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지루함 다루기 - 2부

아이루다 2017. 7. 25. 09:01


[1부에서 계속]


지루함을 대비하는 두 번째 주요한 태도는 바로 지루함을 쉽게 극복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 지루함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쉽게 해결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인간은 미래의 모든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없다. 그러니 지루함은 언제나 존재하고 있으며 또한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그때가 어떤 시기이든 상관없이, 각자마다 사정에 따라서 특정 시기가 되면 사람들은 삶이 허무하다고 느낀다. 삶이 재미가 없다고 느낀다. 삶이 뭔가 허전하다고 느낀다. 삶이 목적이 없다고 느낀다. 심지어는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느낀다.

 

40대가 되면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느끼게 된다. 이때 사람들은 각자마다의 해결책을 찾는다. 하지만 너무 쉽게 해결하려고 한다. 당장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이때 가장 흔한 해결책 중에 하나가 바로 남녀간의 불륜이다. 어떤 면에서 불륜은 인간이 지루함을 느낀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되기도 한다.

 

불륜은 두려움을 느끼기에 매우 짜릿하고 흥분이 된다원래 두려움 속에 있을 때, 지루함은 자취를 감춘다. 하지만 불륜이 잘못 풀릴 경우그 사람의 삶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오히려 다시 지루함이 아닌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야 할 처지가 될 수도 있다.

 

보통의 경우엔 가족을 잃고, 재수가 없으면 직장도 잃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다 끊길 수도 있고, 그로 인해서 삶이 완전히 변형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불륜을 저지른다삶이 너무 지루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충분히 행복한 사람들은 불륜을 저지르지 않는다. 물론 호기심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금세 두려움을 느끼고는 물러서게 된다.

 

불륜은 마약과 같다. 그럼에도 이 사회에 이렇게나 많은 불륜이 성행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이나 지루해 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 행복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사실 40대가 되어서 느껴지는 지루함을 해결하는 많은 방법들이 자기 파괴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지루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젊은 시절에 비해서 훨씬 더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녀가 그저 손만 잡아서 짜릿했던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는 모텔에나 들어가야 잠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불륜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녀가 모이는 모임에 참석하는 경우도 많다. 등산 모임이나 각종 운동 모임 등등이 바로 그것이다. 동창회 모임도 많다. 물론 이 역시도 불륜과 연결이 되긴 하지만, 보통은 그저 어느 정도 선에서 제어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거기에 깔려 있는 목적은 동일하다.

 


바로 아슬아슬해 보이는 일탈을 통한 지루함 해결이다.

 

또 하나의 방법으로 경쟁을 통해 승부를 겨루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이때 남녀는 서로 조금 다른 경쟁을 한다.

 

남자들은 보통 직접적인 경쟁을 즐긴다. 나이도 먹었으니 골프와 같은 각종 스포츠를 즐긴다. 혹은 직접 하지 않더라도 각종 프로 스포츠 팀을 응원하면서 간접적으로 승부를 즐긴다. 나이를 더 먹으면 육체적 능력이 거의 필요없는 장기를 두거나 바둑을 두면서 승부를 즐긴다. 승부를 즐기는 것은 지루함을 해결하는 방법 중에서 정말로 많이 쓰인다.

 

여자들은 승부 대상이 조금 다르다. 여자들은 일반적으로 간접적으로 승부한다. 그래서 주로 돈이 그 대상이 된다. 그래서 더 비싼 가방, 더 비싼 집 등을 서로 비교하면서 경쟁을 한다. 자신이 얼마나 두려움을 덜 느끼고 사는지를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다. 이 말은 지루하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식들의 성공이다. 성적, 대학교, 입사한 회사 등을 가지고 서로 경쟁한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남의 것이다. 돈이나 자식, 모두 자신이 아니다. 그래서 돈 자랑, 자식 자랑을 하는 여자들의 삶은, 지루함에 눌려 견디지 못한 불행한 내면이 숨겨져 있다.

 

사람들의 다른 사람의 뒷담화를 하는 것이나 오지랖을 떠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원래 사람은 자신이 행복할 때는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귀찮기만 하다. 그런데 지루하니까 자꾸 남의 일에 신경을 쓴다. 그래서 뒷담화를 하고, 오지랖을 떤다.

 

이런 것들보다 좀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을 하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사실 여행은 정말로 좋은 지루함 해결책 중에 하나이다. 특히 여자에게 좋은데, 여자들의 지루함을 해결하는 방법은 주로 소비를 하는 것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 먹고, 화장하고, 뒷담화하고, 쇼핑하는 것이 여자들의 주된 행복이다 보니, 지루함을 진짜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인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사실상 별로 없다.

 


기본적으로 남자들은 보통 다양한 취미 생활을 통해 미래를 위해 쌓는 경험할 수 있는 반면, 여자들의 경우엔 그럴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낚시, 캠핑자전거, 카메라 등등 취미들은 대부분 남자들이 많이 즐긴다.

 

평소의 여자들이 하고 있는 해결책들은 소비형이라서 당장의 지루함은 잊혀질지도 모르지만결국 내면에 그대로 응어리진 채로 남아 있게 된다. 이때 여행을 가게 되면, 특히 해외 여행을 가게 되면 응어리가 풀리면서 뭔가 쌓이는 느낌이 든다. 이것을 바로 충만한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해외 여행은 여자에게 특히나 좋다. 여자들도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기에 해외여행을 아주 좋아한다.

 

여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긴 하다. 그것은 바로 문화 상품에 대한 경험이다. , 각종 공연, 예술 작품 관람 등은 주로 여자들로 주된 관객이 된다. 이 역시도 쌓는 것 중에 하나이다.

 

어떤 사람들은 전형적인 쌓는 것들인, 운동을 하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물론 이렇게 해서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패하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에게 딱 맞는 지루함의 해결책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들은 환경을 바꾼다. 도시에서 시골로 가거나, 아예 외국으로 이민을 가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하고 싶었던 일을 새롭게 시작하기도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제대로만 한다면 당분간은 지루함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다.

 

그래서 이것을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했던 과감한 변화를 사람들에게 공유하려고 한다. 책을 쓰고, 강연을 한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도 그런 변화를 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다. 왜냐하면 그들이 지루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지루함을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꽤나 귀가 솔깃하다.

 

문제는 그 해결책은 오직 그들의 해결책이란 점이다. , 그들에게만 맞는 쌓는 경험이다. 누구나 시골에 가서 행복할 수는 없다. 누구나 세계 여행을 떠난다고 행복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런 것들은 더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 자신이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무척 부담스럽게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설명했듯이 지루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고도 또한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 다른 사람의 해결책을 보고는 지루함이 자신의 게으름으로 인한 것이라는 자책감과 함께 지루함을 빨리 해결하고 싶다는 조바심을 느끼게 되면, 자칫 엉뚱한 해결책을 적용해서 아예 망가져 버릴 수도 있다.

 

앞에서 나온 불륜, 도박, 과도한 승부욕, 돈 자랑, 자식 자랑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그렇다면 지루함에 대항할 수 있는 뭔가 확실한 방법은 없을까?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그리고 이 해결책을 이해하려면, 지루함이 도대체 왜 발생하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지루함은 기본적으로 성장이 멈췄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람이 성장이 멈췄다는 것은 그때부터는 죽음을 향해 간다는 의미이다. , 생존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성장을 해야만 지루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육체의 성장은 이미 멈췄다. 이미 20대 초반에 멈췄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왜냐하면 정신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신이라고 하면 좀 오해가 될 수 있는데,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내면' 이다.

 


즉, 내면의 성장만 이뤄질 수 있다며, 지루함은 별 것이 아닌 것이 된다. 문제는 내면의 성장은 매무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면의 성장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가리지는 않는다. 그저 오늘보다 내일 좀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인문학 강연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모여드는 이유도 그것이다. 이미 말했듯이 여자들의 경우엔 쌓이는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이나 문화 상품 소비는 기본적으로 좋지만 그 한계가 분명하다일단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또한 반복 경험이 이뤄지면 결국 또 다시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대신 내면적 성장, 즉 인문학을 접하는 것을 통해서 성장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아무튼 그것이 무엇이든, 내면의 성장이 가능하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더해서 육체적 노화를 늦출 수 있는 운동을 겸비하게 되면 그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 그러면 내면의 성장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설명은 이미 거의 다 되었다. 가능하면 많은 책을 읽고, 틈이 나는대로 강연도 들으러 다니는 것이 좋다. 사람들과 만나서 뒷담화나 오지랖으로 시간을 때우지 말고, 각자의 내면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다. 이것은 시간을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성장으로 바꾸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만 계속하면 이것 역시도 또 다른 지루함이 되어 버리고 만다. 왜냐하면 이것도 결국엔 반복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진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이런 경험을 진짜 해결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색의 시간' 이 필요하다. , 책이나 강연에 너무 목매지 말고, 일정 시간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서 그것들을 소화를 해야 한다이때 산책은 참으로 좋은 도구이기도 하다.


여행이나 각종 문화 상품을 접할 때 마찬가지다. 무엇을 접하든지, 그것을 접할 때 자신이 느꼈던 내면의 변화, 다른 말로 감정을 기억하고 그것을 스스로 소화시켜내야 한다. 자신이 느낀 것들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꼭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책도, 강연도, 여행도, 문화 예술 공연도 모두 자극이나 시간 때우기에 불과해질 수도 있다.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리고 당장 영화를 보고,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것에 비해서 훨씬 덜 재미있지만, 가장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이다.

 

그리고 이런 시간을 통해 진짜로 성장이 된다. 그래서 점점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것이 바로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는 길이다. 이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운이 좋다면 지루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그로 인해서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자신의 삶이 훨씬 더 풍요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해외 여행도, 인문학 강연도, 각종 문화 상품 소비도, 여러 가지 종류의 취미 생활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정말로 그때가 되면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어려운 일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