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불행의 비용

아이루다 2017. 8. 31. 08:28

 

사람들은 언제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 그런데 행복 하려면 비용이 든다. 여기에서 비용은 단지 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아끼고 싶어하는 모든 것이다. 일반적으로 돈, 시간, 에너지이다. 에너지는 노력이란 말로 대체가 가능한데, 아무튼 무엇인가 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모든 행동을 의미한다.

 

어떤 면에서 행복한 삶이란 이 비용을 얼마나 적게 들여서 얼마나 많은 행복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로써 결정되기도 한다. , 최소 비용을 최대한의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로 좋다는 뜻이다.

 

사람들마다 가진 돈, 시간, 에너지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특히 시간이나 에너지는 모두 비슷한 조건이라고 해도 돈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욱 더 돈에 얽매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돈 역시도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때는 이 비용들을 들일 대상, 즉 무엇을 해야 행복할 수 있을 지가 가장 중요해진다.

 

아무튼 사람들은 모두 각자마다 지불할 수 있는 비용에 한계가 있기에, 그것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결국 원하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이것은 간과되기도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조건이다.

 

사람들은 돈을 너무 우선시하는 까닭에 돈을 절약하려고 시간을 낭비하거나 과도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천원이라도 싼 것을 사려고 한 시간을 넘게 이동하는 것이 그런 예이다. 돈은 명확한데, 시간이나 노력은 불명확하게 계산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사람들이 시간이 가장 많이 남는 자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가 한가지 잊고 있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불행의 비용이다.

 

이것은 불신의 비용과 비슷한데, 예를 들어서 두 사람이 완전히 신뢰를 할 수 있는 사이라면, 돈을 빌릴 때 아무런 문서를 남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믿을 수 없는 사이라면, 문서를 써야 하고 어쩌면 공증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혹은 보험을 들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나 많은 서류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서로를 불신하기에 남들과 뭔가를 하려면 각종 증명서, 계약서 등등이 필요하다. 이것은 모두 불신으로 인해 필요한 것들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각 집에 달려 있는 열쇠들도 모두 불신의 비용이다. 도둑이 들어오니 문을 잠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문을 열 때마다 귀찮다. 이것도 비용이다.

 

경찰이나 법원의 존재 자체도 불신의 비용이다. 모두가 서로를 완벽히 믿을 수 있다면, 그런 것이 왜 필요하겠는가? 서로 믿지 못하니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회의 신뢰의 정도는 그 사회의 발전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 신뢰도가 높은 사회일수록 그 사회는 더 발전된 사회라는 뜻이다.

 

불행의 비용도 이 불신의 비용과 비슷하다. , 불행하기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행복했으면 결코 필요하지 않을 비용이 불행하기에 훨씬 더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불행한 사람은 더욱 더 힘들게 행복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비용이 더 들었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더 낮다.

 

행복한 사람은 이미 행복하기에 뭔가를 할 때 그다지 어렵게 결정하지 않는다. 그냥 현재의 행복을 유지할 수준이면 된다. 그래서 여행을 떠날 때도 그냥 편하게 가기 쉬운 곳을 가려고 하게 된다.

 

반면에 불행한 사람은 행복해져야 한다는 꼭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다. 그래서 뭔가 목표를 정했다면,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또한 그것을 경험할 때, 꼭 행복해야 한다. 그래서 여행을 할라치면, 여행지를 정할 때부터 신중히 골라야 한다.

 

적어도 가면 행복한 곳이어야 한다. 이 조건이 여행지를 선택할 때 반드시 나름대로 보장이 된 곳을 고르게 만든다. 하지만 보통 그럴 경우 비용이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당연하다. 행복한 곳일수록 보통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더해서 여행 준비 과정 자체도 힘들다.

 

최대한 완벽히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의 코스나 가서 방문해야 할 곳들, 먹어야 하는 것들, 꼭 경험해봐야 하는 것들을 다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물론 이것을 기대에 가득 차 즐기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준비한 만큼 정말로 행복한 여행을 하게 된다.

 

문제는 비용이다. 그런 행복엔 어쩔 수 없이 과도한 돈, 시간, 에너지가 투자된다. 그래서 여행을 하고 오면 진이 빠져버린다. 그래서 여행을 준비하고, 여행을 하는 중에는 매우 행복하지만, 갔다 온 후에는 일종의 우울증을 겪을 수도 있다.

 

불행한 사람들은 행복을 경험할 때 언제나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다. 한번이라도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스트레스이다.

 

이런 특징은 친구가 많은 사람과 친구가 몇 안 되는 사람들의 차이와 같다. 친구가 많은 사람은 한 친구와 약속이 깨지면 바로 다른 친구와 약속을 잡으면 된다. 하지만 친구가 적은 사람은 한 친구와의 약속이 깨지게 되면, 그것으로 인해서 하루를 망쳐버릴 수도 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서 불행은 조바심을 낳게 된다. 그래서 결국 집착과 중독을 불러온다. , 뭔가 행복 하려고 하는 일을 할 때면, 반드시 행복해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집착이 생겨나고, 한가지 행복한 일이 생기면 그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려고 하기에 중독이 발생한다.

 

이것 역시도 모두 비용이 크게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 결국 불행이 가져오는 비용이다.

 

똑같은 상황에 놓여도 행복한 사람은 훨씬 적은 비용에 행복을 경험하지만, 불행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배가 고플 때 행복한 사람은 그냥 아무 것이나 먹어도 되지만, 불행한 사람은 꼭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한다. 쇼핑을 가면 행복한 사람은 대충 맞는 옷을 입으면 되지만, 불행한 사람은 꼭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골라서 입어야 한다. 행복한 사람은 손해를 봐도 대충 넘어갈 수 있지만, 불행한 사람은 그것을 따져서 꼭 손해를 만회해야 한다.

 

행복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별로 관심도 없고 신경도 안 쓰지만, 불행한 사람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보면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하거나 그로 인해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과 다른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나 혹은 자신의 행복을 반대하는 사람들일 상황이 많다. ,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그것을 그냥 넘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과도하게 남의 생각에 신경을 쓴다. 그러다가 심하면 싸운다.

 

사람들이 정치 이야기를 하면 꼭 싸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상대에게 인정받지 못하니 싸울 수 밖에 없다. 정치에 관한 논쟁은 단순히 정치에 관한 논쟁이 아니다. 그것은 가치관과 가치관의 대결이라서 결코 한쪽이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불행한 사람들이 행복 하려고 할 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사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도둑이 많으면 돈을 들여서 자물쇠를 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조금씩 행복해지면 비용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그로 인해서 나타나는 부작용들이다. 이미 설명했듯이 집착, 중독 그리고 가치 충돌 등이 바로 그런 것이다. 자신이 누리는 몇 안 되는 행복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중독 그리고 그 행복들에 필요 이상으로 가치를 부여해야 타인의 행복과 구분을 짓고 차별을 두려고 한다. 이 역시도 일종의 가치관과 가치관의 대립이 되기에 정치 논쟁처럼 과도한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해서 누구 어떤 종류의 행복을 추구하냐는 전혀 차이가 없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비용과 위험성이다.

 

불륜의 행복이나 화목한 가정의 행복이나 똑같다는 말이다. 단지 문제는 불륜은 위험하고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먼가 더 비싼 것도 먹어야 하고 모텔도 가야 하니 당연하다. 마약을 하는 행복이나 열심히 운동을 하는 행복도 똑같다. 문제는 마약이 지극히 위험하고 중독성이 있기에 돈이 많이 든다.

 

이것은 결코 가치의 문제가 아닌, 비용과 위험성의 문제이다. 그런데 불행한 사람들이 행복 하려고 할 때 치러야 하는 것들 중에서 집착과 중독은 비용과 위험성을 대폭 높이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이것이 결국엔 또 다른 불행을 가져오고 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불행한 사람은 그냥 손가락이나 빨면서 불행하게 살아야 할까? 당연히 아니다.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단지 그 행복을 추구할 때 비용과 위험성을 잘 고려해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 갈수록 더 큰 행복을 얻을 수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로 인해서 행복을 누릴 기회가 줄어들고 그런 과도한 비용으로 인한 가치가 발생해서 결국엔 집착과 중독이라는 위험성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적은 비용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큰 행복과 큰 비용이 드는 행복을 가끔 경험하는 것보다 더 작은 행복과 더 작은 비용이 드는 것을 자주 경험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작게 자주 반복하는 행복을 추구하게 될 때, 조금씩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결국 행복한 사람이 되면 이제는 훨씬 적은 비용에 더 많은 행복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은 결코 단번에 행복해질 수 없다. 물론 광고는, 책은,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뭔가를 사거나 경험하면 금세 행복해질 것처럼 군다. 하지만 이것은 완벽히 거짓말이다. 행복은 순환구조이다. 그래서 점점 가속도가 붙은 것이지, 처음부터 최대 속도로 달릴 수 없다.

 

행복은 수 많은 시간을 통해 천천히 변하는 과정이다. 수 년이 걸릴 수도 있고,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니 마음을 조급하게 먹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의 SNS를 보고 조급해져서는 당장 자신도 그것을 하고 싶어해서는 안 된다. 급하게 진행되는 모든 것은 고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을 견뎌낼 인내심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당장 더 큰 행복을 얻고자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차에는 경제 속도라는 것이 있다. 에너지 효율이 가장 좋은 속도인 것이다. 그래서 고속도로의 경우, 시속 100km 정도를 달리면 에너지 효율이 좋다. 그런데 150km로 올리면 속도는 50% 증가하지만, 기름의 소비량은 100% 증가를 한다. ,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과속으로 걸릴 수도 있고, 사고가 날 위험도 증가한다.

 

위험 여부는 고사하고, 시간당 50km를 더 빠르게 가려고 기름을 두 배를 더 쓴다는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서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아주 불필요한 낭비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불행한 순간이 올 때마다 그것을 최대한 빠르게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래서 속도를 많이 올린다. 시간, , 에너지를 다 쏟아서 행복해지려고 한다. 물론 행복해지긴 한다. 50%만큼이라도 행복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소비해야 할 비용이 100% 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당장은 문제가 아니지만, 삶은 그렇게 단거리 경쟁이 아니다. 평생을 달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엔 더 빨리 기름이 떨어져서 더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지금 현재가 행복하지 않다면, 당장 필요한 것은 고비용으로 큰 행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저비용으로 작은 행복을 최대한 많이 경험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의 행복을 기억한다. 사실상 흙만 가지고 놀아도 재미있었던 우리들이다. 아이들의 행복만큼 저비용의 행복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 그런 시절을 경험했다. 그러니 꼭 어딘가 아주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뭔가 비싼 것을 먹지 않아도, 남들이 하기 힘든 행복을 경험하지 않아도, 어려운 것을 해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이 세상에 꼭 경험해봐야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꼭 먹어야 하는 것도 없다. 꼭 가봐야 하는 것도 없다. 꼭 사야 하는 것도 없다. 세상에 그렇게 중요한 것은 없다. 뭔가 중요해야 한다면 그저 그것은 각자의 행복이다.

 

그것을 제대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하는 것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갖지 않도록 절실히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남들이 하라고 시키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하면 비록 행복할 수는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비용이 많이 지출되면 결국 행복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서, 행복하기 보다는 불행한 삶을 살기가 쉽다.

 

어떤 선택을 하든 각자의 자유이지만, 지금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면 자신이 누리는 행복에 대해서 너무도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정말로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행복한 삶을 위해서 해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위시 리스트, 살면서 해봐야 할 것들, 이것들은 모두 가짜다. 왜 그런 것들 보고 만들어서 스스로 불필요하게 고비용을 지불하는가?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행복하다. 순간을 사는 사람이 행복하다. 그러니 과거를 추억하면서도 행복해 하지 말고, 미래를 계획하면서도 행복해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그저 과거를 통해 지혜를 배우고, 미래를 제대로 계획해야 하는, 사실상 먹고 사는 일에 한정되어야 한다먹고 사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모두 고려해야 하지만, 행복은 늘 현재에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모두 먹고 사는 것에 너무 집착해서 행복조차도 그렇게 경험하려고 한다. 이 점이 우리들이 가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이다. 그리고 비용을 언제나 돈으로만 환산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이다.

 

사실 뭔가 중요해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시간이어야 한다. 돈이야 운이 좋다면 벌 수 있지만, 시간은 결코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그러니 그 무엇보다도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