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

귀신이 무서운 이유

아이루다 2018. 1. 12. 07:29

 

요즘 세상은 참으로 많은 무서운 것들이 많다.

 

처녀귀신처럼 한국적인 것인 것들부터 국제적으로 인기를 끄는 좀비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원조 격인 드라큘라나 그와 비슷한 과인 뱀파이어들도 있다. 더해서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늑대가 되다는 늑대인간들도 있다.

 

이들이 없었다면 영화 제작자들이나 혹은 드라마 제작자들이 어떻게 밥 벌어 먹고 살았을지 궁금할 정도로 흔한 창작물들의 소재이기도 하다.

 

그것이 귀신이든 좀비이든 뱀파이어이든 무섭기는 매 한가지다. 악마나 악령 등도 비슷하다. 일명 초자연적이라고 알려진 것들은 다 무섭다.

 

그런데 왜 그들이 무서울까?

 

당연히 무섭지만, 왜 이런 초자연적인 것들이 무서운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자. 실제적인 것들이 아니라서 이런 생각 자체도 좀 우습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과연 왜 무서울까? 피를 흘려서? 무섭게 생겨서? 어두운 밤에만 나타나서? 흉포해서? 정신을 홀려서전염병을 옮겨서? 몸을 산채로 뜯어 먹어서? 피를 빨아 먹어서? 영혼을 뺏어가서?

 

, 이런 것들은 모두 다 무서운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하나뿐이다. 그리고 아주 단순하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인간들을 훌쩍 뛰어 넘는 강력한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을 지배하는 악마와 같은 존재는 그 힘이 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결국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힘이나 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니 호랑이는 무섭지만 고양이는 귀여운 것이다.

 

그리고 더해서 하나의 조건이 더 붙어 있다. 그것은 바로 의도가 사악하다는 점이다. 만약 아주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의도가 선하다면 그런 존재들은 두려움이 대상이 아닌 존경이나 흠모의 대상이 된다. , 영웅이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초자연적인 것들이 주는 두려움은 마치 힘이 아닌 듯 느껴진다. 그냥 단순히 두려움만을 인식하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어떤 두려움의 진정한 본질은 바로 힘의 차이에 의한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 , 아무리 두려운 대상이라고 해도 힘을 뺏고 나면 사실상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된다.

 

사람을 물어 뜯을 힘이 없는 좀비는 남다른 수집품으로 데리고 다닐 수도 있다. 사람을 해칠 능력이 없는 처녀 귀신은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을 수도 있다. 아무런 힘이 없는 뱀파이어는 모기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럼에도 힘이 가진 역할에 대한 인식은 정말로 많이 축소되었다. 그래서 분명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거의 인식되지 않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인간은 귀신이나 악마가 단지 힘이 세기 때문에 무섭고,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가 단지 힘이 세기 때문에 무섭다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그냥 그런 존재들 자체가 무섭다고 인식하게 되었을까?

 

왜 인간 세상에서 힘의 존재감이 이렇게나 줄어들게 되었을까? 거기엔 분명한 이유가 있다그리고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무기의 발달이다. 그래서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진 존재도 권총을 당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둘째는 문명 사회의 발달이다. 특히 공권력, 즉 치안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육체적으로 누군가를 괴롭히는 행위가 모두 범죄로 다스려지기 때문에 그렇다. 셋째는 육체적 힘보다도 훨씬 더 무서운 능력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 지능의 발달이 가져 온 결과이다.

 

자연계에서는 여전히 힘이 우열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점인 것에 비해서, 인간 사회에서는 지적 능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된 것도 그리 오래 된 것은 아니다. 무기의 발달이나 치안 시스템이 많이 부족했던 시대에서는 여전히 육체적 힘이야 말로 모든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 시대는 힘의 가치를 거의 무시하는 경향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 힘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고 무식한 행동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힘은 존재감이 부족해지다 못해서 무시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 여기에서 바로 인간의 딜레마가 생겨난다.

 

사람들이 옆집에 사는 아주 덩치가 크고 힘이 쎄 보이는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는 이유는, 일단 언제라도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그 사람이 적당한 사회 교육을 받아서 함부로 힘을 쓰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결코 그 사람과 자신이 동등한 존재라서가 아니다.

 

언제라도 사회 안전망이 무너지게 되면, 그 옆집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냐에 따라서 자신의 목숨은 좌지우지 하게 된다. 물론 무기를 쓸 수 있으니 머리를 써서 오히려 상대를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 동등한 상황이라면 결론은 거의 뻔하다.

 

이런 일들은 그저 개인간의 일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의 정권이 바뀌는 현장도 온전히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어느 나라에 쿠데타가 일어나게 되면, 보통 군부의 역할이 커진다. 군대야 말로 실제적인 힘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미 태생이 전쟁을 대비하는 집단이니 당연하다. 사람을 살상하는 훈련을 받고, 그런 무기들을 가진 존재이니 그 힘이란 대단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군부의 역할이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군부의 실제적인 지휘자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서 쿠데타는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쿠데타 세력이 서로 대립한 상태에 있을 때, 서로가 군대 지휘관에서 상대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면, 과연 누가 최종 결정권자가 될까? 당연히 군부의 지휘관이다. , 군부의 지휘관이 누구에게 체포 명령을 내리는 것에 따라서 최종 적법한 지배자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결국 최종 결론은 실제적인 힘으로부터 생겨나게 된다. 한 나라의 황제가 황제일 수 있는 이유는, 황제가 원래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황제를 목숨 걸고 지키는 호위무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더해서 황제가 부릴 수 있는 병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없어지게 되면 황제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래서 누구라도 죽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힘은 인간 세상에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리고 힘에는 사람 숫자가 정말로 중요하다. 사람이 많을 수록 좋은 이유가 그저 힘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사람들이 많은 상황을 같이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실제적으로 싸움이 날 때 우리 편이 얼마나 많으냐가 정말로 중요하다. , 실제적인 힘의 역할을 한다.

 

, 촛불집회 같은 평화로운 행사라고 해도 결국엔 사람의 머릿수가 가진 잠재적인 힘으로 인해서 결정이 나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그런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신념이나 믿음 그리고 인간다운 가치 등이 그것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믿고 싶어한다. 사실 그런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엔 힘이다. 신념이나 가치로 인해서 그것이 가능하다면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되어야 한다. 하지만 안 된다. 실제로 한 사람만 있어도 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결국 그 뒤에 그를 동조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지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 잠재적 힘이 뒤에서 버티고 있으니 유지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 사람을 경찰을 피해서 도망치게 된다그런데 그 사람이 도망치는 이유는 도덕적으로 부끄러워서가 아니다. 그저 가진 힘이 경찰에게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이란 조직이 가진 힘을 어떻게 개인이 상대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만약 그 범죄자가 우연히 슈퍼맨과 같은 힘을 얻었다면 계속 도망칠까? 아니다. 당장 세계를 지배하려고 들 것이다. 강력한 힘은 도덕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게 만든다. 도덕은 경찰로 인해 지켜질 때나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에 관해서 가장 아이러니한 문제는 바로 힘의 차이가 나는 것은 완전히 무시하면서도 힘을 대신하는 지능의 차이는 쉽게 인정하는 태도이다. , 지능은 그저 힘을 대신하는 인간 고유의 능력인데, 지적 능력의 차이로 인해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차별은 그리 쉽게 인정하면서도 육체적 능력의 차이로 인해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차별은 절대로 참지 못한다.

 

결국 힘에 의한 우열은 사회적으로 강력히 규제하면서, 지능에 의한 우열은 오히려 권장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둘 모두 고유하게 타고난 능력인데 그렇다.

 

힘은 여전히 유효하게 인간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의 존재감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무시되어서 이제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가, 각자 가지고 있는 힘으로 인해서 생겨난다는 사실 자체도 부정하고 있다.

 

그러니 결국 자신이 힘의 차이로 인한 두려움을 느끼고 산다는 사실조차도 잊고 말았다.

 

그래서 여자들은 사회에 여자들도 밤길을 걸을 자유를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훨씬 더 강력한 사회 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혹은 보디가드 용으로 강력한 로봇이 나오거나 말이다.

 

인간 세상에 언제쯤 힘이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시대가 올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인간의 힘을 훨씬 뛰어 넘는 대단한 기능을 가진 로봇들이 경찰을 대신 할 수 있을 때 그럴 지도 모르겠다. 혹은 인간이 무한한 삶을 살 수 있어서 절대로 죽지 않는 시대가 와야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힘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그것을 여전히 무시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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