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나는 사람으로써 관심 받고 싶다

아이루다 2017. 3. 24. 06:30

  

나는 사람으로써 관심 받고 싶다.

 

내가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에 사는지, 몇 살인지직업이 무엇인지, 무엇을 잘 하는지 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관심 받고 싶다.

 

한 달 전 어디를 갔다 왔고, 어제 무엇을 먹었으며, 내일 무엇을 살 것이고한 달 후 어디로 여행을 떠나 것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나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사는지 궁금해서 나를 만났으면 좋겠다.

 

물론 가끔 TV 속 드라마나 최근에 읽은 재미있는 소설 책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다. 그런데 그것만을 듣는 것은 힘들다.

 

내가 새로 옷을 샀는지, 내가 언제 머리를 깎았는지, 내가 살이 쪘는지, 내가 말랐는지, 내가 고민이 있어 보이는지, 내가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전혀 몰라봐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그저 사람으로써 관심 받고 싶다.

 

나는 누군가의 호기심의 대상이고 싶다.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 사람이고 싶다. 내가 흔해빠진 모습으로 아무리 뻔한 말들을 늘어 놓아도, 그 안에 숨겨진 무엇인가 나만의 것이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그것이 알고 싶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누군가 나를 지긋이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비난이나 혐오도 아닌 그리고 동경이나 호의도 아닌, 그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사람인지라 그러지 않기는 쉽지 않지만, 나는 뻔하게 분류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밝게 웃는 모습 뒤에 숨겨진 나도 모르는 슬픔을, 수줍게 미소 짓는 모습 뒤에 숨겨진 내면의 욕구를, 불안한 표정으로 억지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 뒤에 표현되지 못한 불만을, 무표정한 모습 뒤에 숨겨진 불안함을 발견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더라도 말이다.

 

내가 잘 생겼거나 혹은 못생겼거나, 내가 말을 잘하거나 혹은 어눌하거나, 내가 재미있거나 혹은 지루하거나, 내가 가진 것이 많거나 혹은 부족해 보여서가 아니라, 그저 같은 사람이기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누가 봐도 쉽게 눈에 띄는 화려한 꽃은 아니라 작고 잘 보이지도 않는 들꽃이라도 자세히 보면 모두들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듯, 나 역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음을 관심 받고 싶다.

 

하지만 나의 바램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나에게 무관심하다. 아니 관심이 있긴 하지만 그 관심은 그저 그 자신을 위한 관심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 만을 가지고 나를 바라본다.

 

그래서 사람들의 나에 대한 관심은 나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길가에 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꽃이라고 해도 누군가 진심으로 바라봐준다면 그 꽃은 더 이상 눈이 보이지 않는 작은 꽃이 아니다. 이렇듯 세상의 모든 것들은 서로 바라봐주면서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잊은 지 이미 오래 되었다. 하지만 잊었다고 해서 진리가 진리가 아닌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세상에서 누구도 의미를 가질 수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필요한 사람인지를 판단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자신이 얼마나 필요하고, 상대가 얼마나 필요할지 여부만 끝없이 살핀다.

 

하지만 사람들의 희망과 달리 필요와 의미는 전혀 다르다.

 


화장실의 휴지는 어떤 것보다도 필요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집에 불이 날 때 화장실의 휴지를 들고 나오지 않는다. 지갑 속에 들어 있는 낡고 오래된 사진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이 나면 그것을 들고 나오려고 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휴지가 아니라 지갑 속에 든 오래되고 빛 바랜 사진이고 싶다. 나는 필요한 존재가 아닌 의미 있는 존재이고 싶다.

 

빠른 세상이다. 무엇인가에 지긋이 바라 볼 여유가 없는 세상이다. 자극이 넘치고 쉼 없이 많은 대화가 들려오는 세상이다.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가고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한 사람을 위해 낼 수 있는 시간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사람들은 그것이 의미가 생겨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자신이 세상에 의미를 가진다고 여긴다.

 

하지만 슬프게도 현실은 반대가 된다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의 의미는 분산되고 희미해질 수 밖에 없다결국 사람들은 점점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불안해진다. 그러니 자신도 모르게 의미를 가지려고 애쓰게 된다. 자기를 증명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서로를 바라봐주지 않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그저 얼마나 필요한 사람인지 여부일 뿐이다.

 

그래서 각자가 평생 동안 추구하는 의미는 영원히 채울 수 없는 밑 빠진 항아리와 같다.

 

사람들은 점점 더 서로를 바라보는 것을 잊어먹고 있다. 앞으로의 세상은 더욱 심할 것이다.

 

나는  그저 사람으로써 관심 받고 싶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람으로써 관심 갖는 지혜로운 존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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