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비오는 월요일

아이루다 2017. 7. 10. 10:42

 

또 다시 월요일이다. 딱히 출퇴근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월요일이 되면 왠지 기분이 조금 다운된다. 너무 오래된 습관이라서 그런가?

 

영월을 마무리 한지가 벌써 두어 달이 넘어가고 있다. 그래서 요즘 주말은 영월에 가는 일은 없는 주말이 계속되고 있다. , 그렇다고 해서 딱히 하는 일은 없다. 그런데도 주말은 금세 빠르게 지나가 버리고 만다.

 

그리고 이렇게 또 다시 월요일이다.

 

월요일은 집 청소를 하는 날이다. 성격이 게을러서 집 청소를 일주일에 한 번 혹은 잘해야 두번 한다. 그 중에서 월요일은 가장 제대로 하는 날이다. 진공 청소기도 돌리고, 바닥도 물걸레로 닦는다. 가구들에 쌓인 먼지들도 닦아 주고, 가끔은 평소에 안 하던 공간도 찾아서 청소를 하기도 한다. 오늘은 현관을 청소했다.

 

오늘도 청소를 다 마치긴 했다. 그런데 비가 와서 그런지 땀이 삐질삐질 났다. 습도가 높은 탓인지,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그랬다. 더군다나 청소를 끝낸 후 잠시 운동을 좀 했더니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이제 좀 살만하다.

 

비는 지난 주부터 계속 오고 있다. 봄 가뭄이 여느 해보다 심했는데, 좀 해갈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어제는 갑자기 영월이 가고 싶어졌다.

 

비 온 후 맑게 개인 그곳이 자꾸 떠올랐다. 데크에 고인 물이 기억이 나고, 마당에 깔아놓은 작은 돌들이 마르면서 보여주는 음영의 색도 떠올랐다.

 

여름이 되면 참으로 맑은 하늘이 보이고, 군데군데 흰 구름이 떠 있었던 풍경도 생각이 난다. 비가 온 후에 해라도 뜰라치면 눅눅한 이불을 가지고 나가서 말리면서 좋아했던 기억도 난다.

 


그곳은 여름이 되면 비도 자주 오고, 또 그래서 원래 맑았던 공기가 더욱 더 맑아졌다. 8월의 한 여름이나 되어야 덥다고 느껴지던 그곳에 7월의 더위는 별 것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얼음물처럼 차가운 지하수에 씻고 나면 오히려 춥다고 느낄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곳 여름은 좋았다. 물론 벌레도 많다. 잠시라도 방심해서 문을 열어 놓으면 그나마 이름을 아는 벌레는 몇 안되고, 처음 보는 녀석부터, 자주 들어오는 녀석까지 참으로 많은 종류들의 벌레들이 집 안에 들어왔다. 가능하면 죽이지 않고 내보내려고 했었는데, 사실 성공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도 청소를 하기 전 한참을 빗소리와 음악 소리와 커피를 마시면서 그곳을 생각했다. 내가 무엇인가가 그리운 모양이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글이라도 쓰고 싶었다.

 

그런데 딱히 글을 써서 보낼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런 감성을 공감해줄 만한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답답함과 약간의 외로움 그러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평생 동안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할 것 같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아내는, 나 역시 아내를 가장 잘 알기에, 이런 나의 감성을 감정적으로는 이해해주지만, 감성적으로는 이해하긴 힘들다. 그러기에 그녀는 너무 밝다. 그리고 너무 행복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올 모양이다. 그리고 이번 주는 우연히도 아무런 모임이 없다. 독서 모임은 6주째 다른 활동으로 인해 중단 중이고, 따로 하고 있던 모임도 이번 주는 쉬기로 했다. 그나마 불규칙적으로 만나던 분들도 이번 주 만남이 취소되었다.

 

그래도 신기한 변화는, 별로 그런 것들이 신경이 많이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몇 달 동안 나에게 일어난 변화인 것 같다. 물론 내가 변한 것은 아니다. 그냥 예전에 비해서 사람들을 좀 더 자주 만나다 보니, 사람에 대한 욕구가 좀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서 다행이긴 하다. 예전 같으면 이런 날이 지속되면 우울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우울해졌을 것이다.

 

그나마 수영은 계속 하니까 아예 아무런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회사 일도 조금 있을 듯 하다. 그래서 이래저래 시간은 갈 것 같다.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목적이 되어 버린 삶인데이런 삶이 그다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좋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내가 점점 비어가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발 좀 그랬으면 좋겠다.

 

그나마 마음이 가라앉으니 많은 것들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쉽다. 갈등이 줄어들고 괜한 마음 걱정도 줄어든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수동적인 삶인데도 불구하고 그렇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행복하게 살만하다. 그래도 이런 날 나와 같은 것을 느낀 누군가에게 짧은 문자라도 한 통 왔으면 좋겠다.

 

오늘은 영월이 그립다. 그리고 누군가 이런 감성을 온전히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립다. 하지만 이 둘 모두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내일이면 사라져버리고 그 기억도 잘 남지 않을 감성이지만, 오늘만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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