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12월, 연말

아이루다 2017. 12. 12. 08:41

 

매년 12월이 되면 괜히 뭔가 좀 바빠진다. 나처럼 만나는 사람이 적은 사람도 그러니, 평소에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엔 진짜로 일주일에 두어 번씩은 송년 모임이 있는 듯 하다.

 

아내는 오늘 회사 전체 송년 모임이 있다고 늦는다고 한다. 오늘 영하 10도라는데, 골라도 꼭 이런 날을 고른다. 거기에다가 회사 근처도 아닌 양평까지 이동한다고 한다. 참 별로 가고 싶지 않을 것 같은 송년 모임이다.

 

그리고 이래 저래 또 소소한 모임들이 있는 듯 하다. 내가 알기로 만 공식화된 모임이 두 개 있고 아마도 비공식적으로 한 두 개가 더 더해질 것 같다아내도 친구들 모임을 거의 나가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나는 것 같다.

 

나는 수영장 모임 송년회가 있고, 아마도 독서 모임 송년회는 공식적으로는 없을 듯 하다. 그냥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간단한 모임 정도로 끝날 듯 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몇몇 사람들을 만날 것 같다. 연례 행사로 보는 사람들이 몇 있기 때문이다. , 이것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출판사 사장님은 꼭 만나야 한다. 할 얘기가 좀 있어서 그렇다.

 

그 외에 아마도 대학 모임 송년회가 있을 듯 하다. 작년에도 가긴 했는데, 영 재미가 없어서 올해는 안 갈까 생각 중이다. , 상황에 따라서 심심하면 갈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1년을 마무리하는 이 시기가 오면 마음 한 구석이 싱숭생숭하다. 물론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한살이 더 먹는다는 실제적인 문제들도 있고, 올해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고,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해야 했던 것들도 있고, 내년엔 꼭 시작하고 싶은 것들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시간이 난 김에 오늘 아침 뜬금없이 나 홀로 송년회를 해봐야겠다.

 


첫 번째, 나는 올해 지난 5년간 정들었던 영월의 집과 이별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일어난 실제적인 일로는 가장 큰 일이었다.

 

원래 이 블로그를 개설한 목적이 바로 이 집과 관련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집을 짓는 과정을 정리해두고 싶어서 처음 블로그를 만들었던 때가 바로 2008년이다. 그리고 한참을 정지했다가 실제로 집을 짓는 2012년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실상 나의 모든 변화는 영월집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크다.

 

처음엔 아주 단순한 목적으로 시작한 시골집이었다. 별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좀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장소를 찾는 것과 나중에 은퇴를 하게 되면 노후를 보낼 목적, 딱 두 가지였다.

 

그런데 세상 일이 그렇게 단순히 흘러가는 것은 아닌가 보다. 지은 지 5년만에 강제로 이별을 했어야 했으니까 말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또 다른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년엔 땅을 보러 다닐 생각이다. 이제는 영월집 Ver.2 를 만들어야 할 시기가 왔다.

 

영월집을 짓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은 지금의 아내와 정말로 온전히 삶이 겹쳐졌다는 점이다. 연인이긴 했지만, 따로 놀았던 우리 둘이, 그 집을 통해서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동반자가 되었다.

 

그리고 부모님과 특히 어머니와 관계가 좋아진 점이다. 처음엔 걱정이 많으셨지만, 요즘은 나보다 어머니가 더 그 집을 아쉬워한다.

 

그리고 한참 쓸 것이 많다. 하지만 뭐 꼭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미 마음 속에 담겨 있으니 말이다. 아마도 그것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두 번째, 12년간 타던 차를 바꿨다. 뭐 큰 일은 아니지만, 오래된 것들과의 이별은 마음 한 구석에 남는다. 아내를 처음 만났던 해에 샀던 차였다. 또한 나의 첫 차이기도 했다. 중고차 거래인 말로는 아마도 중동 쪽으로 팔려 갈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지금은 어느 뜨거운 사막 위를 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 번째, 올해 연재 글을 두 편 썼다. 하나는 '빙고씨의 인문학 개론' 이고, 다른 하나는 '서른을 넘어 다시 나를 찾다' 라는 카테고리로 썼다. 빙고씨는 나를 위해서 썼고, 서른을 넘어는 남을 위해서 썼다.

 

그리고 이 두 연재 글 덕분에 생각이 많이 정리가 되었다. 덕분에 삶이 조금 더 행복해지기도 했다. 정리가 중요하다는 것, 새삼스럽게 느낀다.

 

네 번째, 독서모임에 들어갔다. 올해 봄부터 참가하기 시작해서 이제 해를 넘긴다. 일주일에 한번씩 모이는 모임이라서 꽤나 자주 보았다. 그리고 매우 화요일엔 따로 소모임을 하기도 했다. 지금도 하고 있다.

 

독서모임은 나의 지적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내가 느끼는 나쁜 감정들, 즉 허전함과 지루함 등등을 줄여주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다섯 번째, 책을 한 권 썼다. 이 책은 연재 글 중에서 서른을 넘어 다시 나를 찾다를 좀 더 다듬은 것으로써, 아직 출판을 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일단은 올해가 가기 전에 출판사 사장님을 만나 볼 계획이다. 그래서 만약 출판이 결정된다면, 내년에 뭔가 일이 생길 듯 하다.

 

여섯 번째, 딱히 구체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12년도부터 6년간 글을 써 온 글의 최종 목적점에 도달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제 더 이상 지식적으로는 궁금한 것이 없다. 여전히 아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문제는 그대로이지만, 이제는 뭔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더 분석하려고 노력은 할 필요가 없다.

 

물론 이후로도 여전히 블로그에 글을 쓰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저 정리차원이 될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생각난 것들을 단순히 기록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다. 사실 이미 지난 2월 정도부터 그런 글들을 써오고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블로그의 글들은 빙고씨의 인문학 개론을 쓰기 전과 이후로 나뉜다고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소소하게 한강 건너기 수영대회에 참가한 일, 봄부터 트래킹을 다녔던 일,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기 시작한 일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이제 이렇게 12월을 보내고, 내년에 일어날 또 다른 일들을 해나가야겠다. 나는 아마도 여전히 수영을 다니고, 여전히 독서모임을 할 것이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두 번째 집을 지을 땅을 구할 것이고, 두 번째 책을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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