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가을의 입구에 서서

아이루다 2017. 9. 6. 07:37

 

찬바람이 분지가 제법 되었지만, 아직도 한낮의 뜨거움은 여름의 자취를 느끼게 한다. 그나마 어제는 비가 올 듯 한 날씨가 되면서 선선했지만, 지난 주말은 다시 여름이 돌아온 듯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도 오늘은 선선할 듯 하다. 어제에 이어서 여전히 날이 흐리다. 비가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번 비가 지나가면 이젠 완연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요 며칠 사이에 몇 가지 일이 있었다.

 

첫 번째는 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한강 건너기 대회에 참가한 일이다. 다니고 있는 수영장에서 단체로 참가하는 행사라서 떠밀리듯이 참가를 했는데, 아무튼 덕분에 생전 처음으로 한강을 수영으로 건너봤다.

 


비가 많이 와서 물살이 셀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물이 너무 탁해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은 있었지만, 기우와는 달리 물살이 그다지 세지도, 물이 그다지 탁하지도 않았다. , 물론 그렇다고 물이 깨끗한 수준은 아니다.

 

물안경을 쓰고 물 속을 들여다보며 그저 탁한 진한 갈색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그리고 가끔가다가 앞에서 열심히 수영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참가자들의 뒷모습이 겨우 눈에 띌 정도였다.

 

이날 행사는 한강을 왕복으로 건너서 총 1.6km를 수영하는 것이었다. 잠실 대교 바로 밑에서 출발해서 북쪽으로 갔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그런데 그냥 수영하는 것이 아니라 오리발을 끼고 했다. 더해서 체온유지를 위해 슈트도 입었다.

 

사실 슈트와 오리발만 끼어도 몸은 저절로 물 위에 뜬다. 그러니 열심히 팔만 저으면 그 정도 거리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한강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그렇지1.6km 는 그다지 먼 거리도 아니다. 25m 수영장을 30바퀴 정도 돌면 되는 수준이다.

 

물론 맨발이면 난이도가 좀 있겠지만, 오리발을 끼게 되면 웬만한 사람이라면 돌 수 있다. 단지 속도의 문제만 있을 뿐일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참가자 전원이 별 탈 없이 잘 다녀왔다. 나이가 있어서 중간에 돌아오신 분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 함께 참가해서 다 함께 잘 하고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수영장을 다님으로써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하는 것 같다.

 

두 번째 일은 차를 바꾼 일이었다. 월요일 날 12년간 타던 차를 떠나 보내고 새로운 차로 바꿨다. 티볼리를 샀다. 시골 집에 다니다 보니 세단 형태의 차는 뭔가 좀 불편했다. 그래서 SUV를 사려고 했는데, 또한 대형은 너무 크고 비싸기도 너무 비싸다.

 

그래서 소형 SUV 중에서 가격대가 제일 괜찮은 티볼리로 골랐다. 요즘 현기차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와 쌍용에 대한 작은 호감이 가져온 결론이었다.

 

이제 겨우 이틀이 되어서 별로 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한참을 나와 함께 해줄 소중한 동료가 되어 줄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 오래되고 소중한 동료들과 이별이 많다. 봄에는 영월집과 이별을 했고, 가을의 초입엔 12년을 함께 한 차와 이별을 했다.

 

차를 바꾸던 날, 나는 새 차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떠나 보내는 예전 내 차에 대한 감성으로 인해 마음 한 구석이 아련했다. 연식이 너무 오래되어서 국내에는 팔리지 못하고, 해외로 나간다고 한다. 중동 지역으로 간다고 하니, 아무래도 그 녀석의 마지막은 사막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금의 아내를 만난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마련한 차인데, 그래서 사실 나와 아내의 추억을 몽땅 함께 한 차이다. 그리고 영월집에 그렇게 많은 횟수를 왕복했던 차인데, 이제 영원히 이별을 했다.

 

회자정리라고 했으니 이별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래도 평생 잊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의 마지막 이별은 아마도 내가 지난 오 년간 써오던 스마트폰이 아닐까 싶다. 아이폰5, 벌써 만 5년을 써간다. 지금도 큰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바꿔줄 시간은 된 듯 하다.

 

세 번째는 회사관련 일이라서 자세히 적기는 그렇고, 아무튼 처리할 일이 있어서 어제 오후 내내 돌아다녔다. 덕분에 한 동안 보지 못했던 후배 녀석 얼굴도 봤다. 요즘 삶이 그다지 녹록하지 않는 듯 보여서, 같이 있는 짧은 순간에도 마음 한 구석이 묵직했다.

 

이렇게 연속으로 삼 일을 계속 바쁘게 보내고 났더니, 오늘 아침엔 약간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내가 출근한 후, 한참을 그냥 음악만 듣고 있었다.

 

오늘부터는 다시 별 일 없는 일상이 시작된다. 그리고 가을도 시작된다.

 

올해는 또 어떤 마법 같은 가을이 될지 기대도 된다. 가을은 그냥 가을만으로도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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