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2016년을 마무리하며

아이루다 2016. 12. 28. 06:28

 

오늘이 28. 아직은 어둠 속이다. 밖에 나가서 밤하늘을 보니 별이 가득 이다. 예전 같으면 별 사진 찍는다고 한참 법석일 텐데, 카메라가 고장 난 후로 벌써 1년째 중단 중이다.

 

사실 천문 장비가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으니, 자의 반 타의 반이 된 셈이기도 하다.

 

어제는 영월 집 보상 관련 계약이 있어서 영월에 내려왔다. 그리고 어제 하루를 자고 지금 깨었다. 평소보다 좀 일찍 깼는데 다시 잠이 오질 않아서 그냥 일어났다.

 

지금은 커피를 내리려고 물을 끓이고 있는 중이다.

 

올해는 이제 며칠 안 남았다. 개인적으로 참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였는데, 또 이렇게 끝나간다. 그런데 사실 올해만큼 한 해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해도 없었던 것 같다.

 

올해 봄에는 결혼식이 있었다. 사실 결혼식은 좋은 것이긴 하지만 많이 귀찮은 일이기도 했다. 그나마 신혼 여행은 참 좋았다.

 

그 후로는 한참 별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9월쯤 하던 일 일부가 줄어들면서 수입도 줄어 들었다. 대신 시간이 많이 남는 삶이 계속 진행 중이다.

 

수입 부분은 어차피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상황이라서 큰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요즘은 낮 시간 동안에 일주일 중 하루 출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집에 혼자 보내고 있다.

 

그것 때문에 독서 모임도 참석하고 수영 강습도 끊어서 다니고 있는데, 현재는 독서 모임은 거의 끊었다. 일반 사람들과의 정서적 교류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신 수영은 재미있게 다니고 있다. 이 역시도 일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지만, 정서적 교류가 없다는 점이 좋다. 그저 웃고 떠들 뿐이다. 그것이 좋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세상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뭔가 극복하기 힘든 벽이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진지한 대화를 하더라도 결국 겉도는 느낌이 강하고, 그런 대화를 반복하다 보면 많이 지친다.

 

어떤 면에서 정말로 진지한 사람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국 다들 자기 얘기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나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이야기 하는 것은 끝없는 소모 현상을 일으킨다. 이것이 나를 지치게 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나의 문제이다. 원래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그냥 흘려야 한다. 혹은 설령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듣더라도 그것은 그 순간의 집중으로 끝내야 한다.

 

또한 상대가 제대로 듣든지 말든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얘기해야 한다. 이것에 보통 사람들의 현명한 대화법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믿는 것과 달리 원래 서로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상대의 이야기를 너무 진지하게 듣고, 나의 이야기를 너무 진지하게 하게 되면 서로간의 대화에 큰 문제가 생긴다. 내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대화는 그저 감정의 배설로써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배설은 그저 버리고 끝나야 한다. 그것을 간직하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비난의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사람의 본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그 모습에서 한치도 벗어남이 없다. 단지 나는 그러고 있는 나의 모습을 대화 속에서 실시간으로 인식한다는 점만이 다르다. 그러니 내가 배설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멈출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독서 모임을 간접 경험하면서 이것을 제대로 이해한 것은 수확이다 싶다. 왜냐하면 나는 이후로 누군가와 정서적 교류를 할 생각을 완전히 접었기 때문이다. 이 후로 이 세상은 그저 나의 객관적 대상으로만 존재할 것이다. 그 정도 거리가 좋다.

 

수영 모임이 그래서 딱 좋은 것 같다. 너무 같이 놀자고 해서 좀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수영을 하면서 느낀 재미있는 심리 현상도 하나 있는데, 그것은 나중에 따로 한 번 정리할 생각이다. 사람은 참 흥미로운 존재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10월에는 영월 집 토지 수용 관련한 일들이 이어졌다. 이 과정이 좀 피곤한 일이었는데, 어제 최종 계약을 함으로써 대충 중요한 문제는 거의 해결이 되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관련된 세금을 처리하는 일이랑 내년에 4 30일까지 이 집을 비워주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있었던 일은 서울 집 이사이다. 나는 원래 전세를 사는데 4년간 살았던 집 주인이 이번에 월세로 전환한다고 해서 이사를 해야 했다. 이사는 꽤나 피곤한 일이다.

 

그래도 다행이 큰 문제 없이 지난 12 7일 이사를 마쳤다. 이것도 꽤나 홀가분하다. 2년 후에 또 이사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길 바랄 뿐이다.

 

올해 나는 결혼, , 직장 세 가지 모두 뭔가 일이 생겼다. 사실 이 세 개에 아이를 더하면 바로 우리 삶이라고 정의해도 될 만큼 중요한 것들이다. 그러니 내가 올해를 다사다난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영월 하늘에서 비행기가 계속 무늬를 그리면서 돌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연말이라서 그런지 이런 저런 일들이 많다. 오늘 저녁엔 대학 동창 모임이 있고, 내일 저녁에 출판사 사장님과 저녁 약속이 잡혔다. 아내도 연말에 일도 밀리고 모임도 있어서 계속 바쁘다.

 

금요일에는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일산 쪽으로 밥을 먹으로 갈 생각이다. 그리고 오후에 다시 영월에 올 계획이다. 그리고 좀 쉬어야겠다. 이것이 끝나고 나면 2016년은 끝이다. 2017년도가 시작된다.

 

올해는 고구마 농사가 참 잘되어서 아직도 구워먹을 고구마가 한가득이다. 어제도 저녁엔 고구마 큰 거 하나 구워서 먹었는데, 그것만으로 저녁이 해결되었다.

 

오늘은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돌아가신 매형의 딸, 조카 다은이의 이사를 도와주러 수원에 잠깐 들릴 것이다. 그리고 오후에 수영을 갔다가 저녁에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 간만에 참 바쁜 날이다.

 

원래 바쁘면 좋아야 하는데, 조금 귀찮기도 하다. 내가 너무 혼자 지내는 삶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어쩔 수는 없다. 거의 매일을 그렇게 보내야 하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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