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랑의 정의

아이루다 2018. 5. 11. 09:24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참 오래된 노래의 가사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꽤나 그럴 듯 한 내용이기도 하다. 사랑은 그 동안 수 많은 사람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정말로 사랑은 무엇일까? 언제나 눈물의 씨앗인 것일까?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 하나는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내기란 정말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것은 시대마다 다르고, 문화에 따라 다르며, 사람에 따라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살아온 세월에 따라서 다르게 정의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랑이 무엇인지 꼭 하나의 정의를 내려야겠다면 나는 이런 답을 내고 싶다. 그것은 바로 두려움과 지루함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깊게 맺어진 인간관계라고 말이다.

 

기본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관계를 맺었다는 의미가 되어야 한다.

 

사랑에 빠진 순간만큼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줘도 아깝지 않은 관계인데 거기에 신뢰가 담보되지 않았다면 얼마나 위험하겠는가? 그래서 사랑은 신뢰가 가장 기본이지만, 문제는 사랑에 빠져드는 시간이 너무도 빨라서 도대체 상대방에 대한 신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랑은 왜 그렇게 빠르고 깊게 빠져들게 되는 것일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줄 수도 있는 사람이 단지 한순간에 결정되기도 하는 것이 사랑이니, 이 속도가 얼마나 빠르단 말인가?

 

이유는 단순하다사랑이 바로 자신을 너무나도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원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은 눈만 깜박하면 하루가 가버릴 정도로 빠르다. 하루가 흥분, 기대, 즐거움, 욕망, 기쁨, 만족감 등등,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감정들로 가득 차기에 그렇다.

 

그래서 신뢰와 행복, 이 두 가지가 바로 사랑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 된다. 여기에서 신뢰는 두려움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행복은 지루함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사랑의 특징으로 인해서 신뢰와 행복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충족되지 않는 경우 그 사랑은 그야말로 절음바리가 되고 만다.

 

신뢰가 부족한 사랑은 그 불안전함으로 인해서 끝없이 위험 속에 놓이게 된다. 이것은 많은 연인들이나 이미 결혼을 한 부부들 역시도 겪는 문제이다. 상대를 믿을 수 없는데 어떻게 그 관계의 연속성이 보장되겠는가?

 

그런데 왜 사람들은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과도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일까? 이미 설명했듯이 사랑에 빠질 때 경험하는 행복이 너무도 강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루함이 큰 만큼 사랑은 더욱 더 강렬하다.

 

결국 사랑에 빠진 연인은 뜨거운 불꽃인줄도 모르고 다가가다가 죽는 불나방처럼 행동하게 된다. 그들은 너무도 위험해 보이는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과 같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높은 고층 빌딩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같다. 그들 역시도 모두 지루함의 노예이다.

 

이렇게 너무도 강렬한 감정의 경험은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래서 그 어떤 관계보다 신뢰가 우선시 되어야 할 관계가 그 어떤 관계보다 신뢰가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하고 만다.

 

그런데 신뢰만 확실하다면 그 사랑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그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두려움은 해결되었지만 지루함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할 경우 결국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처음 느낀 강렬한 감정이 줄어들면서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더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는 연인이나 부부는 관계가 지루하다고 느끼기 시작하게 된다. 소위 말해서 권태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처음엔 손만 스쳐도 심장이 미칠 듯이 뛰었는데, 이제는 잠자리를 하고 나서도 별 다른 느낌이 없다. 처음엔 같이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만도 충분히 행복했는데, 이제는 여행을 떠나도, 영화를 봐도, 맛난 것을 먹어도 별로 즐겁지 않게 된다.

 

그래서 사랑은 점점 그 목적이 두려움을 해결하는 것으로 바뀌어 간다. , 신뢰를 쌓고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의 관계로 변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변화의 과정 속에서 결국 어느 시점엔 지루함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그때 사람들은 자신이 권태기에 있다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더 이상 자신이 상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랑이 시작된 후 이 시기까지 오는 것이 평균적으로 3년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쉽게 싫증을 느끼는 사람은 몇 달 만에, 좀 느린 사람은 10년이 넘어서 오거나 평생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아주 운이 좋은 연인의 경우엔 부부의 연을 맺고서도 평생 권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서로 잘 맞는 가치관, 많이 겹치는 취미 생활, 다양한 대화거리, 힘들지만 보람찬 육아, 큰 문제가 없는 경제 생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시댁과 처가 등의 조건이 갖춰질 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조건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부는 결국 권태기를 겪을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권태는 즐거움, 욕망, 흥분의 부재로 인해서 생겨난다말 그대로 기대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권태기에 들어선 연인들이나 부부가 많이 선택하는 해결책이 바로 바람을 피우거나 불륜을 저지르는 것이다.

 

새로 맺은 관계에는 비록 신뢰는 없지만 적어도 흥분과 기대 그리고 새로운 욕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결국 들통이 나고 그 순간 오랜 시간 쌓아 온 신뢰는 깨져 버리고 만다. 물론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은 바로 각자 놀기이다.

 

신뢰는 남아 있지만, 함께 노는 것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는 부부들은 이제 각자가 서로 좋아하는 것을 하는 방식으로 가정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래서 많은 부부가 이런 형태의 중 장년을 보낸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삶을 사는 것이다. 신뢰는 쌓여 있지만 지겨움은 해결되지 못하기에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각자 의무만 제대로 한 상태에서 평소의 삶은 각자가 행복한 것을 한다. 이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불륜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서로가 각자의 가정 속에서 지루함을 느껴서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모인 모임에서 불륜의 덫에 걸리지 않기가 쉽지가 않다. 그나마 아이를 키울 때는 덜하지만,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40대 중 후반에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지루함을 견뎌내기가 힘들어 진다.

 


이렇듯이 사랑의 정의는 아주 복잡하고 다양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매우 단순하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관계이다. 아주 특별한 관계일 뿐이다. 두려움과 지루함을 동시에 해결해주는 거의 유일한 관계이니까 말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두려움을 해결해주는 관계는 거의 가족이 유일하다. 아주 드물게 친구와 같은 관계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드물기도 하고 그 한계도 명확하다.

 

가족의 관계라도 해도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정도나 제대로 두려움을 해결해줄 뿐, 형제자매들도 그것을 만족시키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가장 신뢰가 있는 부모자식간의 관계라고 해도 사랑으로써 그 한계는 명확하다. 믿을 수는 있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그다지 즐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즐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보통 한쪽만 즐겁다.

 

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가 자식의 즐거움을 위해서 희생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즐거움을 바라보면서 즐거워한다. 아이가 크고 나면 반대로 자식이 부모를 즐겁게 해준다. 부모의 즐거움을 바라보면서 즐거워한다.

 

물론 이것은 즐거운 것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다. 그래서 온전하지 못하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연인은 서로 즐겁다. 서로 행복하다. 더해서 두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상대가 될 수도 있다.

 

어두운 영화관에서 불이 나게 되면 과연 누구를 찾겠는가? 그것은 바로 바로 옆에 있는 자신의 연인이다. 그 사람만이 자신이 위험한 순간에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며, 자신이 살길 가장 바라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서까지 자신을 살리려고 할 것이다.

 

영화 '타이타닉' 에서 잭은 로즈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은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얼어 죽는다. 그렇게 만난 지 불과 며칠이 된 이 연인은 사랑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사랑에 공감한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어린 시절에 유일하게 이런 사랑을 경험한다. 부모로부터 말이다. 하지만 거기엔 부모의 희생이 있었다. 그러다가 어른이 된 후 가족이 아닌 관계에서 또 다시 비슷한 감정을 경험한다.

 

그것이 사랑이며, 그래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많이 유치해진다. 어른이 된 후 잃어 버렸던, 아이 때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로에게 아이와 같아지는 것이다.

 

더해서 부모와의 관계보다 훨씬 강렬한 행복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성적 욕구 때문에 그렇다.

 

관계 자체도 다른 관계와는 차원이 다르게 강렬한데 더해서 젊은 나이의 성적 욕구까지가 더해지게 되면 이것은 그 어떤 관계와도 비교가 되질 않는 것이다.

 

추가로 또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관계의 독점이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분명히 신뢰 있는 관계이긴 하지만, 다른 형제들이 있을 경우 그 신뢰는 분산되기 마련이다.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있어서 형제는 또 다른 신뢰의 관계이기도 하지만, 부모의 사랑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연인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야말로 서로에게 완벽한 독점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 분산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바로 강력하게 따질 수 있다. 그것은 바람이며 불륜이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런 따짐은 사회적으로 매우 지지를 받는다.

 

이렇게 신뢰, 행복에다가 추가로 성적 욕구, 독과점을 더하면 이것들이 사랑을 떠받히는 중요한 네 가지 기둥이 된다그래서 이것들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사랑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신뢰는 말할 것도 없고, 성적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아도 사랑은 흔들린다. 친구나 시댁이나 처가와의 관계로 인해서 독과점이 깨질 때도 마찬가지다. 각자가 서로에게 일 순위가 되지 않는 순간, 관계는 급격히 불안해지고 만다. 지겨움은 말할 것도 없다.

 

사랑의 원리는 단순하지만 사랑을 경험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왜냐하면 사랑이 두려움이 아닌 지루함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평소에 두려움보다는 지루함을 느끼면서 살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두려움 속에 있는 사람들은 결코 사랑에 빠질 용기를 내질 못한다. 잘 알지도 못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이 가진 두려움을 이겨내고 사랑에 빠질 수 있겠는가?

 

그래서 두려움 속에 있는 사람들은 사랑을 시작할 때 자꾸 잰다. 돈을 재고, 주변 상황을 재고, 미래를 잰다. 그리고 이것들은 다 조건이 되어서 사랑 자체를 시작하지 못하게 만든다.

 

사랑은 조건을 따져서는 거기에 빠질 수 없다. 그냥 빠져야 한다. 그래야 온전히 빠질 수 있어서 강렬한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 만약 조건이 필요하다면 외모, 체취와 같은 직접적으로 감지되는 감각기관의 정보와 성격이나 능력과 같은 어쩌면 허세일 수도 있는 간접적 정보만이 유효하다.  

 

하지만 두려운 사람들은 설령 그런 조건을 충족시킨 상대를 만날 기회가 와도 뒤로 물러선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그저 겁이 나서 피한다. 평생 그렇게 한다. 스스로 자신의 두려움을 해결한 후에 사랑을 하려고 하지만, 두려움은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해결되지 않은 두려움을 붙잡고 씨름을 하다가 결국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만다.

 

더군다나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 더 두려움은 커지기 마련이기에, 더 재고, 더 많은 조건을 걸게 된다. 그러니 사랑이 시작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자신의 두려움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결코 사랑을 시작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랑을 시작했다고 해서 그 결말이 모두 좋은 것도 아니다. 자칫하다간 노래의 가사처럼 눈물의 씨앗이 되거나 심한 경우 서로 평생 다시는 보지 않을 원수가 되기도 한다.

 

시작한 사랑을 성공하고 싶은가?

 

무엇보다도 신뢰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상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혹은 서로 같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을 끝없이 찾아야 한다. 상대를 성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느 순간에서도 서로를 일 순위에서 내려 놓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시댁이나 처가는 물론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도 그래서는 안 된다.

 

서로는 서로에게 평생 동안 최우선 순위여야 한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사랑을 지켜준다.

 

사실 인간의 사랑은 너무도 많은 창작물에 의해서 다소 과하게 포장되었다. 뭔가 멋진 것이고, 뭔가 환상적인 것이며, 뭔가 꼭 경험해보고 싶은 어떤 것이 되었다.

 

하지만 사실 사랑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것은 신뢰와 행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거의 유일한 관계일 뿐이다. 그래서 사랑을 지키려면 매우 현실적이 노력들이 필요하다.

 

신뢰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함께 하면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것이 매력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함께 할 때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가 함께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지루함은 언제든 찾아온다.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서 찾아온다. 그러니 열심히 노력해 놔야 한다. 그리고 서로 끝없는 대화를 해야 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상대에게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 놓아야 한다.

 

마음 속 깊이 잠들어 있는 감정들까지 모두 꺼내야 한다.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하고, 지루함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야 한다. 말문을 닫는 순간 서로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

 

사랑은 현실이기에 현실적인 노력을 해야만 유지가 될 수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이뤄졌더라도 그들의 강렬했던 사랑조차도 지루함으로 인해 불륜으로 끝날 가능성은 여전하다. 백설공주나 신데렐라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사랑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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