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여행

포천 흥룡사

아이루다 2018. 5. 20. 07:35

 

원래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토요일 아침, 버릇처럼 6시쯤 잠을 깼다. 그리고 잠시 스마트폰을 보다가 오늘 날씨가 맑을 것이란 기사를 스치듯 보게 되었다.

 

날씨를 확인하고 연이어 미세먼지를 확인했다. 지난 며칠간 비가 엄청 퍼부었으니, 공기가 꽤나 맑을 것이란 기대를 했기에 그랬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주말이면 최소 8시까지는 자야 하는 아내를 반쯤 깨워서 물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은데, 근처 나들이를 가지 않겠냐고 했더니 잠결에 찬성을 했다.

 

그래도 오 분만 더 자고 싶다는 말 함께 잠깐 더 잠을 잤다. 그리고 스스로 일어나 나가서 씻기 시작했다.

 

우리 둘 모두가 나갈 준비를 하고 집에서 출발한 시간이 7 40분 정도였다. 목적지는 포천에 있다고 알려진 흥룡사였다. 근처에 백운계곡이 있다는 정보도 찾았다.

 

출발 전에 두 집에 전화를 했다날도 좋고, 미세 먼지도 없으니 시간되면 흥룡사로 오라고 했다. 한 집은 오늘 이미 선약이 있다고 했고, 한 집은 오늘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이런 날씨가 많이 아쉽지만 그냥 둘이 떠나기로 했다.

 

차를 타고 밖으로 나오자 아침 공기는 싸늘한 느낌이었지만, 햇살은 정말로 눈부셨다. 이런 날씨가 얼마만인지, 또 이런 날씨에 도심을 떠나 자연 속으로 가 본적이 있는지 기억조차 까마득했다.

 

차는 전혀 막히지 않았고 9시쯤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몇몇 등산객으로 보이는 사람들만 보일 뿐, 사람도 별로 없었다.

 

흥룡사 주차장에서 절까지의 거리는 정말로 짧았다. 50m도 안된 듯 했다.

 

절에 들어가서 이런 저런 구경을 했다. 다음주 화요일이 부처님오신날이니, 절은 그 준비가 한창인 듯 했다. 그래도 역시나 사람은 거의 보이질 않았다.

 

우리 둘을 제외하고는, 스마트폰으로 누군가 통화를 하고 있는 한 스님과, 법당 안에서 정성을 다해 기도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 한 분, 그리고 절과는 참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하고 있는 젊은이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모습이 그곳에 있는 사람의 전부였다.

 

대신 개가 세 마리 보였고, 도마뱀을 잡아서 놀고 있는 고양이가 보였다.

 

잠시 절에 머문 후, 길이 나 있는 위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계곡이 보였다. 아마도 백운계곡인 듯 싶었다.

 

큰 비가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계곡물은 엄청 풍부하고 빨랐다. 보는 동안 겁이 날 지경이었다.

 

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니 발을 담글만한 장소에 보였다.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었기에 거기에서 한참을 놀았다. 아내는 신발을 벗고 물에 발을 담갔지만, 아직은 많이 차기에 오래 있지는 못했다.

 

시간은 금새 흘러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11시가 넘어 있었다. 그리고 그때쯤 병원에 간다는 후배 부부에게서 연락이 왔다. 12시 넘어서 출발해도 되냐고 말이다. 기다려야 하는 시간 때문에 잠시 고민을 했지만, 그냥 오라고 했다. 어차피 토요일이니 하루 종일 이곳에 있어도 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아내와 나는 그냥 시간 보내기는 참 잘하니까 말이다.

 

어차피 점심을 먹어야 했기에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갔다. 산채비빔밤 같은 것을 먹고 싶었는데, 포천의 이동면은 갈비와 막거리 뿐이었다.

 

그래서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돈까스 집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그냥 저냥 먹었다.

 

그리고 다시 흥룡사로 돌아오는 길에 찻집에 들러서 커피를 마시면서 아내와 얘기를 했다. 늘 그렇듯이 우리 둘의 대화 내용은 사람에 대한 것들로 채워진다.

 

아내는 지난번에 내가 쓴 글 '목표와 목적'을 한참 동안 읽었다. 글이 길긴 했다.

 

그 후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내는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구체적인 뭔가 계획이 있는 것도 또한 꾸준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닌 아내이지만, 가끔 그랬다.

 

시간은 금방 흘렀고, 후배 부부가 거의 근처에 왔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우리도 흥룡사 주차장으로 다시 향했다. 그리고 오전에 했던 일을 반복했다. 절에 갔다가 계곡에 갔다.

 

오후가 되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늘었다. 계곡엔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보였고 연인 한 쌍도 눈에 띄었다.

 

오후도 한참 거기에서 놀다가 4시쯤 출발해서 양평으로 이동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였다.

 

보리밥 한정식을 먹고는 근처 화니핀야생화찻집에 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소이다.

 

거기에서 커피와 피자를 또 먹고 8시쯤 집으로 출발했다.

 

생각해보니 하루가 참 길었다. 그리고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처음 떠나 본 짧은 나들이는 꽤나 괜찮았다. 어쩌면 어딘가로 떠나야 하는 이유 중에서 가장 좋은 이유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햇살이 너무 좋아서, 어디나 맑았다.

절에 있던 탑의 윗부분.

오래된 절의 오래된 목재.

여기저기 피어있던 민들레.

흥룡사 전경. 파란 하늘과 기와지붕을 얹은 절의 모습이 참 잘 어울린다.

부처님오신날이 코앞이라서 등이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도마뱀을 가지고 놀고 있던 고양이. 나는 이곳은 절이니 살생을 금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충고를 했지만, 가볍게 내 의견을 무시했다. 그리고 아내는 도마뱀이 안타까워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고양이의 관심을 돌리려 애썼지만 녀석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자연에 관여하지 말라는 되도 않는 충고를 아내에게 하고는 먼저 그 자리를 떠났다.

백운계곡으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다리.

여러 종류의 나비가 보였다. 물을 마시고 있던 나비다.

물살을 정말로 빨랐다. 특히 낙차가 컸던 이 부분은 거의 급류 수준이었다.

또 다른 나비.

절의 지붕에서 한참 노래를 부르던 노란 새. 아마도 할미새 같기도 한데, 예전에 영월집에서 이 새의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난다.

물 속에 잠긴 아내의 발. 얼마 전 봉숭아 물을 들여서 발톱이 발갛다.

물이 얼마나 맑든지, 발을 담그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다. 비록 오래는 못 있었지만 말이다.

햇살을 받은 붉은단풍잎.

햇살을 품은 녹색의 잎들은 참 예쁘다.

오전에 계곡에 아무도 없던 시간에 한가롭게 누워있던 아내. 팔자가 좋아 보인다.

오후에 온 후배 아내와 한 컷. 나는 원래 사람 사진을 상체만 찍는데, 딱히 멀리 찍어 달래서 멀리 찍었다. 그러니 좋은 점이 있다. 덕분에 초상권 문제가 안생겨서 사진을 올려도 될 듯 하니 말이다.

흥룡사에서 계곡으로 이어져 있던 길. 햇살은 따가웠지만, 이렇게 그늘이 져서 걷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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