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문제가 문제임을 인식하는 순간

아이루다 2017. 8. 9. 09:32

 

사람들은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문제 속에 노출이 된다. 가능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이 사는 것이 가장 좋긴 하겠지만, 그 어떤 사람도 인생 전체의 기간 동안, 문제라고 부를만한 일이 없는 경우는 존재할 수 없다.

 

이것에 대해서 조금 과장해서 말을 하면, 삶은 문제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과정이고 또한 주어진 문제를 최선을 다해서 해결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자신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은 무엇일까?

 

문제의 해결책에 도움이 될만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는 것?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그 원인을 찾는 것?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 나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

 

딱히 정답이 없이, 이것들은 각자 다들 중요하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문제가 문제인 것을 아는 것' 이다.

 

이 말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많은 문제들의 해결이 실패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문제가 문제인 것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음에도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그 문제가 원인이 되어서 파생되는 수 많은 다른 문제들에 사로잡혀,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할 생각도 않은 채, 곁가지 문제들만 단편적으로 해결하게 된다.

 

어떤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경우, 그것으로 인해서 수 많은 종류의 확장된 문제들이 발생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사람의 몸에 면역력이 부족하면, 수 많은 종류의 병에 걸리는 것과 같다. 당뇨병에 걸리면 수 많은 합병증이 온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으면, 그로 인해서 본노, 짜증, 질투 등의 나쁜 감정에 아주 자주 노출이 된다.


사실 많은 문제들은 공통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원천적인 문제로부터 발생한 파생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그 개수도 너무 많고, 사실상 모두 해결하기가 힘들고, 기껏해서 해결해 봐야 임시적 해결책일 뿐이다.

 

그런 상황이니, 자신의 문제의 진짜 원인이 도대체 무엇일까를 인식해 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로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 문제가 문제인 줄 아는 순간, 자신 앞에 있는 수 많은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문제가 문제인 줄 아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나 그 문제 안에서 빠져서 허덕이고 있을 때는 객관적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지엽적인 문제에 억매이고 만다.

 

어떤 사람이 최근에 식욕이 떨어지고, 잠을 잘 못 자며, 체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쉽게 피곤함을 느낀다고 해보자. 그래서 이 사람은 그나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약간 억지로라도 먹고 그리고 운동을 시작했다고 치자.

 


물론 이것은 자신이 느낀 증상들을 완화 시킬 수 있는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사실 이 사람이 암에 걸린 상태였다고 가정해보자. 방금 얘기한 노력들이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오히려 과도한 에너지를 투입함으로써 암세포를 더 빠르게 키우는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자신의 진짜 문제가 암이었다는 점을 모르고,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식욕부진, 불면증, 체중감소, 만성피로를 각자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일어난 불행이다.

 

이런 결과는 육체적인 문제들뿐만이 아니다. 아니, 사실 육체적인 문제들은 돈만 내면 어디에서든 객관적인 진단을 해준다. 병원이 바로 그런 곳이다. 얼마나 병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내느냐는 둘째치고, 아무튼 본인이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영역을 제 삼자인 의사가 객관적으로 진단해준다. 그러니 그나마 쉽다.

 

진짜 문제는 정신적인 영역에서 일어난다. 왜냐하면 육체적 문제와 달리 그것을 객관적으로 진단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불행함으로 인해서 생겨난 문제들은, 스스로 인식하기가 너무도 힘들다.

 

어떤 사람이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갔다. 너무 좋고 신나서 하루하루가 너무도 소중하다. 그래서 아침 새벽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정말로 열심히 보고 듣고 즐겼다. 그런데 그렇다 보니 삼 일째 되는 날, 결국 무리한 활동으로 인해서 몸에 문제가 생겼다. 심한 감기에 걸린 것이다.

 

그나마 비상 약을 챙겨가서 먹긴 했지만, 아무래도 무리해서 밖에 돌아다닐 수는 없게 되었다. 그러자 이 사람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너무도 아까웠다. 하루하루가 소중한데, 이렇게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너무도 억울하고 슬펐다.

 

이 사람의 경우, 진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허약한 몸이었을까? 아니면 너무 신나서 자신의 체력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 것일까? , 이 둘 모두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람이 진짜 문제는 바로, 국내에 있을 때의 불행함이다. 혹은 지루함이나 우울함이다.

 

이 사람이 해외에 나갔을 때 왜 그렇게 아플 정도로 무리해서 돌아다녔을까? 그것은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국내의 삶이 그만큼 불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에 나가니 그렇게 좋은 것이다.

 

오랜만에 여행을 가면 그저  신나고 즐거우면 되는데, 그리고 혹시라도 아프면 숙소에서 책을 읽거나 간단히 주변 산책을 하면서 즐기면 되는데, 그렇게 시간을 보낼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러기엔 너무 아쉽고 아깝다.

 

이것은 마치 휴가를 나온 군인이 매일 하루하루가 가는 것이 아쉬운 것과 같다. 군대라는 조직 내에서 삶이 불행했기에, 휴가가 끝나가는 것이 너무 싫은 것이다.

 

반면에 국내에서 삶이 충분히 행복했고, 해외여행을 갔을 때도 좋았던 사람은 하루하루가 좋긴 하지만, 하루가 가는 것이 아깝거나 혹은 돌아갈 날을 생각하면 우울해지기까지는 않는다. 오히려 돌아가면 잠시 못 본 친구들을 만나 신나게 여행 얘기를 할 생각에 기분이 더 좋아질 수도 있다.

 

그러니 여행에 가서 하루하루가 너무 아까워서 참을 수 없다는 말은, 결국 본인의 진짜 문제가 바로 국내에서의 불행함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허약함 몸 문제도 아니고, 너무 적극적인 태도도 아니며, 체력 조절 실패도 아니다.

 

자신의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국내의 삶이 지루해서 우울해진 것이다. 그래서 만약 해외에 나가서 자신이 충만해졌다고 느꼈다면, 국내에서 오히려 매일 소진되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 부분을 아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왜냐하면 여기에서 우리가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자신의 문제를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들은 그 문제가 잠시나 해결되었을 때, 그러니까 보통은 임시적으로 행복해졌을 때 눈에 확연하게 도드라진다.

 


문제점이 검은 색이라고 치면, 평소의 삶이 진한 회색일 때는 거의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갑자기 삶이 밝은 흰색으로 잠시 변했다면, 그때 검은색은 너무도 확실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이때 그 문제점을 볼 수 있다.

 

특히 사람의 감정 중에서 지루함이나 외로움과 같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감정들은 쉽게 인식하기가 힘든데, 뭔가 우연히 신나고 즐거운 경험을 하고 나면 그것이 명확히 드러난다. 그런 경험을 또 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느끼거나, 혹은 그런 경험을 하려고 한 계획이 틀어졌을 경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실망하거나 화가 난다면, 바로 자신이 그런 상태임을 스스로 인식 가능하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경우 그런 상황이 되면, 자신이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고 느끼거나 혹은 자신의 계획을 틀어지게 만든 원인에 대한 비난으로 대부분의 해결책을 찾는다.

 

그렇지만 진짜로 알아야 할 점은, 집착과 중독은 불행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란 점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결코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한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도대체 집중하고 싶어서 하질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오히려 자신이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실로 인해서 고민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를 하게 되면 도대체 뭔가를 이루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으로 태어나 뭔가를 이룬 사람들의 대부분은 바로 자신의 불행함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람에게 원래 행복할 기회를 포기하기란 너무도 힘들다. 아무리 공부가 좋다고 하는 사람도 친구들과 신나게 놀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냥 논다. 단지 노는 것이 그다지 즐겁지 않거나친구들과 노는 것을 잘 못해서 상처를 받게 되면 그때 공부를 할 뿐이다그리고 설령 잘 논다고 해도 결국엔 그것도 질리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바뀔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부를 좋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 시키니까 한다.

 

평소의 삶은 별로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어떤 장소에서 한 남자나 한 여자를 만났을 때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경험을 한 유부녀나 유부남도 마찬가지다.

 

만약 그런 경험을 했다면상대가 아주 대단히 매력적인 사람이라서 강력한 끌림을 느낀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자신이 이미 부부 생활에서 많은 권태를 느끼고 있었던 점을 의미할 뿐이다그저 본인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진짜로 대단히 매력적인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 정도로 매력적인 사람을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

 

아무튼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해결책을 찾을까그것은 바로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숨기는 해결책을 찾는다. 이것이 과연 제대로 된 해결책일까? 열이 나면 열을 내리는 약만 먹으면 될까?

 

이것도 문제의 곁가지만을 해결하려는 태도이다. 진짜 문제는 자신이 남편이나 아내에게 권태를 느끼고 있었다는 점이지, 다른 남자나 여자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당장 자신에게 일어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자신이 호감을 느낀 대상을 피하려고 하거나, 최대한 감정을 숨기려고만 한다. 이것이 과연 해결이 될까? , 운이 좋아서 혼자만 감정을 느끼다가 끝나면 상관없지만, 그 상대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채고 접근해 오면 그것을 거부할 수 있을까?

 

원래 가족의 삶에 만족하고, 그 안에서 충분히 행복한 부부는 외부의 다른 매력적인 이성을 봐도 그저 좋다는 느낌만 받을 뿐, 급격한 마음 쏠림이 일어나지 않는다. 불륜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를 알고 있기에 그렇다. 그래서 약간의 호감의 감정이 생길지는 몰라도, 더 이상 진행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미 권태를 느끼고 있었던 부부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결국 기회만 생기면불륜이 시작되게 된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하기 힘든 문제점 중에서 정말로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바로 '지루함' 이다. 자신이 얼마나 삶을 지루해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쁘기 때문이다. 매일 바쁘니 자신의 삶이 지루하다고는 상상도 못한다. 언제나 시간이 모자라서 죽을 지경인데, 삶이 지루하다는 것이 말이 될까?

 


그런데 진짜로 말이 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지겹고, 가정 일을 하면서도 지겹고, 아이들에게 매일 밥을 해서 먹이는 것도 지겹고, 아내나 남편과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도 지겹고, TV도 지겹고, 친구들 만나서 하는 뻔한 이야기들도 지겨울 수 있다.

 

정확히 말해서, 바쁜 것과 지겨운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바쁘면 지겹지 않다고 '생각' 한다. 그래서 불행한 삶의 대부분의 원인이 되는, 지겨움에 관한 문제를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러니 자신의 삶 앞에서 나타나는 수 많은 문제들을 모두 개별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것과 같다. 이런 임시적 해결책은 단기간의 효과만을 가진 채 금세 사라지고 만다.

 

외롭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사귀어야 하고, 믿을만한 사람과 신뢰 있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 지루하다면 하고 싶은 일들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하고,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해주는 것들을 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다른 대안은 거의 없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만나든, 신뢰 있는 관계를 맺든, 하고 싶은 것을 하든, 가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든, 그것은 모두 외로움과 지루함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해결책이 아니라자신의 정체성이라고 믿기 시작하면 결국 또 다시 문제가 문제인 것을 망각한 상황이 되어 버리고 만다.

 

문제가 문제인 줄을 알아야 해결책을 찾는데, 그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로 그것을 원해서 한다고 믿는 순간진짜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것이 된다. 해결책이 더 이상 해결책이 아니니, 문제도 또한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것이 되는 것이다.

 

외로워서 친구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친구가 좋아서 만난다고 믿게 된다. 그러다가 또 다른 친구를 만나서 더 즐거우면 원래 친구를 안 만나게 된다. 더 좋아하는 친구가 생겼으니 당연하다. 이로써 외로움의 문제는 숨겨진다.

 

지루해서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라, 해외여행이 너무도 좋아서 간다고 믿게 된다. 그러면 해외여행에 갔을 때 감기라도 걸리게 되면, 미칠듯한 심정이 된다작은 불운에도 아주 크게 흔들리게 된다. 이로 인해서 지루함의 문제는 숨겨진다.

 

그것이 무엇이든, 현재 무엇인가에 대해 집착 수준의 강한 욕망을 느끼고 있다면, 그만큼 자신의 삶에 문제가 있음을 주의 깊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바로 그 순간이 자신이 가진 진정한 문제가 밖으로 명확히 드러나는 순간이니까 말이다.

 

그 대상이 돈이든, 여행이든, 관계든, 운동이든, 취미생활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그것들은 모두 휴가를 나온 군인에게 있어서 하루하루 지나가는 휴가와 같다.

 

물론 문제가 문제인 것을 아는 것과,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문제가 문제인 것을 안다고 해서 그것을 당장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곁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자신이 가진 모든 것들을 다 소비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 부수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노력하느니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자주 화를 낸다고,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사람은 그저 행복하면 화가 덜 난다. 그러니 화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편이 훨씬 낫다. 괜히 화를 참다가,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은 사람을 만날 때 제일 행복하다. 그러니 가능하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다. 산이 좋아서 오르는 것이 아니고, 마라톤이 좋아서 뛰는 것이 아니고, 책이 좋아서 읽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그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산에 오르든, 마라톤을 하든, 책을 읽든 사람을 만나면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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