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여행

가평, 자라섬

아이루다 2017. 4. 5. 06:57

 

경춘선을 타고 가다 보면 가평 역이 있다. 그리고 그곳 근처에는 유명한 섬이 하나 있다. 북한강에 생겨난 섬인데, 그 이름이 남이섬이다.

 


그리고 그 옆으로 자라섬이 있다. 사실 남이섬은 몇 번 가봤지만, 자라섬은 처음 가보았다.

 

남이섬은 개인 소유라서 돈을 받지만, 자라섬은 가평군 소유인 듯 하다. 그래서 따로 입장료 같은 것은 없었다.

 

움직인 경로는 단순했다. 집에서 출발해서 상봉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가평역에 도착한 후, 30분 정도 일반 도로 길을 걷다가 자라섬에 도착해서 쭉 둘려본 후 다시 가평역, 상봉역을 거쳐 집으로 돌아왔다.



걷는 구간이었던 트레킹 경로도 단순했다. 그냥 길을 따라 걸으면 되었는데, 설명엔 뭔가 잔뜩 있었지만, 사실 별 것은 없었다.

 

경춘선은 이번에 처음 타봤는데, 확실히 등산복을 입은 분들이 많이 보였다. 북한강 주변으로 등산을 하거나 구경을 할만한 곳이 많아서 그런 듯 하다.

 

집에서 가평역까지 가는 길이 거의 두 시간 가까이 되기 때문에 책을 한 권 들고 갔다. 그리고 그 책 이름은 바로 '백 년을 살아보니' 라는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형석이란 분으로 우리나라에서 꽤나 유명한 철학자이자 교수라고 했다. 그 분의 삶이 때론 회고로, 때로는 조언으로 써져 있었다.

 

하지만 읽다 보니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다.

 

저자는 돈이 없어서 고생은 한 적이 있지만, 삶의 굴곡이 너무 없었다. 교수라는 직업으로 인해서 행복의 중요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돈, 인정을 얻었고, 6자녀를 두고 화목한 가정을 꾸렸다. 비록 아내가 죽긴 했지만, 사실 이 저자의 나이가 97세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내 분이 일찍 죽은 것도 아니었다. 저자가 오래 산 것이다.

 

이 책은 시대를 잘 만나고 성정과 지적 능력을 잘 타고나서 돈, 명예친구배우자, 자녀, 건강, 취미 생활 까지 모두 갖추고 행복한 삶을 산 사람의 100년간의 삶에 대한 소회였다 

 

그래서 내용은 좋았지만그것을 누릴 수 있었던 행운에 대해서, 그리고 그 행운으로 인해 얻어진 삶의 지혜로움에 대해서 남들에게 이야기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저자는 그것을 섭리라는 단어를 써서 표현했는데, 그것이 섭리라면 그런 행운은 커녕 평생 고생만 하다가 죽은 사람에게도 섭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누가 그것을 섭리라고 인정할까?

 

누가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을 때 행복하지 않을 것이며, 누가 지혜롭게 살지 못할 것인가?

 

저자는 지식을 넘어서 지혜로움을 얻었지만, 진리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책의 시작 부분에서 분명히 행복의 다양성은 인정했지만, 책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본인이 경험한 행복한 삶의 가치에 대해서 많이 설명했다. , 본인은 모르고 있었겠지만 결국 사람의 행복을 순위 메기고 있었다. 단지 그것을 대 놓고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다이것이 바로 지혜로움에서 멈춘 사람들의 특징이다.

 

그리고 진리의 문턱에서 그렇게 멈춘 이유는 삶에 대한 절실함이 없어서 그런 듯 하다. 사실 저런 조건을 갖추게 되면 자기 잘난 맛에 빠져서 지혜롭게 살기조차도 어려운 상황이기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이란 책이 겹쳐지기도 했다.

 

독서 토론회에서 다뤄질 책이기에 읽기 했지만, 아마도 일반적이라면 결코 읽지 않았을 책이기도 했다.

 

말이 많이 샜는데, 자라섬은 걷기엔 좋았지만, 걷는 길 도중에 그늘이 거의 없어서 조금 힘들었다. 그리고 한창 개발을 하는 중인지, 곳곳이 공사 중이었다.

 

그래도 처음 보는 새도 구경했다. 나중에 찾아 보니 찌르레기라고 했다. 여러마리가 모여 있었다.

 


나중에 아내와 다시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가는 길에 찍은 야생화.


검은 등 할미새라고 하는 새이다.


멀리 북한강의 오리떼 두 무리가 서로에게 다가가고 있다.


찌르레기 또 다른 사진.


은행나무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뭔가 멋진 길이 될 듯 하다.


강가에 자라고 있는 나무. 모양이 예뻐서 찍었다.


자라섬 입구 근방에 심어져 있던 꽃. 양귀비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꽃잔디도 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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