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지루함 다루기 - 1부

아이루다 2017. 7. 25. 08:59

 

 

며칠 전 쓴 글에서 두려움과 지루함에 대한 설명을 했었다.

(http://blog.daum.net/lunenstar/7640973)

 

이 글을 통해서 인간이 두려움과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결코 피할 수 없음을, 그래서 반드시 느낄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인간은 원래 생존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즉, 아플 때 두려움이 느껴져야 치료를 하기 때문이다. 지루함이 느껴져야 밖에 한 번이라도 더 나가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매우 다양해 보이지만, 사실 생각보다 단순한 패턴으로 반복된다. 그 과정은, 당장 눈 앞의 두려움이 느껴지면 정신 없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 해결이 된 후 어느 정도 편안해지다가 결국 지루함이 느껴져서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뭔가 미래에 도움이 될만한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반복한다.

 

이것을 정리를 해보자.

 

 

이 표 내용에 모든 경우에 다 맞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정도만 이해해도 두려움과 지루함에 대한 대부분의 진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정체를 알았으니, 제대로 된 해결책을 생각 해보자.

 

사실 사람들이 하는 많은 실수가 바로 여기에서 일어난다.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내면에서 느껴지는 두려움이나 지루함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해서 엉뚱한 해결책을 찾다가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결국 자신의 소중한 시간, 노력돈까지 불필요하게 낭비하게 한다. 잘못된 해결책을 적용했을 경우, 자신의 삶이 심하게 뒤틀리거나 혹은 망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심한 경우엔 죽을 수도 있다.

 

무의식은 생존을 하기 위해 두려움과 지루함을 느끼게 했는데, 오히려 그것 때문에 죽게 된 것이다. 이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이다. 지겨움을 벗어나기 위해서 두려움 상태에 놓이는 짓을 하기 때문이다. 위험한 장소, 위험한 놀이, 위험한 시도가 모두 그런 것이다.


지루함의 발생 조건이 안정된 상태이므로, 그것을 억지로 깨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두려움이 느껴지면서 지루함이 멀리 달아난다. 우리는 이런 상태를 흥분, 짜릿함, 두근거림 등으로 표현한다. 이런 감정들은 진짜 두려움이 아닌 가짜이지만, 효과는 제대로 먹는다. 하지만 그런 시도를 하다가 진짜로 다치거나 죽을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안정한 집에 있는 것이 최고일까? 이것도 당연히 아니다. 만약 집에만 있다가는 지루하다 못해 우울해져서 자살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뭔가 좋은 방법이 있을까?

 

일단 두려움에 관해서는 딱히 방법이 없다.

 

두려움은 당장 눈 앞에 있는 문제이기에, 그것을 해결하거나 혹은 해결 불가능하다면 그저 감당하는 수 밖에 없다. , 외면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그냥 두려움을 바라 보지 않는 것이다. 평소와 달리 속이 안 좋을 때, 병원에 가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좋아지길 기다리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은 그것이 맞다. 하지만 그러다가 병을 키울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루함은 두려움과는 달리 해결 가능성이 있다. 이미 설명했듯지루함은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을 가진 문제이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지루함은 완벽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이것은 분명히 단점이지만, 오히려 장점이 된다. 왜냐하면 선택이 가능해지기에 다양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면서도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이 꼭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그냥 지루함만 없앨 수 있다면 뭐든 가능하다이것은 정말로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도 지루함을 없애면서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매일 2시간씩 운동을 하던 사람과 매일 두 갑씩 담배를 피우던 사람 중에서, 운동하던 사람이 운동을 하러 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더 일찍 죽을 수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삶이다. 그러니 우리가 오늘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준비한다고 해서 또한 누구나 그것이 더 낫다고 공감해준다고 해서 그것이 미래에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지루함은 그것을 보는 관점에 따라서 생각만 바꿔 먹어도 어느 정도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또한 요즘 시대는 두려움의 시대가 아니라 지루함의 시대이다. 그러니 지루함만 제대로 다뤄도 행복한 삶을 사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으로 인해서 지루함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아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선택 가능하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다.

 

선택은 보통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출근길에 난 교통사고와 여행길에 난 교통사고는 같은 결과가 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차이가 난다. 선택을 통해 결정한 일이 잘못되게 되면 많은 후회와 미련이 남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안 좋은 결과가 반복되면 선택을 할 때마다 걱정이 미리 앞선다. 그러다 보니 나중엔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한 선택을 한다.

 

그래서 그런 말들을 많이 한다. '지금 안 하면 후회할 것이라고말이다. 그래서 정말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후회는 안 할지 모르지만, 좀처럼 행복하기는 힘들다.

 

이런 실수도 결국 지루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대응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고 느꼈다는 말은오히려 매우 지루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우리가 무엇을하든 사실 선택은 아니다. 선택이지만, 결국 할 수 밖에 없었던 선택인 것이다.

 

두려움으로 인해 시작되는 것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것은 바로 지루함으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자꾸 선택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것을 하고 싶어서 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하기야 누가 그러지 않겠는가?

 

그래서 자꾸 게으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 뭐라도 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본인이 지루함을 감당할 수 있다면, 하루 종일 집에서 뒹글거릴 수도 있다. 그것도 지루함을 극복하는 또 다른 선택 가능한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꼭 뭔가를 해야만 지루함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선택에 대한 걱정과 후회의 원인이 되는 선택의 결과는 우리의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선택을 하고, 그것을 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지루함만 없애거나 잊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성공한 것이다.

 

그러니 그다지 결과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다. 영화가 재미없었다면, 그저 다시 원래 지루한 상태로 되돌아 온 것뿐이다. 영화가 지루한 것이 아니라우리가 이미 지루한 상태였다. 재수없게도 영화가 그 지루함을 잊게 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 것뿐이다. 그러니 운 없게 그런 영화를 고른 것뿐이다.

 

그런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화를 내고, 추천해준 친구에게 화를 낼 필요가 없다.

 

그나마 이런 것들은 순간적이며 단기적인 지루함이다. 그런데 삶을 살다가 보면, 피할 수 없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주해야 할 지루함이 있다. 바로 삶 그 자체에 대한 지루함이다.

 

이 시기는 보통은 30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40대 후반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뭐 전혀 그런 시기가 없이 지나는 사람도 있기도 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렇게 삶이 지루해지는 시기가 오게 될까?

 

기본적으로 나이를 먹어서 그렇다. 젊은 시절에는 지루함을 느낄 이유가 별로 없다. 젊다는 것 자체가 이미 미래를 위해서 뭔가 준비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젊은 시절은 뭔가를 배우는 시기이며한 명의 독립된 인간으로써 시작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시기이다.

 

신체적으로도 몸은 그 어느 시기보다 활력이 넘치고,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들이 많기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젊다는 것 자체가 지루함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원래 지루함은 미래를 위해 뭔가 대비를 해야 한다고 무의식이 보내는 감정적 신호이다. 그런데 젊은 시절에는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시간이 거의 없다. 더군다나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시기라서 지루함은커녕 오히려 시간이 모자란다.

 

그러니 만약 젊은 시절에 삶의 지루함을 느꼈다면, 뭔가 큰 문제가 있는 상태이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그런 경우 가능하다면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게 되면서 상황 자체가 달라진다. 분명히 삶은 안정적으로 변하긴 하지만 결국 성장이 멈추고 고착화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때가 사람에 따라서 차이가 많이 나는데, 30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40대 후반, 아니 50대까지도 넘어간다.

 


사람들이 이런 시기를 겪는 시점의 차이는 매우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사회적 성공 여부, 하고 있는 일, 결혼 여부, 아이를 키우는 여부, 성격, 환경 등에 따라서 많은 편차가 난다. 아주 운 좋은 사람들은 이 시기가 없이 삶을 끝내기도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평생 동안 성장할 수는 없다.

 

또한 지루함이 한번이라도 느껴지기 시작하면, 이것은 평생 동안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 지루했다가 어느 정도 잊혀졌다가 다시 또 지루해지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이것이 장기화 되면, 사람 자체가 망가지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더 우울하고 수동적인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루함이 처음 다가왔을 때, 이것을 제대로 다뤄야 한다. 처음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사람의 삶은 이후 지루함에 눌려 삶 자체가 변형될 수 있다.

 

지루함을 대처하는 가장 중요한 생각의 변화는 바로 지루함의 '당연함' 에 대한 인정이다.

 

, 지루함은 결코 이상한 것도 아니고, 그것을 느낀다고 해서 자신의 삶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수 많은 설명을 했듯이 지루함은 생존을 해야 하는 인간의 필연적 운명이다. 만약 인간이 오늘 하루만 산다면 지루함은 전혀 느끼지 않을 것이다. 시한부 삶을 판정받은 사람에게 삶은 지루할 틈이 없다. 우리는 미래를 살아야 하기에 지루해진다.

 

그러니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삶이 지루하다고 느껴졌을 때, 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왜 삶이 이렇게 망가졌는지 따지거나 슬퍼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원래부터 망가진 것이 아니다. 그냥 그런 것이다.

 

그러니 나이를 먹어서 삶의 성장이 멈췄기에 그냥 올 것이 왔다고 여겨야 하는 것이 좋다. 이런 태도는 지루함으로부터 출발한 확대해석을 막아 준다. 그래서 지루함이 우울함으로 확대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한다. 사실 지루함이 우울함으로 발전되지만 않아도 큰 문제가 아니다.

  

지루함에 대한 당연함을 받아들이고 나면 다음으로 할 일은 바로 자신이 지루함을 왜 느끼는지 주의 깊게 판단해야 한다.

 

젊은 시절에는 항상 미래를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여겼다. 그래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가능하다면 많은 지식을 쌓으려고 노력하고,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했으며,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노력을 했다. 무엇을 하든 흥미가 있었고, 제대로 하고 나면 뿌듯한 기분이 느꼈다. 삶이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상황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이제는 모든 것은 반복되기 시작한다.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점점 정리된다. 누구나 그렇다. 남길 사람만 남기게 된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일보다는, 이미 아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점점 더 깊어진다. 그래서 가족이 더욱 더 중요해진다.

 

지식도 쌓을 만큼 쌓아서 별다른 흥미가 안 생긴다. 경험도 할만큼 해서 이제는 무한 반복이다. 직장은 이미 안정되어 있기에 더 이상 뭔가 새로운 일을 할 가능성은 없고, 무엇을 해도 젊은 시절만큼 뿌듯한 기분을 느끼기란 불가능하다.

 

이때가 바로 30대 초 중반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를 자연스럽게 뛰어 넘는다.

 

왜냐하면 그때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 때문이다. 결혼은 30대 초반의 지루함을 없애는 것에 매우 도움이 크다. 결혼 그 자체가 누군가 자신을 세상에서 최고의 남자, 최고의 여자로 인정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효기간은 길지 않다. 보통 3년이다.

 

아주 운이 좋아 매우 잘난 배우자를 만난 경우라면 이야기는 다르게 전개된다. 그럴 경우, 자신의 배우자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만으로도 평생 동안 지루함이 해결이 된다.물론 이런 운은 극소수만 경험한다.

 

그리고 그 3년의 유효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아이는 지루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아주 좋은 기회가 된다. 유효기간도 훨씬 길다. 아무리 짧아도 10년은 지속된다.

 

문제는, 아이를 키우는 것은 결코 지루함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특징이 결혼과 다르다. 아이는 결국 다른 존재이다. 아이의 성장은 부모를 행복하게 해줄지는 몰라도, 아이의 성장은 아이가 모두 가져가 버리고 만다. 그리고 결국 부모를 떠난다.

 

아이가 점점 독립을 하려고 할 때, 부모는 한쪽에 밀어 두었던 지루함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가 보통 4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까지의 시기이다. 이것은 사람에 따라 다른데, 이때 부모들은 매우 심각한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어떤 부모들은 전혀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 이미 많은 사회 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지루함을 잘 해결해왔는데, 육아에 묶여서 그것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니 삶이 무척 지루해진다. 그래서 아이는 사랑스럽지만그들은 아이로 인해서 시들어간다.

 

최초엔 산후 우울증이 오고, 이것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면 아이를 키우는 내내 우울하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우울하다고 느끼는데, 정작 자신이 삶을 지루해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 지루해서 우울한 것인데우울함만을 문제로 삼는다.

 

원래 지루한 것은 그저 재미난 것만 하면 금세 해결이 된다. 맛난 것만 먹어도 해결이 된다. 계속 시간을 소비만 하면 된다. 물론 돈이 한정적이기에 가능하다면 돈이 덜 드는 것을 하는 것이 좋다.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정말로 좋다.

 

그런데 우울하면 이런 것들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안 한다. 우울함을 문제로 삼게 되면 이런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울하면 원래 바쁘게 살면 된다. 아주 단순하다. 그래야 지루할 틈이 없어져서 우울해지지 않는다.



[2부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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