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가족 여행

아이루다 2018. 5. 8. 07:53

 

내가 속해 있는 우리 가족은 대체적으로 사이가 좋은 편이다하지만 어떤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서로간에 별로 정이 없다는 점이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건조하다 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듯싶다.

 

,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서로가 모른 채 사는 것은 아니다. 여느 가족처럼 명절이면 모이고, 부모님 생일이 돌아오면 모인다정월 대보름에 찹쌀 밥을 먹기도 하고, 동짓날 팥죽도 먹는다. 김장을 할 때면 가족들이 모여서 다 같이 하고, 가끔은 누군가의 생일에 갑자기 모임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모임에 참석하면 분위기도 좋다.

 

하지만 여전히 건조한 느낌이 든다. 끈적하지 않다고 해야 더 맞은 표현일까?

 

그런 특징으로 인해서 좋은 점이 있긴 하다형제들끼리의 삶이 불필요하게 엮이지 않는다. 그래서 부모님에 관련된 것을 제외하고는 각자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그 집안에서 해결되는 분위기이다.

 

물론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준다. 하지만 얽히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각자 입장에 따라서 적당히 어울릴 뿐, 부담 없는 수준의 짧은 가족 모임 이외에 어떤 구체적인 행사를 하는 일이 거의 없다. 특히 가족 여행이 그렇다. 그래서 내 개인적인 기억으로 가족 전체가 여행을 떠나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런데 이번 오월 연휴에 처음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여행 장소는 강원도 속초였다. 원래 설악산 케이블카와 삼척 레일바이크를 타려고 했으나 사정이 생겨서 모두 하지 못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 젊은 시절에 잠깐 살았던 동해시를 거의 50년만에 다시 방문하는 일과 취소된 레일바이크 대신 급히 생겨난 일정인 족욕공원을 방문하는 일을 했다.

 

첫날은 길에서 시간을 다 보냈다. 가족이 숙소에 다 모인 시간이 저녁 6시였으니까 말이다. 첫날은 다들 지쳐서 도착 후 좀 쉬다가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마무리 했다.

 

둘째 날은 동해시로 갔다. 50년 전 부모님이 사셨다는 곳을 방문 했지만 너무 변해서 제대로 찾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곳이 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부모님은 약 5년 정도 그곳에 사시는 동안 나와 누나를 낳았다고 한다.


이 후 망상 해수욕장에 가서 바다를 좀 보다가 근처 찻집에서 차를 마셨다하루 종일 비가 오는 날씨라서 바다는 싸늘한 느낌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낙사사를 방문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대포항에서 대게를 사고만석 닭강정까지 사다가 숙소에서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숙소 지하에 있는 노래방에 가서 2시간을 신나게 놀고 돌아와서는 하루 일정을 마무리 했다.

 

셋째 날은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그래도 전날 가보지 못한 낙산사를 방문해서 의상대를 보고는 첫날 막혔던 일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서 최대한 빠르게 출발해서 돌아왔다. 다행히 그렇게 많이 막히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조용한 여행을 선호하는 탓에 이런 많은 사람들이 같이 움직여야 하고, 또한 연휴 기간에 어디나 막히고 복잡한 여행이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럼에도 생전 처음으로 가족들과 떠난 여행은 좋았다. 특히 곧 생신이 돌아오는 어머니가 많이 행복해 하셔서 좋았다.

 

그래도 또 가야 한다면 별로 내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위기 상 같이 가야 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가족들과 참 잘 어울려 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이틀간 묵었던 숙소. 가격은 싼 편인데, 시설은 좀 오래된 느낌이 많이 났다.


 숙소 앞에 피어 있던 꽃잔디


먼저 도착해서 나머지 일행을 기다리는 중, 정말로 가깝게 앉았던 딱새.


오색 딱다구리도 찍었다.


단풍나무 열매


뿌꽃.


낙산사 입구에 있던 강아지.


족욕공원에서 족욕 중인 아내의 발. 발톱에 봉숭아 물을 들여서 발갛다.


족욕공원 입구. 공짜다.


망상 해수욕장에서 바다를 보고 있던 누나와 조카 둘.


의상대에서 담은 암초.


아침 산책 길에 담은 애기똥풀과 빗물 그리고 작은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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