독특하게 예뻤다.


꽃잎 형태는 비슷하지만, 색과 피는 형태는 달랐다.


돌 틈 사이에서 피어난 냉이꽃.


절에 있는 탑에 올려져 있던 동자상.


헌집이 되어버린 새집.


봄이지만 가을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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