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여행

한탄강 트래킹

아이루다 2017. 3. 6. 06:59



주중의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최근 트래킹을 해보기로 결정을 했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혼자서 가까운 곳에 여행을 가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을 했는데, 그 순간 나는 놀라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분명히 예전에는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것에 대해서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이 꽤나 괜찮은 일로 여겨졌다. 그리고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지난 몇 년간 혼자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많이 했고, 혼자 오랫동안 걷는 것도 많이 익숙해졌으며, 재작년부터 사진을 찍는 취미도 생겼고, 글을 쓰는 것도 꽤나 즐기는 편이란 점이 나를 변화시켜 놓은 것이었다.

 

즉, 나는 원래 혼자서 어떤 것을 하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혼자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긴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혼자 떠나는 여행이 그리 부담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경험에 대해서 약간의 기대와 어떤 탈출구를 찾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이런 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아주 조금씩 진행되었을 것이다. 단지 내가 그것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어느 순간에 인식하는 순간, 마치 그것은 한 순간 변화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아무튼 그래서 시작을 했다. 당연히 다들 그렇지만 그 시작점은 무엇인가를 사는 것이다.

 

트래킹 전용 신발을 사고, 작년에 잃어버린 카메라를 대신할 카메라도 하나 샀다. 가방도 평소엔 엄두도 못 내던 NGC 표 가방을 샀다. 다행이 최근에 생일이어서 신발도, 가방도 우겨서 선물로 받았다. 이렇게 준비는 끝났다.

 

트래킹, 우리나라 말로 하면 그냥 걷기이다. 산을 오르지 않고 산을 주변으로 도는 혹은 그냥 길을 따라 걷는 여행이다. 원래 그리 좋아하지 않은 등산은 요즘 다리가 그리 좋지 않아서 더 별로이다. 그래서 이렇게 걷는 것이 훨씬 더 좋다.

 

지난 화요일이 첫 번째 시도였다.

 

그리고 첫 코스는 한탄강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첫 시작이라서 아내도 휴가를 내서 합류했다. 확실한 것 하나는 같이 하는 여행이 아니라, 아내가 빌붙은 여행이다. 이점이 매우 중요하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간편해서 좋다. 준비할 것이 거의 없다

 

아무튼 우리 둘은 떠났다.




가는 길에 들른 식당인데, 생선구이랑 반찬이랑이 꽤나 맛났다. 7천원, 가격도 좋다.

 

집에서 목적지 포천 한탄강까지는 거의 두 시간이 걸렸다. 남양주를 통과하는 곳에서 많이 막혔다. 올해 중순쯤 구리에서 포천까지 고속도로가 뚫린다고 하니, 그때는 좀 더 빠르게 갈 수 있을 듯 하다.

 

최종 목적지를 '비둘기낭 마을' 로 정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아무래도 뭔가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차를 다시 돌려 한탄강 제 1코스로 이동했다. 여기부터 뭐가 꼬이기 시작했다.



출발지점으로 설명된 근홍교를 찾아 갔지만, 차를 댈만한 곳도, 강으로 내려갈만한 길도 찾지 못했다. 그리고 화적연으로 가고자 했으나, 무슨 일인지 몰라도 길 자체가 막혀 있었다.

 

여기에서 한참을 헤매다가 그냥 철원 승일공원이란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늦게 출발한데다가, 헤매기까지 하니 목적지에 도착하고 보니 이미 오후 2시가 넘어 있었다.



 

당일치기 여행이라서 서울로 돌아갈 시간도 잡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 하지만 목적지가 있거나 목적이 있는 여행이 아니니, 시간되면 그냥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아니,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새롭게 정한 목표지점에서 상황을 보니, 차는 승일공원 주차장에 대며 되었고, 승일교부터 태봉대교까지를 가는 코스로 보였다.

 

승일공원에서 출발하는 트래킹 코스는 초입부분의 경치는 참 좋았다. 아직도 겨울의 느낌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었다.


 

얼음 폭포와 반쯤 얼어있는 강이 인상적이었다. 평일이고 겨울이라서 그런지 사람도 거의 없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아내와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면서 걸었다. 새도 보이고, 올 봄에 피어날 새순들도 보였다.



 

이번에 산 카메라의 기능 중 하나인 4K 연사 촬영을 했더니 우연히 새똥이 나오는 장면을 잡았다. 아무래도 새들은 변비가 없는 듯 했다. 표정이 평화롭다.

 


출발지점 경치를 제외하고 이동 구간의 풍경들은 평이한 겨울 풍경이었다. 좀 외롭고 싸늘한 느낌, 해는 있었지만, 겨울 특유의 한적한 쌀쌀함이 그 공간에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오래 걷지는 못했다. 코스 중에서도 길을 잘못 들어서 엉뚱한 곳으로 갔다가 돌아오고는 했더니, 금세 돌아갈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힐끗힐끗 나를 보면서 실실 웃는 아내의 모습에서 분명히 오늘 종일 헤맨 나에 대한 어떤 평가가 있는 듯 한데, 애써 무시했다. 첫 시도인데 이 정도의 헤맴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아무튼 아쉽지만, 첫 트래킹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나마 얻은 정보 하나는, 이 장소에서 매년 겨울 1월 중순에 한탄강 얼음 트래킹 행사가 열리는 것 같았다. 지금은 이미 때가 지났지만,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와봐야겠다.

 

아이젠이 필요 하려나...




아내가 꼭 눈썰매를 타보고 싶어해서 주변의 비료포대 비닐을 주어서 탔다. 아마도 얼음 트래킹 행사 때 아이들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듯 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얼음이 그대로 있었다.

 

너무 사전 조사 없이 출발한 여행이라서 그런지 정작 걷기는 많이 못하고, 먹고, 놀고, 대화만 잔뜩 하다가 돌아왔다.

 

지금 블로그엔 빙고씨가 한참 연강을 하는 중이라서, 그것이 끝나면 이 글을 올려야겠다.

 

* 혹시 여길 가보고 싶은 분들이 있으면, 승일공원을 검색해서 가시면 됩니다. 주차장도 있고, 출발 입구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아요.



촬영한 사진 몇 장.

 







파노라마 촬영, 누르면 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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